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녕 우포늪 생명길)생명의 관점에서 보면 새는 온 몸으로 난다.

- 언제 : 2012.3.10(토) 12:20~18:10
- 얼마나: 2012.3.10 13:50~16:30
- 날 씨 : 흐림
- 몇 명: 홀로
- 어떻게 : 자가SUV 이용
▷우포늪 생태관-대대제방-사지포제방-주매제방-소목-목포제방-사초군락-생태관(원점회귀)

 

우포는 사진을 찍으러 몇 번 갔던 곳입니다.그러나 오늘은 사진 보다는 우포늪생명길이라는 트레일에 더 관심이 있어 나섰습니다. 원시적 저늪층이 그대로 간직된 우포늪 70여만평에 이르는 천연 늪속에는 휘귀동식물이 서식하며 동식물의 천국을 이루는 자연환경보전지역입니다.아프리카에 세렝게티가 기억에 남는다면 한국은 당연 우포늪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우포늪 가장자리를 따라 한바퀴 원점회귀 할 수 있도록 트레일 하는 코스에 생명길이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생명life生命은 "생물이 살아서 숨쉬고 활동할 수 있는 힘이다. 모든 생물에 공통적으로 존재하는 속성이다."라고 요약 할 수 있겠지만 사실 정확하게 정의하기 어렵습니다.오늘 우포늪을 걸으며 그동안 내가 알고 있는 생명에 대한 나만의 생각을 정리해 볼 생각입니다.

 

엥겔스는 "생명이란 단백질의 존재양식이다"라고 정의하며 물질대사를 생명현상의 기본으로 간주하기도 했습니다.서양의 접근 방식은 보통어떤사안을깊숙히 해부하듯이 너무 기본으로 들어간다는느낌을받는데생명에대한접근도비슷합니다.

 

그에 비하면 우리나라의 자료를 찾아보면 이분이 보입니다.장회익(張會翼)이 처음 발표한 온생명론은 생명이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에서 시작됩니다.세포도 하나의 생명이지만, 세포로 이루어진 개체도 생명이고, 그 개체들의 집합인 생물종도 또 다른 생명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러한 생명들은 불가피하게 에너지를 외부로부터 얻을 수밖에 없는 의존적 생명 단위인 낱생명(individual life)들입니다.

 

따라서 태양-지구계처럼 항속적인 자유에너지 원천을 그 안에 품고 있는 자족적인 생명 단위인 '온생명'(global life)이 요청됩니다.1차 낱생명이 건강하려면 2차 낱생명이 건강해야 하고, 2차 낱생명이 건강하려면 3차 낱생명이 건강해야 합니다.그리고 그동안 '온생명에서 특정한 낱생명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은 '~의 환경'이라고 불려왔는데, 온생명론에 따르면 그것은 단순한 '환경'이 아니라, 그 낱생명의 '보생명'(co-life)입니다. 인간의 보생명인 다른 생명체들이 건강하지 않고 인간이 건강할 수 없고, 온생명이 병들었는데 인간을 포함한 낱생명들이 건강할 수 없습니다. 온생명 안에서 인간의 위치는 마치 우리 몸에서 중추신경계와 같습니다.결론적으로 말하면 인간과 환경이 온생명의 일부임을 자각하면서 환경문제를 바라봐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생명의 관점에서 보면 새는 좌우 날개로 나는 것이 아니라 온 몸으로 나는 것입니다.

 

 

제가 사는 아파트 옆 골목길에 보면 몇그루의 매화나무가 있습니다.
이곳의 매화 꽃이 만개하면 뒷산 사찰 근처의 매화농원도 활짝 핀 것을 알게되니
이곳 매화는 저에게 봄이 왔음을 알리는 첨병같은 역할을 합니다.

 


 

꽃잎 몇 개가 보입니다.
올해는 꼭 매화 꽃이 가득한 달밤에 술한병을 마시며
"매화에 비친 달 이것이 풍류로구나" (매월시풍류梅月是風流)를 읊은
율곡선생의 심사를 유추해보렵니다.


 

차가 막히지 않으니 예상보다 빨리 우포늪 생태관에 도착했습니다.여기에 주차를 하고
우측 대대제방으로 향합니다.철새들이 홀로 혹은 함께 모여서 따사로운 오후를
합창을 하며 노래하고 있습니다.

 

대대제방은 이름 그대로 이곳 우포의 제방 중 가장 크고 깁니다.
제방 우측으로 화왕산이 보입니다.창녕에서 화왕산火旺山이 양의 상징이라면
이곳 우포늪은 음의 상징입니다.

 

생명은 물과 빛이 중요한 요소이니 이곳 우포늪은 여성성을 닮아 있습니다.


 

늪 주변은 선버들이 가득합니다.우포늪을 깨끗하게 만드는 역할을 하며 공생합니다.

 

제방 끝에서 자전거는 돌아가라는 안내말이 보입니다.
하늘엔 솔개들이 높이 떠서 먹이를 찾고 있습니다.
버들의 줄기는 흡사 그물처럼 얽혀서 잭슨폴록의 그림을 보는 듯합니다.

 

대대제방을 지나 사지포제방으로 가니 여기는 또 다른 철새천국입니다.
자연과 일치된 사진사의 모습도 자연의 일부가 되었습니다.
 

 

제방 끝나는 곳에서 산길로 바뀝니다.이곳에 서낭목이 있습니다.
우포늪엔 여러 가지 이야기들이 있습니다.우포늪 스토리텔링 안내도를 보면
우포늪의 수호천사인 천년잉어의 약속,바위로 변한 엄마개구리의 사랑,
아름다운 해돋이와 해넘이를 볼 수 있는 주매제방,가시연꽃으로 피어난
판바우와 바우덕,천년잉어를 기다리는 왕버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 서낭목은 사랑하는 연인들이 봐야만 하는 나무입니다.
판바우와 바우덕의 사랑이 깃들어져 있고, 마을의 안녕을 기원하던
옛 우포늪 사람들의 소망과 정성이 담긴 사랑의 수호신,신목입니다.



이 팽나무는 가운데를 중심으로 뻗어나간 잔가지마다 심장모양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생명의 시작은 사랑이니 이곳 우포늪 생명길에 어울리는 스토리텔링입니다.
금줄에 매여진 소원지가 애틋한 기원을 대신하고 있습니다.


 

나무는 신목으로 경외의 대상도 있지만 천덕꾸러기 신세도 있습니다.
단지 길옆에 있다는 죄만으로 자란지 얼마 안되어 중심은 잘렸고
모진 세월 견디며 옆으로 펼쳐져 살지만 이제는 정말 더 살고 싶지
않은 모양입니다.

 

솔 일부가누렇게 변해가고 있고,솔방울을 따닥따닥 붙여
이제 2세를 기약하는모습을 보니 슬슬 마지막을 준비하는모양입니다.


 

그것보다 더한 상흔은 밭 가장자리의 아카시아 나무입니다.
베어지고 불에 태워집니다.


 

자기자신 보호를 위해 가시를 단 것이 더 미움을 받는 이유입니다.
잘 생긴 사람도 너무 까칠하면 미움을 받습니다.

 

저는 한달에 한번정도 부모님,빙모님을 모시고 맛집을 탐방합니다.
부모님들의 수다도 들어주고 맛있는 음식을 같이 먹는 일이 잦아지면
왠만한 일들은 저절로 해결되니다.

 


 

음식점을 가는 동안 차안에서 부모님이 좋아하는 음악도 들려줍니다.
이번엔 김용임의 트롯트를 들려드렸는데 "유쾌상쾌통쾌"라는 노랫말에
"이왕에 사는 인생 웃으면서 사는게 좋지""어차피 사는 인생 즐겁게 사는게 좋지"
라는 가사가 귀에 들리더군요.

 

올해 초 지점 슬로건 공모에서
"환하게 웃고 힘차게 뛰자"라는 짧은 구호로 응모한 결과 당첨되었습니다만
웃으며 사는 것이저는쉬운 듯 어렵고,어려운 듯 쉽다는 생각입니다.

 

똑같은 상황에서 돈도 안들면서 상당한 부가가치를 낳는 것이 웃음이니

노력해야죠.

 

아카시아는 몸통이 잘리고불에 태워져도 뿌리가 단단하면
그 강인한 생명력으로 다시 가지를 뻗어올리며 새로운 삶을 시작합니다만
사람은 각자 자신이 몸과 마음 모두 닦는 수련을 해야합니다.

 

며칠전 예전 직장동료 모임에 가서 옛 동료의 소식을 전해 들었는데
올초에 전국 부서장지점장산행에서 심인성 급사로 사망했다고 하는 충격적인 소식
을 들었습니다.

 

나보다 한살 적었고,평소에 운동을 싫어하고 육식을 즐긴 측면이 있었는데
아마도 그것이 원인이었지 않을까 싶습니다.

 

우리가 먹는 음식이 곧 우리의 몸이 됩니다.
우리가 하는 운동이 곧 우리를 튼튼하게 합니다.


 

이제 주매제방으로 갑니다.선버들 가득한 곳을 지나니
예전에 사진을 찍으러 왔던 장소가 기억납니다.
이렇게 한바퀴 작정을 하고 도니 몇 개의 퍼즐들이 연결이 됩니다.

 

 

나무는 우측으로 기울어도 혹은 좌측으로 기울어도
심지어 완전히 넘어져도 바르게 살겠다는 생각으로
하늘로 다시 향하며 생존합니다.

 

인간은 좌파냐 우파냐 따져서 "all or nothing"의 모습을 보인 적이 있습니다.
그렇게 전쟁을 하며 싸워도 좌파든 우파든 한쪽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이 있겠습니까?

 

제주 4.3 사태때는 진압군경이 찾아가서 가족 중에 한명이라도 없으면
도피자 가족으로 분류하여 그 부모와 형제를 대신 죽이는 대살代殺을 자행한 부분도

나옵니다.

 

요즘도 가끔 인종청소라는 단어가 보입니다.제노사이드genocide 중에서도
가장 끔찍한 것은 같은 종족끼리 절멸시키는 것이겠죠.

 


나무처럼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틀렸기 때문에 학살할 것이 아니라 다름을 인정하며 공존하는 것이 기본입니다.


 

나의 친구는 대법원의 자유,평등,정의 중 정의는 영어로 justice인데 이 단어는
just에서 왔다고 합니다.ali or nothing 즉, 옳고 그름이 아니라 "딱 그곳에 맞는"의
의미로 분배의 정의로 해석하더군요.


 

그러니 최소한 아무리 그 의미를 후퇴시켜도 같이 공존하는 것을
기본 바탕으로 깔고 시작해야합니다.

 

요즘도 트윗을 보면"증오"와 "없애는 것"에 관심이많은 트위터도보입니다.
이렇게 되면 항아리 속의 참게로 모두 우물안 개구리가 됩니다.

 

김인호 시인의 "항아리 속의 참게" 시 마지막은 "그만 섬뜩해집니다."로 끝납니다.


 

작은 소나무라도 이렇게 모여 있으니 한마디로 그림입니다.
참 좋습니다.

 


데이비드 브룩스의 "소셜애니멀"에 보면 안정된 인간관계 맺기가 행복만들기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했습니다.


 

"인간은 누구나 행복해지고 싶어하지만 무엇이 진정으로 자신을 행복하게 만드는지
판단하는 데는 서툴다"고 하며,"우리는 일과 돈, 부동산이 행복에 기여하는 정도를

과대평가한다. 친밀한 유대감과 힘들게 노력하는 과정은 과소평가한다. 친밀함에 대한
갈망은 인간 존재의 핵심이다. 인간을 행복하게 하는 것은 퇴근 후 친구들과 한잔하거나
애인과 섹스하는 것 같은 사회적 활동들이다. 출·퇴근처럼 혼자 하는 활동은 행복에
해롭다."고 했습니다.

 

혜민스님은 페이스북에서 "한달에 한번씩 만나는 친한 친구들과의 모임은
그달 봉급을 한번 더 받았을때의 행복감과 맘먹는 것이라고 합니다.
돈이나 좋은 직장보다 좋은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나오는 행복감이 가장 확실하데요."라는
글을 남겼습니다.

 

공감합니다.최소한 서너개 모임에 나가는 것이 행복하게 만들겁니다.
저는 사진,등산,여행,서예,고적답사회,중고등학교 동창모임,독서클럽,예전 직장동료 모임,
불교대학 동기모임 등에 참여하는데 이런 다양한 모임이 저의 생활을 행복하게 만든다고 생각합니다.


 

관계의 기본은 가족이니 가족과 함께 한달에 한번 뭔가를 해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우포늪 생명길엔 쉼터가 탑처럼 생겼습니다.
생명길이지만 이길은 트레일이니중간에쉬는시공간이필요합니다.
약한 길은 보충해주고자 예쁘게 계단을 만들어 놓았습니다.

 


목계단길과 흙길이 둘 다 있으면 저는 솔잎이 놓여진 푹신한 흙길이 좋습니다.
다만 비가 올때는 목계단을 가는 것이 이 길을 보호하기에 좋겠지요.


 

전망 좋다는 곳에서 사진을 찍고 다시 내리막길로 내려가서
좌측 징검다리를 지납니다.

 

이곳에 엄청난 왕버들이 있습니다.한반도 역사를 같이 한 우포늪에서
저의 눈에 가장 상징적인 것이 이 왕버들입니다.

 

갈대와 사초군락을 지나 나무의 반영이 아름다운 소규모 웅덩이를 바라봅니다.
다른 곳 보다는 상대적으로 물이 많이 깨끗합니다.

 

이곳 우포늪은 생물다양성biodiversity ,生物多樣性 측면에서도 다시 되돌아 볼필요가
있습니다.

 


생물다양성과 생물자원의 적절한 이용과 보존을 무시한 경제정책은 단기적으로 소득의
흐름을 증가 시킬 수는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현재나 미래에 필수적으로 필요한
생물다양성이나 생물자원의 감소 또는 손실을 초래함으로써 계속적인 경제성장을 둔화
시키고 궁극적으로 인간 삶의 질을 떨어트리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우포늪은 생명의 산실입니다.이곳에 찾아오는 왜가리를 비롯한 동물들도
그 어느 곳보다 행복한 느낌을 받는 곳입니다.

 

우포늪은 저에겐 생뚱맞게도 아프리카의 세렝게티를 떠오르게 합니다.

 

영화 아웃 오브 아프리카를 보면 계몽주의자 였던 카렌(메릴 스트립)은
자연을 개척하고 사랑을 위해서는 타인을 소유하고자 합니다.
이와 다르게 데니스(로버트 레드포드)는 생태철학적 시선으로 자연을 봅니다.

 


자연은 이성적인 질서를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가공할 만한 위험도 함께 있다고
보는 것이지요.그는 사랑은 소유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희생을 요구하지도 않습니다.
사람이든 자연이든 그속에서 어울린다는 시각이지요.

 

카렌은 원시부족에게 교육을 시키려고 하고 사자와도 맞짱을 뜨려고 하지만 ,
데니스는 그들만의 언어와 세계가 있다고 그대로 두는 쪽이었지요.


 

결국 카렌은 데니스가 죽은 후 아프리카를 떠나지만...

 


그 영화의 중간을 지나 보면두사람이 비행기를 타고 아프리카를 내려다보며
들려오는 모짜르트의 음악은 일시적이나마 두사람의 공통분모가 일치한 화합의 순간
이 옵니다.강정마을의 구럼비도 화합의 순간이 왔으면 합니다.

 

저는 카렌보다는 데니스 쪽입니다.유럽은 이슬람과 기독교가 서로 옳다고 all or nothing
으로 싸우는 아주 미개한 생각을 가지고 있으면서 아프리카나 아시아에 와서
계몽한다면서 똑 같은 짓을 저지릅니다.멀쩡한 인간을 마녀라 칭하며 화형을 한다던지
아프리카인은 인류가 아니라는 생각에 마구잡이 노예사냥을 하고 교세 확장을 위해
전쟁을 불사하는 종교라면 계몽의 대상이 어느쪽이 되어야 하는지 답이 나옵니다.

 


1858년 제주도에서는 막강한 제국주의를 등에 업은 천주교도의 행패로 시작됩니다.
교회가 부지를 매입하면서 신목(神木), 신당(神堂)을 없애는 등 제주도민의 문화를 무시
하는 행위로 말미암아 도민들로부터 반감을 사고 결국은 이재수의 난으로 비화됩니다.

 

불교인이 예수상을 보면 "예수님 안녕하세요"하고 인사하고
기독교인이 불상을 보면 "부처님 안녕하세요"하고 인사하면 좋을 텐데..

 

종교인은 근본적으로 순수한 사람이라고 저는 믿습니다.
왜 반목하고 질시하며 심한 경우 전쟁을 하는걸까요?

 

틀린 것이 아니라 다른것임을 인정하면 쉬울텐데 말입니다.

 

all or nothing으로없애려는 순간 똑같이 과거처럼 미개한 짓을 답습하게 될겁니다.

 

생명의 관점에서보면미개한 짓입니다.요즘 서양도 좀 깨달았는지 제임스 카메론의
아바타 같은 영화가 나와 기뻤습니다.

 

다시 생태관으로 도착하면서 오늘의 트레일을 마칩니다.
우포늪 생명길은 8.4km정도 되는데 저는 2시간 40분 정도 사진을 찍으며 편하게
걸었습니다.

 


세시간 정도 잡으면 더 넉넉하게 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제가 가본 트레일 중에서 손꼽을 정도의 명품 길입니다.
이길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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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는 바람처럼, 흐르는 물처럼
어진 산처럼,방랑의 은빛 달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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