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래산▲먼저 올라 온 산안개는 숲속을 품어안고 안개비가 하얗다.


- 언제 : 2006.7.20 (목) 19:30~22:00
- 얼마나: 19:50~22:10(2시간 20분)
- 날 씨 : 안개비
- 몇명: 28명 중 산행자 26명
- 어떻게 : 산과 그리움(
http://cafe.daum.net/20051205mm)동행
▷75광장~목장원~임도~약수터~깔딱고개~봉래산~자봉~손봉~목장원
- 개인산행횟수ː 2006-20[W산행기록-149 P산행기록-291/T636]
- 테마: 근교산행,야간산행,우중산행

-산높이:봉래산(395M)
- 좋은산행 개인호감도ː★★★★



2006년 올해는 간지로 병술년이다.병술은 역학에서 말하는 신살 중에서 흉살의 일종인 백호대살에 해당되는데 백호대살 (白虎大煞)은 횡사, 혈광사(血光死), 객사 등의 비참한 죽음을 암시하며, 자동차 사고나 암, 고협압, 폐결핵, 출산시 사망 등의 위험이 숨어 있다고 본다. 아무튼 본인의 불행한 사고가 전제로 되며 더욱 악한 살과 중복될 경우에는 육친에도 해를 끼치는 무서운 살이다.
보통 이런해에는 주식시장에서 위 아래로 크게 흔들며 등락이 심해지는 속성을 보인다.현재까지 보면 거의 맞아떨어지는 모습이다.
7월인 이번달은 간지로 볼때 을미월이다.을미 또한 백호대살이므로 7월달에 주식시장이 크게 요동친 것도 거의 맞아떨어지는 모습이다.
그리고 산행을 가는 20일은 간지상으로 경술일로 경술은 신살로 보면 괴강(魁罡)에 해당된다.괴강살의 의미는 뭔가 대단한 파워로 인해서 자신도 주체를 할 수가 없을 정도로 돌진을 하게 되는 일종의 브레이크가 풀린 자동차와 비슷한 느낌을 주는 살인데, 특히 여성에게 있다면 나쁜 것으로 간주되지만 남성에게는 타인의 우두머리가 되는 살이다.
2006년 7월 20일은 이런 일진을 가진 날이다. 그래서 주가는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올라서 하룻만에 39.65P나 올랐는지 모른다. 나는 남자로 태어났고 백호대살인 갑진년에 태어난 이유로 인해서 내가 주체 할 수 없는 행운이 따랐는지 모른다. 내가 살아오면서 조그만 것에도 뭔가 "당첨" 된 기억은 전혀 없기 때문이다.
일진과 나의 사주가 일치되어 트렉스타 야간산행 스토리 이벤트에서 2등에 당첨된 것은 아닐까? 원래 이런 경진대회에서는 "수상"이라는 표현이 맞지만 산행기라는 주관적인 결과물을 심사하는 측에서는 엄밀하게 가려 낼 자신이 없었던지 무슨 복권 당첨되듯이 이벤트에 "당첨"되었다는 표현을 사용하였다.
원래 7월 19일 발표예정이었는데, 어떤 이유인지 모르지만 하루가 연기되고, 20일 발표되었기 때문에 시운이 일치했던 나에게 "행운이 당첨" 된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기(氣)가 센 날이라서 그랬을까? 산행출발지에서 보이지 않는 안개비의 기(氣)에 눌리어 두분은 산행을 포기하고 돌아갔다.
남유정(南宥汀) 시인은 안개비를 "소리 없이 깨어 그대 마음의 가장 낮은 자리로 스며드는 속삭임"이라고 노래했지만 이렇게 기가 센날의 안개비는 비가 아니라 이제 기도하여 회한(悔恨)을 덮고 잔생(殘生)에 헤엄치는 땀방울이 될 것이 분명하다.

젊은 시절 빗금치는 비처럼 삶을 저당잡힌 황혼의 군상들
18:30~20:30
불꽃쑈에 버금가는 주식시장의 상승에 고무된 것일까? 오후 7시30분에 집합하면 되는 것을 시계를
잘못보고 착각했는지 6시 30분에 도착해 버렸다. 비가 계속 추적추적 내리는 바람에 분식집에 들러
막걸리와 안주를 시켜 혼자서 입산주를 마셨다. 우중에 혼자서 입산주를 마시는 정취는 다소 야룻한데
술을 마시면서도 대화상대가 없으니 옆자리의 대화가 저절로 들리고 그 대화가 말로 표현이
어려울 정도로 심사가 복잡해진다.

 

이미 낮부터 마신술에 거나해진 노년의 군상이 자리를 잡고 있는데 안개처럼 자욱한 빗금친 삶에
허기처럼 절은 한숨이 비에 안기는 모습이다. 젊은 사람이 대화상대로 나설 자리가 아니라서
가게 아주머니에게 약간의 돈을 쥐어주며 술이 깰만한 안주를 좀더 제공해주라고 귀뜸하고 자리를 피한다.

 

승용차에 나위어 타고 목장원 주차장까지 이동하는데 비는 더욱 기세가 좋다.바람에 흩날리기 까지
하는 바람에 하느 수 없이 덧옷 바지를 입는다.등로는 빗물에 깨끗하게 씻겨나가고
안개비에 1M 앞은 오리무중이다.

 

술을 마셔 얼굴의 열기운과 안개가 만나 앞이 보이질 않는데 덧옷바지까지 입어 아래로 부터
올라오는 열기운은 태풍에 공급되는 바다의 수증기와 흡사하다.

 

원래 비 오는 날은 차량도 감속한다. 그러니 비가 오면 20% 감속하는 것이 당연하고,
안개까지 꼈으니 추가로 20% 더 감속하는 것은 인지상정이다.오늘 산행대장은 완만한 등로에서는
한번 달려보자고 제안했지만,1시간 반이라는 산행시간을 나는 산의 지형 하나도 안바꾸고
2시간 반짜리 산행등로를 새롭게 탄생시키는 신통술을 보여 줄 참이다.

 

안개비로 드리워진 베일장막을 뚫고 들어오는 바람
20:51
선두와 떨어져도 천천히 걷는다.그래봤자 부산 근교의 산이니 395M 산에서 조난 당하는 것도
평생에 한번하기 힘든 경험이 될 것이므로 겁 날 것이라곤 없지 않은가?

 

안경을 벗어도 잘 안보이고 안경을 착용해도 안보이기는 매한가지인 안개비가 스물스물
기어들어와서 나와 친구하자고 꼬신다.

 

정상 근처에 다다르니 어둠속에 윤곽만 드러낸 동호인들이 안개와 같은 빛깔의 흰 치아를
번득이며 즐거운 담소를 나누고 있다.

 

20:58
조금 더 오르니 바로 정상이다.안개비 때문에 그 전망 좋은 봉래산 정상은 불꺼진 지하실 창고같은 모습이다.
여기가 정상이라고 느껴지는 것은 제법 센 바람에 우산대가 뒤로 꺽어지기 때문이다.
21:22
자봉과 손봉을 거치며 내려오니 안개는 다소 옅어졌지만 시계불량은 그대로이다.흐리지만 바다에
점점이 비치는 불빛이 반갑다.손봉을 지나니 다소 경사가 가파라져 신경을 두발에 곤두세우게 만든다.
임도로 내려서면서 긴장감이 사라지고 다시금 한잔의 술생각이 물안개처럼 피어오른다.

 

 

바람 많은 세상에서 휘어지지 않으려고 이를 악물며 버티는 순간에도
22:00
목장원 주차장에서 오늘 산행을 마감하니 안개비의 모호성에 대한 긴장감도 낮아지고
다소 가늘어진 이슬비로 안주에 드레싱하며 함께 한 산행동호인들과 모자라는 자리를 패스하며 술을 마신다.

 


바람 많은 세상에서 휘어지지 않으려고 이를 악물며 버티는 순간에도 이러한 시간이 가끔 있다는 것은 얼마나 기쁜가?

어떤이의 눈에는 안개비속에 산행하는 모습이, 습기에 젖어들어 눅눅해지는 그 모습이 더욱 안스럽게 보일 수도 있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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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낭만을 찾아가는 山中問答
風/流/山/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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