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매산)취중산행에 눈닿는 곳마다 철쭉은 강인한자태를 뽐내고

- 일 자 : 2003.5.4
- 산행시간 : 2003.5.4 12:10 ~ 17:50 (5시간40분)
- 날 씨 : 화창한 맑은 날씨
- 등반인원:50명
- 산행코스
▷가회면 두만-황매평전(목장)-황매산 정상-영화주제공원
-철쭉축제장-모산제-영암사
- 개인산행횟수ː 2003-18회
- 산높이ː 황매산 황매봉 1108M
- 좋은산 개인호감도ː★★★★




08:00

올해들어 봄꽃산행을 위해 화왕산,비슬산,천주산엘 갔지만 그리 만족스럽지 못하여 초여름이 시작되는 5월에 다시 한번 희망을 가지고 철쭉산행에 도전한다.아직 산에서는 봄날이 가지 말았기를...


전날 부모님과 동생들 내외를 포함하여 17명의 가족이 우리집에 모여 집들이를 했다.다들 차를 가지고 와서
준비한 산사춘 술을 먹는 시늉만 하는데 나는 우리집이라서 맘 편히 먹을 수 있었다.덕분에 오늘 산행도
만만치 않으리라...배낭을 메고 시민회관으로 가니 일전에 비슬산에 간 멤버들 중 백두산에 간 김산행대장을 빼고
모두 다 모였다.박사,진우님,저니,오차장,안문숙,수키,젊은오빠(7학년),총무 그리고 나....

그리고 일주일전 마이산에서 본 선생님 내외.나무님....눈에 익은 산행멤버를 보니 괜시리 기분이 좋아진다.

차에 앉자마자 걸어서하늘까지님이 내미는 신문지속에 포도주가 있고,박사님은 산사춘을, 나는 포켓양주병...

벌써 오늘 분위기는 철쭉 꽃만 있다면 말그대로 花下醉(화하취-꽃 아래서 취하다.)가 될터...

전날 새벽3시까지 작업을 좀 했기 때문에 졸음이 쏟아진다.많은 취미생활을 거친 이후로 이제 등산이 저와 가장

잘 맞는 취미생활이라는 것을 알았고 앞으로 더욱 산행에 대해서 내가 필요한 나만의 자료를 축적하려고

개인사이트를 하나 만든다고 꾸물거린것이 문제였다.

"배낭 메고"(http://www.HangSack.com)라는 이름으로 도메인도 받아놓은 것이 있었고 기존 홈페이지 포맷도

있었기 때문에 한3시간 정도 뚝딱했더니 그런대로 모양새는 갖추고 잤었다.그런연유로 차에 타자마자 아주달게

잠을 잤는데 일어나보니 차가 거의 정차되어있다.모두들 차를 끌고 나온모양이다.안그래도 산인쪽은 차가 거북이

걸음인데 오늘 거의 주차장 분위기다.

예상보다 1시간여 늦게 거의 12시가 넘어 산행들머리에 도착했다.

12:20~12:58




산행시작지점은 콘크리트 도로다.도로를 따라 걷다보니 쉽게 땀이 흐르고 지친다.출발부터 영 불안하다.

도로를 따라 걷다가 산길로 접어들며 숲길이 조금 이어지는가 싶더니 바로 목장으로 가는 도로가 나타나다.

황매산은 화장실이 없고 물이없고 마사토라서 미끄러움에 주의하라는 말을 들었는데 아직까지는 물도 보이고

흙도 마사토가 아니다.황매평원 목장길로 들어가니 아늑한 평원에 한가로운 평화가 감돈다.

어머니 품속같은 아늑한 기운때문에 전혀 산길을 걷는 느낌이 없다.

오늘 황매산은 철쭉제 때문에 인파가 많이 몰렸고 음악소리가 들려와서 다소 언짢다.하지만 철쭉들이

군데군데 보이기 시작하면서 한껏 기분이 좋아진다.다만 아침을 안먹은 이유인지 허기지고 걷는데 힘이 없이

기계적으로 발걸음을 뗀다.허기는 지지만 철쭉의 자태에 눈길이 자꾸간다.

13:12~13:22




완만한 능선에 올라서니 반대쪽 아래에 철쭉축제장이며 영화주제공원인 단적비연수 세트장이

눈에들어오고 가는 방향 우뚝 솟은 봉우리가 황매산 정상인것 같다.식사하고 올라가자고 꼬셔보지만 다들 힘이

솟구치는지 조금만 더가자고 한다.

13:37

:::아래에 단적비연수 영화세트장이 보인다.

겨우 구슬려서 황매산 정상 아래에 터를 잡고 거의 오후 2시가 다되어 식사를 한다.숨겨놓은 술들이 나오는데

백세주,포도주,산사춘,발렌타인17년산으로 각자 뱃속을 핵폭탄제조 중수로 삼아 한순배돌고 나니 산상화원에서

더 이상 올라가고 싶지 않고 철쭉꽃군락 아래에서 드러눕고 싶은 심정이다.그러나 식사를 하고나니 정상을

밟아보고 싶어서 한걸음 한걸음 올라가니 술기운으로 올라가는 느낌이다.


14:21

:::철쭉의 유혹에 이끌려 걸어올라간다.

14:47
드디어 황매산 정상에 발을 올려놓는데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기념촬영도 쉽지 않다.겨우 앉아서 기념촬영을 하고

지름길로 내려오니 멤버들이 산아래로 내려오고 있다.




이제부터 본격 철쭉 산상화원에서 신선이 되어 논다.땀이 모자 챙 끝으로 몰려

10초당 한방울씩 떨어지지만 마음만은 날아갈듯하다.정상아래에서 단적비연수 세트장까지는 철쭉이 만개해서

그 동안 봄꽃산행의 허기를 단숨에 날려보낸다.

15:09~15:17





영화세트장으로 내려오니 화장실도 있고 물도 있다.

15:18~15:26



15:27~16:22
세트장을 보고 바로 모산제로 향하는데 철쭉꽃 프레이드는 계속이어진다.장승이 서있는

철쭉행사장을 지나 마지막 힘을 모아 산능선을 올라간다.






16:44
드디어 모산제 표지석이 나타난다.

:::모산제

모산제 이후는 장쾌한 암릉능선길이다.모산제 이전의 산행은 아늑한 어머니 품속이라면 모산제부터는

천애고도의 절벽과 빼어난 암릉과 바위에 박혀있듯 피어있는 철쭉의 앙상블은

그 자체로 거대한 분재이며 동양화이다.

16:45
반대쪽엔 철계단이 하늘에서 땅으로 놓여있듯 걸려있다.


흙도 한줌없는데 바위에 꽃혀있듯 피어있는 철쭉을 보며 철쭉의 강인한 생명력을 느낀다.

16:46

:::얼마나 대견한가?


철쭉에 대한 永漢의 단상

철쭉은 대자두견화.신두견.척촉. 산척촉. 철쭉꽃.철쭉나무.개꽃나무로 불려진다.

봄의 끝자락 5월 중하순에 들어서면 소백산, 지리산, 태백산 등 전국 높은 산꼭대기에 군락으로 자라는 철쭉은 분홍빛 꽃모자를 뒤집어쓴다. 산기슭의 큰 나무 그늘부터 바람이 생생 부는 높은 산? 꼭대기까지 어디에나 잘 살아갈 만큼 철쭉은 생명력이 강하다.진달래와 철쭉종류(철쭉, 산철쭉, 영산홍)는 꽃 모양이 비슷하여 관심있는 이들도 혼란스러워한다.

우선 진달래는 꽃이 먼저 핀 다음에 잎이 나오므로, 꽃과 잎이 같이 피는 철쭉 종류와는 쉽게 구분할 수 있다.옛 사람들은 철쭉을 척촉(擲燭)이라 하였다. 꽃이 너무 아름다워 지나가던 나그네가 자꾸 걸음을 멈추어 철쭉 척(擲)자에 머뭇거릴 촉(燭)자를 썼다 하며,또 다른 이름인 산객(山客)도 철쭉꽃에 취해버린 나그네를 뜻한다.그러나 그 보다도 철쭉꽃에는 마취성분을 포함한 유독성분이 포함되어 있고 중국에서는 양(羊)이 철쭉을 잘못 먹으면 죽기 때문에 양척촉이라는 이름이 있다고 본초도감에 적혀 있는 것으로 보아 양이 척촉꽃 앞에서 머뭇거린것이 어원이 된 것으로 보는 것이 맞을 것 같다.

삼국유사에 보면 성덕왕(702-737) 때 순정공(純貞公)의 부인 수로(水路)는 신라 제일의 미인이었다.공이 강릉 태수로 부임하는 길에 따라나선 수로부인은 천길 절벽에 매달린 철쭉을 따 달라고 한다. 주위의 모든 사람이 위험하다고 거절하자 지나가던 노인이 몰고 가던 암소를 팽개치고 절에 기어올라 철쭉꽃을 따다 노래까지 지어 바쳤다고 한다.꽃말은 자제,사랑의 즐거움이다.머리를 들어 벼랑을 쳐다보니 타는 듯 붉은 꽃?피어있지 않겠습니까?

"저 꽃을 꺾어 줄 사람은 없오?" 수로부인이 잔잔히 입을 열었습니다.
그러나 벼랑이 워낙 험해 꽃을 꺾어 바칠자는 없었습니다.

이 때 한 노인이 벼랑의 꽃을 꺾어 바치며 노래를 읊조렸습니다.

붉디 붉은 바위 끝에
잡고 온 암소를 놓아두고
나를 부끄러워 아니 한다면
저 꽃을 바치겠나이다.


이 노래가 삼국유사에 전해오는 헌화가다.그 할배가 어떤 사람인지 알 수는 없다.박상진 교수는 국어사전이건 옥편이건 가릴 것 없이 척촉은 철쭉꽃이라고 설명한다.하기야 철쭉이라는 말부터가 한자말 '척촉'의 변종이다.한데 박 교수는 이런 상식을 일거에 뒤집어 버린다. 바위가 많은 절벽에 붙어 자란다면 철쭉보다는 진달래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진달래는 철쭉보다 해가 잘 드는 남쪽면을 더 좋아하고 바위 틈에서도 잘 자라기 때문'이라고 한다.참꽃(진달래꽃)은 약용으로 효험이 있다. 조경(調經), 활혈(活血), 진해(鎭咳)에 효능이 있다 하고, 민간에서는 비상약제로 사용하였다.예를 들면 고르지 못한 달거리에 효과가 있으니 혹시나 수로부인의 건강이 나빠져 높은 곳에만 철 늦게 피어 있는 참꽃을, 목숨을 걸고라도 따 오십사 하고 간절히 부탁한 건 아닐까? 세상 물미를 아는 노인이, 명경알같이 훤한 낭떠러지 길을 아는 노인이 부인의 애타는 마음을 꿰뚫어 보고 참꽃(진달래꽃)을 꺾어 바친 것이 아닐까?하는 것이다.

나도 그렇게 생각했다.나무에 저명한 교수의 말이니 내가 무슨 재주로 반론을 펴겠는가?그러나 오늘 나는 여기 황매산에 와서 삼국유사의 척촉이 철쭉일수도 있겠다고 말하고 싶다.

위 사진만으로 이해가 불가능 하면 아래 사진도 보길...

:::바위에 점점이 박혀있듯 피어있는 저 철쭉꽃이 보이는가?

철쭉꽃은 민간요법으로 두부백선에 좋다고 한다.아마 천하미인인 수로부인이 머리에 피부병을 심하게 앓았던 것은 아닐까? 피부병 이거 약없으면 하루종일 가려워서 미치는데...그래서 할배보고 목숨걸고라고 꺽어달라고 했을터...


옵션으로 공부 좀 더해보자.


진달래와 철쭉의 차이점


1.우선 시기적으로만 비교하면, 진달래가 조금 더 일찍 핀다. 진달래는 산수유와 벚꽃 사이에 핀다.
산수유가 일단 피고 진달래가 피고, 일본목련이 피고, 일본 벚나무가 핀다. 그런 뒤에 철쭉이 핀다.

2.철쭉은 끈적거린다.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다면, 지나가다가 진달래를 한 번 만져보고,
철쭉의 꽃봉오리도 한번 만져보시길.. 분명 끈적거리는 것이 철쭉이다.

3.진달래하면 꽃만 떠오르지만, 철쭉하면 잎도 함께 연상된다.
진달래는 4월 초순경에(어디까지나 중부지방 기준) 잎도 나기 전에 꽃부터 피어버린다.
(아마 그래서 젊은 여자가 미치면, 진달래를 많이 물고 있나보다). 그러나 철쭉은 잎과 함께 꽃이 핀다.

4.철쭉의 꽃이 진달래보다 더 두껍고, 크기도 더 크고, 꽃잎에 있는 점도 더 많다고 합니다.
다시 한 번 더 보면, 진달래가 철쭉에 비해 하늘거리는 느낌을 줍니다.

16:54~57
모산제에서 내려오면서 보이는 풍광이 아름답다.



모산제에서 내려와서 영암사지를 지나 버스에 도달하니 오늘의 철쭉산행은 끝이났다.
오늘 황매산에선 철쭉의 강인함과 지천으로 피어있는 군락에 놀라고
모산제 이후 빼어난 암릉능선길에 놀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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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하는 모든 것 속에서 자신을 만난다.
風流山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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