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광산▲어둠의 길목에서 우리는 야간산행을 위해 입산한다.
- 언제 : 2006.2.23 19:00~24:00
- 얼마나: 19:30~22:10(2시간 40분)
- 날 씨 : 포근한 날씨에 대체로 맑음.달빛없음
- 몇명: 11명
- 어떻게 : 산과 그리움 (http://cafe.daum.net/20051205mm) 동행
▷동의대지하철역~동의대캠퍼스~~헬기장~엄광산~전망대~동서대캠퍼스
- 개인산행횟수ː 2006-11 [W산행기록-140/P산행기록-282/T628]
- 테마: 야간산행,근교산행
- 산높이:엄광산 503.9m
- 좋은산행 개인호감도ː★★★★
엄광산 공동묘지에서 "검은 돛배" 노래소리가 엄광산은 높이 503.9m로 부산시에서 제법 높은 산에 속한다.동남으로 구봉산에 이어져 있는 산이다. 이 산은 고원견산이라 불리기도 하는데 이 명칭은 "산이 높아 멀리까지 볼 수 있다."는 뜻으로 일제시대부터 불려진 이름이다. 엄광산(嚴光山)이라는 이름은 1995년 4월에 다시 찾은 이름이다. 정상표지석이 정상에 있지 않아 말이 많지만 낮에 보면 이 산의 정상조망은 정말 뛰어난데 밤의 야경도 뒤지지 않는다. 그럴수 밖에 없는 것이 산정에 서면 부산의 바다와 서면일대,낙동강 일대,사하일대가 한꺼번에 조망되기 때문이다.즉, 동구, 서구, 사하구, 북구, 해운대구 일부도 한눈에 들어와 부산광역시의 숨소리가 그대로 느껴진다.금정산맥의 말단부에 해당되며, 남서쪽으로 구덕산, 남동쪽으 로는 구봉산으로 연결된다. 산행 오름길 만나는 공동묘지는 조망이 좋아서일까? 죽은이의 조망권을 최대로 보장된 공동묘지 때문에 이 길을 지날때 우연히 라디오에서 나오는 "운명"이라는 의미의 "화도"의 노랫소리인 "검은돛배"가 예사롭지 않았다. |
오늘은 나의 앞산으로
19:30~20:48
어둠의 길목인 오후 7시반에 동의대 지하철역에서 만나 우리는 어둠을 맞으며 산으로 들어간다.
동의대를 지나는데 전일 마신 술의 찌꺼기가 땀이라는 이름으로 무차별 공습한다.
야간산행을 하다는 것은 감성,지성을 빨아들이는 빨판을 내 몸 모든 곳에 붙이는 행위이지만
술을 마신 다음날의 산행은 감성,지성을 빨아들이기 이전에 받아들일 자세를 요한다.
서서히 고도를 높히는 산세에 맞추어 숨의 가쁘기를 조절하는 사이 공동묘지를 지난다.
항상 들고 다니는 무전기의 주파수를 라디오 주파수에 맞추는 순간 아말리아
로드리게스의 "검은돛배"가 울려퍼진다.순간 공동묘지의 죽은이에게 바치는 열린음악회 콘서트같은 느낌이다.
검은 돛배는 무엇인가?검은 돛배를 이야기 하기전에 먼저 "화도"부터 이야기 해야겠다.
'화도'는 어원인 라틴어의 fatum(숙명)이라고 하는데 어원대로 주로 숙명, 고난, 좌절, 절망,죽음 등을
주제로 하여 노래한다.그러나 포르투갈 사람들은 이 '화도'를 들으면서 삶에 대한 용기와 희망을 얻는다고 한다.
일종의 카타르시스다.그래서 포르투갈이 세계적으로 자랑하는 3F 중의 하나가 바로 이 '화도'다.
프랑스에는 샹송이 있고, 이태리에는 깐쏘네가 있듯이 포르투갈을 대표하는 민족음악이 바로 화도이며,
이 화도의 대표적인 가수가 아말리아 로드리게스다.아말리아 로드리게스는 우리나라로 치면
이미자 정도에 해당하는 국민가수로 그가 부른 노래가 바로 '검은 돛배'(바르꼬 네그로:Barco Negro)다.
난 해변에 쓰러져 있었고 눈을 떴지 거기서 난 바위와 십자가를 보았어 당신이 탄 돛배는 밝은 불빛 속에서 너울거리고 당신의 두 팔은 지쳐서 흩어지는 것 같았어 뱃전에서 당신이 내게 손짓하고 있는 것을 보았지 그러나 파도는 말하고 있었어 당신은 영원히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고... ' |
옛날 어느 바닷가 마을에 한 부부가 가난하지만 서로 사랑하며 살고 있었다.
어느날 고기잡이 떠난 남편이 돌아오지 않았다.그날 이후 아내는 매일 바닷가에 나가 아득한 수평선을 바라보며,
남편이 돌아오기만을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그러던 어느날 아내의 눈에 수평선 너머로 무엇인가가 보였다.
그것은 분명 남편의 배였다.오랜 기다림에 지칠대로 지쳐버린 아내의 눈에 눈물이 돌았다.
점점 가까와져 오는 남편의 배... 그러나 그 배에는 검은 돛이 달려 있었다.
그 검은 돛이란 바로 남편의 죽음을 상징적으로 의미하는 것."화도"와 비슷한 발음인 "파도"가 일렁이는
부산에서 공동묘지를 지날때 울려퍼지는 "검은돛배"는 그 자체로 상징성을 가졌고 "운명"이라는 의미의 "화도"는
나에게 "산행"이라는 운명이 바로 "화도"임을 느끼게 한 산행이었다.나에게 산행이 운명이 아니라면
이 어두운 밤 뭣 때문에 헤메고 있을것인가?
컴컴한 어둠의 밤길을 걸어서일까? 나는 산행들머리 부터 죽음이라는 보이지 않는 실체를 만지며
산으로 올라갔다.산에 있는 저 무덤들이 오늘은 모두 애틋한 사연을 간직한 이야기 보따리로 느껴진다.
그 모든 이야기를 함축해서 검은 돛배가 노래된 것은 아닐까?
죽은이들에 대한 측은함이 내 몸을 감싸는 듯 했지만 곧 나는 천혜의 조망을 즐기는 주검들의 아파트인
공동묘지가 그 어는 곳 보다 행복한 터에 묻혔다는 생각에 이르자 그들은 행복한 이들이라고 느껴진다.
안경은 뜨거운 열기에 흐릿해지고 얼굴은 번들거림으로 흘림체 소금글씨를 취객의 걸음걸이 필법을 보여준다.
어두컴컴한 곳에서 훔쳐보는 도심의 야경은 미녀의 나신을 조명비추며 바라보듯 황홀하다.
21:08
사위가 캄캄할수록 의식은 더욱 또렷해지는 법인데 전말 마신 술의 찌꺼기를 주정삼아 내 몸은 참이슬 생산에
여념이 없는데 땅마저 봄기운 가득하여 질척이니 그리 풍류를 즐길 한가로움은 없어져 버렸다.
그저 앞사람의 걸음걸이를 보면서 나의 몸에 흐르는 땀을 훔칠 뿐이다.
21:40
술기운이 다 빠져버린 시점에서 다시 채워 넣을 알코올에 달디 단 소다수를 섞으니,
어느새 내몸은 도시의 감성을 발전시키는 에너지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다.
22:04
즐거운 시간은 빨리 끝나는 법이다.동의대학교로 입산하여 동서대학교로 하산하는데
환한 조명속에서 테니스를 즐기는 야간 테니스족들이 부럽다.그들이야말로 대한민국 1%이다.
조명조차 나의 이마등 할로겐 램프 7개와는 규모에서 차이가 난다.
야간산행 뒤풀이의 즐거움
밤은 우리에게 감성을 극대화시킨다.많은 하산주 중에서도 야간산행 후에 마시는 하산주는
산과 인생의 중심에서 제3자인 술 자체로 빠져들게 만든다.토요일은 홀로 풍류산행,일요일은
산악회 동행해서 간다면 목요일의 야간산행은 새로운 방법으로 산에 접근하는 방법이다.
그것은 광기가 될 위험성을 안고 홀로 외나무 다리를 걷는 것과 같다.떨어지지 않으려면
정신을 놓지 않아야 한다.야간산행 뒤풀이의 즐거움은 바로 자신의 몸을 해롭게 할 권리와 야간산행에서
얻을 자신의 몸을 정상상태로 돌리는 의무 사이의 함수에서 정답을 찾았을때의 즐거움과 같다.
변화하는 모든 것 속에서 자신을 만난다.
風/流/山/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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