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봉,웅산,불모산▲너무 높이 올라온 것일까? 그럴땐 바다를 생각해

- 언제 : 2004.12.19
- 얼마나: 09:10~16:10(7시간)
- 날 씨 :을씨년
- 몇명:30여명
- 어떻게 : 금정산우회 따라서
▷대발령↗천자봉↘↗시리봉↘↗웅산↘↗불모산↘상점령↘임도-대방동정류소
- 개인산행횟수ː 2004-47
- 테마:근교산행,
- 산높이ː불모산 802M
- 좋은산행 개인호감도ː★★★★




너무나 고요하여 호수같은 바다가 앞에 펼쳐져 있고,화선지에 번져버린 엷은 먹물처럼 흐릿한 날씨속을 걸으며 자연 성곽같은 능선길을 따라 진해,김해,창원을 관통하며 그 속에 녹아있는 절절한 전설과 만나고 왔다.

흐릿하게 번져간 엷은 먹물의 파노라마 중에서 가장 까만 부분은 바로 유두같은 시리봉이었다.먼곳일수록 실루엣만 보이고 그 아래는 흐릿하여 한폭의 동양화를 보는 듯한 날씨였는데 산길의 굴곡은 나신의 미인이 옆으로 누운듯했다.오늘 그곳을 한발 한발 지압하듯 밟으며 걸었는데 오늘 가장 낮은 곳인 상점령은 바로 이 미인의 허리였으리라.

오늘의 하일라이트인 시리봉은 멀리에서도 뚜렷이 그 모습을 볼 수 있었으며 아천자(雅天子)라는 기생과 대마도 역관의 사랑이 애달픈 사랑으로 결말 지어지기 전 까지는 이 시리봉이 등대 같은 역할을 했을 것이다.삼포 개항시기 무역을 하던 왜인들이 대마도에서 제포(齊浦)로 점점들어오면서 저 멀리 유두같이 오똑한 시리봉을 보고 제대로 물길을 찾아왔다고 안심했던 것 그대로 대마도의 역관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이후 삼포왜란 이후 대마도의 역관은 다시 제포를 찾지 못했을것이며 이로인해 기생 아천자는 시리봉 정상에서 망부석이 되어버렸을 것이다.아마 대마도 역관이 다시 제포로 돌아오면 제일 먼저 보았을 시리봉에서 아천자가 기다린 것은 너무도 당연할 것이다.나는 이 망부석을 보기 위해 시리봉 위로 한번 올라 가볼려고 했지만 여러사람들의 눈이 무서워 그 주위만 한바퀴 돌았다.

망부석되어 있는 아천자는 너무 높이 올라 온 것일까?너무 길게 기다린 것일까?

오늘 산행은 웅산,불모산,용지봉,대암산까지 예정되어 있었으나 나는 올해 용지봉과 대암산을 다녀왔기 때문에 창원터널 위 상점령에서 임도를 따라 집결지로 내려왔다.






9:10
8시까지 시민회관으로 가야 하는데 전일의 산행때문에 다소 피곤 했던 모양이다.7시 40분에 겨우 기상하여
배낭만 달랑매고 바로 시민회관으로 갔다.택시를 타고 가는 도중 먼저 온 일행에게 김밥도시락을 준비해 두게 하고...
경황없이 집에서 나오다보니 가져온 것은 수통의 물이 전부다.집에 박스로 있는 과일 하나 들고 나오지 못하고
아침식사도 거른채 이렇게 준비없이 산행을 간 기억이 없다.


10:06
한시간 걸려 대발령 고개에 도착하여 바로 산행에 접어든다.임도와 산길이 번갈아 나오는 길을 한시간
정도 오르니 천자봉 직전 전망대와 산신단에 이르른다.


전망대에서 땀을 훔치며 진해 앞 바다를 바라보니 이곳에 걸려있는 금수현 선배의 곡 "바다가 호수인가
호수가 바다인가" 그대로다.


:::진해 앞 바다


:::산신단과 천자봉

10:20~25
천자봉에 오르며 뒤돌아 보니 저 멀리 출발했던 대발령이 보이고 산줄기가 바다로 떨어진다.




10:30~47
천자봉을 넘어서니 시리봉이 멀리 보이고 그 앞의 나무 계단이 천상으로 오르는 계단처럼 웅장하다.



11:05~11
계단은 두차례 만들어져 있는데 실제 계단 오르기가 지그재그로 만들어져 있어 생각보다 힘들지 않다.




11:21~35
좌측으로 능선이 보이고 가까이 갈수록 시리봉에 대한 궁금증을 증폭시킨다.



:::시리봉 위의 저 바위가 아천자의 망부석인가?



11:48
시리봉너머는 웅산이 보이는데 갑자기 산길이 거칠어지며 암봉이 연이어 나타난다.
좌측으론 창원시내가 더욱 뚜렷하다.




12:16~31
가교 뒤로 산길이 좀더 아찔한 모습을 하고 있고 안민고개에서 오르는 등산객들이 보인다.
우리는 바로 불모산 방향으로 나아간다.중간 안부에서 식사하고 다시 불모산 방향으로 오른다.




13:38
불모산에 다가서니 철조망이 가로막고 이곳을 오른쪽으로 우회해서 다시 같은 방향으로 들어서면 된다.
자칫 우측길로 들수가 있는데 이곳은 화산과 굴암산 가는 방향이다.불모산(佛母山)은 확인 해보지는
못했지만 허황후와 관련있는 이름으로 판단된다.허황후의 오빠(장유화상)와 관련있는 장유사가
바로 근처에 있고 일곱자식이 성불했다는 것과 관련해보면 佛母라는 이름이 이와 관련있는 것으로 보인다.



14:33
불모산에서 상점령까지는 낙락장송이 넘어져있고 상대적으로 사람들이 많이 다니지 않아서 사색을 즐기기에
좋은 산길이었다.상점령의 보호수가 멋스럽다.





안골포 언덕에서 가덕도 바라보니
바다가 호수인가 호수가 바다인가
갈매기 날아가네 울면서 날아가네
고깃배 거북선인듯 그 옛날이 아롱지다

안골포 성위에서 수평선 바라보니
바다가 하늘인가 하늘이 바다인가
구름이 흘러가네 바람을 헤어가네
옛님도 가슴조인듯 그 함성이 들려온다

- 금수현 곡


생각보다 기나긴 임도를 따라 하산해보니 차라리 처음 예정했던 산길을 갔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쉬엄쉬엄 힘들게 내려오니 이미 오후 4시가 다되었다.이후 제대로 산길을 걸었던 분들은
그 뒤 한시간 뒤에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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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흐르듯 자연과 만나는 산행
風流山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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