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공산 암자)산은 높고 바다는 넓어서 서로 침범 하지 않아야 하거늘..

 

- 언제 : 2011년 3월12일 10:00~18:30
- 얼마나: 2011.3.12 12:00~16:00(4시간)
- 날 씨 : 대체로 맑음,박무
- 몇 명: 홀로
- 어떻게 : 자가SUV
▷은해사-백흥암-중앙암-묘봉암-은해사
- 테마: 암자순례산행
- 호감도ː★★★★

 

생태계生態系,ecosystem는 어떤 지역 안에 사는 생물군과,이것들을 제어하는 무기적환경요인이 종합된 복합체계이다.생태계는 빛,기후,토양 등의 비생물요소와 모든 생물 구성원으로 이루어진 생물요소로 나뉜다.보통 생태계 먹이사슬은 순환을 위해 잘 짜여진 그물망과 같다.식물은 곤충과 같은 1차 포식자에게 먹히고,2차는 3차에게 3차는 4차 포식자에게 동화된다.호랑이,수달,매와 같은 육해공의 4차 포식자가 건재하다는 것은 생태계의 유기체 즉 생물이 당양하다는 것을 의미한다.생물다양성이 클수록 지구의 생태가 안정되고 탄력이 있다는 의미다.서식지 오염과 과도한 사냥,환경파괴로 다른 종의 멸종을 부채질한 인간은 생물다양성을 낮춘 주범이다.

 

생태계가 비생물적인 요인까지 고려하면 인간이 포식자의 최상위는 아니라는 느낌이 든다.사실 주변에 호랑이가 없어진 지금 호랑이가 피부에 와 닿는 포식자 느낌은 없다.나에게 있어 "살아 움직이는 느낌이 드는 것" 중에서 나보다 강한 실제적인 위협은 무엇일까? 비생물적인 요인까지 고려하면 증권회사에 다니는 이상 "주식시세"가 나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놓을만한 위협이고,지구별에서는 아마도 최상위 포식자는 "와이프"라는 우스개 소리도 사실 수긍이 되는 측면도 있다.일본의 진도 8.8의 대지진을 보면서 지구별의 최상위 포식자는 인간이 개발한다고 온갖 환경파괴를 가하여 "이지메[いじめる;괴롭히다]"를 당한 "지구별" 그 자체라는 생각이 든다.시속 800Km 속도와 10M의 파고를 등반한 지진해일을 보면서 생뚱맞지만 "지구는 살아있다"는 것을 증명했으니 지구별이라는 거대한 생물체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지구별이라는 개념도 나오기 전에 그리스는 땅을 인격화한 것인지 모른다.[가이아[Gaia]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땅의 여신이다.만물의 어머니로서 땅을 인격화한 신이다.

 

2006년 나왔던 영화 "일본침몰"에서 일본열도와 태평양 플레이트 사이에 가공할 위력을 지닌 "N2"폭약을 투여,열도와 플레이트를 분리시키는 자구노력을 한다.과거 한국과 중국에 저지른 잘못 때문인지 모르지만 "일본침몰"의 코마츠 사쿄는 저들이 "일본해"라고 우기는 "동해"를 경유해 우리나라로 헤엄쳐 오지만 한국은 바리게이트를 쳐서 일본인들이 못오게 봉쇄한다는 내용을 보여준다.작가는 세계 여러나라들에게서 고립되어 있는 일본의 모습을 보여주려는 의도였는지는 모르지만 한국인들을 결과적으로 매정하게 묘사했다.일본은 과거사로 인한 한국의 역사적앙금을 이유로 그렇게 내용을 설정했겠지만 일단 영화는 그렇게 진행된다.영화에서 일본인들은 역설적으로 끝까지 인간의 "담대하고도 위대한?" 모습을 보여주고자 가이아에게 도전하는 모습이다.

 

고통을 당하는 것은 시간이 지나면 더욱 단단해진다.나무의 옹이가 그렇듯이 일본인들도 잦은 지진으로 죽음을 목전에 두고도 질서정연하며 차분한 그들의 모습은 같은 인간으로서 전율을 느끼게 한다.무너진 식료품 가게에 주인이 없어도 약탈은 없다.줄을 길게 서서 질서를 지키며,공중전화는 무료,공공시설은 이재민 시설로 내 놓는다.보급품도 다른 사람들을 위하여 필요한 수량만 받아간다.상인들은 이런 재난 시기에 돈을 버는 것은 옳지 않다는 판단아래 재난상황으로 귀해진 물건 값을 더 싸게 해서 내 놓는다.그 동안 수많은 지진상황이 방법과 정신면에서 새로운 인간상을 구현한 것이다.어떻게 보면 이런 비(?)인간적인 측면들이 나를 전율케 하는지 모른다.그들의 국민성으로 미루어 볼때 시간이 지나면 더욱 단단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과거 피도 눈물도 없던 모습을 보여준 일본,영화 일본침몰에서 조차 한국인을 매정하게 묘사한 일본이지만 실제 한국의 현실은 뉴스가 보도되자마자 대통령은 누구보다 먼저 비상대책회의를 열고 구조대를 만들어 재난으로 경황없는 일본의 승인이 떨어지기를 기다리는 모습이다.이런 모습에 대하여 인류애적인 관점에서 용기를 붇돋우며 응원하는 바이다.결코 폄하해서는 안된다.다만 구제역을 비롯한 국내적인 재앙에도 이런 모습을 보여주었으면 얼마나 좋았겠는가?

 

 

허리염좌(보통 우리가 허리가 삐었다고 표현 하는 그 것)로 등산을
4주째 쉬었다.재활치료를 받고 약을 먹으며 아직 완전하지는 않지만
그런대로 많이 좋아졌다.가벼운 등산은 재활치료에도 도움이 된다고
하니 오랜전 부터 가보고 싶었던 암자순례를 실행에 옮겼다.

 

은해사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산문으로 들어가려는데 문화재관람료
를 받는다.신도증을 안가져 왔으니 2,000원 관람료를 지불하고
입장한다.주차비는 받지 않는다.들어서자 마자 보이는 기품있는
소나무들이 눈을 즐겁게 한다.

 

은해銀海사...은빛이 바다라는 의미다.신라의 진표율사도



"한 길 은색 세계가 마치 바다처럼 겹겹이 펼쳐져 있다."고 했다.
一道銀色世界 如海重重

 

승보박물관에 들어가니 완당 김정희의 불광佛光이라는 편액 글씨가
보이고 일타스님의 유품들이 보인다.

 

"참 좋은 인연입니다."라는 책에 보면 일타스님에 대해서는 잘 나와
있는데,약간 소개하면...

 

"오른손 열두마디를 모두 부처님 앞에 연지연향(燃指燃香)
했던 인욕의 화신,한 자리에 앉아 하루 한끼만 먹고 눕지 않으며
6년을 홀로 토굴서 정진했던 치열한 수행자.살아생전 연지연향으로
사라진 오른손에서 생사리가 끊임없이 쏱아졌던 고승.친.외가를
포함해41명의 대가족이 모두 출가하는 전무후무한 불연의 집안
등..."

 


 

일타스님의 임종게 마지막 두 귀절이 눈에 밟힌다.

 


"생사열반 이 모두가 오히려 꿈이러니
산은 높고 바다 넓어 서로 침범하지 않네"

 

TV화면을 통해 한단계 걸러서 본 일본지진과 해일의 참상은
현실이지만 너무도 비현실적이어서 오히려 영화의 한장면 같았다.

 

극도의 심적인 피로감과 육체적인 피로로 잠시 잠에 들었다가
눈을 떠보니 이재민을 수용하는 학교 강당이라면 얼마나
현실과 꿈 사이의 "꿈 같은 악몽"에 몸서리를 치겠는가?

 

산은 높고 바다 넓어 서로 침범하지 않아야하는데,
바다가 산을 침범하니 종말론이 나올만도 하다.

 


밖으로 나오니 대웅전 글씨도 추사의 글씨다.최완수 선생은
"무르익을대로 익어 모두가 허술한 듯한데 어디에서도 빈틈을
찾을 수가 없다."라고 극찬한 글씨다.한참 글씨를 들여다보다
사진을 찍는 것도 잊어버렸다.추사글씨가 은해사엔 다섯점이나
있으니 이것만으로도 가 볼만한 곳이다.


차도 다니는 넓은 임도를 따라 산으로 들어가니 사방댐을 생긴 저수지
가 나온다.이후 갈림길에서 우측으로 진행하니 백흥암이 보인다.

 

보물 제486호인 극락전 수미단을 보고 싶었지만 스님들이 정진중
이라는 알림글을 보고 바로 중앙암으로 향한다.

백흥암을 뒤로하고 계곡 옆 산길을 오르는데 묘한 나무를 구경한다.
흡사 힘있는 소나무가 자신보다도 휠씬 얇고 가는 나무를 피하여
또아리를 틀며 자라는 듯한 나무가 있었다.수령으로 볼때는 아마도
소나무가 먼저 자라고 이후에 작은 나무가 자란 것으로 보이는데
어떻게 저렇게 절묘하게 상생하며 자랐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이후 한참을 오르고 오른다.은해사에서 중앙암까지는 4.8Km이다.
허리때문에 배낭도 없이 단지 카메라만 가지고 올랐다.관람하는
암자에 물은 있을 것이니 물도 없이 오르는 정말 단촐한 행장이다.

 


그런데 막상 백흥암에 도착하니 산문이 잠겨져 있어서 그냥 중앙암
으로 제법 힘들게 만든다.입술도 바짝 탈 무렵 만년송에 도착했다.

 

만년을 살았다는 만년송은 바위와 소나무가 빈틈없이 구색을 맞추고
있어서 그 모습이 실로 절묘하다.만년송을 보기 위해 좁은 바위문
을 통과하는 것도 신비감을 더한다.


만년송을 보고 단애로 나오니 삼인암三印岩이라는 글씨가 씌여진
너럭바위가 나온다.옛날에 세 사람의 고승이 머물며 법을 전한 곳
이라는 의미를 간직한 명품 바위라고 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삼인암 뒤쪽 위를 바라보면 한자로 군수 조재득,원주판관,고성현감
의 인印 즉,관인을 가진 세 사람의 이름이 새겨져있어서 삼인암
三印岩인 것이다.이런 사연에 이곳에서 치성을 드리면 고시에 합격
한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고 한다.

 

삼인암에서는 앉아서 휴식하기도 좋은 자리인데 이미 중년의
여성탐방객 세분이 앉아서 그 중 가장 연장자로 보이는 "언니"가
말를 걸어온다.

 

커피한잔,초코파이 하나,자몽 한쪽,방울토마토 3개를 대접밥는다.
이곳이 三印岩인 줄 알았더니 三仁岩인 모양이다.그렇지 않아도
조금 시장기도 돌고 출출했는데, 그맛이 기가 막힌다.

 

산에서 마시는 커피 맛이야 어느곳이나 일품이지만 삼인암이라는
명품바위에서 마시는 커피는 값으로 따질 수 없을 것이고,속을
든든히 해주는 쵸코파이에 자몽과 토마토로 후식이라니...
완전히 맛의 십문팔이다.조금도 과하지도 모자라지도 않는다.

 

감사 인사를 드리고 바로 아래 중앙암(돌구멍절)으로 내려간다.

 

그곳에 경상북도 유형문화재 332호로 지정된 고려시대의 중앙암
3층석탑이 있다.극락굴(화엄굴)은 3충석탑 뒤에 큼지막한 바위가
있는데 그 속에 사각 모양의 좁은 돌구멍이 있다.예전 김유신 장군
이 수도하면서 비책과 신검을 얻었다는 전설이 전해져 내려오는 곳
이다.

 

드디어 돌구멍절(중앙암) 입구가 나온다.자연석의 바위와 한그루의
괴목이 인상적이다.천왕문이라는 돌표지석이 보이는데 정말 한그루
의 괴목과 3개의 바위군이 4천왕을 떠올리게 한다.안으로 들어가면
깊이를 가늠하기 힘든 절벽 위에 지어진 기막힌 해우소(화장실)가
있다.

 

재미난 전설같은 내용이 벽에 붙어 있다.

 

"우리 절 뒷간은 그 깊이가 어찌나 깊은지 정월 초하룻날 볼일을 보면
섣달 그믐날이라야 떨어지는 소리가 들릴 정도다."라고 돌구멍절
스님의 자랑은 조계산 선암사 해우소 자랑과 유사한다.한눈에 보아도
선암사 해우소 보다는 훨씬 깊다.

 

범당 우측의 천태란야(天台蘭若)는 천태산 정상에서 나반존자사
조용한 수행처로 삼고 있다는 의미. 즉, 이 곳에서는 나반존자의
탱을 모셔 놓은 전각현판이다.중앙암의 옛이름은 천태사라는
이야기도 있다.

중앙암을 내려와서 임도를 지나 묘봉암으로 가는 산길이 보인다.
산허리를 돌아보니 다른 임도가 나오고 그길을 따라 오르니
묘봉암의 모습이 보인다.현재 불사 진행 중이고 가장 큰 건물인
원통전이 보이는데 과거 석굴 위에 건물을 지은 것이라고 한다.

 


실제 건물 안으로 들어 온 바위가 보인다.뒤쪽에 대나무에 둘러
싸인 산신각이 있는데 산신령과 호랑이 상이 있고,뒤에 같은 모습의
탱이 있다.산령각 옆 석간수는 불치의 병도 낳게 해준다는 석간수는
신비의 약수가 유명하다.


중앙암과 묘봉암 모두 차를 타고 갈 수도 있지만,시간이 난다면
나차럼 천천히 걸어서 찾아가는 것이 산문 안에서는 더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임도로 내려오니 중년의 여성등산객 한분이 내려오면서 쓰레기를
수거하며 내려오는 모습이 보인다.이래저래 이곳은 참 좋은 것이라는
생각이 미친다.

 

급하게 산을 내려오던 멧돼지 한마리가 발을 헛디뎠는지 뒷발이
돌아간 모습으로 돌에 놓여있는 사체가 보인다.삶과 죽음도 자연의
일부라 했지만 사람이든 짐승이든 사고사는 보는 이로 하여금 가슴
짠한 느낌이 든다.

 

집으로 오는 길에 차에서 소리 높인 것은 김영임의
회심곡이었다.부모님 은혜,저승사자,풍도지옥,극락왕생이 연이어
진다.

 

"장차 백세를 다 산다고 해도,병든 날과 잠든 날에,걱정근심
다 제하면 단 사십을 다 못사는 인생.한번 아차 죽어지면 싹이 날까
,움이날까, 이내 일신 망극하다."

 

"배 고픈이 밥을 주어 아사구제 하였는가?
헐벗은 이 옷을 주어 구난공덕 하였는가?
목 마른이 물을 주어 급수공덕 하였는가?
병든 사람 약을 주어 활인공덕 하였는가?"

끝은 이렇게 맺는다.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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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는 바람처럼, 흐르는 물처럼
어진 산처럼,방랑의 은빛 달처럼

風/流/山/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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