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태양 빛,제철 고로의 불빛,방사광 가속기 빛으로 이어지는 영일만 포항

 

- 언제 : 2017.6.4  05:30~20:00
- 얼마나: 2017.6.4  08:45~17:30
- 날 씨 : 일교차 심했으나 대체로 햇살 강한 맑은 날씨
- 몇 명: 39명(고적답사회 동행/인솔:최영호 교수님)
- 어떻게 :광재관광버스 탑승


▷ 답사지역 : 부산→ 보경사→ 초원식당(모리국수 점심)→일본인 가옥거리 → 과메기문학관→
 호미곶→ 장기척화비→ 장기읍성→장기초등학교→ 오어사
 

 

 
영일만 포항은 해로 시작한다.영일(迎日)은 해를 맞이한다는 의미다.이미 지명부터 태양과 밀접하다.호미곶은 우리나라 한반도 가장 오른쪽에 위치하여 인근 간절곶과 더불어 가장 해가 먼저 떠오르는 지역이다.  삼국유사 "연오랑세오녀" 전설 속에서 해와 달빛을 잃어 버리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미 역설적으로 해와 달빛의 중요성을 일깨워준다.연오랑과 세오녀(延烏郎 細烏女)의 이름에 들어있는 까마귀 오(烏)는 태양과 관련있는 삼족오일 것이다.
   POSCO의 제철 용광로 고로 불빛은 또 어떤가? 태양빛이 용광로 불빛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태양이 세상을 비추듯 철은 산업의 쌀이다. 그런 포항이 이번엔 방사광 가속기(放射光加速機, synchrotron radiation)로 다시 또 다른 빛(光)을 이어간다. 2016년 9월 29일 포항가속기연구소는 4세대 방사광가속기 준공식을 개최했다.미국,일본에 이어 3번째이다. 4세대 방사광 가속기를 이용하면 신물질,신소재 분석기술 확보 뿐만 아니라 의료분야,반도체 기술 등 우리나라 산업을 크게 도약시킬 것으로 기대한다.   포항은 다시 창조적인 빛으로 빛의 도시로 빛의 역사를 이어간다.

 

 

 

   

출발할 때는 약간 춥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선선한 아침이었다. 그러나 포항 보경사에 도착하니

강한 햇살은 여기가 빛의 도시 포항임을 알려준다.

 

 

▶ 보경사: 경상북도 포항시 북구 송라면 보경로 523

 

 

○ 보경사(寶鏡寺)

경북 포항시 북구 송라면 중산리 내연산(內延山)에 위치한 사원으로, 진평왕 25년(602) 중국 진나라
에서 유학하고 돌아온 지명(智明)이 창건. 지명은 국왕과 함께 왜구 등 외세침략의 제지와 삼국통일을
 염원하며 진나라의 도인에게 받은 팔면보경(八面寶鏡)을 내연사 아래의 큰 못에 묻고 그 위에
금당(金堂)을 창건하여 보경사라 함. 성덕왕 22년(723)에는 각인(覺仁)과 문원(文遠)이 금당 앞에
오층석탑을 조성하였으며, 경덕왕 때부터 1932년까지 중창․중수불사를 지속.


중요문화재로는 보경사원진국사비(보물 제252호)와 보경사부도(보물 제430호)를 비롯하여
오층석탑(경상북도 유형문화재 제203호), 탱자나무(경상북도 기념물 제11호), 그리고 조선 숙종이
12폭포를 유람하고 시를 지어 남겼다는 어필의 각판 등.

 

 

강한 햇살은 모든 사물에 강한 콘트라스트를 부여한다.모든 사물들을 살아있게 만든다.

 

차창에 부딪히는 태양빛은 초여름 눈을 노곤하게 만든다.

 

08:57

보경사 초입의 숲속으로 들어서고보니 기분좋은 바람이 느껴진다.
하늘을 뒤덮은 숲이 해탈문까지 상큼하게 만든다.

일주문 앞엔 범어(산스크리트)로 "시작"을 뜻하는 "옴"이 보인다.

 

보경사의 이름 유래가 된 "팔면보경(八面寶鏡)"을 묻었다고 했는데 
역시 비밀불교의 느낌이 든다.

 

 

 

▶ 보경사 5층석탑:

경북 포항시 북구 송라면 보경로 523 (중산리)

 

 통일신라시대의 석탑양식이지만 날렵한 모습이고
지붕돌 받침이 3단으로 줄어드는 등 고려시대 석탑의 특징도 엿보인다.

금당탑이며 고려 현종14년(1203)3월에 세웠다고 한다.

 

 

 

적광전 아래엔 사자형의 신방목이 있다.

 

적광전은 비로자나불을 모신 전각이다.경전상으로 볼때 비로자나불은 화엄경

()

의 교주이다.

부처님의 지혜 속에서 현실계의 상황을 스스로의 눈에도 비치도록 하는 것이니
머리가 좋아지라고 수험생이 빌고 싶다면 이런곳에서 빌어야 한다.

왼손을 오른손으로 감싼 지권인(智拳印)은 손가락 지(指)가 아닌 지혜 지(智)이다.



후불탱화는
주색(朱色)을 바른 화면에 부처님을 묘사하여 소위 홍탱(

紅幀)이라 한다.

 

 

입구부터 옴마니반메훔이 보였다. 적광전 내에선 "생전예수재"를 하고 있는데
귀에 익은
"신묘장구대다라니"가 들려온다. 신묘장구대다라니는 천수경의 꽃이다.

천수경은 현세불교에서도 자주 부르게 되는 밀교(비밀불교)적 진언이 많다.

생전예수재(生前豫修齋)는 사후(死後)에 극락세계에 갈 수 있게 해달라고
부처님께 살아 있을 때 지내는 재이다.

적광전 뒤 우측에 보경사 원진국사비(碑)가 보인다.

거북 껍질 무늬에 임금 왕(王)자가 보인다.고려 중기 국사(師)였기 때문이다.

 


기온도 그리 높지 않지만 햇살이 강하여 땀이 제법 흐른다.

 

 

2004년6월과 2008년 2월에 내연산 산행을 하면서 이미 원진국사부도탑을 본적이 있었다.
그때는 산행들머리에 있어서 무심결 지나쳐 그냥 고려부도탑으로 기억에 남았다.

 

(2004년 6월 산행하면서 촬영한 원진국사부도탑)

 

11:24포항에는 "모리국수"가 있다.우리가 보통 알고 있는 "어탕국수"와 맛이 비슷하다.
다만 어탕국수는 보통 민물고기를 넣는다면 모리국수는 바다물고기를 넣는 점이 다르다.
우리가 간 곳은 초원식당으로 일본인 가옥거리 근처에 있다.
이곳 주인은 모리국수 본연의 맛을 위해서 불친절할 정도로 깐깐하게 고객을 대하는 것으로
소문이 나 있다.

 

 

포항 일본인 가옥거리는 이미 사진출사 때문에 몇 번을 다녀 간 곳이다.

 

 

 

구룡포 일본인 가옥거리를 오르다보면 충혼탑이 보이는 곳이 나온다.

그곳엔 시멘트로 훼손된 비석과 비신은 없어지고 아래로 내려갈수록 넓어지는 일본식 좌대만
남았는데 세로줄의 "쇼와
 昭和"는 훼손되고 가로줄의 "단기4293"이 보인다.

 

구룡포 근대역사관 건물은 하시모토 젠기치가 살던 곳으로 1층과 2층엔
부츠단(ぶつだん:불단), 고다츠(こたつ:일본식 실내 난방장치),
란마(らんま:欄間 문), 후스마(ふすま:맹장지에 그린 그림),
도코바시라 (とこばしら床柱 : 도코노마=床の間의 한쪽편의 장식 기둥)등이 보인다.
 

그 옛날 일본인들에게 구룡포는 조선의 "엘도라도"였다고 하며
아직 그 시절을 그리워 하는 일본인이 있다고 한다.

 

▶  

과메기문학관:구룡포 동부초교 4층짜리 건물을 리모델링했다고 한다.

충혼탑 뒤 위쪽에 과메기문학관이 있다.과메기의 유래와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다.

 

 

▶ 

호미곶虎尾串 :경상북도 포항시 장기반도 끝, 영일만을 이루면서 돌출한 곶.

 

이곳도 여러번 와본 곳이다.

이번에 갔을 때는 "연오랑세오녀상"이 달리보였고 새천년기념관 12층에서 바라보는 경치가 압권이었다.
흐르는 땀을 순식간에 식혀주었다.

 

 

 

 

 


장기척화비長鬐斥和碑 :

경상북도 포항시 남구 장기면 읍내리 107 

원래는 장기읍성에 세워져있었다고 한다.지금은 장기면사무소 정원에 세워져있는데
근민당 건물 옆에 있다.

 

비문에는 “양이침범 비전즉화 주화매국 계아만년자손 병인작신미립
(

洋夷侵犯 非戰則和 主和賣國 戒我萬年子孫 丙寅作辛未立

)
즉, 서양오랑캐가 침입하는데 싸우지 않으면 화해하는 것이요
화해를 주장하면 나라를 파는 것이 된다.
우리의 자손만대에 경고하노라. 병인년에 쓰고 신미년에 세우다”라고 적혀 있다.

율곡 이이의 10만 양병설도 무시한 후로 광해군,소현세자,하멜 등
우리나라에게도 여러번 기회는 있었지만 모두 눈치를 채지 못하고
이렇게 못난 척화비만 남았다.


 

 

장기읍성 : 경상북도 포항시 남구 장기면 읍내리 127-2

근민당 뒤로 이어진 꼬불꼬불한 산길을 오르면 보인다.300M라고 되어 있지만
체감은 1km정도로 느껴진다.

○ 장기읍성(長鬐邑城)

경상북도 포항시 남구 장기면 읍내리에 있는 고려시대 읍성으로, 사적 제386호로 지정.
고려 현종 2년(1011) 여진족의 해안 침입을 대비하여 흙으로 쌓은 토성이며, 세종 21년(1439)에는
왜구를 방어하기 위해서 돌로 다시 축성하여 동해안의 주요 군사기지․관아로 사용. 치성(雉城)이
12곳이며, 평지․소구상(小丘上)․산성 읍성 등과 같은 축조방식 가운데 장기읍성은 산성의 기능을
갖춘 읍성으로, 동악산(東岳山)에서 해안 쪽인 동쪽으로 뻗은 해발 약 100m 산 정상의 평탄면에 축조.

 

장기산딸기 밭을 끼고 돌아 올라서니 장기읍성이 나오고 배일대拜日臺(조선시대 해맞이 장소)가 보인다.
"해맞이,영일" 이라는 이름보다 더 경건하게 느껴지는 배일
(拜日)은 태양에게 절을 한다는 의미다.

장기읍성은 복원이 이루어지고 있었는데 뭔가 고증없이 건설회사가 뚝딱하고 복원하는 느낌이다.

 

 

 

장기초등학교: 경상북도 포항시 남구 장기면 장기로 336


정약용과 송시열관련 비를 보러 왔지만 오늘 이곳은 장기산딸기축제 행사장이다.
이미 인근 도로는 주차장 만원이고 학교내는 거의 혼잡한 시장 수준이다.

그 와중에 들리는 목소리는 비음이 듣기 좋은 가수 문희옥의 노래소리다.


나는 이곳에서 더위에 지친 몸을 깨우기 위해 코코넛 한통을 사 마셨다. 

 

 

▶ 

오어사:

경상북도 포항시 오천읍 오어로 1(항사리 34)

 

○ 오어사(吾魚寺)

 

경상북도 포항시 오천읍 항사리 운제산(雲梯山)에 위치한 사원으로, 신라 진평왕 때 창건하여
항사사(恒沙寺)라 함. 이후 원효(元曉)와 혜공(惠空)이 함께 이곳의 계곡에서 고기를 잡아먹고 변을
보자, 고기 두 마리가 나와서 한 마리는 물을 거슬러 올라가고 한 마리는 아래로 내려가는 것을
보면서 올라가는 고기를 서로 자기의 고기라 주장하였다는 설화에서 오어사라 하였다는 전설.
자장암․혜공암(북쪽)․원효암(남쪽)․의상암(서쪽) 등에서 자장(慈藏)․혜공․원효․의상(義湘)과 연계성.
유물로는 대웅전 안에 보관되어 있는 원효대사의 삿갓, 고종 3년(1216 : 貞祐 4) 대장(大匠)
순광(順光)이 조성하면서 범자 다라니 ‘옴마니파드메훔(옴마니반메훔)’으로 보이는
육자광명진언(六字光明眞言: 독송하면 온갖 죄가 소멸)을 새긴 포항 오어사 동종(보물 제1280호).
자연경관은 오어사 앞의 저수지와 홍계폭포․기암절벽 등.

 

이곳도 이미 운제산 등산과 풀꽃 사진을 찍기 위해서 또는 사찰 순례로 다녀간 곳이다.
이번에는 차로 절까지는 가지 못하고 오어지 댐 아래에 주차하고 걸어서 올라갔다.

오늘 2만보를 걷는다.

 

 

언제나 보면서 감탄하는 해강 김규진의 오어사 현판글씨다.
원래 절 이름은

항사사(恒沙寺), 항하사 모래처럼 많은 출세자가 배출되기를 바라는 뜻을 내포하고 있었다.


오어사는 '여시오어(汝屍吾魚)'에서 왔다."너는 똥을 누었지만 나는 물고기를 누었다"는 의미다.

 

여하튼 김규진의 글씨를 보면
물고기가 뱃속에서 나와 똥을 좀 묻히고(황금빛 글씨) 혼비백산하며 뛰어 오르는 물고기 모습처럼 보인다.

 

먼저 이절에 들어 온 것은 혜공이었고 이후 원효가 들어왔다.
무엇에도 방해받지 않는 무애행(
行)의 원조는 사실 원효보다는 혜공이었다.

 

독사가 풀을 먹으면 독이 되지만 젖소가 풀을 먹으면 우유가 된다.
같은 물고기를 먹고도 도가 낮은 사람은 구린내 나는 똥만 배설하고,
도가 높은 이는 다시 살아 있는 고기를 낳을 수 있다.

 

여시오어(汝屍吾魚)는 혜공이 말했는지 원효가 말했는지 알 수 없다.
여하튼 나는 원효가 혜공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는 인상을 많이 받았다.

 

나는 원효를 떠 올릴때마다 대승기신론소가 생각난다.

원효의 화쟁사상(和諍思想)은 상대를 인정하고 치우침이 없는 답을 찾는 것으로
화쟁(和諍)이라는 말 자체가 조화롭게 다툰다는 의미다.

 

기본적으로 나는 정치적인 글을 읽더라도 "화쟁"을 중심에 놓고 대하려고 한다.
그러나 현실은 이상과 달리 정말 말도 안되는 주장을 접하고 보면
화쟁이라는 말은 저 멀리 가고 열을 받는 경우가 종종 있다.


수양이 덜 된 것이다.그런데 요즘은 그 빈도가 점점 줄어든다.
득의망언...뜻을 얻으면 말을 잊는 순간까지 가려면 한참이겠지만..

 

나이가 들어 투쟁성이 약화된 것인지?

 
아니면 수양이 되어가는 것인지는 나도 모르겠다.

 

그래도 억지주장이나 가짜뉴스를 접해도 한번 더 "화쟁"을 떠올려보는 것은 이롭다.
원효의 "대승기신론소"에 화쟁사상이 잘 나타나있다.

화쟁사상은 물과 얼음이 같고,삶과 죽음이 통하며 ,고통과 행복의 본질이 다르지 않은 것 처럼,
남과 나도 다르지 않기에 모순과 대립된 주장들도 조화로운 다툼을 통해 얼마든지
하나로 합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대웅전의 꽃창살은 세월과 함께 멋지게 나이를 먹는다.
일부가 떨어져간 모습도 역사이다.

일본인 가옥거리가 우리에게 아픈 기억을 되살릴지라도 그것 또한 그대로 기억해야만
우리가 다시는 그런 몹쓸 상황을 만나지 않는다.

 

 

 

해거름에 만나는 햇살은 어찌도 이렇게 아름다운가?

헐레이션[halation ]은 피사체에 강한 빛이 비치는 경우 광채가 나고, 반짝이며,
그 주위에 달무리 같은 것이 생기는 현상인데 그런 모습이 여기 저기서 보인다.

 

 

 

 

오어사엔 작은 유물전시관이 있는데 원효의 삿갓과 숟가락
그리고 목비가 있다.그리고 무엇보다 동화사 스님들이 공동으로 발원하여 보낸
오어사동종(

浦項魚寺銅鍾)

이 있다.

용의 이마에 두 개의 뿔이 보이는 것은 이채롭다.

이종에서 특히 주목되는 것은 당좌 위로 위패 모양의 명문을 돋을 새김해 놓았는데
오늘 보경사부터 자주 보

 

옴마니반메훔’으로 보이는 육자광명진언(六字光明眞言)이다.

 

원래 진언은 쉽게 말하면 주문(呪文)인데 밀교 형식이다.
오늘 오어사에 오랜만에 와보니 해수관음상을 세워 놓았는데 이 또한 밀교 형식이었다.


 

이 동종은 1995년 11월 6일 오어지 상류 준설작업 중 굴삭기 기사에 의해 발견되었는데
종에 그 흔적이 보인다.

뻘 속에서 발견되어 산화되지 않은 모습이
똥속을 벗어난 물고기 같은 생명이 느껴진다.

 

 

포항에 무슨 유물이 있어 문화유산 답사를 간다고 묻는 분도 계신데
찾아보면 의외로 볼거리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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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는 바람처럼, 흐르는 물처럼
어진 산처럼,방랑의 은빛 달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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