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운산 학심이골▲인간 본연의 모습을 찾을 수 있는 원시비경의 계곡


- 언제 : 2006.8.15 (화) 08:00~20:00
- 얼마나: 09:30~15:30(6시간)
- 날 씨 : 맑음,무더위
- 몇명: 28명
- 어떻게 : 부산 산정산악회 동행(
http://mysanjung.co.kr)
▷운문령-760고지-귀바위-상운산- 상운산과 쌀바위 중간 우측 내림길-학소대-합수지점(학심이.복숭아골)
-운문천-운문사

- 개인산행횟수ː 2006-25[W산행기록-154 P산행기록-296/T641]
- 테마: 계곡산행,근교산행

-산높이:상운봉(1,114M)
- 좋은산행 개인호감도ː★★★★★




 

1박 이상의 야영생활에 필요한 장비를 갖추고 떠나는 등짐여행을 백패킹(backpacking)이라고 하는데, 그런 장소에 딱 어울리는 산이 한국엔 별로 없다. 그러나 그 중에서도 한번 찾아서 언급하라고 한다면 나는 학심이골과 심심이골을 추천하고 싶다.

 

원래 백패킹은 ‘짊어지고 나른다’라는 뜻으로, 1박 이상의 야영생활에 필요한 장비를 갖추고 정해진 구간을 여행하는 것이다. 등산과 트레킹의 묘미가 복합된 레저 스포츠로 산의 정상까지 도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지 않으면서 발길 닫는 대로 걷는다는 점에서는 트레킹과 유사하지만, 주로 계곡이나 냇가를 끼고 발걸음을 옮긴다는 점에서 트레킹과 구별된다.

 

백패킹의 유래는 기계화, 개인화, 물질화로 잃어버린 인간 본연의 모습을 찾으려는 노력으로 시작된 것이다.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문명의 도움 없이 자 신의 두 발과 의지만으로 대자연을 찾아 나서는 행위로 근대적 의미의 도보여행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나는 백패킹 장소로 학심이골을 추천하지는 않겠다.학심이골이 갖춘 지형적 조건은 백패킹에 어울리는 장소이지만 현실적으로 이 지역은 상수도보호구역이기 때문이다.

 

학심이골은 운문사에서 진입하는 것은 휴식년제로 입산이 금지되는데,귀바위와 쌀바위에서 하산하여 계곡을 타고 운문천으로 나오는 것은 사실상 눈감고 있어 뭔가 법령이 이상하게 적용되는 곳이다. 아마도 학심이골의 물은 상수도 보호지역이기 때문에 막기는 막지만 여름에 계곡산행을 위하여 밀어닥치는 인해에 밀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모양이다.

 

 

운문령에서 산길과 임도를 넘나들며 귀바위를 넘어야 한다
09:24~10:15
운문령은 경북과 경남의 경계선이다.운문령에서 하산하여 임도와 산길을 오가며 일단 760고지에 오른다.
그리고 바로 귀바위와 상운산을 넘어야하는데,임도와 산길을 오가는 것이 귀찮아서 임도를 따라 걸었더니
일순 임도와 산길의 높낮이가 차이나며 멀어지는데 갑자기 뙈약볕에 노출되어 곧 후회를 한다.

 

임도를 따르다 쌀바위가 보이면 바로 우측 내림길 시그널을 따라 하산한다.
10:36~11:33
귀바위를 지나면 이때부터는 무조건 임도를 따라야 된다.그러다 눈앞에 쌀바위가 보이면 바로 우측
내림길로 계곡방향으로 하산하면 학심이골로 들어가는 들머리가 되는데 청신한 산죽이 많아서
시원한 기운이 넘쳐 기분이 좋아진다.

 

이후 하산길이 지루함이 느껴질 정도로 표고를 낮추게 되는데 돌과 바위,그리고 숲이 번갈아 나타나며
첫번째 폭포가 나올때 까지 걸으면 된다. 첫번째 폭포는 제법 위용을 갖추고 있지만 무명폭이다.

 

 

학소대폭포 근처에서 양갈래길에서 우측으로 직진해야한다.
12:17
갑자기 시그널이 양쪽으로 걸려있는데 좌측으로 들면 다시 가지산으로 향하는 트래버스 길이다.
따라서 그대로 직진하면 된다.

 

학소대(鶴巢臺)는 동대산의 침수정계곡,백운계곡,무주구천동계곡,내연산 계곡,주왕산,가령산,
두타산,월악산,화양동계곡 등 우리나라 이름난 곳에 하나씩 있을 정도로 흔한 이름이다.
여기서 소(巢)라는 글자는 둥지 , 즉 새집을 의미한다.

 

글자를 자세히 보면 아래쪽에 나무 목(木)이 보이고 여기에 새집 같은 가로 왈(曰)자가 보이고
그 위에 새 세마리가 고개를 들고 있는 모습 처럼 보인다.

 

학소대 새집은 어디쯤일까 가늠하며 바로 앞의 학소대폭포를 보니 제법 위압적이다.
폭포 아래 물길도 어른 두곱은 되어 보이고 시원한 물소리가 듣기 좋다.

13:08~15

학소대 폭포 앞에서 식사를 하고 내려오니 갑자기 경관이 확 트인다.앞을 바라보니 학심이골의 모습이 드러나고
우측 아래를 보니 멋진 삼단 폭포가 있다.
13:16
이때 부터 계곡은 원시 비경을 보여주며 그 다이나믹한 계곡의 변신에 입을 다물지 못하게 한다.
중간 산길에 심마니가 만든 잠자리용 구들도 보인다.
13:34
그러다 갑자기 낭떠러지가 나타나는데 여기서 좌측 산길을 따르면 된다.멋모르고 로프를 붙잡고 아래로
내려가보니 다시 올라올 수 밖에 없었는데 그렇게 깊은 계곡 사면으로 길이 나있다고는 상상치 못했기 때문이다.

 

14:21
그러다 원시형태의 임도가 나타나고 점점 임도가 제모습을 갖추게 된다.지루한 임도가 끝나면 사리암 주차장이
나타나고 여기서 운문사까지 도로길이도 만만찮은데 운문사에서 버스 주차장까지도 지루하게 걷게 만든다.
운문사는 주위 기품있는 나무들 때문에 참 행복한 장소이다.
그래서 이 멋진 나무들 때문에 지루함을 충분히
보상해 줄 것이다
.

(캠페인)우리 배낭 속에 책 한권이 있다면....

 

긍정적으로 볼때 산악인 이라면 그건 보통의 경지를 넘어서는 단계이다.
그런데 현대의 현주소는 어떤가?

 

너무나 산행인구가 폭증하여 조금 심하게 말하면 개나 소나 산에 가는 형국이다.
오늘 나는 두가지 슬픈 사실을 보았다.

 

오늘 8월 15일을 맞아 너무나 가슴이 아프다. 고이즈미가 야스쿠니신사 참배를 연미복 입고 제대로(?) 했다.

 

우리나라 명성황후는 어떻게 죽었는가?
생선회 같이 몇번의 칼질로 피범벅이 되어가는 상황에 국부검사를 한다는 인간말종의 짓을 하고 그것도 모자라 불로 태워버렸지 않았는가?

 

그런 인간말종들이 대동아공영이라는 허울 좋은 슬로건을 내걸고 얼마나 많은 동아시아의 사람들을 핍박하고 괴롭혔는가?

 

차마 필설로 혹은 말로 언급하기 괴로운 짓을 하고도 이제는 무엇이 그리 떳떳한지, 그런 전범들을 합사한 야스쿠니 신사에 정식으로 일본의 총리가 참배를 했다.

 

그런 날이 오늘이다.그런데 오늘 학심이골 등반을 하던 도중 상수원보호구역에서 치약으로 양치질을 하는 우리국민을 보고 가슴속으로 통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도대체 몇번을 당해야 정신을 차린단 말인가?
나는 오늘 인구수에도 뒤지고 경제력에도 뒤지고 나라의 면적에도 뒤지는 상황에서 일본을 이기는 방법은 독서 밖에 없다는 결론을 얻었다.

 

그러한 밑바탕에 우리의 자원은 인력뿐이라는 생각의 막바지에 다다랐기 때문이다.
"알랭 드 보통"의 여행의 기술(the art of travel)이라는 책에서 "생각의 산파는 여행"이라는 글을 읽고 공감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일본인들이 책 한권 읽을때 우리는 두권을 읽는 것이 대안이며, 그들이 한페이지를 읽을때 우리는 두페이지를 읽는 것이 극일의 조건이라고 생각한다.
갑자기 왠 여행이냐고? 여행과 산행의 차이점이 있는가? 굳이 말하면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생각의 산파" 역할을 한다는 입장에서는 같은 것이다.

 

1870년대에 산악인으로 죽은 서구 산악인의 배낭에서 발견되는 니이체의 책은 자살을 미화하는 방편이 되었지만 현대 우리나라에서 발견되는 배낭 속 책 한권은 강력한 대한민국의 힘이 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백범 김구 선생은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문화의 힘"이라고 했다.그 문화의 밑바탕에 책이 있다.
이제 산악인은 계곡을 오염시키고 생태계를 파괴하는 오명에서 벗어나서 무릇 산악인이라면 도(道)를 알고 행하고 즐기는 사람,책을 읽는 사람으로 재인식되어야 한다고 본다.

 

당신은 후손으로 부터 잠시 빌려 사용하고 있는 한국의 산하를 깨끗이 하고 미래를 부강하게 만드는 책읽기에 동참하지 않겠는가?

 

 


 

 

학심이골은 이제 이름이 너무 나버려 오히려 안타까운 곳이다.
학심이골은 원시비경을 아직은 간직하고 있지만 너무도 멋진 곳이라는 입소문 때문에 하루가 다르게
파괴되고 있는 곳이다.

 

내가 오늘 학심이골을 갈 수 있었던 것은 누군가가 이 험한 계곡에 길을 내 주었기 때문이다.

 

자연은 자신의 아름다움에 이끌려 들어온 인간의 손에 훼손되고 결국 야생미를 잃어 망가지고
만다는 사실이다.

 

한 차례 사용이 허락 된 것을 계속해서 즐기고 싶다면 우리는 산악인으로만 만족하지 말고
나아가 열렬한 자연 보호주의자가 되어야 한다.

 

그것을 실천 하는 것은 그렇게 어려운 것은 아니다.그것은 바로 흔적 안 남기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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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낭만을 찾아가는 山中問答
風/流/山/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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