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련산▲어둠속에서 초록호흡을 하며 그림같은 광안대교 야경을 본다.


- 언제 : 2006.3.2 19:00~24:20
- 얼마나: 19:40~22:10(2시간 30분)
- 날 씨 : 포근한 날씨에 맑음.초승달
- 몇명: 16명
- 어떻게 : 산과 그리움 (
http://cafe.daum.net/20051205mm) 동행
▷배산지하철역~산불감시초소~깔딱고개~헬기장~금련산~헬기장~임도~금련산청소년수련원~약수터~
금련지하철역
- 개인산행횟수ː 2006-14 [W산행기록-143/P산행기록-285/T630]
- 테마: 야간산행,근교산행
- 산높이:금련산 415m
- 좋은산행 개인호감도ː★★★★

황금빛 연꽃산에서 바라보는 광안대교는 부산에서 가장 볼만한 야경이다.

북으로는 연제구, 서로는 부산진구, 동으로는 수영구, 남으로는 황령산과 몸을 같이한 산으로 배산을 마주하는 산이다. 부산의 세 갈래의 산맥중 하나를 이루는 금련산맥의 중심이 되는 산으로 수영강으로 단층곡이 크게 나 있으나 장산과 이어진 산줄기이다.

산이름의 유래는 산이 연꽃 모양을 해서 금련산이라 했다는 설도 있고, 부처님 앞에 공양을 올릴 때의 황금색 금련화(金蓮花)로 말미암아 금련산이 되었다는 설도 있다. 금련화로 인한 금련산이라면 마하사와 연관이 있는 말로 여겨진다.
문헌기록인 『동래부지』산천조에서는 금련산을 "동래부 남쪽 5리에 있다. 산 아래 수영이 있다"고 했을 정도다. 연산동의 동명 이름도 금련산으로 인하여 생겨난 이름
이다.

금련산에서 바라보는 광안대교의 야경은 한마디로 환상적이다.다리 앞 바다는 불빛에 반사되어 얼음처럼 고요하며 현수교를 따라 그어지는 빛줄기는 광한리해수욕장을 알리는 2개의 산이다.마치 황령산과 금련산처럼..



오늘은 내가 근무하는 직장의 앞산으로


19:30~20:40
이틀전 내린 눈이 얼어 다소 미끄러울 것으로 판단하여 아이젠을 준비하고 꽃샘추위에 대비하여
옷도 평상시 보다는 두텁게 준비하여 출발지인 배산지하철역으로 갔다.

하지만 실제적으로 산행을 해보니 산길은 걷기에 딱 좋을 만큼 굳어있어 미끄럽지 않았고
날씨는 산행하기에 좋은 조건으로 땀이 날만하면 적당히 식혀주어 힘들지 않고 산길을 오르게 만든다.

산기슭 너머 초승달은 부끄러운 듯 숨었다가 고개를 내밀기도 하고 깔딱 고개를 넘고 보니
부산의 야경이 찬란하게 살아난다.


초승달이 낮게 걸려있어 부산의 건물과 도로가 뿜어내는 불빛 들 중 하나처럼 있는 듯 마는 듯하고,
볓빛조차 휘황찬란한 부산의 야경에 주눅이 들었는지 슬그머니 자리를 뒤로 물리고 있다.

이래저래 빛들을 모아 환한 밤을 만들며 산비탈을 넘을땐 산세의 실루엣이 뚜렷하다.
고도를 높여나가자 아직 남은 잔설들마저 빛 모으기에 동참하고 산세가 실룩이며
금련산 연꽃 한잎이 슬그머니 엉덩이를 걸치며 한자리한다.

초승달빛은 산행하는 방향을 가리키며 등불을 밝히고,라디오의 음악소리는 저녁밤에 어울리는
달빛 소나타라면 능선에 오를때 불어오는 바람소리는 악보로 옮기기 힘든 리듬으로 여흥을 돋군다.

산속을 호젓하게 걸어간다는 것은 나에게 분명 기쁨이지만 남들에게 어떤 기쁨인지
알려줄 방법을 모르겠다.말해주어 봤자 직접 걸어보지 않고선 알수 없을 것이고,
오히려 나를 이상한 사람으로 취급할테니 말이다.

전일 눈 내렸던 황령산도 오늘밤은 소소한 분위기를 자아내지만 오늘은 광안대교와
마주하며 한잔을 하고 갈것이다.



21:26
술을 마시며 광안대교를 바라보다.

금련산 정상을 휘돌아 아름다운 광안대교가 바라다보이는 기슭에서 시원한 살아있는 흐린 술을
목으로 넘기는 것은 참 멋있는 일이다.

멋있는 생활은 반드시 흥을 바탕으로 한다. 정신적 육체적 활동이 미적으로 나타나는 것도
대개 이 흥으로 말미암는다. 술을 마시고 흔히 예술활동에 민감하게 됨은 바로
이러한 흥취 때문일 것이다.

오랫만에 만나는 반가운 사람이 있어 좋은데 잔 들고 바로 아래 반짝이는 광안대교를 바라 보는 것까지
있다면 더 좋을 수 밖에 없다.불빛과 바다와 다리가 한마디 말을 걸어오지 않아도 이 순간 많은 대화가
오 가는 듯 못내 좋다.풍광 구경 한번 하고 잔잔히 한잔을 따르고...

이것이 어찌 어둑한 실내에서 음악소리 요란한 가운데 건네주는 쇳소리 나는 폭탄주의 강제적
술 취하기에 비교 될 것인가?

산길을 걷다가 산속에서 움직이지 않고 잠시지만 머물고 있으니 이곳이 나의 집인 듯 낯설지가 않다.


달빛과 산빛

滿庭月色無烟燭 入座山光不速賓
만정월색무연촉 입좌산광불속빈
更有松絃彈譜外 只堪珍重未傳人
갱유송현탄보외 지감진중미전인


뜨락 가득 달빛은 연기 없는 등불이요
자리 드는 산빛은 청치 않은 손님일세.
솔바람 가락은 악보 밖을 연주하니
보배로이 여길 뿐 남에겐 못 전하리.
-최항


22:40
서면의 푸짐한 집인 산야로 자리를 옮겨 오늘도 늦은 시간까지 술잔을 기울이며 산행을 안주삼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밤을 즐긴다.술자리는 옛날이나 지금이나 덕 없으면 문란해지는 법인데
오늘도 그 경계선에서 멈칫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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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하는 모든 것 속에서 자신을 만난다.
風/流/山/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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