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래봉)오를땐 불만이던 林道가 산악구조대 차량타고 하산할땐 고마워

- 일 자 : 2003.5.17
- 산행시간 : 2003.5.17 11:20 ~ 15:30 (4시간10분)
- 날 씨 : 너무나 화창한 무더운 날씨
- 등반인원:40여명
- 산행코스
▷바래봉 주차장-임도-바래봉 정상-팔랑치방향에서 산악구조대
차량타고 원점회귀
- 개인산행횟수ː 2003-19회
- 산높이ː 지리산 바래봉 1167M
- 좋은산 개인호감도ː★★


08:00
좀처럼 이번산행을 어디로 갈지...그리고 갈수 있을지 종잡을 수가 없었다.18일은 HAM행사도 있고 가족일도 있었는데 내가 자주가는 산악회에서 가는 일요일 제주도 한라산 철쭉산행도 욕심이 생기고..그럭저럭 시간만 지나고 있었다.그러나 갑작스레 토요일 등산을 가기로 결심하고 오차장에게 의향을 물어본 후 바래봉 가는 푸른산악회를 따라가기로 정했다.

금요일 저녁 산악회에 전화를 걸어 빈자석을 확보했지만 조금 일찍 오라고 한다.보통 시민회관에서 출발하는데 이번엔 교대앞 한양프라자로 나오라는 것이다.챙겨갈 것들을 모두 집어넣고 마무리로 디카와 스톡 그리고 스카프를 가져가려고 입구에 두었다.

콜택시가 와서 급하게 내려와서 교대 앞에 도착했는데 디카가 안보인다.집에서 빠져버린 모양이다.집에 전화를 걸어 와이프에게 디카를 가져오게하면서 오늘의 등산 일진이 뭔가 순조롭지 못하다라는 불길한 예감이 든다.

08:30~11:20
총무와 인사를 하고 버스에 대기하는데 오늘 등산하는 분들의 나이가 내보다는 평균 10년은 훨씬 더 되어보인다.완전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들이다.토요일과 화요일 일주일에 두번 등산가는 산악회라고 하는 걸 보면 얼마나 산을 좋아하시는 분들인지 알만하다.김해까지 중간중간 회원들을 픽업하면서 산인을 지나 문산휴게소 잠시 휴식후 바로 바래봉 주차장에 도착했다.주차장은 온통 철쭉 축제로 난장이 섰다.돼지바베큐,은어회 등 각종 먹거리가 진을 치고 있는데 오늘의 하산주는 무척 푸짐할 것이다.

11:25

:::오늘 올라갈 코스를 확인하고

산행들머리에 접어들어 운지사 뒤로 오르려고 했는데 산악감시인들이 출입을 통제해서 임도를 따라 걸어갔다.그늘 한점 없는 임도를 따라 오르는데 일사병에 걸릴 지경이다.구름한점 없는 화창한 날에 전일 내린 비로 후덥지근한 열기가 사람을 빙 돌게 만든다.그리고 임도는 왜 그린 넓은지..등산을 온건지 탐방로를 따라 관광 온건지 구분이 안된다.

12:11


:::산행 들머리에서 아래방향과 위 방향

이거 양산을 쓰던지..완전히 사막을 걷는 기분이다.그래서 무전기를 꺼내 군산방송국에 맞추어 라디오를 들어며 걷는다.정보도 듣고 노래도 들으며 지루한 임도를 따라 좌회전 우회전하며 걸으니 한결 낫다.

12:26~12:37
임도 확장공사라도 하는지 포크레인이 보이고 온통 작업분위기다.넓은 임도를 더욱 도로답게 꾸미는 모양이다.임도를 따라 지리산 이름에 걸맞게 지리하게 오른다.한낮의 뙈약볕을 오르는데 팔이 따가울 정도이고 평탄한 길을 걷지만 더워서 땀이 제법 흐른다.



12:56~13:05
임도에서 능선길로 바뀌었다는 느낌이 든다.한라산 오름같이 여인의 젖무덤같이 너무나 부드러운 능선을 따라 볼록한 곳을 오르니 조금만 더가면 바래봉 정상이다.오후 1시 5분이다.바래봉은 표지석도 없고 그저 지리산의 여러 봉우리 중 하나일 뿐이다라는 겸손함을 알려주는 것 같다.



13:08
바람이 불어 다소 시원한 감이 있지만 볕이 너무 강해서 오래 있을 수가 없다.다시 능선길을 따라 하산을 하는데 제법 나무 높이가 큰 나무들이 밀집되어 있는 그늘에서 식사를 하기로 했다.내려오면서 지나온길과 가야할길을 보니 부드러운 능선길이 리듬있게 이어지고 있다.



13:15
다소 경사는 지지만 그늘이 있는 시원한 곳에서 식사를 한다.김밥을 먹기전 시원한 물 한컵을 마시려고 수통을 열었더니 얼음이 그대로 녹지 않고 채워져 있다.너무나 시원하다.보온 뿐 아니라 보냉도 되는 모양이다.


13:34
식사를 하고 능선길을 따라 하산하는데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철쭉이 있을 모양이다.


온통 나의 두눈은 철쭉을 찾고 있다.

수색(搜索) / 김영애

밤새 저 꽃등은 누가 켠 것일까?
저 잎새들은 어디서 달려온 것일까?
슬그머니 초록 심지를 꺼내는
멋쩍은 몸짓의 나무 가지를
봄 햇살이 어색하게 더듬는다.

야, 나무
너는 언제나 수상해


철쭉길이 2KM정도 이어진다고 하는데 다소 실망스럽다.이미 꽃들이 졌고 어떤 것은 몽우리 상태로 말랐다.불과 5일전만하더라도 화려했던 꽃잎들은 다 어디로 갔단 말인가? 어느정도 예상은 했지만 우리 아파트 내에 있는 철쭉은 거의 보름이상 화려하게 피어있는데...조금 남아 있는 철쭉들의 꽃빛깔을 보니 각양각색이다.흰색에 가까운 꽃도 있고 붉은 색에 가까운것도 있지만 연한 분홍색도 있다.

옛날엔 진달래나 철쭉 모두 척촉이라고 했다고 한다.남도지방 은어에 앳된 처녀를 일컬어 연달래라 하고 성숙한 처녀는 진달래,그리고 과년한 노처녀는 난달래로 부른다고 하는데 꽃타령이 생각나다.강원지방에서는 물가에서 자라는 산철죽을 수달래라 하고 물에 자라는 진달래를 뜻하지만 진달래는 독성이 적어 먹을 수 있어도 산철쭉은 먹지 못한다.그래서 우리가 철쭉 군락지도 볼수있다.황매산이나 여기 바래봉이나 모두 소들을 방목했고 소들은 철쭉만 남기고 다른 것은 모두 접수한 모양이다.황매산에는 목장이 있고 바래봉에는 축산기술연구소가 있는데 우연의 일치는 아닐 것이다.여하튼 앳된 처녀,성숙처녀,한물간 노처녀를 노래(?)한 꽃타령을 한번 볼까나...


꽃타령

"얀달래, 반달래 이 가지 저 가지 노가지나무/
진달래 왜철죽 맨드라미 봉선화/
흔들흔들 초롱꽃 달랑달랑 방울꽃/

즐거운 상상과 함께 이제 산길을 좌측으로 꺽으면 팔랑치 쪽 철쭉들이 보일 것이다.남아있을까?아니면 전부 또 다 졌을까? 궁금한 마음에 먼산을 바라보며 길을 걷는데 일순 왼쪽발이 허공에 뜬 느낌이다.그리곤 비명을 지르고 주저앉았다.발목을 접질른것이다.의학용어로 "염좌" 한마디로 삔것이다.인대는 늘어 났을 것이고 놀란 실핏줄들은 처음엔 벌겋게 그리곤 시간이 지나면 퍼렇게 되었다가 나중엔 까맣게 변할 것이다.역시 사고란 험난한 길보다는 사고가 전혀 날 것 같지 않은 평탄한 길에서 나는 모양이다.

군대 있을때 오른쪽 발목을 접질른 경험이 있기 때문에 이후 상황이 떠오른다.같이 온 산악회 집행진에서 파스를 주어 응급처치하고 휴식을 취한 후 다시 걸으며 팔랑치쪽으로 가려는데 아무래도 안되겠다.할수없이 오차장은 지나오면서 보았던 119산악구조대로 갔고 나는 뙈약볕에서 꼼짝 못하고 길가에 주저앉아 기다렸다.아침부터 일진이 사납더니만...

산에 가거든 / 김지헌

산에 가거든
그 안에 푹 젖어 보아라
가만히 귀를 대고
산의 맥박이 뛰는 소리를 들어 보아라.
세상의 모든 언약이 서서히
깨어지고 있는 소리를

산에 가거든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는
풀바람이 되어 보아라
고만고만한 인연들이 모여
제각기 만들고 있는 이야기를
들어보아라.

산에 가거든
그 경사진 산맥의 늙은 생애를,
울음소리를 들어 보아라
주인없는 무덤가에 피어난
탄식같은 햇살 한 움큼
소리 죽여 울고 있는 소리를
들어 보아라

:::그러나 발은 항상 제자리에 놓아라......:::

14:25

:::멀리 팔랑치를 뒤로하고....

15:26~37
핸드폰이 오고가고 몇번을 한후 산악감시원(공익요원)의 도움을 받아 다소 큰길가로 스톡 2개를 지팡이 삼아 어렵게 다시 회귀했더니 차량이 온다.오차장은 환자가 아니라서 태워주질 않아서 나 혼자 타고 내려오려니 상당히 미안하다.하기야 119산악구조차량이 택시는 아니지만..내려오면서 환자 1분을 더 싣고 입구에 오니 또 환자가 있단다.그래서 자리를 양보하고 내려왔다.장터까지 조금씩 조금씩 내려오는데 아침의 그 기분 좋은 느낌은 별로 없지만 구경거리가 많아 시간이 잘 간다.


:::119산악구조차량과 장터 골반춤을 추는 인형들

땡초가 하산주를 안할수는 없지..그리고 한잔하면 통증도 완화될것이라는 희망을 안고 은어회를 시키고 오차장에게 전화를 했더니 의외로 빠르게 하산해서 같이 한잔을 할 수 있었다.회에는 소주가 좋지만 오늘은 동동주로 하기로 했다.오늘의 하산주는 운봉주조장에서 빚은 운봉동동주이다.맛이 괜찮은 동동주다.요즘 민주당이 개혁통합신당을 만들면서 구주류니 신주류니 말들이 많은데 역시 주류 중엔 동동주가 최고다.게다가 수박맛나는 은어회까지 있으니 술술 잘 넘어간다.


16:20
버스를 찾아보니 보이질 않아서 전화를 해보니 주차 할 곳이 없어서 길 아래 쪽 2KM아래에 있단다.동동주로 취기가 오르니 정말 발의 통증이 많이 사라졌지만 간신히 내려가는 뒷모습이 안되보였던지 지나던 1톤 복스차가 버스까지 태워주신다.119산악구조차량은 머리털나고 처음 타보았지만 발목 접질른것으로 타기에는 상당히 미안한 마음이 많이 들었는데 우리 마을 옆 아저씨 같은 분의 차를 얻어타니 기분이 좋다.거리가 얼마 안되어 타자마자 곧 내렸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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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하는 모든 것 속에서 자신을 만난다.
風流山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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