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변산)잔인한 4월,산하는 꽃폭탄을 터트리고

- 일 자 : 2003.4.5 23:00 ~ 2003.4.6 20:40
- 산행시간 : 2003.4.6 05:00 ~ 10:17 (5시간 17분)
- 날 씨 : 매우 맑음
- 등반인원:39명
- 산행코스
▷ 남여치-낙조대-월명암-봉래구곡-직소폭포-관음봉-내소사
- 개인산행횟수ː 2003-13회
- 산높이ː 관음봉 424.5M
- 좋은산 개인호감도ː★★★★


4:5 23:00
사월은 가장 잔인한 달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 내고
추억과 욕정을 뒤섞고
잠든 뿌리를 봄비로 깨운다.
겨울은 오히려 따뜻했다.
잘 잊게 해주는 눈으로 대지를 덮고
마른 구근으로 약간의 목숨을 대어 주었다.
슈타른버거호 너머로 소나기와 함께 갑자기 여름이 왔다.
우리는 주랑에 머물렀다가
햇빛이 나자 호프가르텐 공원에 가서
커피를 들며 한 시간 동안 얘기했었다.
...

- T.S 엘리어트 <황무지>중에서 -

April is a cruel time -4월이다.역시 올해도 잔인하다.주가는 북풍한설 몰아치고 미국은 이라크 침략이
더욱 가속화되고,장국영이라는 홍콩배우는 사랑하는 두 남자 중 한남자를 선택한다는 것에 대한 갈등으로
투신자살했다는 알 수 없는 미묘한 계절이고 "사스"에 미국이라는 나라는 파병이라는 인질을 강요해놓고
우리나라 반도체수출의 20%를 차지하는 하이닉스를 상계관세 57.37%나 부과하며 우리나라 경제에
네이팜탄을 퍼부운 꼴로 4월을 시작했다.이런시기에 산행을 간다니 나도 복받은 사람임에 틀림없다.

내변산 무박2일 산행을 위해 시민회관에 도착하니 오늘은 설박사,저니가 왔고 오차장은 2분을 더 동행하고
산행에 참가했다.여기에 영훈이까지..산행멤버가 다채롭다.이야기 꽃을 피우며 밤을 도와 내변산
남여치로 간다.

4.6 04:00
남여치에 도착하여 05:00 산행출발 시간까지 버스에 대기한 후 슬슬 산행을 시작한다.랜턴을 켜고 오르는데
간간이 진달래가 보인다.미국은 조지고 부시는 세계의 깡패가 되어 판을 치는 이 처절하도록 잔인한 시기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봄꽃들이 다투어 피어났을 것이다.봄이 무르익는 4월.그 중에서도 딱 이 시기가 절정이다.
봄꽃.지난 겨울 순백의 눈같은 백색 화선지를 봄이 되어 연초록으로 점점이 물들이는 희망의 징표.꽃을 빼고
봄을 노래 할 순없다.꽃들은 긴 겨울 우울한 겨울잠을 뚫고 하늘까지 소리없이 울부짖으며 꽃잎을 내밀면
가슴속의 응어리가 자기정화되어 카다르시스라도 느끼고 싶은 것일까?해가 뜨면 분명 더 많이 보일 것이다.

05:58

:::관음약수

컴컴한 밤길을 걸으니 지구가 자전하기 때문에 도는 것이 아니라 우리같은 산악인들이 한발한발 걸으며 흘러가는
물 역할을 하여 지구라는 물레방아를 돌리기 때문에 지구가 도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한시간여 올라오니
관음약수가 보이는데 항아리에 한방울씩 떨어지는 물소리가 청아하다.한모금 마시고 좀더 올라가니 수줍은 듯
반겨주는 야생화가 지천이다.

06:01

:::야생화:현호색으로 판단됨

조릿대 사이사이로 빼곡히 고개를 든 야생화가 보일듯 말듯하며 온통 보랏빛으로 깔려있는 길을 따라올라가니
낙조대에 도착했다.

06:14

:::낙조대

낙조대는 그리 크진 않지만 아담한 바위 2개 정도가 놓여있고 해질녘 바다쪽을 바라보면 너무 아름다을 것으로
상상된다.그러나 오늘은 여기서 일출을 맞이하기 위해 대기한다.

06:17

:::낙조대에서

7시 쯤 뜰것으로 예상했는데 예상외로 해가 바로뜬다.아주 붉은 선홍색인데 하늘이 부항을 뜬 자국같다.

06:23

:::일출

일출을 구경하고 월명암으로 향하는데 이제 제법 뚜렷하게 해를 볼수있다.

06:30

:::일출

몇분을 더 내려가니 월명암이 나타나는데 월명암에서 바라보는 조망이 압권이다.동양화의 여백의 미처럼 보일 듯
말듯한 모습이 면사포를 쓴 신부의 수줍음을 연상하지만 산능선의 빼어난 실루엣은 부석사에서 바라본 백두대간
못지 않다.

06:35

:::월명암에서 바라본 조망

다시 오르내림을 반복하며 봉래구곡의 일부인 潭을 지나고 직소폭포로 향한다.

07:19

:::봉래구곡의 일부인 연못

드디어 직소폭포에 도달했다.30여M의 폭포높이가 실제로는 그리 높게 보이지는 않지만 오줌보 같은 연못을 지나
여기 직소폭포가 마지막 배설구 같다.

07:31

:::직소폭포

직소폭포 아래에서 모두 모여 식사를 하는데 고문님께서 삼지구엽초로 담근 7년산 술을 주신다.산행중엔
술을 먹지 않는 편인데 인생선배의 술 한잔을 거절하자니 예의가 아닌 것 같아 한잔을 받아 마셨다.한잔을 먹어보니
양주 같은 느낌이 뒷 끝이 깨끗하고 단번에 약주라는 느낌이 바로 온다.그래서 술맛이 좋아 한잔을 더 먹었고 술이
바닥을 보일 즈음 좋은 술 욕심에 한잔 더 먹었다.

식사를 마치고 재백이 고개를 지나 관음봉으로 가는데 진달래가 길을 따라 피어있는데 들숨엔 진달래향기가 나고
날숨엔 삼지구엽초 술향기가 번갈아가며 나는데 아마 나의 간도 좀 놀랬으리라.관음봉을 지나니 내소사가
발아래 보이는데 벚꽃에 파묻혀있는 듯 하다.천천히 풍광을 음미하며 내소사에 들렀다.

09:56

:::내소사

09:57

:::내소사

09:58

:::내소사 대웅전 창살 꽃무늬

내소사는 상당히 큰 사찰이었는데 뒷 산배경이 바위로 웅장하게 버티고 있어서 사찰도 상당히 웅장하면서
화려하게 만들어졌다.단청색깔이 화려하다는 것은 아니며 공포를 비롯한 건물양식이 화려한 모습이었다.

특히 대웅전의 창살 꽃무늬와 삼층석탑과 벚꽃이 어우러져 더욱 화려함을 느끼게 했고 1000년의 군나무와
일주문쪽 전나무 숲길은 운치를 더했다.

10:17

:::내소사에서

내소사를 나와 차를 타고 격포의 채석강을 가서 해물안주와 술을 먹었는데 다소 과음한 듯하다.오늘은 꽃에 취하고
술에 취하고 좋은 사람들에 취한 듯하다.

차를 타고 부산으로 오는길가 어디 한군데 꽃이 없는 곳이 없는데 탄성이 절로난다.오늘 본 봄꽃중 특히 산수유같은
생강나무.개나리.진달래와 동백꽃은 어느 산에도 흔하게 있는데 이들이 뿜어내는 유혹은 4월이 잔인해도 희망을
꿈 꿀수밖에 없다.

혼돈의 시기에 평화를 염원하고 봄꽃을 사랑하는 이가 있다면 미래는 희망이 있다는 증거일 것이다.파병결정은
결국 피 묻은 국익이 되었으며 나는 침략국가를 지원한 똘마니 나라의 국민의 한사람이 되었다.내 삶의 나이와 같은
우리나라 파병의 역사,나라고 한들 어찌 죄인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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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전의 노래 - Amandus Aalien

전쟁의 아이들이 나를 탓하지 않는다 해도,
나 스스로 내가 죄인의 한사람임을 안다.
우리가 지구를 어떻게 대하고 있는가?
우리는 지구를 돈과 명예를 위해 망치고 있다.
전쟁의 아이들이 나를 탓하지 않는다.
전쟁을 현실로 아는 그들은
옳고 그릇됨을 배울 기회도 없었다.
그러나 계속 이렇게 될 수는 없다.
이제는 새로운 노래를 불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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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나리 보다는 선명도에서 떨어지지만 무더기로 피어서 은은하게 정신을 아득하게 만드는 산수유같은 생강나무꽃.
갓 결혼한 치마저고리 투피스 빛깔 같은 개나리와 진달래의 앙상블.우아함이 뭉게구름 같고 낙화의 장관은 처연하게
넋을 빼놓는 벚꽃.순결하고 청순함을 송두리째 떨구고 마는 눈물방울 떨어지 듯 떨어지는 붉은꽃의 동백꽃.

산산마다 마을마다 땅속 정기가 하늘로 솟구친다.

이 유혹을 어떻게 떨쳐버린단 말인가.닷새뒤 이사를 가는 것도 와이프에게 맡기고 주체 할 수없는 봄꽃 유혹에

산들바람에 흔들리는 버들가지처럼,딮 퍼플의 4월 노래 마지막(I'll cry, say that I don't know I don't know)처럼

내마음은 나도 모르겠다식으로 배낭을 매고 밤을 도와가며 내변산에 갔다왔다.보통 여자는 봄을 타고 남자는

가을을 탄다고 하는데 난 4월을 탄다.

내이름 永漢의 의미는 영원한 사나이라는 의미다.永자는 영원(永遠)하다.영구(永久)하다 할때 쓰는 "길다"는 의미의

길영(永)이고 漢자는 중국의 옛 왕조 혹은 나라를 뜻하는데 모두 여섯 한(漢),곧 전한(前漢)·후한·북한(北漢)·남한·

촉한(蜀漢)·성한(成漢)이 있었으나,보통 전한과 후한을 이르는데 보통 한수한자라고 한다.하지만 큰 옥편을 찾아보면

사내(사나이)의미도 있다.예를 들어보면 좋은 쪽에 쓸때는 부처를 일컫는 열 가지 칭호 가운데의 하나인

나한(羅漢)할때 漢자가 쓰이고 이와 비슷한 뜻의 아라한(阿羅漢)할때도 쓰인다.

나쁜쪽에도 쓰이는데 여자를 희롱하는 사내라는 의미의 치한(痴漢)에도 쓰이고 행동이 수상한 사나이라는 의미의

괴한(怪漢)에도 漢자는 쓰이는데 이때의 漢자의 의미는 "사나이"라는 뜻이다.그런 내가 4월을 탄다고하면 이름을

지어준 어르신이 뭐랄까?.4월을 타는 마음에다가 술잔까지 덧붙여지면 그 마음이 어떻겠는가? 그런 맘으로 이틀동안

늦도록 지랄하고 돌아와도 이런 풍류서방 원망않고 이사 준비 찬찬히 해 놓은 와이프도 집에 있는 남은 봄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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花下醉(화하취) 꽃 아래서 취하다.

- 중국 만당(晩唐)의 시인 李商隱(이상은) 作


尋芳不覺醉流霞(심방불각취유하):꽃 찾아가 꽃 못보고 술에만 취하여

依樹沈眠日已斜(의수침면일이사):나무에 기대어 잠든 사이 해가 저무네

客散酒醒深夜後(객산주성심야후):사람들 돌아간 후 술에서 깨니 밤은 깊어져

更持紅燭賞殘花(갱지홍촉상잔화):붉은 촛불 다시 밝혀 남은 꽃 감상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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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하는 모든 것 속에서 자신을 만난다.
風流山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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