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정산▲ 돌올하거나 야단스럽지 않은 대신 묵중하고 중후하게 그리고 어질게

 

 


- 언제 : 2009.3.27 (토) 18:00~3.:28(일) 09:00
- 얼마나: 2009.3.28 04:30~07:30(3시간)
- 날 씨 : 흐림
- 몇 명: 19명 중 14명

- 어떻게 : 대우증권 자산괸리센터 워크샵 프로그램 참가

- 금성동 동래산성 백향목-국청사-북문-고당봉-(원점회귀 다만 일행은 범어사로 하산)

- 개인산행횟수ː 2009-8[w산행기록-221/T711]
- 테마: 근교산행,단합대회 산행,새벽일출산행
- 산높이:금정산 고당봉 801.5M
- 가져간 책:일본전산이야기
- 호감도ː★★★★

 


증권회사는 3월말이 결산이다.그래서 증권주 배당을 받으려면 3월 27일까지 주식을 보유하거나 매수해야하고 거짓말(만우절)같지만 실제로 4월1일이 새로운 회기가 시작된다.그래서 항상 이맘때면 인사이동이 있고 새로운 진영이 짜여진 상황에서 심기일전 잘 해보자는 워크샵이 치러진다.

 

워크샵의 목적은 좋은 실적으로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것이지만 그 방법에 있어서 이번 워크샵 프로그램의 가장 큰 줄기는 "일본전산 이야기"라는 발상의 전환을 통한 정신무장과 금정산 새벽산행을 통한 다짐이었다.

 

먼저 "일본전산이야기"라는 책의 내용은 이렇다.

 

일본전산日本電産이라는 조그마한 회사가 호황기가 아닌 불황기에 10배 성장하며 손대는 분야마다 세계1위를 하는데 적자를 허덕이던 경쟁업체 30여개를 인수합병하여 모두 1년내에 흑자로 재건한 뚝섬경영의 나가모리 시게노부 사장의 이야기다.

 

나가모리 사장은 "회사다니기 싫으면 그만둬라! 불황이니 뭐니 지껄일 그 시간에 일을 해라.주말도 반납하고 일하고자 하는 열의만 있으면,어떤 회사도 살아남을 수 있다.우리는 남들이 어렵다 할 때 오히려 성장하고 있다.그만큼 직원들도 더 많이 가져간다.앓는 소리로는 아무것도 바꿀 수 없다."는 망언(?)을 하여 일본 전역의 일간지들,노동조합들이 불같이 일어나서 항의를 했지만 그의 회사 평가보고서를 보고서는 그 누구도 더 이상 입을 열지 못하게 한 장본인이다.

 

일본전산은 "즉시한다.반드시 한다.될 때 까지 한다."는 모토같은 핵심지침과 "정열,열의,집념"이라는 강한 직원을 뽑는 3대 정신 중 핵심가치와 "정리,정돈,청결,단정,예의,소양"이라는 기본을 강조하며 "지적 하드워킹(Intellectual hard-working)"을 행동지침으로 삼는다.일본전산은 처음에 단 4명이 회사를 만들어 출발하였다.지금은 계열사 140개에 직원 수만 13만명이다.처음 초창기 시절 직원을 채용할 때 일류자질의 인재는 고사하고 단 한명도 지원하지 않아 어느 회사에서도 거절한 삼류들만 뽑았다고 한다.그래도 나름대로 고민하여 뽑은 직원들은 학력은 아예 보지도 않고,면접을 당하는 구직자들이 모르게 미스터리 기법으로 직원을 뽑았다. 그 내용은 이렇다.첫해에는 "큰 소리로 말하는 사람"을 뽑았고, 두 번째로 먹기 고약한 음식을 주고 "밥을 빨리 먹는 사람"을 뽑았고, 또 어떤 때는 "오래달리기"를 하여 "중간에 주저 앉지 않는 사람"을 뽑았는데 힘들어서 중간에 천천히 뛰더라도 혹은 걷더라도 중간에 포기하지 않는 사람을 뽑은 것이다.

 

나가모리 사장이 밝히는 이유는 이렇다."큰소리로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자신감이 있을 뿐만 아니라,실수 했을 때 반성도 빠르다.그것은 진보할 수 있는 가능성으로 표출된다."는 것이고 싫은 음식을 두고 빨리 먹는 사람은 "눈치나 보고 시간만 끌고 있는 친구들은 자신감이 없게 마련이고,일을 시켜도 시원찮다는 결론이다."는 설명이다.프로세스를 엿보는 화장실 청소시험은 "제 아무리 잘났어도 청소할 줄 모르면 큰일을 제대로 처리 할 수 없다"는 뜻이고,투지를 테스트하는 "오래달리기"시험은 아무리 빨리 달려도 중간에 쉬는 사람은 탈락시켰고 늦어도 중간에 쉼없이 달린 사람은 뽑았는데 이유는 "계속해서 이어나갈 수 있는 사람"을 뽑은 것으로 인내심과 끈질긴 사람은 결국 살아남는다는 논리였다.이유를 듣고보니 이것은 인생의 통찰로 물줄기의 가장 밑바탕을 들여다 본 사람이 선택할 수 있는 판단이며 결국 사람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안중근 의사가 "위국헌신 국인본분爲國獻身 軍人本分"이라고 했다면 기본자질은 삼류라 하더라도 기본소양은 되어 있는 직원을 뽑아 "위사헌신 사원본분爲社獻身 社員本分"으로 사원의 헌신을 강조한 것이다.아무리 열심히해도 성과에 대한 보상이 없다면 상당히 어폐가 있는 논리겠지만 내가 몸담고 있는 증권회사는 어떨까? 증권회사는 경기가 안좋다고 하여 급여를 낮출 필요도 없고 경기가 좋다고 하여 더 줄 필요도 없는 구조이다.성과급으로 자동적으로 임금인상과 임금삭감이 이루어지는 곳이기 때문이다.즉, 경기가 안좋아도 개인의 노력이나 센터의 노력으로 성과가 좋다면 당연히 급여도 올라가고 센터의 위상은 말할 것도 없이 좋아진다.그래서 새벽 6시에 출근하여 투자의 성과에 도움이 되거나 고객을 위한 훌륭한 정보제공이 된다면 불만이 없는 것이다.

 

그리고 부산 금정산 새벽일출산행을 택한 이유는 센터장이 말을 하지는 않았지만 아마도 야간산행은 해가 저물은 "sunset"이나 저녁evening의 의미여서 피했을 것이고,아무래도 시작의 의미인 새벽dawn이나 일출sunrise과 함께 새로운 각오를 다지자는 의미였을 것이다.그리고 금정산의 산격山格과 의미도 생각했을 것이고....

 

금정산은 부산시가지에서 보이지도 않는다.그렇지만 부산사람들은 부산의 진산으로 알고 있다.지표에 가려 눈에 보이지는 않아도 뿌리는 뿌리였던 것이다.흔히 바닷가 풍치를 배산임수背山臨水라 일컷지만,등뒤의 산줄기가 그대로 해안선과 평행한대서야 거기 항구가 성립 될 가능성이 낮은 것이다.금정산 끝에서 양분되는 산줄기가 양팔을 벌려 감싸안 듯 바다를 품안에 거두어 들이고 있어서 부산항이 있는 까닭이다.대우증권 자산관리센터 범일의 위치도 이와 다르지 않다.만약 새가 되어 금정산에서 날아 올라 부산항으로 날아 조관鳥觀의 시선으로 본다면 금정산 주봉 고당봉을 지나 상학봉과 백양산을 지난다.여기서 산세는 우측엔 그대로 엄광산을 거쳐 구덕산-시약산-승학산으로 이어지다가 마지막엔 몰운대로 이어지며 대한해협으로 끝을 맺는다.또 하나는 백양산에서 한줄기 줄기는 거제를 딛고 배산과 황령산을 일구면서 장산봉과 오륙대로 이어진다.그 사이에 위치하고 있으니 부산의 진산인 금정산과 내가 살고 있는 백양산 자락과 그 품 사이에 범일동이 놓여있어서 아늑한 느낌이 나는 것이다.그리고 당연히 부산항이 유명해 질 수 밖에 없는 입지적 조건이 되는 셈이다.

 

금정산은 높이라고 해보아야 1,000M도 안되는 801.5M이지만 돌올하다거나 야단스럽지 않는 대신,등 뒤의 낙동강이 소리없이 흐르듯이,그렇게 묵중하게,중후하게,어질게 솟은 산이다.내가 가야 할 길이 어찌 이와 다르겠는가?

 

 

 

04:00~06:00
전날 저녁에 도착하여 오리전문점인 금정산성 마을의 백향목에서 만찬을 즐기고
약간의 오락(?) 후 잠깐을 눈을 붙이고 일어난 시간이 새벽 4시다.여명까지 보기 위하여
일찌감치 길을 나섰기 때문에 중간중간 휴식을 취했지만 일출예정시각인 6:17분까지는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았다.춘분을 지나 청명을 앞 둔 계절이지만 새벽이다보니 길 옆은
서릿발이 돋았고,운행을 중지하면 제법 찬 느낌이 난다.



새벽 캄캄한 밤이지만 낙동강물이 유장하게 소리없이 흐른다.날이 밝아오면서 구름이
온통 엷게 걸쳐 있는 것을 보고 일출 조건이 좋지 않은 상황을 알아차린다.

 

서서히 여명이 거둬지면서 날은 밝았지만 해를 보기는 어렵다.

 

 

06:06~06:26
모두 말을 아끼고 있지만 더 기다릴 것인가? 아니면 바로 내려 갈것인가?
짧은 혼돈의 고민 끝에 마음이 우와좌왕함을 느낀다.잘 살펴보면 직원들의
동선이 그 사람의 심중을 은연 중 알려주는 것이다.

06:30~08:00
결국 해를 보지 못하고 하산하기로 하였다.그렇지만 새벽의 여명에나타나는푸른 빛은 일출을 능가하는
힘을 가졌다.정리,정돈,청결,단정,예의,소양으로 나타나는 기본 소양과 그 푸른 빛은 어울린다.

따라서 새벽의 푸르름은 삶을 직관하고 통찰하기에 딱 좋은 정신인 셈이다.

일행은 범어사로 하산하고 나는 차를 수배하기 위하여 다시 원점 회귀한 후
범어사 아래 해장국집에서 다시 만났다.식사를 마치고 이번 행사는 마무리되었다.

 

샘을 파는 사람들은 각기 자기 팔 곳에만 구멍을 뚫겠지만,땅 밑으로 흐르는 물은 한 물줄기다.
물줄기는 흐르다보면 만나고 통한다.풍류산행을 하면서 등산이나 시詩나 사진,차,술,여행,영화,
서예,역학,문화유산답사,독서,HAM,정신문화,철학,불교,유교,도교 공부는 모두 같은 느낌이 들었다.

시원始原이 같은 것이다.그래서 하나만 제대로 파더라도 다른 인생을,그리고 다른 세계를 간접적
으로나마 느끼고 있다는 것은 착각이 아니라 논리있는 이유였던 것이다.

 

모든 일들이 그렇지만 "예술적인 삶은 인생에 대한 깊은 통찰에 대한 결과물"이다.
그래서 남들이 다 하는 일이라고 하더라도 정작 중요한 것은 내가 무엇을 배우고 느끼고 있는 가이다.

 

1박2일 세세한 설명은 없었지만 그 의도를 느끼려고 했다면 결정적 순간을 느끼기에는
충분한 시간이었다.

내가 느낀 결정적 순간은 "열정을 가지고 일을 하되 기본에 충실하라"는 것이다.
그리고 다시 돌이켜보면 모든 순간이 결정적 순간이니 끈질기게 반복적으로 집념을 가지고 포기하지
말라는 것.....

 

 

 

 

 

 

 

 

 

난 평생 결정적 순간을 포착하길 바랐다.
하지만 인생의 모든 순간이 결정적 순간이었다.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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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는 바람처럼, 흐르는 물처럼
어진 산처럼,방랑의 은빛 달처럼

風/流/山/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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