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옥산서원,독락당)회재 이언적의 학문과 풍류공간을 찾아서

 

- 언제 2022-5월7일(토)~8일(일) 
- 날씨 :비 온 후 점차 맑아짐
-몇명: 홀로

 

▷답사일정( 風輪 )


부산- 옥산서원 주차장(차박)-세심대-옥산서원-독락당-관어대-정혜사지십삼층석탑-잠계 이전인 기적비와 당수나무- 부산

 

 

 

5월8일은 어버이 날이고 음력으로 4월 8일이라 초파일입니다. 한적한 곳을 가고 싶어서 일단 절집은 피합니다. 홀로 조용히 즐길 곳을 생각해보니 독락당(獨樂堂)이 떠오릅니다.

(관어대 옆 독락당의 모습)


17년전인 2005년에 도덕산 산행을 하면서 들머리에 잠시 보았던 독락당과 그 옆 관어대와 여느 탑과는 다른 형태의 정혜사지 십삼층석탑이 떠올라 5월7일 밤에 출발합니다.

 

캠핑카의 장점은 마음이 동하면 별로 준비 할 필요없이 그냥 떠나면 됩니다.특히 조용한 곳에서 스텔스 차박을 즐기는 편이라서 넓은 주차장만 있으면 됩니다.밤 10시쯤 한적한 옥산서원 넓은 주차장에 주차하고 TV를 보며 유유자적 시간을 보낸 후 잠자리에 듭니다.PC 혹은 테블릿만 있으면 실시간 TV를 볼 수 있는 사이트 혹은 어플이 있어서 별도의 TV 설치를 할 필요가 없습니다.캠핑카 내 48인치 와이드 모니터가 있어서 말 그대로 모터홈의 역할을 합니다.

 

 이 자체가 홀로 즐기는 독락(獨樂)입니다.

 

 

 

옥산서원 세심대(洗心臺):경상북도 경주시 안강읍 옥산서원길 216-27

 

조용하며 한적하게 잘 자고 새벽에 해가 뜨자마자 바로 세심대로 갑니다.세심대로 가는 길이 너무 좋습니다.아름드리 고목이 아무렇지도 않은 듯 있고 특히 이팝나무 흰꽃이 피어 더 싱그럽습니다. 이런 곳의 아침공기는 더 없이 좋습니다.아무도 없는 곳에 홀로 이런 청신한 기운을 느끼며 몸과 마음이 저절로 씻겨져 나가는 느낌입니다. 

 

 

 

세심대는 옥산서원 앞으로 흐르는 자계천 가운데에 자리한 너럭바위 일대입니다.아마도 옥산서원의 원생(학생)들이 여름엔 모두 나와 모두가 앉아도 될 넓은 너럭바위에서 야외수업을 하거나 탁족을 즐겼을 것으로 상상이 됩니다. 폭포와 용소 위로 턱하니 얹혀져 있는 사각의 외나무 다리가 잘 어우러져 빼어난 경치를 선사합니다.

그리 크지 않은 규모이지만 외나무다리에 서 보면 체감적으로는 압도당하는 느낌이 들 정도입니다.  

세심대에는 많이 닳았지만 세심대라는 한자 글씨가 있는데 퇴계 이황이 새겼다고 합니다.

무위(無爲) / 회재(晦齋) 이언적(李彦迪) / 「임거십오영(林居十五詠) 중 무위

萬物變遷無定態(만물변천무정태)

一身閑適自隨時(일신한적자수시)

年來漸省經營力(연래점성경영력)

長對靑山不賦詩(장대청산불부시)

만물은 변하여 정해진 모양이 없으니

한적한 이 한 몸 절로 때를 따른다.

근래에는 꾸미는데 힘을 점차 줄여서

늘 푸른 산 바라볼 뿐, 시를 읊지 않는다.

 

외나무 다리를 건너 우측으로 올라가면 하마비가 나오고 계곡을 따라 나무들이 즐비해서 산책하기도 좋은 길이 이어집니다.

 

 

▷옥산서원:경상북도 경주시 안강읍 옥산서원길 216-27

 

조선시대 성리학자인 회재(晦齋, 주자의 호는 회암晦庵이고 안향의 호는 회헌晦軒으로 이언적과 안향은 주자를 본 받으려 한 흔적으로 보임) 이언적(수양중심 철학사상으로 위기지학爲己之學을 함. 요즘 시대에는 교수가 되기 위해 학위를 받기 위한 위인지학爲人之學의 경향이 강함.득도를 위한 학문을 한다면 자기자신을 위한 위기지학이고, 과거급제와 입신양명을 목적으로 학문을 한다면 위인지학이 됨.이언적은 위기지학을 함)을 기리기 위한 곳으로 선조5년 1572년에 경주 부윤 이제민이 처음 세웠고,그 다음해에 임금에게 옥산이라는 이름을 받은 사액서원입니다.공부하는 구인당이 앞에 있고 제사를 지내는 체인묘가 뒤에 위치한 전학후묘의 형식입니다. 구인당(求仁堂)이라는 이름에서 지혜보다 더 인(仁)을 소중하게 생각하여 이름을 붙인 것 같습니다.

옥산서원 글씨는 추사 김정희의 글씨이고 구인당은 한석봉의 글씨라고 합니다.옥산서원은 2019년 한국의 서원 이라는 명칭으로 다른 8곳의 서원과 더불어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곳입니다.

 

 

▷독락당:경상북도 경주시 안강읍 옥산서원길 300-3

 

 

옥산서원 주차장에서 독락당까지 차로 이동해도 되지만 작은 접이식 자전거로 독락당까지 갑니다.모내기를 위한 논에 물대기가 한참이고 개구리 소리도 들립니다.

 

세심마을로 가다보면 약간 오르막 이후로 내리막이 이어집니다.

 

현재도 독락당은 여강이씨 옥산파의 종가집입니다.그래서 뒤쪽 나무 숲이 우거진 사잇길로 따라 관어대로 가서 독락당을 봅니다.역시 이곳도 회재 이언적이 벼슬을 버리고 초야에 묻혀 거처 하던 곳입니다.

관어대 (觀魚臺)가 있는 곳도 옥산서원의 세심대 보다는 크지 않지만 약간의 너럭바위와 계속이 있어서 그냥 서서 계곡의 몰고기를 관찰하기 좋은 곳이라서 이런 이름이 붙었을겁니다.  관어대에 세워진 독락당의 건물은 계정(溪亭)입니다.계곡의 정자입니다.참으로 공간 배치가 절묘합니다.

 

조금 넓게 보면 독락당은 자옥산(紫玉山) 기슭에 있으며 회재 이언적이 은거(隱居)하면서 학문에 몰두할 때 4산5대(四山五臺)를 명명하였습니다. 옥산서원을 포함하여 사산(四山)은 화개산(華蓋山), 자옥산(紫玉山), 무학산(舞鶴山), 도덕산(道德山)이고, 오대(五臺)는 관어대(觀魚臺), 영귀대(詠歸臺), 탁영대(濯纓臺), 징심대(澄心臺), 세심대(洗心臺)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합니다.

 

회재 선생은 유배지에서 많은 저술을 남겼는데, 그 가운데 기(氣)보다 이(理)를 중시하는 주리논적(主理論的) 성리설(性理說)을 주장, 후배 학자인 퇴계 이황에게 계승되어 영남학파의 중요한 성리설이 되었습니다.
 
선생의 문집으로 회재집(晦齋集),구인록(求仁錄), 봉선잡의(奉先雜儀), 대학장구보유(大學章句補遺), 속대학혹문(續大學或問) 등의 저서가 있습니다.김굉필,정여창,조광조,이황과 함께 문묘(鄕校)에 종사되는 이들 다섯 명을 동방오현(東方五賢)이라 부릅니다.

조선 유학의 출발점은 목은 이색이었고 목은 이색은 수양철학,치인治人철학,초탈철학의 출발점이었습니다.여기서 치인철학은 조광조,이율곡으로 이어지고 초탈철학은 서경덕,남명으로 이어졌습니다.수양 철학은 권근,이언적,이황으로 이어졌다고 보면 됩니다.

 

특히 이언적의 서자인 "잠계 이전인"은 유배 아버지를 지극 수발하고 아버지 이언적의 학문을 알렸으며 유배지 강계에서 돌아가신 이언적의 시신을 고향까지 석달 이상 걸려 운구했습니다.적서차별의 족쇄 속에서도 가학을 전승한 것입니다.후손들에 의해 장산서원에 배향된 입지전적인 인물입니다.

회재 이언적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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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雪(신설) / 회재 이언적

첫눈에 오늘 아침 땅 가득 덮었으니
황홀하게 수정궁에 앉히어 놓았구나,
누군가 찾아오려나, 나 혼자서 마주하네.

新雪今朝忽滿地 怳然坐我水精宮
신설금조홀만지 황연좌아수정궁

柴門誰作剡溪訪 獨對前山歲暮松
시문수작섬계방 독대전산세모송

사립문에 누군가가 섬계[剡溪]를 찾아 왔으렸더니(新雪)로 번역되는 칠언절구다. 위 한시 원문을 의역하면 [첫눈 내린 오늘 아침 땅을 가득하게 덮었으니 / 누군가가 황홀하게 수정궁에 나를 앉혀 놓았구나 / 사립문에 누군가가 섬계(剡溪) 찾아 왔으렸더니 / 앞산에 소나무를 나 혼자서 마주하네]라는 시심이다.

 

▷정혜사지 십삼층석탑:경상북도 경주시 안강읍 옥산서원길 300-3

 

독락당에서 약간 뒤로 가면 좌측에 정혜사지 십삼층석탑이 있습니다.통일신라 9세기 즈음에 세워졌을 것으로 추측되는 이탑은 13층이라는 보기 드문 층수에 기단부 역시 일반적인 양식을 벗어 난 모습입니다.그래서 단 한번 보면 잊혀지지 않는 모습입니다.국보 제40호로 네귀퉁이에 까만 눈에 보이지 않는 무선 울타리가 있어서 탑을 자세히 보려고 다가가면 경고 안내방송이 들려옵니다. 국보임에도 사람들의 인기 없는 유물의 이유는 모르겠습니다. 

 

 

▷잠계 이전인 기적비:독락당 앞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기적비 앞의 나무는 회나무로 300년이 넘는데 해방 이듬해부터 매년 정월 보름에 헌관들이 목욕재계하고 당수나무제를 지내고 있다고 합니다.

 

 

한적한 곳을 찾는 사람에게는 참 좋은 곳입니다.
물론 여기도 여름엔 상당히 복잡할 것입니다만... 

 

개인적으로도 공부하고 머릴 식히기 위해 자연을 벗삼으면 필요 없는 것들은 날아가고 중요한 고갱이만 남게 되는 경험을 합니다.특히 이런 경우 번쩍하고 아이디어가 떠오르는 경험을 하게됩니다. 옛 선현들도 그래서 경치 좋은 곳에 향교나 서원을 만든 것으로 보입니다.학문과 자연을 벗 삼을 수 있는 곳이 최적의 장소입니다.

 

2005년 도덕산 산행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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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는 바람처럼, 흐르는 물처럼
어진 산처럼,방랑의 은빛 달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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