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령산▲비온 후 달없는 밝은 밤에 길을 잃고 길을 찾는다.


- 언제 : 2006.4.13(목) 19:00~23:40
- 얼마나: 19:30~22:50(3시간 20분)
- 날 씨 : 비 온후 바람불며 달 없는 밝은 밤
- 몇명: 9명
- 어떻게 : 산과 그리움(http://cafe.daum.net/20051205mm)동행

▷전포지하철역~산복도로~산책고개~안부~황령타워~황령산~벚꽃길~약수터길~임도~아기자기능선
~경성대지하철역

- 개인산행횟수ː 2006-17 [W산행기록-146/P산행기록-288/T633]
- 테마: 야간산행,근교산행
- 산높이:황령산 427.90m
- 좋은산행 개인호감도ː★★★★



세상을 살면서 스승이 많으면 많이 배울 것 같지만 어떨때는 헷갈리게 마련이다.스승들이 쓰는 초식이 모두 틀리니 어느 장단에 리듬을 맞추어야 하는지 결정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시세는 시세에게 물어보고 자연은 자연에게 물어보아야겠지만,시세는 시세가 어디로 간다고 이야기 해주지 않고,자연은 자연스럽다는 표현처럼 어떻게 보면 쉽지만 그 보다 더 어려운 것이 이 세상에 어디에 있겠는가? 그럴땐 나의 느낌이 더 중요할지 모른다.그 느낌은 배웠으되 잊었고,잊어야만 제대로 배운뒤에 오는 것이기 때문이다.

시각으로 분홍빛을 꼭 확인해야만 봄을 느낀다면 나머지 감각들은 어디에 쓸것인가? 미풍을 뚫고 뻗쳐오는 보이지 않는 달의 기운도 느껴보고,내 몸에서 흐르는 땀의 체취와 한판 씨름하며 날 듯 말 듯 다가오는 꽃 향기도 그냥 흘려버리기엔 소중한 것이다.

그 뿐인가? 밤에서는 기능이 혼돈의 수준까지 떨어지는 시각도 잘 활용하면 춘색을 완상하기엔 좋은 감각이다.어둠 속에서도 언듯언듯하지만 확연히 드러나는 양털같이 부드러운 촉감이 느껴지는 벛꽃나무들의 어깨동무 군락은 산이 추운밤 담요을 덮은 듯 마음의 안정을 준다.

그 어느때보다 불콰해진 산자락의 꽃 빛깔이 아닌 꽃 향기를 옷에 담으러 오늘도 그 "느낌"을 좇아 배낭을 멘다.

오늘의 야간산행지는 황령산이다.황령산은 산의 등줄기를 따라 봉수대 정상까지 임도가 나 있어 걸어서 오르기 보다 차를 타고 더 많이 오르던 산이다. 오늘은 잘 보이지 않는 산의 겨드랑이를 찾는 식의 산행을 그것도 야간에 해 보려고 한다.

오늘의 산행길은 한번도 가보지 않았던 서면방향의 전포동 쪽에서 정상을 올라 아기자기 능선을 내려 경성대로 하산하는 길이다.

황령산

금련산맥 중에서 두 번째로 높은 산으로 높이는 427m로 대부분 안산암질로 구성되어 있으며, 산정이 비교적 평탄하며 곳에 따라 소규모의 성채의 경관을 나타내는 기반암이 노출한다. 북동쪽으로 금련산이 연결되나 오랜 지질시대를 거치면서 하천의 개석작용에 의해 해체되어 산지로서의 예리한 맛은 없으며 주위에는 곳에 따라 독립구릉이 분포하고 낮은 산등성이도 여러갈래로 뻗고 있다. 부산광역시의 중심부에 위치하여 동편은 남구, 서편은 부산진구에 접하며 북서쪽 산기슭에 양정동, 중앙에 전포동이 자리잡고 있다. 「동국여지승람」에는 누를 「黃」의 黃嶺山으로 기록하여 “縣에서 남쪽 5리에 있다”고 하였고, 「동래부읍지」에는 거칠「荒」의 荒嶺山으로 기록하여 和池山으로 뻗어났으며 마하사가 있다고 하였고, 동래부지도 거칠「荒嶺山」으로 돼 있다. 황령산과 금련산의 경계가 분명하지 않으나 연산동의 마하사 계곡과 남구의 南川계곡을 경계로 두 산을 나눈다면 마하사는 황령산쪽이 되고 문현동과 대연동의 북쪽이 되며 전포동의 동쪽이 된다. 황령산은 동래가 신라에 정복되기 이전에 동래지방에 있었던 거칠산국에서 온 산 이름으로 보고 있다. 거칠산국에 있는 산이어서 「거칠뫼」라 했던 것이 한자화하는 과정에서 거칠 「荒」, 고개 「嶺」의 황령산이 되었다는 것이다. 산기슭에 부산시민의 휴식처, 청소년의 수련장이 개장되어 있으며, 산정에는 옛날 해운포를 감시 했던 황령산 봉수대가 복원되어 있다.



비 갠 후엔 도시도 정갈해진다.

20:22
나와 부산의 서면은 인연이 깊다.지금은 학교의 명칭도 사라졌고,학교마저 이전해버려 흔적이 별로 없지만
고등학교 3년을 서면의 한복판에서 다녔고,서면에서의 두군데 점포의 직장생활까지 합치면 9년여 되니
내 인생의 12년을 보낸 곳.그래서 많은 부분이 이곳과 겹쳐있다.

그래서 좋든 싫든 애정이 묻어나는 곳인데 황령산을 오르며 뒤돌아보니 오늘 만큼은 서면도 꽤 정갈해 보인다.

영화관과 주점들이 즐비하고 부산 금융의 중심지여서 역동적인 젊은이들과 잘 어울리는 곳이고,실질적으로
부산에서 지리적으로도 중심에 해당되는 곳이다.그래서 지하철도 1호선과 2호선이 교차하는 곳이 아닌가?
그래서 이곳은 청춘의 거리이고 그 발랄함은 치마의 길이도 줄여놓은 곳이다.

20:35
위를 보니 황령타워가 등대처럼 길을 밝혀 길을 잃을 염려도 없지만 비 갠 후의 어둠은 달도 보이지 않는데
어떻게 이리 밝을 수 있는지 의아스럽다.


상가집이든 잔치집이든 술은 있다.

20:36~20:52
바람에 비처럼 내리는 벚꽃은 청상과부의 소복 빛깔이고 뒤의 황령타워마저 상가집 청사초롱처럼 달려있는데,
땀을 훔치며 언덕을 넘어서니 길 옆 진달래는 갓 결혼한 신부의 저고리 빛이다.

이곳이 상가집이든 결혼식을 끝낸 잔치집이든 우리에게 무엇이 더 어울리겠는가? 제법 센 바람에 옷깃을 여밀고
식어가는 체온을 붙잡으며 막걸리 한잔으로 봄산의 마지막을 노래한다.


21:08~22:05
맑은밤의 광안대교는 더욱 밝고,황령산 정상석판 너머 남천동 야경도 볼만하다.야간경기가 있는지
사직운동장 불빛도 그 어느때보다 밝다.

잘 못 든 길은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는 것이 빠르다.

21:22~21:54
임도의 벚꽃길을 따라 내려 온 후 약수터길로 하산길을 잡았다.제법 내려 온후 길을 잘 못들어
다시 길없는 길을 내며 되돌아 올라가 아기자기 능선으로 방향을 바로 잡는다.길을 잘 못들었으면
원래의 지점으로 돌아가는 편이 경험상 더 빠른길이지만 지름길을 찾다 더 어려움에
봉착하는 경우가 많다.

첩첩한 편백나무 숲에선 이마등이 빛을 발하고 가끔 나타나는 너덜지대는 함께 걸어가는
일행의 존재를 느끼게 한다.

아기자기 능선의 서너번 굴곡의 완만한 흐름 속 오름길은 한번 달려보고픈 충동을 일으키고,
제법 지루한 산길이 끝나는 지점엔 경성대가 보인다.


春山多勝事 賞玩夜忘歸
춘산다승사 상완야망귀
掬水月在手 弄花香滿衣
국수월재수 농화향만의
興來無遠近 欲去惜芳菲
흥내무원근 욕거석방비
南望鐘鳴處 樓臺深翠微
남망종명처 누대심취미

봄 산에는 좋은 일도 많아
느끼고 즐김에 밤 되도록 돌아가길 잊었네
물을 손에 담으니 달이 손에 있고
꽃과 같이 노니, 꽃향기가 옷에 가득하네
흥겨워 먼 곳 가까운 곳 마구 다니다가
떠나려 하니 향기로운 풀 아쉬워라
남쪽으로 종소리 나는 곳 멀리 바라보니
누대가 짙은 푸른 산기운 속에 보이네

춘산야월(春山夜月)/우량사(于良史)-




거칠다는 의미의 황령산의 시작과 끝엔 젊음이 있다.

그칠 것 없는 거친 것은 젊음이 가진 특권이다.그런 싱싱한 젊음을 안고 있는 산이 황령산이었다.
그래서 하산길이 대학가였는지 모른다.야밤의 산이 보여주는 꽃의 불콰함이 부족하여 일행은 천탁으로
얼굴을 물들이려 갔고,나는 옷에 묻은 꽃향기 없으질세라 집으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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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낭만을 찾아가는 山中問答
風/流/山/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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