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령산▲비온 후 달없는 밝은 밤에 길을 잃고 길을 찾는다.
- 언제 : 2006.4.13(목) 19:00~23:40
- 얼마나: 19:30~22:50(3시간 20분)
- 날 씨 : 비 온후 바람불며 달 없는 밝은 밤
- 몇명: 9명
- 어떻게 : 산과 그리움(http://cafe.daum.net/20051205mm)동행
▷전포지하철역~산복도로~산책고개~안부~황령타워~황령산~벚꽃길~약수터길~임도~아기자기능선
~경성대지하철역
- 개인산행횟수ː 2006-17 [W산행기록-146/P산행기록-288/T633]
- 테마: 야간산행,근교산행
- 산높이:황령산 427.90m
- 좋은산행 개인호감도ː★★★★
세상을 살면서 스승이 많으면 많이 배울 것 같지만 어떨때는 헷갈리게 마련이다.스승들이 쓰는 초식이 모두 틀리니 어느 장단에 리듬을 맞추어야 하는지 결정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오늘의 야간산행지는 황령산이다.황령산은 산의 등줄기를 따라 봉수대 정상까지 임도가 나 있어 걸어서 오르기 보다 차를 타고 더 많이 오르던 산이다. 오늘은 잘 보이지 않는 산의 겨드랑이를 찾는 식의 산행을 그것도 야간에 해 보려고 한다. |
비 갠 후엔 도시도 정갈해진다.
나와 부산의 서면은 인연이 깊다.지금은 학교의 명칭도 사라졌고,학교마저 이전해버려 흔적이 별로 없지만
고등학교 3년을 서면의 한복판에서 다녔고,서면에서의 두군데 점포의 직장생활까지 합치면 9년여 되니
내 인생의 12년을 보낸 곳.그래서 많은 부분이 이곳과 겹쳐있다.
그래서 좋든 싫든 애정이 묻어나는 곳인데 황령산을 오르며 뒤돌아보니 오늘 만큼은 서면도 꽤 정갈해 보인다.
영화관과 주점들이 즐비하고 부산 금융의 중심지여서 역동적인 젊은이들과 잘 어울리는 곳이고,실질적으로
부산에서 지리적으로도 중심에 해당되는 곳이다.그래서 지하철도 1호선과 2호선이 교차하는 곳이 아닌가?
그래서 이곳은 청춘의 거리이고 그 발랄함은 치마의 길이도 줄여놓은 곳이다.
20:35
위를 보니 황령타워가 등대처럼 길을 밝혀 길을 잃을 염려도 없지만 비 갠 후의 어둠은 달도 보이지 않는데
어떻게 이리 밝을 수 있는지 의아스럽다.
상가집이든 잔치집이든 술은 있다.
20:36~20:52
바람에 비처럼 내리는 벚꽃은 청상과부의 소복 빛깔이고 뒤의 황령타워마저 상가집 청사초롱처럼 달려있는데,
땀을 훔치며 언덕을 넘어서니 길 옆 진달래는 갓 결혼한 신부의 저고리 빛이다.
이곳이 상가집이든 결혼식을 끝낸 잔치집이든 우리에게 무엇이 더 어울리겠는가? 제법 센 바람에 옷깃을 여밀고
식어가는 체온을 붙잡으며 막걸리 한잔으로 봄산의 마지막을 노래한다.
21:08~22:05
맑은밤의 광안대교는 더욱 밝고,황령산 정상석판 너머 남천동 야경도 볼만하다.야간경기가 있는지
사직운동장 불빛도 그 어느때보다 밝다.
잘 못 든 길은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는 것이 빠르다.
21:22~21:54
임도의 벚꽃길을 따라 내려 온 후 약수터길로 하산길을 잡았다.제법 내려 온후 길을 잘 못들어
다시 길없는 길을 내며 되돌아 올라가 아기자기 능선으로 방향을 바로 잡는다.길을 잘 못들었으면
원래의 지점으로 돌아가는 편이 경험상 더 빠른길이지만 지름길을 찾다 더 어려움에
봉착하는 경우가 많다.
첩첩한 편백나무 숲에선 이마등이 빛을 발하고 가끔 나타나는 너덜지대는 함께 걸어가는
일행의 존재를 느끼게 한다.
아기자기 능선의 서너번 굴곡의 완만한 흐름 속 오름길은 한번 달려보고픈 충동을 일으키고,
제법 지루한 산길이 끝나는 지점엔 경성대가 보인다.
春山多勝事 賞玩夜忘歸 춘산야월(春山夜月)/우량사(于良史)- |
거칠다는 의미의 황령산의 시작과 끝엔 젊음이 있다.
그칠 것 없는 거친 것은 젊음이 가진 특권이다.그런 싱싱한 젊음을 안고 있는 산이 황령산이었다.
그래서 하산길이 대학가였는지 모른다.야밤의 산이 보여주는 꽃의 불콰함이 부족하여 일행은 천탁으로
얼굴을 물들이려 갔고,나는 옷에 묻은 꽃향기 없으질세라 집으로 향한다.
잃어버린 낭만을 찾아가는 山中問答
風/流/山/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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