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를 타고 애진봉에서 내려와 임도를 따라 운수사 절집 근처 정자에서 휴식을 취했습니다. 60대 중반으로 보이는 할머니 네분이 다가 오길래 얼른 저의 마스크 줄을 더 당깁니다.할머니들이 차례로 정자 마루에 앉습니다.마스크를 하지 않아서 "연세 드신분들이 마스크를 안하면 어떡합니까? 앞으로는 마스크 하세요.요즘은 실내외 할 것 없이 마스크해야합니다."하며 걱정스레 여쭈니 "여기는 산이라서...(문제가 없다)"고 하시며 말끝을 흐립니다.
네분 중 한분이 눈치를 보다가 대뜸 "이런 정자는 누가 만들었겠습니까? "라고 질문을 해서 "아마도 임도에 있는 정자는 구청에서 만들었겠죠.그런데 이 정자는 기와라서 운수사 절에서 만들었을지도 몰라요"라고 대답을 하니 "그럼 이 지구는 누가 만들었겠습니까? "하고 쌩뚱맞게 되물으신다.
느낌이 이상해서 농담삼아 짐짓 "혹시 여호와의 증인입니까?" 라고 물으니 할머니들이 "어떻게 알았어요"하고 웃는다.
대충 넘겨 짚었는데....내가 생겨먹은 것이 좀 어리숙하게 보이는지 전도담당 외판원(?)들이 심심하면 말을 걸어온다.
이럴땐 반대로 치고 나가야 한다.
"그래서 좋으시겠습니다.하나님을 믿는 분들은 코로나에도 안걸린다고 하던데요." 하며 지뢰를 놓으니 한치의 의심도 없이 그냥 이 불쌍한 할머니가 밟아준다.
"그래서 마스크도 안끼고 다니잖아요.".라며 자랑스런 대답이 돌아온다.
하도 어이가 없어서 쓴웃음을 지으며 지켜보니 다른 할머니가 이때다 싶었는지 나에게 본격적인 전도가 시작된다.
"우리 눈에는 안보이지만 이 세상도 누군가가 만든 분이 있지 않겠느냐?"로 시작하는데 한 3분쯤 들어주다가....
"저 같은 사람 붙잡고 전도 할 생각말고 코로나 걸린 목사에게 전도를 하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그 분들은 하나님을 안 믿어서 코로나에 걸렸잖아요. 어차피 할머니들은 하나님을 믿어서 코로나에 안걸릴 것이 확실하니 코로나 걸린 사람 옆에 가도 괜찮겠죠.믿음도 대단한 것 같고요"라고 했더니
다른 할머니가 끼어들며 하시는 말씀이 "그 사람은 가짜고 우리는 진짜 하나님을 믿는 사람입니다"라고 하시는데 이때 눈치 빠른 다른 할머니가 세분 일행들에게 빨리 내려가자고 보채며 등을 민다..
도대체 교회에 있어야 할 분들이 절에는 왜 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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