雪夜(눈 오는 밤) -만해 한용운
四山圍獄雪如海 감옥 둘레 사방으로 산뿐인데 해일처럼 눈은 오고
衾寒如鐵夢如灰 무쇠처럼 찬 이불 속에서 재가 되는 꿈을 꾸네
鐵窓猶有鎖不得 철창의 쇠사슬 풀릴 기미 보이지 않는데
夜聞鐵聲何處來 심야에 어디서 쇳소리는 자꾸 들려오는지
눈 내리는 밤의 감회를 읊조린 시이다. “무쇠처럼 찬 이불 속”이니 그 겨울 만해의 옥고는 인간 인내의 한계점에 다다를 정도였나 보다. “재가 되는 꿈”(아니면 재 같은 꿈?)은 자신이 죽는 장면을 꿈에서 보았기에 표현하게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철창의 쇠창살은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고 눈은 해일처럼 엄청나게 내리고 있다. 심야에 들려오는 쇳소리가 다른 방 옥문을 여는 소리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아무튼 눈에 보이는 것과 귀에 들리는 것 모두가 만해를 비감한 심사에 휩싸이게 해 이런 시를 썼을 것이다.
- 독립운동가 겸 승려, 시인. 일제강점기 때 시집《님의 침묵(沈默)》을 출판하여 저항문학에 앞장섰고, 불교를 통한 청년운동을 강화하였다. 종래의 무능한 불교를 개혁하고 불교의 현실참여를 주장하였다. 주요 저서로 《조선불교유신론》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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