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양산▲장마철 막바지에 비치는 태양에 사람도 나무도 춤춘다.


- 언제 : 2006.7.27 (목) 17:30~23:00
- 얼마나: 18:00~20:30(2시간 20분)
- 날 씨 : 햇볕과 구름이 번갈아가며 산과 사람을 담금질
- 몇명: 6명
- 어떻게 : 대우증권 범일동지점 동료(
http://ZAEtech.com)와 함께
▷선암사~애진봉~백양산 정상~헬기장~성지곡수원지
- 개인산행횟수ː 2006-21[W산행기록-150 P산행기록-292
/T637]
- 테마: 근교산행,일몰산행+야간산행,문화유산답사

-산높이:백양산(642M)
- 좋은산행 개인호감도ː★★★★



지루한 장마다.장마전선이 부산을 중심으로 걸쳐지진 않았지만 간접 영향권이라는 것이 있고,실시간 전달되는 매스컴 화면으로 보여지는 생사를 넘나드는 급박함이 더욱 몸과 마음을 움쳐려들게 하기에 충분하다.

신록의 초록에 몸을 맡겨본지 오래된 듯한 이 느낌은 무엇인가? 나무가지 끝 바람에 흔들리며 이파리의 뒤집혀진 뒷부분을 본 기억은 언제인가? 모두가 지루한 장마와 야간산행의 어둠때문에 초록빛마저 흑백으로 본 듯한 내머릿 속 편집기능 때문일것이다.


장마의 막바지 기운 때문에 정오엔 비를 뿌렸지만 다행히 부산은 오후에 들면서 햇볕이 난다.얼마만의 햇볕인가? 오늘은 야간산행 시간을 조금 앞당겨 반가운 얼굴을 보인 태양을 마중까지 할 참이다.

정상에서 맞는 일몰산행에 이어 하산길은 야간산행까지 겸하는 것이다. 최근 부산은 야간산행이 하나의 유행이 되었다. 창조성이란 본디 무에서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고 사회의 어떤 것, 혹은 현상을 닮으려는 모방에서 비롯된다고 본다면 산행과 달밤의 운동,정취를 느끼고자 이마등을 켜고 산으로 가게 되었을 것이다.


세상에는 창조성을 지닌 소수와 그렇지 못한 다수가 있다고 보면 처음 야간산행을 한 창조성을 지닌 소수는 야간산행방식을 제시했을 것이고, 이들의 제안이 대중의 지지를 얻게 되면 창조성이 미약한 다수자들이 모방하게 되어 오늘 이 야밤에도 산으로 산꾼들이 몰려들고 있다고 본다.


등산화를 만드는 제조업체에서는 낮과 주말뿐 아니라 밤까지 등산화를 신고 산을 누벼준다면 새로운 니치마켓을 뚫는 판로의 확장을 의미할것이고,야간산행에 열을 올리는 옹호론자가 너무나 예쁘보일것이다. 여하튼 대중이 창조적 소수자를 모방하고, 둘 사이에 조화가 유지되어 산행문화의 지평은 좀 더 넓어진 것인데 때로 동조자가 늘어날수록 모방은 성공적인 적응 양식이 된다. 이런 유행이라면 다소 얼빠졌다는 소리를 들어도 모방에 적극 참여할 일이다.


특히 여름철 야간산행은 어떻게,왜 좋은가? 시원한 바람과 야경을 감상하는 기쁨이 크다. 특히 부산은 산과 바다가 조화를 이루어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비경을 보여준다.또한 낮보다는 한적해서 정취를 즐길수 있다.그리고 피부노화에 치명적인 자외선을 피할수 있다.낮에 가끔 자외선을 피하기 위하여 여성들이 강도의 복면처럼 얼굴을 가리는 햇볕가리개는 밤에는 필요없다.

그뿐인가? 풀벌레소리,새소리는 더욱 크게 들려 잠자고 있는 감성의 예지를 높일 것이고 야간산행 후 잠 잘 때 뇌에서는 멜라토닌과 성장호르몬의 분비가 촉진되기 때문에 면역력 증강이 뒤따른다.

이런 이야기를 들은 대중은 머릿속으로 뭔가 주간산행과는 비교 할 수 없는 기쁨이 있을 것이라고 상상하게 되고 이들도 유행에 참여하게 되는 것이다. 오늘 그 유행에 참여하고픈 5명이 나의 직장 동료라는 점에서 더욱 기쁘다.


산행출발지 당감은 본디 제의를 올리는 신성한 곳이다.

17:39~41

당감동은 명당자리다.산행출발지인 선암사가 위치한 당감동의 당감의 "당"은 신이 내리는 신성한 나무를
모시는 집이고, "감"은 감로수를 뜻하는 말이다. 선암사 약수가 유명한 것도 그로부터 연유하며 일찍이
이 곳은 우리 조상들이 한마음으로 공동체를 이루면서 기도를 드린 신성한 도량이었다.


택시가 선암사 절 앞까지 우리를 내려준다.제법 높은 계단을 밟고 문을 들어서려는데 주련에 걸린 글이 눈에 익었다.


우측의 신광불매만고휘유(神光不昧萬古煇猷)’와 좌측의 ‘입차문래막존지해 (入此門來莫存知解)’..
이것은 범어사 불이문에 걸려있던 주련과 같은 글이다."신광의 오묘한 뜻을 알기 위해 이 문을 들어서면서부터는
알음알이를 배척하여야 한다는 것"인데 이것은 깨달음의 세계는 지식이나 말로서 해결될 수 없다는 것으로
'이 곳을 들어올 때는 기존의 상식과 지혜를 버리고 들어오라."는 의미다.그러므로 이곳도 선 사찰이고
단청없는 문은 더욱 격조감을 높힌다.



원효대사가 창건한 유서깊은 선암사에 혜월이 있었다.


천년고찰 백양산 선암사는 신라 문무왕15년(675)에 원효대사가 창건한 유서깊은 사찰이다.
이곳에 근세 선지식으로 유명한 혜월선사가 주석하시면서 지금의 사격을 이루었다.


625년 원효대사가 세운 조그만 절에 훗날 혜월이 찾아왔다. 그러자 수행을 하려는 납자들이 이곳에 모여들기 시작했다.
그는 이미 깨달음을 얻은 도인이었지만 사형 수월선사와 마찬가지로 밤낮으로 머슴처럼 일했다. 그는 덕숭산에서처럼
이곳에서도 소를 키웠다. 혜월은 사람에게 대하는 것과 다름 없이 소 ‘얼룩이’를 대했다.


어느 날 선암사에도 도둑이 들었다. 새벽에 보니 혜월이 그토록 아끼던 소가 사라진 것이다.
승려들은 난리법석이었지만 혜월은 조용히 뒷짐을 지고 뒷산을 올랐다. 그리고선 “얼룩아!”하고 불렀다.
그러자 도둑에게 끌려가던 소가 “음메”하고 응답했다. 소는 혜월의 부름에 울음으로 응답할 뿐 아무리
도둑이 때려도 뒤를 돌아보며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았다. 소울음 소리를 좇아 간 승려들이 도둑을 잡아
와 두들겨 패기 시작했다. 이 모습을 본 혜월은 “소를 찾았으면 됐지 사람은 왜 때리느냐”며 도둑을
일으켜 세워 쓸어주며 내려가도록 했다.

혜월은 까막눈으로 알려져왔다. 낫 놓고 기역자도 몰랐다는 것이었다. 그의 제자를 통해 혜월의
글씨가 전해지고 있으므로 알려진 대로 까막눈은 아니었다.
그러나 그는 초발심자경문(막 출가한 승려가 읽는 경전)을 겨우 읽을 정도였다고 한다.
하지만 혜월은 이미 주인과 도둑, 사람과 짐승의 경계도 차별도 없었다. 무차별과 무등,
무소유. 그것이 천진도인 혜월의 안목이었다.

견고한 석축을 쌓아 일단 한단계의 높이를 오르면 제법 넓은 터가 나오고 또 한번 석축을 쌓아
다른 공간을 만드는 식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석축 위 동백나무와 여타 키 큰 수림이 볼만하다.
대웅전 뒤를 돌아가니 용왕전이 있는데 시원한 물줄기의 폭포가 있어 이채롭다.


비 온 뒤 말갛게 목욕한 나무도,장마철 햇볕을 보는 사람도 기쁨이 보인다.


17:44

대웅전 좌축으로 쭉 마당을 따라나가니 산행들머리가 나온다.여기서 잠시 기다리는 동안 주위 나무를 보니
말갛게 목욕하고 더욱 또렷해진 신록을 뽐내며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는 너무 좋아서 무아지경의 춤을 추는 것 같다.
어디 나무 뿐인가? 장마철에 언뜻 보여주는 햇살에 사람도 기쁨이 눈에 보일정도로 즐겁다.



하늘조차 머리를 감아 머리카락이 푸른빛이 돈다.


18:15~29

다소 가파른 산길이지만 긴긴 장마에 풀과 나무들이 생기가 돈다.도심의 먼지와 스모그를 쓸고간 다음이라
하늘의 빛깔도 너무 푸르다.간간히 뭉쳐있는 흰구름은 하늘이 머리를 감으며 묻혀있는 샴푸의 비눗방울 같다.


황련산 방향과 엄광산 방향의 조망은 너무 가까워 손에 잡힐 듯 지척이다.



18:42

애진봉에 오르니 바로 눈앞에 백양산 정상이 보이고 저 멀리 부산항의 크레인도 또렷하게 보인다.


18:58

정상에서 준비해 온 시원한 막걸리를 마시며 휘몰아치는 구름 뒤로 일몰을 감상한다.구름에 가려 낙동강 물빛마저
노을지게 하지 못하지만 시시각각 바람의 지휘에 움직이는 구름과 안개의 신묘한 몸동작이
호나우딩요의 발재간을 닮았다.



해가 지고 이마에 불하나 켜고 산을 내려오다.


19:43~20:06

해가 지고나니 어둠의 빛깔이 점점 진해지면서 상대적으로 도시의 야경은 거꾸로 활기차게 되살아난다.
이마에 불 하나씩 켜고 내려오는 것은 어릴 적 미끄럼틀 타고 놀던 동심으로 돌아가는 기분이다.
중간중간 야경이 아름다운 곳에서는 생전 처음 야경을 보는 것처럼 신기해 하는데 오늘은 밤이 되어도 하늘빛이 청색이다.


열정의 하루

느꼈는가?
함께 어우러지면 큰 힘과 지혜가 솟구쳐
무엇이든 어렵지 않게 할 수 있다는 것을
비지땀이 얼굴에 흘러내리고
발목이 뻐근하여도 포기하지 않고
최후의 그 순간까지 마음과 마음을 동여매고
가슴과 가슴을 나누는 뜨거운 우정과 동료애로 하나되었음을

- 반기룡 시인의 "열정의 하루" 중 일부


22:03



나무와 나무처럼,숲과 숲처럼...

짧은 시간이었지만 나무와 나무가 연리지처럼 어우러지고 숲과 숲이 깊게 호흡하는 멋진 코스를 골라 다녀왔다.
올해 3월 어려운 환경에서 출발하여 이제 이륙은 시작되었고,짧은 시간 놀라운 성과에 우리 스스로 놀라고 있다.
이런 흐름이라면 영광의 시간을 기다릴 뿐이다.


나무와 나무를 보고 숲과 숲을 보고 오늘 알았다.


강인한 육체와 정신으로 무장하고 자기에게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할 때 값진 미래가 보장되고 아름다운
내일이 기약된다는 엄연한 현실을..

평소 절차탁마의 마음으로 올곧게 생활할 때 더불어 성장하고 발전할 수 있다는 확신에 찬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아울러 자연은 우리에게 풍요로움과 맑은 산소를 안겨주 듯 우리도 서로에게 도움과 기쁨을 주어야 된다는
평이하면서 아름다운 그 법칙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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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낭만을 찾아가는 山中問答
風/流/山/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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