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 만물상 삼일포▲우주를 빚은 손이 세상의 만물을 금강에 새겨놓았다.

 

 

 

- 언제 : 2008.6.6 (금) 21:00~2008.6.9(월) 02:00
- 얼마나: 2008.6.8 08:30~15:30
- 날 씨 : 대체로 맑음
- 몇명: 45명
- 어떻게 : 부산 솔뫼산악회 동행
▷ 만상정-귀면암-천선대에서 만물상 감상-하늘문-삼선암-만상정
- 개인산행횟수ː 2008-20[W산행기록-199 P산행기록-339/T689]
- 테마: 명산산행
- 산높이:천선대936
m
-가져간 책:나의 북한 문화유산답사기 하,시와 에세이로 금강산 맛있게 보기,산정무한
- 호감도ː★★★★★

 

 

전날 세존봉 코스는 이름에 있어서 불교적 색채가 강했다면 오늘 오르는 만물상 코스는 삼선암,천선대 등 신선사상 즉, 도교적 색채가 강하다.큰 버스는 오를 수 없어서 28인승 미니 버스를 타고 갈지자로 트래버스하며 상당한 높이를 오른다.
 


느낌적으로 거의 정상에 오른 것 같은데 산행출발지인 만상정에서 또 다시 가파른 산길을 올라야 하는 금강산의 오지에 속한다.산길은 한하계로 오르는데 찻길 때문에 한하계 고갯길은 맞은편 관음연봉을 볼수 있으며 관음연봉에 한줄기 물줄기가 엷게 내리는 곳이 있으니 관음폭포(육화六花폭포)다.
 


차는 제법 가파른 산길을 타고 오른 후 멈추는 곳은 만상정 주차장인데 여기서부터 만물상에 오르는 길목이 된다.
 
육화(六花)의 의미는 눈(雪)이라는 의미다.눈꽃이 육각형으로 되어 있어서 이름을 이렇게 지었는데 이런 남다른 이름을 붙인 사람은 "양 봉래"다."봉래"는 금강산의 여름이름이기도 하지만 "태산이 높다하되 하늘 아래 뫼이로다."라는 시조를 읊은 양사언의 호이기도 하다.양사언은 초서를 잘 쓴 조선시대 4대 명필이며,시인이기도 하다.
 


양사언은 금강산인으로 여러곳의 바위와 봉우리 이름을 지어주기도 했는데 오늘 코스도 양봉래와 관련이 많다.오전엔 만물상 코스를 등산하고 오후엔 삼일포를 유람하였다.

 

구룡마을과 온정각은 금강산 산행의 베이스캠프

 

구룡마을에서 일박을 하고 아침 5시에 눈을 떠서 일출을 바라보니 벌써 이른 시간에
북측 농부 한사람은 밭일을 하고 있다.아침 뷔페식사를 마치고 나오는 길에
교예공연장 뒤로 세존봉 만큼이나 조망이 좋은 전망대 역할을 하는 수정봉이 보인다.

 

전일과 달리 아침부터 불안하게 날씨가 변덕스러운데 외금강 호텔 너머 오늘 우리가 갈
만물상쪽은 터진 구름 사이로 햇볕이 내리기도 한다.

 배낭을 챙기기 위하여 다시 돌아온 구룡마을 컨테이너 형상의 숙소로 돌아오니
빛내림이 황홀한데 그 빛이 집중적으로 쏟아지는 건물은 남북이산가족의 만남을
이루어 줄 금강산면회소 건물로 한창 공사 중이다.

 

 

 

 

 

천선대에서 신선이 되어 만물상을 바라본다.

 

미니버스에 나누어 타고 꼬불꼬불 구절양장 같은 산길을 몸을 좌우로 눕혀가며 오른다.
중간에 관음폭포가 있지만
사진을 찍을 수 없다.
버스 이동 중에는 사진찍기를 금지하기 때문이다.만상정에 도착하여 산행을 시작하는데

좁은 산길에 인파가 가득하여 밀려서 올라가는 형국이다.

 

 

 

 

 

 

멀리 천선대가 보인다.계곡을 따라 더 들어가니 오른쪽에 절부암이 있고 왼쪽에 30여M 칠층암이 있다.
절부암은 바위 중턱에 도끼로 찍은 듯한 깊은 자국이 있어서 붙여진 이름이고 칠층암은 마치 돌을 일곱층
쌓은 것처럼 보인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절부암을 지나면 경사가 70~80도는 되어 보이는 가파른 절벽이 나타난다.아래 위가 모두 벼랑바위여서
정신이 아찔하다.가파른 돌계단을 오르면 이번엔 철계단이 나오는데 숨이 차고 땀이 흘러 옷이 흠뻑 젖는다.
숨을 고를 만한 장소가 나타나는데 이름도 안심대이다.안심대에서는 두갈래길이 나타난다.

 

하나는 하늘로 가는 천선대天仙臺이고 다른 곳은 바다를 구경하러 가는 망양대望洋臺이다.
나는 만물상을 보기 위하여 천선대로 오른다.

 

잠시 전망대에서 조망을 하고 가파른 철계단을 돌아가며 오르면 천선대가 나타난다.

 

 

  

천선대는 비좁아서 인파에 밀려가며 만물상을 바라보며 연신 셔터를 누른다.풍화삭박風化削剝작용에 의하여
강한 산악미가 그대로 드러나는데 자세히 보면 세상의 모든 만물이 다 들어있다.


17세기 시인 박세당은 만물상을 보고 이렇게 노래했다.


"일만 송이 연꽃이 피어
이슬에 씻은 얼굴을 드러낸 듯하고
일천 자루 창을 꽂아
서리 어린 날끝을 세운 것 같구나"

천선대라는 글씨가 씌여있고 이곳 주위는 온통 낭떠러지 인데 맞은편에 만물상을 영화의 은막처럼
펼쳐져 있다.하늘에 장막처럼 걸려있는 온갖형상의 바위들을 조물주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느낌이다.


정철의 관동별곡 내용 그대로다.


"조물주의 솜씨가 야단스럽기도 야단스럽구나, 저 많은 봉우리들은 나는 듯하면 뛰는 듯하고,
우뚝 섰으면서도 솟은듯하니, 참으로 장관이로다"

 

 

 

 

 

 

 

천선대를 지나 하산을 하면 하늘문이 나온다.하늘문 사이로 만물상의 모습들이 보이는데
망장천에서 올라오면 하늘만 보이기 때문에 붙은 이름으로 보인다.그러니까 나는 지금

거꾸로 내려가는 입장이기 때문에 내려가면서 뒤로 돌아보니 정말 하늘만 보이고
만물상 금강문이라는 하늘문 벽에는 금강제일관金剛第一關이라는 글씨가 있다.

 

 

 

한잔에 10년씩 젊어진다는 망장천 물맛을 보고 싶었지만 줄을 서서 기다리는 사람이 많아
그냥 안심대로 내려온다.이후 귀면암鬼面岩을 찾는다.귀신 대접을 받는 맞은 편에 신선 대접을 받는
삼선암三仙岩이 있다.자세히 보면 넷인데 날선 바위 하나는 약간 떨어져 있어서 독선암獨仙岩이라고 한다.

 
이리하여 오전 일정을 모두 마치고 식사를 한 후 삼일포 유람길에 오른다.

 

 

 

 

 

삼일포는 금강산을 찾은 나그네의 후식 구경거리

 
북측에 있는 관동팔경의 하나인 삼일포의 유래는
신라시대에 영랑() ·술랑() ·남석랑() ·안상랑() 등 4국선()이

뱃놀이를 하다가 절경에 매료되어 3일 동안 돌아가는 것을 잊었기 때문에 삼일포라는
이름을 얻었다고 한다.


실제 거의 파도가 없어서 뱃놀이 하기에 딱 좋다.

 
삼일포의 바위들은 온통 북측의 선전문구인 "글발"로 채워져있었다.
원래는 바다였는데 입구가 모래로 막혀 지금은 호수가 되었지만

이름은 호수의 이름이 아닌 포구의 이름이다.

중간에 와우도와 사선정이 있고 주위 올망졸망 36개 봉우리가 있다.

 

봉래굴에 적혀있는 양봉래의 삼일포 싯구를 북측 여성 안내원이 읊어준다.


 

鏡裏笑蓉三十六 (거울속에피어있는 연꽃송이 서른여섯)
天邊萬二千(하늘가에 솟아오른 봉우리는 일만이천)
中間一片滄石 (그중간에 놓여있는 한조각의 바윗돌은)
合着東來海容眼 (바다찾은 길손이 잠깐쉬기 알맛구나)

북측 사람들에게 사진을 찍지 말라는 주의에도 불구하고 중년 남성 한분이
사진을 찍어 북측 안내원이 보는 앞에서 파일을 삭제하는 모습이 보이고
남측 할머니 한분은 아가씨로 보이는 북측 여성안내원에게 다가가
큰소리로 "이남에 오면 여기보다 훨씬 좋은 곳이 많다"고 강짜를 놓는다.


금강산 특구가 열린지 10년,초기 같았으면 북측에 의해 붙잡혀 갔을 것이다.
못 들은척 자신의 일을 알뜰히 설명해주는 북측 안내원이 고마울 뿐이다.


여행을 하다보면 꼭 이런 사람들 때문에 여간 난처하고 민망스러울 수가 없다.


마지막 일정이라 생각하니 아쉬움이 남아 삼일포에서 몇몇 지인들과
꼬치구이 안주에 막걸리를 마시며 서로간의 감상을 나눈다.


 

 

 

 

 

금강산 관광은 예사 놀이관광이 아니다.

점심식사를 하고 면세점에서 몇개의 물건을 구입한 후 남측으로 출발하기 20분 남은 시간에 홀로 마지막 장소를 찾아간다.

온정각 동관에 있는 정몽헌 회장의 추모비다.

이념과 열강의 힘에 의해 두동강 난 상처를 온몸으로 부딪히며 남북화해의 물꼬를 열은 고인의 명복을 빌며
금강산 특구를 열어준데 대한 감사한 마음에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이제 통일은 남은 우리들의 과업이다.

북측을 벗어나자마자 참았던 울음이 터지듯 빗방울이 세차게 내린다.

 

 

 

 

 
 
矗矗尖尖怪怪奇
人天神佛摠堪疑

촉촉첨첨괴괴기 
인천신불총감의

촉촉히 쌓인돌,뾰족뾰족한 봉우리 기기괴괴하구나.
사람.하늘.귀신.부처 모두 다 감히 의심하네......

-완당 김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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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는 바람처럼, 흐르는 물처럼
어진 산처럼,방랑의 은빛 달처럼


風/流/山/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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