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성산 화엄벌▲당신은 안개였나요? 바람에 떠나셨나요?

- 언제 : 2004.10.9
- 얼마나:2004.10.9 09:40~16:20(7시간 40분)
- 날 씨 :점점 흐린 후 안개비 내린 후 개임
- 몇명:3명(공선생님,설박사님,영한)
- 어떻게 : 버스 이용
▷덕계시장-내연식당↗449M봉↗은수고개↗천성산↘화엄벌↘원적산 봉수대↘지푸네골↘용주사
- 개인산행횟수ː 2004-42
- 테마:억새산행,계곡산행,사색산행
- 산높이ː천성산920.7M
- 좋은산행 개인호감도ː★★★★




오늘 광할한 억새평원을 자랑하는 화엄벌을 가려고 한다.모든 것에서 거리낌없는 사람이라야 한 길로 삶과 죽음을 벗어날 수 있다.(一切無碍人 一道出生死)는 화엄경에 딱 어울리는 원효대사가 1천명의 제자들을 모아놓고 화엄경을 설파했다고 하여 붙은 이름이 화엄벌이며,그렇게 하여 탄생한 천명의 성인이 났다하여 원적산의 이름이 천성산으로 바뀌었다.

오늘 가는 천성산은 원래 원효산으로 이름 붙은 곳인데 화엄벌 근처 큰 산불로 인해 나무들이 불타 안타까움을 자아낸 곳이지만 불탄자리에 더욱 억새들이 장관을 이룬곳이다.

천성산 정상까지는 날씨가 그런대로 좋았지만 정상부근에서 짙은 안개와 빗방을로 10M 전방이 보이지 않은 기상악화로 아쉬웠지만 화엄벌을 거의 통과한 지점에서 잠시 하늘은 화엄벌과 정상의 모습을 우리에게 열어주셨다.

오늘은 버스를 타고 입산하여 하산 후 다시 버스를 타고 오는 산행코스로 덕계로 가서 하산은 용소골로 하려고 계획했다.하지만 화엄벌 이후 길을 잘 못들어 원래 가려든 용소골은 가보지 못하고 지푸네골 용주사로 하산하게 되었다.




09:40~51
주례에서 지하철을 타고 서면에서 환승한 후 노포동 종점에서 공선생님과 설박사님과 합류하여
1127번 좌석버스를 이용하여 산행들머리인 덕계시장에서 하차했다.덕계시장에서 경보아파트
우측 길을 따라 내연식당이 보이는 지점에서 산행들머리로 접어든다.길바닥에는 "조경등산로"라는
흰 페인트 글씨가 씌여있었다.



10:04
산길은 오솔길로 걷기 좋고 분명 누가 심은 것 같지는 않은데 길옆 소국들이 피어 길안내를 한다.



10:20~1
체육시설과 경주손씨 무덤을 지나 449M봉인 등잔산에 올랐다.등잔산이라고 씌인 케른이 등잔같이 생겼고
바로 옆 억새와 철모르는 철쭉이 피어있다.




10:24
우측너머로 천성산이 보일즈음 좌측 임도로 들어선다.제법 긴 임도지만 걷기 수월하고 곳곳에 운치도 있어
손해 보는 느낌은 없다.길 옆 구절초와 각종 야생초가 피어있고 노송과 바위도 중간중간 눈길을 가게 만든다.





10:57~11:49
임도가 끝나면서 산죽이 보이고 이제 다시 등산하는 느낌이 든다.한시간여 계곡과 산을 넘으니 은수고개가
나오고 여기서 좌측으로 방향을 바꾼다.조금 걸어들어가니 나무들이 춤을 추다가 들킨 듯 서 있는데
우리가 지나고 나면 다시 움직일 것 같은 나무들이 줄을 잇고 있다.





11:57
자욱한 안개에 안개비까지 내린다.바람이 세게 불어서 빗방울이 사정없이 얼굴을 내리쳐 얼굴이 따끔거린다.
억새들은 비에 젖어 심하게 흔들리는데 강한 바람때문에 창검을 들고 있는 중세 병사들같이 날이 서있다.



12:03~12:34
천성산 정상은 군시설 때문에 출입하지 못하고 지뢰매설지역 바깥지역인 철조망을 따라 세찬 바람과
안개비를 맞으며 우회하니 드디어 화엄벌이다.하지만 10M 앞도 보이지 않는다.눈 앞에 보이는
억새군락은 길을 따라 걸어도 걸어도 끝날 것 같지 않게 이어진다.




13:21
바람이 너무 세차서 길 옆 나무가 있는 바람이 자는 곳을 찾아 먼저 식사를 한다.윗도리는 말할 것 없이
바지도 젖어서 나는 오버트라우저와 비옷으로 보온하며 식사를 하는데 식사도중 안개가 걷히는 느낌이다.
산 아래쪽을 바라보니 시야가 뚫였다.


식사를 마치고 다시 억새군락지로 올라와보니 정상까지 하늘을 열어준다.
좌측엔 제2천성산이 보이고 눈앞에 펼쳐진 억새군락지 화엄벌 뒤로 제1천성산이 보인다.

천성산은 원효산이라고 했듯이 원효대사와 관련이 깊다.원효의 속명은 설서당이며 그 유명한 -
“누가 자루 없는 도끼를 빌려 줄 건가, 하늘 받칠 기둥을 깎으려 하네.誰許沒柯斧我斫支天柱
(수허몰가부아작지천주)” - 로 얻은 아들이 바로 설총이다.오늘 설총의 후예인 설박사님과
동행했기 때문에 잠시 하늘을 열어준것 같다.


과연 저곳을 지나왔단 말인가? 바람이 세차게 불어 몸이 날릴 지경이다.





14:18
얼마나 기뻤든지 흥분하여 그만 길을 잘 못 들고 말았다.
원효의 말씀이 오버랩된다.

유심(唯心 : 모든 사물의 법칙은 오직 한마음에서 일어남)

知心生故種法生(지심생고종법생)
心滅故 不二(심멸고촉루불이)

마음이 생기면 만물의 갖가지 현상이 일어나고,
마음이 멸하면 무덤, 해골물이 둘이 아님을 깨달았구나.


흥분이라는 마음때문에 바른 판단을 못한 것이리라.어떤 상황에서도 마음을 멸한 상태가 되어야
"다르지 않는 경지"(不二)인데...


길을 잘 못 든 바람에 지도에도 없는 원적산 봉수대를 보게 되었다.원적산은 천성산의 과거 이름이다.



15:26~15:32
길을 잘 못든 것을 인지하고 임도를 따라 다시 위로 산행하여 지푸네골로 들어가는 들머리를 찾아
용주사로 하산하기로 방향을 바꾼다."지푸네골"은 "깊은내골"이라는 뜻이다.경상도에서는
"김치"는 "짐치"라고 하고 "길"을 "질"이라고 한다.
그와 같이 "물이 깊다"는 "물이 짚다"라고
해야하는데 "물이 지푸다"고 한다.


지푸네골은 계곡이 이름과 같이 깊었으며 산길 좌로는 돌탑들이 정성스럽게 쌓여있었고
우측은 맑은 계곡물이 흐르고 있었다.







16:14
산행말머리인 용주사는 조용하고 아담한 절집이었며 석계에서 12번 버스를 타고 범어사 지하철역에
내려 빙어와 소주로 하산주하고 집으로 돌아왔다.길만 잘못들지 않았다면 6시간 정도면 충분한 산행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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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흐르듯 자연과 만나는 산행
風流山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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