(환선굴)걷는 발의 상태가 좋지 못하면 아무리 낮은산도 단숨에 높이가 올라간다.


-.일시 : 2008.8.24 07:00~2008.8.25 01:00
-.날 씨 : 구름과 약간의 비
-.몇명:47명
-.어떻게:부산 바우산악회 동행
▷골말-동산고뎅이-장암목 계단-덕항산-지각산-전망대-환선굴
- 테마: 동굴관람
-가져간 책: 나폴레옹의 어머니 레티치아,마지막 강의
- 호감도ː★★★★

 


 

원래의 계획은 강원도 삼척 태백의 덕항산과 지각산을 넘어 환선굴을 관람하는 알찬 코스였다.부산에서 강원도 삼척,태백까지는 만만찮은 거리다.고속도로를 이용할 수 있는 곳은 경주까지이고 나머지는 국도를 이용해야 한다.

 

그래서 아침 7시에 버스가 출발한다.전날 사진출사 후유증과 베이징 올림픽 야구 금메달의 흥분 때문인지 출발부터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태백 산행들머리까지 가는 길이 멀기도 멀다.아침 7시에 출발한 버스가 정오를 넘어 12시 30분경에 도착했다.

 

장장 5시간 30분을 차로이동하니 시간상으로는 독서하기는 참 좋았지만 고속도로가 아닌 국도를 이용하는 부분에서는 차가 많이 흔들려 쉬 피로감을 느껴 중간에 한숨을 잤다.

 

산행들머리에 도착하니 산의 8부능선 위부터는 운무가 가득하다.매표를 하고 산을 오르는데 초반부터 제법 가파르게 오른다.골말을 지나 동산고뎅이로 오르는 중에 무릎의 통증이 느껴진다.직감적으로 더 이상 오르다가는 고생만 하겠다는 판단이 들어서 후미대장에게 나의 상황을 알려주고 과감하게 바로 하산한다.

 

천천히 내려와서 안정을 취하고 보니 꼴이 우습게 되었다.부산에서 태백까지 5시간 반을 버스를 타고 와서 산행 30분만에 상황이 종료된 것이다.일행들이 등산하는 6시간을 기다리고,일행들이 하산하면 다시 부산까지 5시간 이상을 버스를 타고 가야되는 기다림의 연속이다.그래서 천천히 걸어서 환선굴을 찬찬히 둘러보았다.1시간 20분 정도 걸리는 코스를 2시간 정도 걸려서 보았고 나머지 시간은 시원한 곳에 앉아서 가지고 갔던 2권의 책을 읽으며 소요했다.

 

세상에 위대한 어머니는 많다.그 중에서도 나의 기억에 남는 사람은 혼혈의 핸디캡에서도 인간승리한 한국계 미식축구 스타 하인즈 워드를 있게 한 "김영희"씨와 최근 베이징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무려 8개나 차지한 펠프스,그의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의 병을 전화위복으로 만든 펠프스의 어머니 "데보라"가 떠 오른다.

 

그렇지만 레티치아 만큼 소설적일까? 나폴레옹은 모두가 알고 있지만 그의 어머니 레티치아는 세상 사람들이 잘 모른다.나폴레옹이 "나의 성공과 내가 남긴 유익한 업적은 모두 내 어머니 덕택이다"라고 한 레티치아는 프랑스의 비범한 여인이었다.젊은 시절 지독한 경제난을 겪는 코르시카의 변변치 못한 변호사의 아내인 한 여자가 레티치아다.장학금 덕택에 여덟명의 아이를 간신히 키워 어느듯 한명의 황제와 세명의 왕,한명의 왕비,그리고 두명의 여왕의 어머니가 되는 한 여자를 상상해보라.젊고 아름다운 미망인이었지만 자식들을 위하여 재혼도 하지 않았다.

 

또 한권의 책 "마지막 강의"는 랜디포시 교수의 글로서 월스트리트저널이 "일생에 한번 들을까 말까 한 강의"라고 극찬한 책이다.췌장암 말기라는 사형선고를 받은 상황에서 그가 알려주는 세상을 살아가는 지혜는 가슴 뭉클하게 한다.

 

 

 

매표소를 지나 계곡을 끼고 오르니 굴피로 지붕을 한 통방아가 보인다.
요즘 보기 드문 수력방앗간이다.통방아 이외에도 좀처럼 보기 힘든 굴피집,너와집까지 있다.

 

덕항산으로 20여분 오르다 무릎의 통증을 느끼고 바로 하산하여 계곡 옆 잔디밭 공터에 있는 정자에 앉아
안정을 취한 후 오후 1시쯤에 식사를 했다.8부 능선 위로 운무가 가득하지만 터진 구름 사이로 햇살도
간간히 비친다.

 

촛대봉이 양이라면 맞은편 환선굴은 음이다.동굴의 기온은 일정해서 상대적으로 겨울엔 따뜻하지만
여름엔 시원하다.시원한 냉기가 밖으로 나오면서 산세를 타고 위로 오르다 뚜렷한 온도차 때문에
유독 환선굴 위의 산은 운무가 가득한 것으로 느껴진다.

 

꽃밭위로 햇살이 비치면서 군락진 꽃들이 생기를 보이자 나도 덩달아 천천히 움직여 보기로 했다.


 

환선굴까지는 1.2KM만 걸으면 되었다.몇번의 방향을 꺽으며 오르니 냉기가 느껴지는 폭포가
시원스럽다.저 물은 환선굴쪽에서 내려온다.근처 벤치에 조금만 앉아있어도 추위가 느껴질 정도다

이곳 계곡들은 모두 수량이 풍부하고 유속도 빠른 편이다.


 

환선굴 입구에서 검표를 하고 들어가는데 동양최대의 동굴답게 규모가 상당하다.
태백시와 삼척시 신기면 경계에 위치한 덕항산(1071M)은 능선으로 지극산(1085m)과 나란히 하고
있는데 왼쪽이 덕항산,오른쪽이 지극산이며, 이 가운데 해발 840m에 환선굴이 자리한다.


환선굴은 5억 3천만년 전부터 생성된 것으로 추정되는데 종유석의 아름다움 보다규모가 크고
웅대하다는 점에서 눈길을 끄는 곳이다.환선굴은 총연장 6.5km 높이30m,폭100m로 동양최대를 자랑한다.
동굴 안에는 크고 작은 여러개의 동굴폭포가 있고 잘 단장된 철계단을 따라 이동하면서 여러 가지
볼거리를 관람하는 형태이다.

 

우선 추울 정도로 시원해서 좋다.천장에서는 빗물처럼 동굴 내벽을 타고 물이 떨어지며
다소 음산하지만 천연 에어콘을 틀어놓은 느낌이다.


 

"미녀상"이라는 종유석은 트레머리를 한 여성의 얼굴과 가슴 그리고 팔다리가 뚜렷하다.


중간중간 넓은 광장의 규모가 상당하다.

 

 





 



 



 


 


"책으로 생각을 담고, 등산으로 다시 비웁니다."

-손복조 토러스투자증권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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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는 바람처럼, 흐르는 물처럼

어진 산처럼
,방랑의 은빛 달처럼

風/流/山/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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