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음악,차,책]
비는 내리고 음악은 차 안 가득하며 노각차 한잔에 책을 읽으니
문득 이보다 더 완벽한 조합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한시 중에서 가을과 비를 주제로 한시를 검색해보니 최치원의 추야우중(秋夜雨中)이 있습니다. 지금 저는 오후이지만 비가 오며 산 속 주위가 다소 어두워져 분위기는 약간 밤의 심사가 엿보입니다.
추야우중 - 최치원
“가을 바람에 괴로이 읊나니(秋風唯苦吟)/
세상에 알아주는 이 없네(世路少知音)/
창밖에 밤 깊도록 비 내리는데(窓外三更雨)/
등불 앞 마음은 만리를 달리네(風前萬里心)”
[신라와 최치원]
신라는 백제와 고구려를 멸망시키고 통일을 이룬 뒤 676년 당나라 군대까지 몰아내면서 문무왕 이후 바야흐로 통일신라 시대를 열었습니다. 그러나 얼마 안 가 혜공왕 때부터 중앙정부는 내부 분열이 시작됐으며 왕권은 점차 위기로 치달았습니다. 거기다 폐쇄적인 골품제로 고구려·백제 유민을 포용하지 못하면서 중앙정계는 진골 귀족의 정권 쟁탈 각축장이 됐습니다.
추야우중을 보면 당나라에서 공부를 하면서 향수와 고독으로 점철된 것이 잘 나타납니다.
당에 머무른 지 17년 만에 신라 헌강왕은 귀국한 최치원을 시독 겸 한림학사 수 병부시랑 지서서감사에 임명합니다. 헌강왕은 당에서 문명을 떨친 최치원을 큰 기대를 걸며 환대한 것입니다. 최치원은 처음에는 당에서 배운 경륜을 의욕적으로 펼치려 했지만 진골 귀족 중심의 독점 신분 체제와 국정이 문란함을 깨닫고 외직을 원해 890년 지방관인 태산군 태수가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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