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정산▲발걸음은 동행,시간은 거꾸로 돌리고,쉴때는 추억을 안주로 한잔하며...




- 언제 : 2007.4.21(토) 09:20-15:30
- 얼마나: 10:30~12:30(2시간)
- 날 씨 : 흐림
- 몇명: 10명
- 어떻게 : 고등학교 동창 고뫼산악회

▷범어사입구~상마마을~용락암~산성~동문
- 개인산행횟수ː 2007-6[W산행기록-166 P산행기록-308/T653]
- 테마: 근교 산행
- 산높이:금정산
- 좋은산행 개인호감도ː★★★★



 

오랜만의 산행이다.산행이라기 보다는 산책에 가까운 등산이다.고등학교 동창들 몇 명 만나서 가까운 근교산행을 하는 것인데,산행이라기 보다는 그냥 만나서 하루를 즐기는 것이다.최근 나는 책만 열심히 들여다보았더니 상대적으로 땀을 흘려주지 않아 몸 상태가 별로였는데 일단 부담없는 산행이라서 마음에 든다.



만남의 장소인 범어사 입구에 도착하니 산악회 조직다운 조직도 아니고 동급생 동창이다보니 통제력도 없어서 회장과 총무부터 늦게 도착해서는 별로 미안한 기색도 없다.그래도 다들 친구아닌가? 일단 만나니 반갑고,반가운데 그냥 지나칠 수 있나? 한잔해야지..가까운 매점에 가서 동동주 몇병을 풀어 처음부터 예열을 시작한다.



완만한 등산로를 따라가지만 몸에서 땀이 감질나게 비쳐질 즈음이면 여지없이 휴식이다.금정산 고당봉은 고사하고 상계봉이나 원효봉같은 중간급의 봉우리를 오르자는 기약도 없다.가다가 쉬기 좋은 곳 있으면 쉬고,술 냄새가 나면 그쪽으로 이동해서 한잔하는 것이다.결국 목적지는 술이 있는 금정산 동문이다.동창들이 모여서 동문에서 염소고기,옻닭을 시켜놓고 족구게임을 한후 내기를 하고,동래온천장의 금천탕 온천에서 온천욕을 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산행을 했으니 산행이라기 보다는 유산객이 된 하루였다.


 

 

09:53~10:30

범어사 입구에 도착해보니 노란색에 가까운 연초록부터 진녹색까지 멋진 화음의 앙상블처럼
신록의 어우러짐이 멋스럽다.그 중에서도 금정8(金井8景)의 첫째인 어산교의 노송인 어산
노송(魚山老松)의 품위는 예나 지금이나 최고이다.

 

어산노송(魚山老松)

-김영한

어산교 다리 위로
삐죽이 고개 내민 노송(老松)을 보라.

바바람에 가지 꺽이고
눈보라에 등이 휘어지고
성긴 머리카락 몇줄만 남았어도

푸른 하늘을 닮아
푸르러 더 높이 솟구쳤네.

아픈 역사의 물줄기
그대로 서서 맞으며
발등으로 흘러내린
더운 눈물은 또 얼마였을까?


11:13
범어사 입구 매점에서 동동주로 한순배 돌리고 상마마을 입구 요산 김정한 문학비를 지나며
산행을 시작하는 흐름인데,사자암,만성암을 지나 오동나무집에서 좌측의 산길을 따른다.
완만한 오름이지만 동동주 덕분에 땀은 흐른다.쉬엄쉬엄 오르니 용락암이다.용락암(龍樂
庵)..용이 즐거운 암자라..갑진년 청룡의 용띠인데 용이 떨어지는 용락(龍落)이 아닌 용이
즐거운 곳이니 꼭 우리들을 두고 만든 암자 같은 느낌이다.


 


용락암 뒤로 의상봉에서 흘러내린 무명바위가 보이고,아담한 법당 뒤로는 바위가 병풍처럼
둘러져있고,범당 앞 하얀 석등이 눈에 들어오는데 커다란 바위 앞으로 정겨운 채마밭이 조성
되어 있어서 왠만한 채소 먹거리는 울력으로 직접 조달해 먹는 것으로 보인다.이미 벚꽃은
많아 떨어졌지만 절집입구 목련꽃 아래 물맛은 시원하다.



11:51
용락암을 비켜 나와 작은 능선에 올라 휴식을 취하고 계곡을 몇 개 넘어 하늘이 뚜렷하게
보이는데 우측에 뻗어있는 의상봉에서 뻗어내린 제법 큰 능선이 한눈에도 예사롭지 않다.
운해마저 감싸고 도니 한폭의 동양화가 따로 없다.오늘의 하이라이트이다.

 

억새밭이 뚜렷한 길을 따라 능선에 올라 다시 보니 전망이 뛰어난 암릉지대가 한눈에 드러
난다.의상봉의 무명바위는 머리가 어질 할 정도로 위압적으로 당당하게 기세좋게 서 있는데
아마도 이 너머에 원효봉이 있을 것이다.산기슭의 진녹색 소나무와 흐린날씨에 더욱 검어
보이는 기암괴석이 한데 어우러져 산행하는 사람 모두 저절로 진경산수화의 일부분이 된다.

 

신라불교의 양대산맥은 원효와 의상이다.의상은 화엄종의 개조가 되고,원효는 그 유명한
해골에 고인 물을 마시고 '진리는 결코 밖에서 찾을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서 찾아야
한다.'는 깨달음으로 화쟁사상(和諍思想)과 일심사상(一心思想), 무애사상(無碍思想)을 대성
하였다.그 두분의 봉우리가 이곳 금정산에 있는데 오늘은 의상봉과 제3망루 사이 산성이
있는 곳으로 오른 것이다.

 

 

 

 


11:55
산성을 넘고 부터는 금정산 주능선을 따라 평평한 산길을 걸으며 분위기가 더욱 난다.이제
몸은 땀으로 충분히 적셔져 심장의 부담도 덜하고 동창끼리 이어지는 걸쭉한 입담이 메아리
치며 신작로 같은 넓은 산길을 따라 좌우로 리듬치며 걸음걸이는 힘들지 않으면서도 빨라
진다.


12:36
염소고기와 옻닭을 시켜놓고 족구게임으로 내기를 하고 이후 다시 술자리는 이어진다.
그렇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옛 기억을 되살리며 흥겨운 시간을 가졌다.모두 시간을 거꾸로
돌리는 능력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친구들이다.쉬엄쉬엄 등산 2시간에 족구 한시간,
술자리가 2시간이 넘었으니 더 말해서 무엇하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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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는 바람처럼, 흐르는 물처럼
어진 산처럼
,방랑의 은빛 달처럼

風/流/山/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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