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타산,쉰움산▲대간사이로 한 시절 뜨겁게 지나가는 바람소리를 홀로 들으며


- 언제 : 2009.3.14 (토) 06:00~23:00
- 얼마나: 2009.3.14 11:30~18:00
- 날 씨 : 맑음,댓재 영하 5도,강풍으로 체감온도는 더 낮은 꽃샘추위
- 몇 명: 40명

- 어떻게 : 산악회 지리산행 동행

- 댓재-목통령-두타산-쉰움산-쌍용자원개발 현장

- 개인산행횟수ː 2009-6[w산행기록-219/T709]
- 테마: 능선산행
- 가져간 책:연암에게 글쓰기를 배우다
- 산높이:댓재 810M,두타산 1355.2M,쉰움산 688M
- 호감도ː★★★★


 

부산에서 두타산을 간다는 것은 그리 쉬운 여정이 아니다.새벽 6시에 출발하여 산행들머리에 도착하면 11시 반 정도로 5시간 반정도 걸리고 이후 산행시간만 6시간 반정도이며 다시 부산으로 돌아오는 시간이 5시간 이상 걸리는 장거리다.

 

인간세상의 온갖 괴로움을 떨치고 마음을 밝히는 일,정처없이 떠돌면서 갖가지 괴로움을 무릅쓰며 도를 닦는 일이 곧 두타(頭陀)의 본디 뜻이라면 두타산을 찾고 오른 후 다시 돌아오는 과정이 바로 두타행(頭陀行)이다.

 

장거리 꼬불꼬불한 길을 46인승 큰 버스이지만 개인공간은 좁은 버스에서 짐짝처럼 실려서 다시 기운을 북돋워서 산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여정을 나는 몇 번이나 감수하는 까닭이 무엇일까? 나에게 있어 강원도를 간다는 것은 나 자신이 곧 자연이 됨을 의미하지만 동시에 마음을 진정시키고 새롭게 각오하는 일련의 의식이랄 수 있다.하고자 하는 의욕은 분명 있지만 뭔가 일이 꼬일때는 움직이면 움직일수록 뭔가 거대한 늪 속으로 빠지는 듯한 악순환이 거듭되는데 이럴땐 그 패배주의적인 안좋은 기분만이라도 끊어내어야 한다.그런 의식을 감행하는 좋은 장소가 바로 두타산이다.

 

두타산은 박달령 너머 바로 옆의 청옥산 보다 51M가 낮은 산이다.그런데도 두타산은 그 의미에 있서 청옥산보다 높게 쳐준다.산 아래 삼화사 절도 두타산 삼화사라고 되어 있고, 장승만 보더라도 두타대장군이라고 하여 청옥여장군보다는 순위가 앞선다.

 

두타산에서 일단 북북동으로 방향을 잡아 등성이를 밟고 무릉반으로 내리꽃히는 두타산성 상부에서 오히려 우측 동으로 순탄한 능선을 타고 나가 쉰움산(五十井山)으로 뻗는다.암릉과 바위가 절묘한 쉰움산은 쉰개(50개)의 우물이 있어서 이렇게 부른다.쉰우물산이 쉰움산이 된 것이고 한문으로는 오십정산(五十井山)이 되는 것이다.석회지대에 빗물이 고여 돌바닥이 오목하게 파이면서 일구어 놓은 도리네현상으로 생긴 지명이다.이런 이적 때문에 여기는 신성시 되었고 가물때는 기우제를 지냈다고 동국여지승람,여지도서에서 밝히고 있다.

 

 

 

11:29
아침 5시 20분에 눈을 떠 서면 할매회국수에서 점심용 충무김밥을 준비하고 회국수로 아침을 해결하고
6시에 버스가 출발한다.평상시 회사 출근시간이 6시까지이므로 어느 정도 면역은 되어있지만 좁은 버스
내에서 6시간을 달린다는 것은 보통 곤욕이 아니다.요즘 등산복들은 완전 기능성으로 추위에 잘 대응
하도록 만들어져 있는데다가 버스 뒷편에 앉은 나는 발 앞쪽에서 뿜어나오는 버스 히이터의 뜨거운 열
로 흡사 저온사우나를 하는 듯한 괴로움이 만만찮다.


 

며칠전 순매원에서 매화 꽃구경을 하였건만 꽃샘추위로 바깥 온도는 수온주가 급강하했고 바람마저
강해서 버스는 더욱 히이터로 열을 올리고 있다.

 

오늘 가져간 책은 두세 번 곱앂으며 읽고 있는 "연암에게 글쓰기를 배우다"이다.연암 박지원은 탁월한
글쓰기 이론가이며 또한 동시에 자신의 이론을 직접 끌쓰기에 실천한 최고의 문장가이다.

 

연암이 말하는 글쓰기 법칙은 『(1).정밀하게 독서하라이다.독서는 푹 젖는 것을 귀하게 여긴다.푹 젖어야
세상과 내가 서로 어울려 하나가 된다. (2).관찰하고 통찰하라.통찰은 결코 저절로 오지 않는다.반드시
넓게 보고 깊게 파헤치는 절차탁마의 과정이 필요하다. (3).원칙을 따르되 적절하게 변통하여 뜻을 전달
하라.옛것을 모법으로 삼고 변통 할 줄 알아야 한다.

 

바로 "법고이지변法古而知變"의 이치다.또한 변통하되 법도를 지켜야 한다.
이것이 바로 "창신이능전創新而能典"의 이치다. (4)."사이"의 통합적 관점을 만들라.대립되는 관점을
아우르면서도 둘 사이를 꿰 뚫는 새로운 제3의 시각을 제시해야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가 서 있는 자리와 사유의 틀을 깨고 나갈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5).11가지 실천 수식을 실천하라.명확한 주제의식을 가지고,제목의 의도를 파악해서 글을 쓰며,
사례를 적절히 인용하고,참신한 비유를 사용하며,반전의 묘미를 살려서 시작과 마무리를 잘하라.
또한 함축의 묘미를 살리고,반드시 여운을 남기라. (6).분발심을 잊지마라.한번 뱉으면 사라지고

마는 말이 아니라,

지극한 초심으로 한 자 한 자 새긴 글로써 세상에 잔신의 뜻을 증명하는 것이 글 쓰는 사람의 자세다.』

라는 것이 요점이다.


 

여운을 남기기 위하여 그랬을까? 책 마지막엔 "부모의 바람은 자식이 글을 읽는 것이다.어린 아이가
글 읽으라는 말을 듣지 않고도 글을 읽으면,부모치고 기뻐하고 즐거워하지 않는자 없다.아아! 그런데
나는 어찌 그리 읽기를 싫어했던고."라고 연암의 경구를 인용하며 마무리한다.

 

책 한권 다 읽고 두 번이나 피곤을 풀기위한 잠을 자고 깼는데도 여전히 버스는 달리고 있다.11시 30분
이 되어서야 등산화 끈을 다잡고 스패츠를 착용하고 산행을 시작한다.내가 스패츠를 착용하는 시간에
벌써 일행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산행들머리인 댓재의 기온은 영하5도,두타산은 지금 영하 7도는 될 것이고 가끔씩 몸을 가누기 힘들
정도의 강풍은 체감온도를 더 낮출 것이다.그기에 버스내에서 너무나 따뜻하게( ?) 데워진 몸이라
상대적으로 더 춥게 느껴진다.손이 시려 사진찍는 것도 귀찮은 바람이 분다.


 

 

11:50~12:51
댓재의 "두타영산지신頭陀靈山之神"을 모시는 두타산 산령각을 지나 백두 대간 능선에 붙어 세찬바람과 시름
하며 해댓등으로 오르니 멀리 두타산이 하얀 눈을 쓰고 영험하게 앉아 있다.흡사 도포자락 펼친 신선의 모습
으로 눈부시다.대간의 능선길이라서 강풍 때문에 체감온도는 뚝 떨어졌고,처음으로 물을 마시려고 카멜백
물통의 바이트 밸브Bite Valve를 물었더니 얼어서 물이 나오지 않는다.영하 10도까지는 좀처럼 얼지 않았는데
바람 때문에 춥긴 추운가 보다.바이트 밸브를 자켓속으로 넣고 통골로 내려오니 바람이 잦아서 덜 춥고 몸의
체온도 적당히 올라서 산행하기 딱 좋은 느낌이다.

 

함동선 시인은 두타산을 오르며라는 시를 지었었다.나 또한 지금 두타산을 오른다.

 

구름안개도 없고 들꽃도 없으며 안개비도 없는 화창한 날이지만
거센 바람과 꽃샘추위 만으로도 충분히 시인의 호흡이 느껴진다.


 

『....
버릴 것 다 버리고 와도 마음을 열지 않으니
또 얼마나 버려야 하는가
가파른 기울기가 누그러지자
사람의 흔적을 느끼게 하는 능선이
허릴 추스루기 시작한다


....
무거운 짐에 눌린 한 걸음 한 걸음은
산행이 아니라 자기학대라 말하는 이 있어도
이때껏 숨겨온 너의 숨소리 처음 들으니
또 나를 버려야 하는가
정상은
지상에서 빛이 가장 충만한 곳
두타산을 오르며
내가 왜 떠나는가를 확인한다』는 의미가 오롯이 느껴진다.

 

40명이 등산을 같이 왔지만 모두 쏜살같이 가버렸고,혼자서 여유를 부리며 천천히 오르니
의지가지없는 홀로 산행길의 느낌이 싫지만은 않다.홀로 터벅터벅 길을 걸어가는 모습...
말 그대로 우우량량이다.


 

12:54~14:46
목통령 근처에 다다르니 두타산이 더 가깝게 보이고 바람이 불지 않는 양지 바른 곳에서 점식식사를 마치고
바로 산 정상으로 향한다.코발트 빛 짙푸른 하늘과 백색의 흰 눈이 멋진 대조를 이루고 산 정상 가까이 오르니
청옥산도 지척이다.

 

14:50~15:03
두타산 정상에서 바라보니 백두 대간이 흘러가는 용틀임이 실감이 나는데 쉰움산으로 하산하면서 바라보는
청옥산으로 가는 박달령을 비롯한 산세의 실루엣은 마치 청옥산이 주름치마를 입고 다소곳이 앉은 모습
이라서 청옥여장군이라는 이름이 딱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미친다.

 

16:05~15
얼마간 줄을 잡고 가파른 산길을 내려오는가 싶더니 정말 밋밋한 산 능선이 이어진다.참으로 순탄한
능선길이라 다소 지루해질 즈음 빼어난 금강송과 범상치 않은 바위군들이 나타나면서 뭔가 드라마틱한
분위기를 자아낸다.쉰움산 정상에 가까워진 것이다.예전에 보았던 자금성 후원의 거대한 수석같은
느낌의 바위가 나오는가 싶더니 왠 산 정상 가까이에 뾰족한 돌무더기를 인공으로 만들어 놓은 듯한
너덜지대가 나오고 곧 50여개의 우물들이 나온다.우물 좌측으로는 깍아지른 절벽 아래로 무릉계가
펼쳐지고 만폭동과 문간재 이후 신성봉이 병풍처럼 펼쳐져 눈이 호사를 한다.



무릉계로 보면 이곳도 산 정상이건만 반대쪽을 쳐다보면 우물을 가진 음의 지대여서일까? 두타산 산자락
의 영향 때문인지 음기운이 돈다.묘한 태극의 자리다.역광의 플로어가 뭔가 신성한 곳이라고 이야기 해
주는 듯 한 이곳은 충분히 태극의 조화를 부릴 수 있는 곳이다.그래서 이곳은 무속의 흔적이 역력한 곳
이다.



최근 강원도는 많이 가물었었다.그래서 이곳에서 기우제를 지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떤 염원의 흔적
들은 있었다.

 

16:48~58
다시 밋밋한 산을 내려오다 갈림길에서 쉰움산 신앙에 기댄 치성절인 천은사로 향했어야 하는데
버스가 삼화동 주차장에 있어서 왠만하면 좌측으로 방향을 잡았더니 갑자기 길이 끊어지고 입을
다물지 못할 정도의 거대한 산을 깍는 현장이 나타난다.쌍용자원개발의 현장이다.하는 수 없이
그쪽으로 내려가니 길이 꼬불꼬불해서 예상보다 시간이 많이 걸린다.

 



한참을 내려왔더니 현장의 직원이 다가와서 길을 안내해주면서 오늘은 발파작업이 없어서 그렇지
상당히 위험한 곳이니 다음 부턴 이 방향으로 오지 말라고 한다.사실 위험한 곳이었다.

 



직접 내려가보니 바위들의 균열이 심해서 언제 무너질 지 모르겠고 구석구석 다이나마이트로 터트린
천공구멍이 보였다.어떤 자원을 개발하기 위하여 산을 깍는지는 모르겠지만 참으로 눈으로 그 현장을
보기에는 섬뜩하다.앞으론 멀더라도 천은사 방향으로 하산하는 것이 좋겠다.

 

- 가끔식 욕하는 남자의 변명

때때로 나는 글을 쓴다.
내가 생각할 때 글은 가장 완벽한 소통도구이기 때문이다.

가끔 나의 지인들이 이렇게 이갸기한다.
"너는 책도 많이 읽는 사람인데 어찌 그리 한번씩 쌍욕을 해대느냐?"

내가 욕할 수 밖에 없었던 똑 같은 상황이 재연된다면
또 욕을 할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사실 내가 욕을 할때는 그만큼 내가 모욕을 당했을 때이다.
아무 이유없이 욕을 하지는 않는다.

우리가 보통 자기의 의사를 나타낼때는 말과 행동이 있다.
그런데 그 말과 행동은 내가 생각할 때 형편없는 불량품이다.

말은 대개 나의 진정을 실어나르지 못하고
행동은 자주 나의 통제를 벗어나기 때문이다.
말과 행동의 중간 타협점이 나는 욕이라고 생각한다.

욕은 나의 강력한 의사전달 도구이면서
나를 가장 격하게 깍아먹는 내 안의 적이다.

욕을 할때 마다 나의 인격은 무너져내리고,
나의 진정성은 오물을 뒤집어쓰고서라도 전달된다.

그리고 무엇보다 욕을 하는 것은 책을 읽는 것과
다른 개념이다.

만해의 제자 춘성스님은 욕 잘하기로 유명한 분이다.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는 수행자도 욕을 하지만
그렇다고 그분의 수행이 모자랐다고 평하지는 않는다.

나는 나에게 가끔식 절박할때가 다가오는 인생의 시험이 싫다.
그렇지만 살다보면 또 그 순간이 다가온다.

나는 부조리하고 이기적이며 무책임한 사람이다.
많은 상처를 주었고 적은 상처를 받았다.
이 불균형 덕분에 지금까지 살아왔고 앞으로도 살아갈 것이다.

하지만 우선순위는 항상 그냥 말로 전달하는 것이다.
그런데 말로 세번씩이나 전달했음에도 불구하고
못 알아듣는 인간의 탈을 쓴 소들이 가끔 있다.

때때로 나는 글을 쓴다.

글의 장점을 아는가?

나는 말과 행동은 치명적인 약점을 가진 불량품이라고 언급했다.
글은 이런 약점을 치유하고 정품으로 만드는 묘한 마력이 있다.

그래서 글은 영원할 것이다.
그래서 나의 욕도 정당성을 지닌 정품으로 거듭날 것이다.
그래서 문학도 영원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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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는 바람처럼, 흐르는 물처럼
어진 산처럼,방랑의 은빛 달처럼

風/流/山/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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