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종주▲가을이 저 혼자 찾아 왔다 떠나는 것이지

- 언제 : 2004.10.16~17(1박2일)
- 얼마나: 총 24시간 40분 산행(개인기록) 2004.10.16 04:00~20:20(16시간 20분) 2004.10.17 05:30~13:50(8시간 20분)
- 날 씨 :전형적인 맑은 가을날씨
- 몇명:5명
- 어떻게 : 백두대간 산악회 - 렌트카 이용 ▷(첫날)정령치↗만복대↘↗성삼재↗↘노고단↘임걸령↗
삼도봉↘↗
토끼봉↘↗명선봉↘연하천산장↗삼각고지↘↗형제봉↘벽소령↗칠선봉↘↗영신봉↘↗촛대봉↘
세석평전에서
1박↗(둘째날)촛대봉↘↗연하봉↘장터목산장↗제석봉↗통천문↗천왕봉↘↗중봉↘↗써리봉
↘치밭목산장↗↘
유평마을


- 개인산행횟수ː 2004-43
- 테마:종주산행,단풍산행
- 산높이ː천왕봉 1,915M
- 좋은산행 개인호감도ː★★★★★

대우증권 경남지역본부 산악회인 백두대간산악회가 특별산행을 가졌다.지리산종주가 그것이다.여러모임이 겹쳐 한동안 고민스러웠지만 결국 지리산종주를 나서게 되었다. 차라리 모르면 쉽게 참여하겠다고 했을텐데 지리산 종주가 얼마나 힘든지 알고 있었기 때문에 더욱 망설여졌다.



노고단에서 천왕봉까지 활처럼 굽은 25.5㎞의 주능선은 노고단, 반야봉, 토끼봉, 칠선봉, 촛대봉, 천왕봉 등 1천5백m 이상의 봉우리만도 16개나 이어지는 험난한 코스다. 보통 우리나라의 경우 봄에는 한라산,여름에는 지리산,가을에는 설악산,겨울에는 덕유산 혹은 소백산을 찾는다.나의 경우도 이와 비슷한데 여름에 지리산을 찾은 기억이 많다.그래서 비를 맞은 경험이 많았고 지리산 바래봉에서는 왼쪽 발목까지 접질러 한달간 병원을 통근했었던 기억까지 있어 지리산과는 묘한 악연같은 것이 있었다.



나에게 있어 가장 선호하는 산은 단연 설악산이었다.하지만 지리산종주를 마친 지금 지리산의 매력에 흠뻑 젖어들어 설악산보다 더 인상에 남을 산이 되어버렸다.설악산이 곱게 화장한 아가씨라면 지리산은 정말 산다운 이미지... 즉, 후덕한 우리네 어머니 같은 산이다.



묘향산 출신의 서산대사는 자신이 쓴 책에서 지리산을 두고 "장엄하되 빼어나지는 않다"고 했는데 이는 지리산만큼은 너무도 장엄한 까닭에 수려함조차 그 빛을 잃고 만다는 뜻으로 여겨진다. 장엄하다라는 말은 지리산종주를 마치고나면 가슴속 깊이 느껴지는 단어다.보통 지리산 종주는 화엄사-노고단-천왕봉-대원사를 뜻하는데 이번에 우리는 화엄사 대신 정령치에서 출발하기로 계획을 변경했다.숱한 봉우리들이 연이어지는 지리산종주를 마치고 나면 장엄하다라는 말이 "질린다."라는 말과도 통하는 뜻이라는 걸 느꼈다.




:::(사진을 클릭하면 원본을 볼 수 있습니다.)

[첫째날 10월 16일]

은하수로 천장을 장식하고흔들리는 억세사이를 걸으며


16일 1:20~3:30
김대리의 승용차를 타고 창원의 윤부장님 댁으로 가서 지리산 종주에 필요한 물품을 분담하여
배낭에 넣고 운전수가
있는 렌터카를 타고 윤차장님과 양회장님을 픽업한 후 정령치로 간다.

정령치로 올라가는 길은 구절양장 꼬불꼬불한
포장도로인데 나는 여기서 멀미끼를 느꼈다.
달은 보이지 않지만 별과 은하수가 뚜렷한 하늘 아래 산행에 필요한

마지막 점검을 한다.날씨는 영하1도 정도로 바람이 불어 체감온도는
더 내려갔겠지만 산행을 하는 느낌은 좋다.

:::어둠의 정령치에서


3:30~06:00
산행을 시작하자 마자 나는 멀미를 한다.멀미를 하고나니 어지럽고 다리힘도 풀려버렸다.
아! 지리산과의
악연은 아직도 진행 중인가? 연초에 올랐던 만복대와 고리봉을 넘어면서
이마등 아래 흔들리는 억새들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




연봉을 잇는 마루금 위로 일출마저 장엄한 지리산


6:08~52
노고단 방향으로 여명이 밝아오며 환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천왕봉방향으로는 연봉들의
마루금이
신비스럽고 덕유산 방향의 마루금도 볼만하다.강렬한 노고단 일출을 바라보니
곧 눈앞에 성삼재가 드러난다.

:::노고단 여명

:::천왕봉 방향 마루금들

:::덕유산 방향 마루금들

:::노고단 일출

:::성삼재가 보인다.


지리산 주능선에 접어들다


7:12~9:20
성삼재에서 노고단으로 오른다.넓은 등로가 잘 관리되어 있고 멀리 하늘금들이 보가 좋다.
노고단대피소에서
아침식사를 하고 노고단으로 오르는데 무등산방향 마루금도 멋스럽다.
노고단에 올라 기념사진을 찍고
지리산 종주 주능선에 접어든다.

:::노고단 오르는 길

:::무등산방향 마루금들

:::노고단 배경

:::반야봉 배경


가을 뙈약볕을 식히는 운치있는 임걸령 생터의 물맛이란

09:40~10:23
부드러운 능선에 가을분위기 완연한 산행길이다.우측엔 왕시루봉과 실루엣이 멋있고,
반야봉이 더욱 크게
다가선다.임걸령에서 새롭게 수통을 채우고 산행을 계속한다.
임걸령의 물은 맛있었으며 산에 있는 다른
샘터와는 달리 선암사의 샘터처럼 맷돌같은 돌과
나무로 만든 운치는 최고였다.

:::왕시루봉이 보인다.

:::반야봉이 보인다.

:::임걸령 샘터


삼도봉에서의 달콤한 낮잠

11:40~7
반야봉은 오르지 않고 지나치니 과거에는 날라리봉이라는 삼도봉이다.경남,전북,
전남의 경계점이다.
전날 불과 2시간 정도 밖에 자지 못해서 졸음이 온다.토끼봉 오르기 전 텐트를
치기 좋은 비트 같은 곳에서
20여분 낮잠을 즐긴다.최근 쯔쯔가무시병이라는 무시무시한 병 때문에
걱정은 되지만 20분간의 낮잠이 몸
상태를 재충전 시켜준다.

:::삼도봉



이태의 남부군과 이현상이 생각나는 지리산

21~14:32
토끼봉과 명선봉을 지나며 우측 아래 계곡이 빗점골이라는 것 때문에 눈길이 간다.
이태의 남부군에 나오는
빨치산 대장 이현상이 죽은 곳이다.

智異風雲堂鴻洞 지리산의 풍운이 당홍동에 감도는데
伏劍千里南州越 검을 품고 남주를 넘어오길 천리로다
一念向時非祖國 언제 내 마음속에서 조국이 떠난 적이 있었을까
胸有萬甲心有血 가슴에 단단한 각오가 있고 마음엔 끓는 피가 있도다

위 시를 남긴 이현상은 빗점골 너덜겅에서 사살된 것으로 알려져있다.

:::명선봉 가는길

:::연하천 산장 가는길


15:05
토끼봉에서 명선봉을 지나 연하천산장까지는 힘든코스였다.연하천산장에 도착하여
때늦은 점심식사를 한다.
잔반을 남기지 않기 위해서 라면 국물까지 마신다.
여기서 세석산장에서 하룻밤 자기위해 주력이 좋은
윤차장님과 윤부장님은 먼저 출발한다.
윤차장님은 산행대장같이 주력이 좋다.

:::연하천산장


고행속에 그려지는 머릿속 하늘지도

15:37~16:00

산장을 지나면 나타나는 곳이 바로 삼각고지이다.여기부터 좌우 모두 경상남도 지역이다.
남명 조식선생님이 말한
"지리산은 영남인의 산이다"라는 표현은 여기부터 시작된다.
한마디 말로 지리산은 영남인의 산이라고 부동산등기(?)
를 했지만 지리산은 삼도에
걸쳐있을 만큼 큰 산이다.


삼각고지를 지나니 형제봉이고 벽소령이 조그맣게 보이기 시작한다.남은 세사람 중 회장님과
김대리(총무)가 중간
그룹을 형성하고 나는 컨디션난조와 발바닥의 통증으로 주력이 점점 떨어지며
혼자 후미로 뒤쳐진다.

:::형제봉 근처

16:47
벽소령산장을 지나니 반야봉쪽으로 해가 점점 기울어지고 있다.반야봉의 낙조가 아름답다.


14:18~20:17
덕평봉을 지날즈음 반야봉 너머로 해는 지고 곧 어둠이 찾아온다.다시 이마등을 켜고 선비샘에서
수통의 물
을 채우고 칠선봉을 지나는데 어둠속의 바위지만 그림자만으로도 멋진 곳이란 걸 느낀다.
하지만 발바닥 통증
과 밤이 되니 바람이 거세게 불어 빨리 세석산장에 도착하고픈 마음 가득하지만
어둠때문에 속도는 더
떨어진다.이곳은 계단도 많고 로프도 많아 상당히 힘든곳이었다.
벽소령산장을 지난지 3시간 반정도 되어
영신봉을 넘어 세석산장에 겨우 도착했다.

도착하자 마자 고기를 구워 푸짐한 만찬을 즐긴 후 산장으로 들어가 고단한 첫날의 산행을 마친다.
선두그룹은
14시간정도였지만 나는 무려 16시간을 넘게 걸은 것이다.
산장안엔 이미 많은 등산객들이 자고 있었으며 안은
답답할 정도로 따뜻했다.




지리산에서 하룻밤을 자고 지리산에서 다시 출발하다

[둘째날 10월 17일]

17일 04:00~05:30
잠자리가 불편해서 수차례 깨어 선잠을 잤지만 토막잠에도 불구하고 피곤함이 오히려 깊은
잠을 자게 만들었다.
아침 일찍 일어나 찌개와 밥으로 든든하게 식사를 마치고 5시 반에
세석산장을 나온다.



06:04~17
촛대봉에 오르니 촛대봉 마루금이 보기 좋고 연하봉으로 가는 도중 여명이 밝아온다.

:::촛대봉

:::촛대봉에서 연하봉 가는 도중 바라본 여명


06:36~07:10
멀리 천왕봉이 뚜렷하게 보이고 연하봉 가는 도중 천왕봉 오른쪽에서 일출을 맞이한다.



머리빠진 중년의 모습 같은 제석봉

07:25~37
장터목산장을 지나 제석봉에 오르는데 고사목의 숫자가 과거보다 훨씬 줄어들었다.과거엔 고사목이 많아서
나름대로 운치가 있었는데 이젠 나이가 들어 머리 빠진 중년의 모습같아 허허로운 하늘로 눈이 더 간다.

:::장터목 산장

:::제석봉


산 정상에 서면 산이 어떻게 생겼는지 알 수 없다

08:05~28
멀고 긴 산행을 하여 이제 천왕봉이 신앙의 대상처럼 느껴지는데 통천문이 나타난다.
말그대로 하늘로 가는 문
이니 이곳을 지나면 하늘나라다.하늘나라 왕이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천왕봉에 올라 지나 온 길을 되짚어 본다.

 

바람이 거세게 불었지만 날씨는 좋다.강물속에 있으면 강이 어디로 흐르는지 알 수없고,
산 정상에 서면 산이
어떻게 생겼는지 알 수 없다.

:::통천문

:::지나온 길(정령치,만복대,노고단이 다 보인다.)



09:06~13
정상은 조금 비켜서 보아야 잘 보인다.천왕봉에서 내려 다시 한번 오르니 이곳이 중봉이다.
중봉에서 보는
천왕봉은 또 다른 모습이다.저멀리 치밭목산장방향으로 바라보니 치밭목산장이
어렴풋하게 조망된다.


10:59~13:49
2시간 정도 걸려 치밭목산장에 도착했다.치밭목산장에서 점심식사를 하고 길고 긴 계곡길로 하산한다.
아무래도 발바닥 통증이 심해서 계곡에 발을 담그니 발바닥에 물집이 잡혀있다.장단골에서
대원사 계곡으로
넘어가기 전에는 오름길 같은 내림길이다.대원사 계곡은 여러가지 빛깔의 단풍을
자랑하고 있었다.속도를
내어 하산하니 오후 2시가 다 되어 유평마을에 도착했다.
이로써 1박2일간의 지리산 종주산행을 마쳤다.

:::산행날머리 유평마을


지리10경(智異十景)

천왕일출(天王日出)
노고운해(老姑雲海)
반야낙조(般若落照)
직전단풍(稷田丹楓)
벽소명월(碧宵明月)
불일현폭(佛日顯瀑)
세석철쭉(細石)
섬진청류(蟾津淸流)
칠선계곡(七仙溪谷)
연하선경(烟霞仙境)
 


산은 움직이지 않는다

지리산종주를 마쳤다.온몸이 뻐근하지만 기분좋은 흔적이 남았으며 자신과 인내의 싸움에서
얻은 전리품은
어떤 산이든 극복 할 수있는 용기를 주었다.지리산이 당신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될 수 있는 기회를 부여받고자 한다면
지리산 종주산행을 권한다.지리산은 너무도 큰 산이라서
축지법을 썼다고 하는 서산대사까지 주눅들게 한것인지
모른다.

산은 움직이지 않는다.

가을이 저 혼자 찾아 왔다 떠나는 것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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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흐르듯 자연과 만나는 산행
風流山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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