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공산▲정열에 사로잡힌 사람들은 고통으로부터 배운다



- 언제 : 2004.12.25
- 얼마나: 10:50~17:10(6시간 20분)
- 날 씨 :전일 눈 내린 뒤 바람부는 화창한 날
- 몇명:48명
- 어떻게 : 부산 동백 산악회 따라서
▷수태골 휴게소↗바위골↗동봉↘↗염불봉↘신령재↗↘능성재↘선본사↗관봉(갓바위 부처)↘관암사,광덕사,보은사-갓바위지구 관광지
- 개인산행횟수ː 2004-48
- 테마:눈꽃산행,
- 산높이ː비로봉 1,192M
- 좋은산행 개인호감도ː★★★★★




팔공산은 대구 도심에 있는 산이지만 높이가 무려 1,192M로 도심의 산치고는 높은 산이다.산자락엔 민간신앙을 포함한 불교의 흔적이 많이 남아있고 이곳은 갓바위 부처로 불리어지는 영험하다고 이름난 관봉석조여래좌상(보물 제431호)이 있어 우리네 어머니,할머니들의 발걸음이 이어지는 곳이다.

여러가지 소원을 들어준다고 이름난 것이 아니라 "지성으로 빌면 한 가지 소원은 들어준다"는 영험 많은 부처로 알려져 있기 때문에 전국각지에서 예불하기 위해 주야로 끊이지 않고 찾아들고 있는 명불(名佛)이다.

종교를 마케팅측면에서 바라보기는 뭣하지만 마케팅 측면에서 바라보면 부산의 해동 용궁사와 같은 전략이다.우선, 한가지 소원을 들어준다는 것이다.많은 사람들에게 절절한 사연 중 소원 한가지만 들어주어도 우리 인생살이가 얼마나 자유로울까? 2개만 되어도 흔하지만 한가지는 언제나 소중한 진리인것이다.그런 측면에서 인간의 마음을 움직이는 광고 카피 중 최고인 셈이다.다시 한번 음미해보자?

"지성으로 빌면/
한가지 소원은 /
꼭 /
들어준다"

소원이 안 이루어졌다면 그것은 지성으로 빈것이 아니니 갓바위 부처님을 원망하지 말지어다.이 광고 카피가 없어지지 않는 한 갓바위 부처님을 향한 발걸음은 계속 이어 질 것이다.

둘째는 특이한 점이 있다는 것이다.용궁사는 사찰이 산에 있는 것이 아니라 바닷가에 있다는 점이 특이 한점이라면 관봉석조여래좌상은 여는 불상과는 달리 갓을 이고 있다는 점이다.

평평한 자연석 1매를 갓모양으로 다듬어서 머리에 올려놓은 것은 불상 조성 당시의 것이 아니며 불상과 석질은 같은데 그 조각수법이나 전체 균형 등으로 미루어 보아 그 후대에 올려 놓은 듯하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갓바위 부처님은 리모델링의 성공작인 셈이다.

오늘 같이 동행한 일행 중에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보내게 해준데에 대해 갓바위 부처님께 감사의 예불을 한 분"도 있는데,뭔가 논리적으로는 엇갈리지만 그렇게 세상을 받아들이며 사는 것도 행복할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08:30~10:59
동래 지하철역 4번 출구로 가서 산악회 차량에 몸을 싣고 팔공산 수태골로 갔다.수태골에 도착하니
11시 가까이 되었는데 바람이 제법 쌀쌀하다.한발 한발 산으로 접어드니 저 멀리 산봉우리는
흰눈으로 가득한데 하늘은 눈이 시리도록 푸른 빛이다.게다가 햇살에 반짝이는 눈은 더욱 찬란하다.



11:05~11:14
계곡을 지나니 잔설이 점점 많아지고 서봉으로 가는 길은 "폐쇄등산로"라는 걸개가 걸려있다.
잠시 고민에 빠진다.산악회에서는 서봉 가는 길은 폐쇄등산로가 아니라고 알려주는데 버젓이 걸려있는
"폐쇄등산로""라는 걸개를 무시하고 오를 수는 없는 것이다.잠시 고민 후 동봉으로 가기로 결정하고
두갈래 길 중 넓은 우측길로 올라간다.


조금 오르니 수릉봉산계라고 음각되어 있는 큰 바위를 만난다.안내문을 읽어보니 조선시대 왕실에서
사용하는 목재를 확보하기 위해 봉산의 경계를 표시한 자연암석이다.한마디로 입산금지 알림판이다.




11:31
병풍바위로 알려진 대슬랩이 나타나는데 암벽훈련하기 안성마춤이고 조금 더 오르니 멋진 바위군들이
나타나는데 볼트가 박혀있는 것으로 보아 여기서 암벽훈련을 많이 하는 모양이다.아마 여기 부터가
수태골은 끝이나고 바위골인 모양이다.




11:54~12:18
잔설은 점점 깊어지고 좌측을 보니 서봉의 눈이 햇볕을 받아 반짝이며 서기어린 모습을 드러낸다.



12:25~12:34
멀리 보이는 서봉과 비로봉의 눈은 눈부시고 바로 앞의 설화는 셔터를 누르기에 바쁘다.
오늘 서봉의 눈이 최고인데 폐쇄등산로를 무시하고 서봉을 오르지 못한 것에 대해 아쉬움은 없다.
서봉으로 갔으면 바로 눈앞에 펼쳐진 흰눈과 설화,상고대는 아낌없이 보았겠지만 멀리서 바라보는
이 멋진 광경은 동봉으로 가는 산객의 몫일테니..


:::비로봉





:::서봉



12:42
능선에 올라 비로봉쪽을 바라보니 비로봉과 동봉 사이 움푹한 곳에서 일행들이 식사를 하고 있다.



12:46
바람이 세차게 불고 흰눈으로 설맹에 걸릴 지경의 환상적인 모습에 감탄한 후 몸을 돌려 동봉으로 향한다.
잠시 오르니 바로 동봉이다.손이 얼얼해서 장갑을 꺼내고 모자에 붙어있는 귀마개로 귀를 보호한다.
어렵게 기념촬영하고 이제 관봉을 향해 기나긴 능선길을 걸을 차례다.



13:17~15:23
6KM에 가까운 능선길은 부산 도심의 산인 금정산과는 확연히 다르다.좁은 산길을 따라 응달진 곳과
양달진 곳을 오가며 리드미컬하게 산행하는 맛이 남다른 곳이다.염불봉을 지나고 조암과 신령재를 지나
능성재에 다다를때는 온몸이 흔건하게 땀으로 젹셔지고 양달의 눈들도 많이 사라졌다.




:::뒤돌아 본 지나온 길

15:58~16:23
능성재에서 보니 선본사가 한눈에 들어오고,선본재,인봉코스는 등로가 폐쇄되어있다.그래서 선본사로
하산 한 후 다시 관봉으로 오른다.선본사로 내려가는 길은 응달로 다소 미끄러웠다.선본사에서 따뜻한
자판기 커피를 한잔 마시고 계단을 돌며 오르니 갓바위 부처로 유명한 관봉이 나타난다.
이 추운날 갓바위 부처님을 향해 무수히 절을 하는 신도들의 움직임이 경외스럽다.






Joy, Love & Laughter !
기쁨, 사랑 그리고 웃음을 !


크리스마스 날 산에 갔으니 어떤 점에선 이색적인 산행이었다.최근엔 절에서도 성탄을 축하하는
현수막이 걸리는 것을 보면서,올해의 사자성어가 된 당동벌이(黨同伐異)가 내년엔
화이부동(和而不同)이 되기를 기원한다.


또 하나, 올해 고통속에서 한해를 보낸 모든 분들에게는 정열에 사로잡힌 사람들은 고통으로부터
배운다는 파테마타 마테마타(pathemata mathemata)의 글귀를 교훈삼아 내년엔 좀 더 잘 될것이라는
희망 속에 새해를 맞이하며 오늘의 고통이 헛되지 않았음을 증명하는 한해가 되기를 기원한다.
마지막으로 오늘 갓바위 부처님 앞에 엎드린 모든 분들에게도 한가지 소원은 성취되기를...


산악회에서 꼼꼼하게 준비한 이벤트와 푸짐하고 맛있는 하산주는
오늘의 산행을 더욱 행복하게 만들었다.





━━━━━━━━━━━━━━━━━━━━━━━━━━━━━━━━━




바람이 흐르듯 자연과 만나는 산행
風流山行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