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갑자기 추워지며 눈이 오는 곳도 있네요.

그래서 생각난 한시가 유장경의 봉설숙부용산입니다.
유장경의 「봉설숙부용산(逢雪宿芙蓉山)」은 겨울 눈발 속 산촌의 한 장면을 아주 간결하게 그리면서, 나그네의 고독과 청빈한 삶의 정서를 함께 드러내는 시입니다.시간은 해가 저물 무렵에서 밤으로 넘어가는 겨울날로, 멀리 보이는 푸른 산과 깊어가는 어둠이 배경을 이룹니다.공간은 부용산 기슭의 가난한 초가집으로, 도시와는 동떨어진 산골 산촌의 황량하고도 고요한 분위기가 강조됩니다.시인은 자신의 감정을 직접 말하지 않고, 오직 산, 초가, 사립문, 개 짖는 소리, 눈보라와 귀가하는 사람만 배치하여 독자로 하여금 나그네의 외로움과 근심을 스스로 느끼게 합니다.“밤눈 속에 돌아오는 사람”은 이 집의 주인으로 보는 해석이 일반적이며, 눈보라를 뚫고 삶의 자리로 돌아오는 한 인간의 소박한 생존과 정든 집에 대한 애착이 은근히 배어 있습니다.
봉설숙부용산 逢雪宿芙蓉山 -유장경 (劉長卿)
(눈을 만나 부용산에 머물며)
일모창산원 ( 日暮蒼山遠 ) 해 저무니 푸른산은 멀리 보이고
천한백옥빈 ( 天寒白屋貧 ) 날 차가운데 가난한 초가집
시문문견폐 ( 柴門聞犬吠 ) 사립문 밖에 개 짖는 소리
풍설야귀인 ( 風雪夜歸人 ) 눈보라 치는 밤 누가 돌아 오나보다


최북의 「풍설야귀인(風雪夜歸人)」은 유장경의 시 「봉설숙부용산」 마지막 구절 ‘풍설야귀인’을 제재로 삼아, 눈보라 치는 겨울밤 속 나그네의 고독과 화가 자신의 삶을 겹쳐 놓은 대표작입니다.
화면에는 거센 바람과 눈보라를 온몸으로 맞으며 지팡이에 의지해 걷는 인물이, 산골 초가와 험준한 산세, 부러질 듯 꺾인 나무들 사이를 지나가는 모습으로 묘사됩니다.
중국 화가들의 ‘풍설야귀도’가 대개 초가로 돌아오는 인물을 그린 것과 달리, 최북의 그림 속 인물은 집을 비껴 지나 눈보라 속으로 더 걸어 들어가는 구도라서, “집으로의 귀환”보다 “어디에도 돌아갈 곳 없는 방랑”의 정조가 강조됩니다.
붓이 아닌 손가락에 먹을 묻혀 그렸다는 ‘지두화指頭畵’로 전해지며, 갈필과 농묵, 윤필을 대비시켜 근경의 인물·초가와 원경의 칠흑 같은 산세를 거칠게 처리한 점이 강렬한 인상을 줍니다.
* 유장경(劉長卿, 709?~790?)
당나라 중기 시인으로, 자는 문방(文房)이며 하간(河間, 지금의 허베이성 하간현) 출신입니다. 진사에 급제해 관직에 올랐으나 강직한 성품 탓에 두 차례에 걸쳐 쫓겨나는 등 불우한 관직 생활을 했고, 결국 수주자사(隨州刺史)를 끝으로 은퇴해 '유수주(劉隨州)'로 불렸습니다.(문학적 업적) 5언시에 뛰어나 '오언장성(五言長城)'으로 불리며, 산수전원시를 주로 지어 쓸쓸한 객지 생활과 고독한 정서를 노래했습니다. 대표작으로는 逢雪宿芙蓉山 (봉설숙부용산), 新年作 (신년작), 送靈澈上人 (송영철상인) 등이 있으며, 그의 시는 실의와 향수, 자연의 고요함을 간결하게 담아 후대에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생애의 특징)유장경은 현종 천보(天寶) 연간 진사에 합격했으나 정치적 모함으로 남파(南巴) 등지로 좌천되었고, 덕종 건중(建中) 시기 은퇴 후 산골에 은거하며 시를 지었습니다.그의 불우한 삶은 시에 자주 반영되어, 눈보라 속 나그네나 객지 새해의 쓸쓸함처럼 고단한 인간상을 그려냈습니다.
* 최북(崔北, 1716~1799)

조선 후기 개성 출신의 직업화가로, 호는 호생관(毫生館)이며, 자존심 강하고 괴팍한 성격으로 유명한 '조선판 반 고흐'로 불립니다.(생애 개요)중인(中人) 집안 출신으로 정식 과거를 보지 않고 화가로 활동했으며, 가난과 방랑 속에서 붓 한 자루에 인생을 걸어 '한 줌의 먹'으로 생계를 꾸렸습니다.60대에 서울 성곽 아래 술에 취해 얼어 죽었다는 전설이 전해지며, 그의 삶은 척박한 현실 속 예술적 고집을 상징합니다.(예술 스타일)최북은 산수화와 지두화(손가락으로 그리는 기법)를 주로 했으며, 거칠고 강렬한 먹 선, 고졸(古拙)한 맛으로 개성파 화풍을 개척했습니다.윤필과 갈필을 자유자재로 구사해 험준한 산세와 바람·눈 같은 자연의 움직임을 생동감 있게 표현한 점이 특징입니다.(대표작과 업적)風雪夜歸人 (풍설야귀인): 눈보라 속 외로운 나그네를 그린 걸작으로, 자신의 고단한 삶을 투영한 자화상으로 해석됩니다.호생관 일파를 형성하며 조선 후기 남인파 문인화에 반하는 직설적·파격적 화풍으로 후대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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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도 (2025.10.16) 출간되었습니다.책 제목은 화시유화(畵詩遊畵)입니다.종이책은 166페이지로 전자책 대비 내용이 절반수준입니다.전자책은 311페이지 분량으로 그동안 직접 촬영했던 사진 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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