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정산 장군봉▲ 봄의 신이 뭇 꽃을 물들일 때


- 언제 : 2009.3.21 (토) 10:30~16:30
- 얼마나: 2009.3.21 11:30~15:30(4시간),봄꽃놀이로 쉬엄쉬엄
- 날 씨 : 흐림
- 몇 명: 홀로

- 어떻게 : 자가용 이용

- 외송-금륜사-은동굴-장군봉-은동굴-금륜사-외송(원점회귀)

- 개인산행횟수ː 2009-7[w산행기록-220/T710]
- 테마: 근교산행
- 산높이:금정산 장군봉 734.5M
- 호감도ː★★★★

 


명리학을 공부하다보면 어렴풋 "무시 할 수는 없는 것이로구나?"하고 느낀다.처음엔 그렇게 생각했다손 치더라도 조금씩 베일을 벗기며 공부하다보면 숙명은 정해져 있다손 치더라도 운명은 "정해진 것은 없다.그렇게 보일 뿐이다."라는 결론에 다다른다.역학(易學)의 역易은 바꾼다는 의미다.봄 다음에는 여름이 오고 여름 다음엔 가을이 오고,그리고 겨울이 온다는 식으로...

 

사람이 살다보면 안 좋은 시기들이 다가온다.그때 사람들은 극단적인 경우 자살을 하던가? 아니면 묵묵히 참고 견디는 사람들이 있다.어떻게 보면 죽는 길을 택한 사람도 용기있는 사람이고 살아가는 사람도 용기있는 사람이다.특히 연예계는 좋고 나쁨의 부침이 심하다보니 자살한 사람도 많지만 다시 일어선 용기를 보여주는 사람도 있다.최근 장자연 리스트 때문에 일부 연예기획사의 치부가 그대로 드러났다.이런 것을 보면 아직도 조선시대를 살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연예인 중에서도 내눈에 띄는 사람이 있는데 백지영이다.묵묵히 참고 견디며 결국 다시 정상에 오르는 모습은 경외감을 갖게 하기에 충분하다.우리가 보통 인생을 소설을 쓰면 12권도 넘게 나온다는 말들을 한다.정말 남이 보아도 소설 같은 인생을 사는 분들이 보인다.그런데 누구는 이겨내고 누구는 종말을 고한다.결국 모든 것은 자신의 선택이다.그래서 정해진 것은 없다.다만 그렇게 보일 뿐이다.

 

인간의 사망률은 100%다.신神과 달라서 인간의 가치는 "죽는날을 모르면서 모두 죽는다는 것은 안다"라는 비극적 요소일 것이다.그래서 아름답다.그 아름다움의 축소판....꽃들이 핀다.봄의 신들이 뭇 꽃들을 물들이기 시작했다.아침 일찍 일어나 창문가에 서니 베란다 아래로 벌써 4월에 피는 벚꽃이 25% 정도 개화를 했다.개나리는 활짝 피었다.결국 또 지겠지만 이렇게 화려하게 한철 피는 것을 보아주는 것이 자연에 대한 예의라는 생각이 미친다.그래서 근교산행을 떠난다.우리들 인생처럼 피었다 질 꽃들을 위한 산행이다.

 

 

 

11:30
차를 몰아 범어사를 지나 노포동 전철 종점 가기 전에 좌회전하면,양산행 국도인데 여기서
10분쯤 직진하다보면 좌측에 동면초등학교를 만나고 여기서 우회전하면 외송리 방향이 된다.



여기서 차를 세우고 작은 소류지에서 낚시를 하는 곳을 지나 임도를 통해 금륜사까지 약 4km쯤
들어간다.실제적인 산행은 여기서 시작된다.이름모를 풀꽃,얼레지,개나리,벚꽃,목련,현호색,
진달래가 예쁘게 물들고 있는데 가장 먼저 물들었던 매화는 이미 꽃잎을 날려 성성해진 모습이다.

 

어제 음미한 "매호梅湖 진화陳澕라는 분의 "매화"시가 머릿속을 계속 맴돈다.


 

얼마나 매화를 사랑했으면 자신의 호마저 "매호梅湖"라 했을까? 매호는 고려시대 문인으로
어려서부터 글재주가 있었고 명종의 신하들에게 소상팔경(瀟湘八景)에 관한 시를 짓도록
하였을 때 어린 나이로 장편을 지어 이인로(李仁老)와 더불어 절창이라는 평을 받았다.
1198년(고려 신종 원년) 사마시에 수석으로 합격하고 1200년(신종 3년) 문과에 급제하였다.


 

대동야승의 해동잡록편에 이르기를 「진화의 7언장구(七言長句)는 호방하고 깨끗하고
건장하고 우뚝하며 기이한 체를 얻었으니 모두 고금의 절창으로 후일의 작가는 쉬 따를
수 없다」고 평하였고, 견한잡록에는 「이규보와 진화는 문장이 한때에 떨쳤다.
한림별곡(翰林別曲)에 이른바 이정언(李正言)과 진한림(陳翰林)의 쌍운(雙韻)에 주필(走筆)
하는 것이라 함은 곧 이규보와 진화를 말함이니 두 사람이 빨리 짖는 것으로 명성을 날렸던
사람이다.

 

우선 그의 시를 천천히 음미해보자.

 

『봄의 신이 뭇 꽃을 물들일 때
맨 먼저 매화에게
옅은 화장을 시켰지
옥결 같은 뺨엔 옅은 봄을 머금고
흰 치마는 달빛에 서늘해라.』

 

매화는 옅은 봄이니 즉, 이른 봄이다.그래서 저녁으로는 아직 기온이 차다.
그런고로 "흰 치마는 달빛에 서늘해라"고 말한 것이다.

 

매화로부터 봄은 시작된다.그리고 지금은 단지 춘분을 지난 3월이지만 벚꽃까지
피고 있다.


 

12:08~12:39
물빛은 흐리나 완연한 봄을 느낄 수 있는 소류지를 지나고 보니 점점이 분홍진달래 뒤로
금륜사가 보인다. 절집앞의 감로수 한잔 입에 물고 오르니 처음부터 제법 가파르지만
길 옆 얼레지 군락의 봄기운 때문에 장딴지의 뻐근함을 잊는다.경사진 산길은 지그재그로
고도를 높이는데 길옆으로 삐져나온 나무뿌리의 모습은 식물이라고 편안하게 사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려준다.적자생존의 원리는 자연 어디에서나 적용되는 룰이다.

 


12:44~12:47
뒤로 돌아 아래를 내려다보니 경부고속도로와 출발했던 외송마을이 보이고 반대편 천성산의
모습도 보인다.그렇게 올라가니 은동굴이 나온다.은동굴銀銅窟은 말 그대로 은과 동을 캔 동굴
이라는 의미다.신라 내물왕奈勿王때에 은,동을 캐낸곳으로 굴의 내부에 100여명을 수용할 수
있는 장소와 샘이 있어 임진왜란때에는 산 아래 동네 6성(李,許,鄭,裵,孫,金氏) 가족들의 피난처
였다고 한다. 먼저 예경하고 굴속을 보니 굴 내부를 막아 버렸는지 2M 남짓밖에 보이지 않는다.

 

13:30~13:59

그 이후로도 제법 가파른 산길이 이어진다.좌측을 바라보니 장군평원 상단이 보이는가 싶더니
능선길이 나온다.여기서 좌측으로 방향을 잡아 장군봉으로 향한다.산너머 물금방향 양산은
부산대학교 양산캠퍼스와 신시가지 조성의 흔적이 보인다.

 

14:16~15:30

그리 어렵지 않은 오르내림을 서너번하고보니 멀리 광안대교까지 보이고
장군평원이 나타난다.장군평원을 등 뒤로 하고 다시 뒤로 오르니 장군봉
정상석이 있다.734.5m다.김유신 장군과 관련된 봉우리명이다.

더 올라본 들 무엇하겠느냐? 이미 자연에 대한 예의는 표했으니
다시 내려가서 이번엔 어느 꽃이 물드는지 보고 싶을 뿐이다.
날씨마저 비올 태세이니....


 

매화梅花
-매호(梅湖) 진화(陳澕)

동군시수염군방, 선점한매작담장.
東君試手染群芳。先點寒梅作淡粧。
옥협애함춘의천, 호군편허월화량.
玉頰愛含春意淺。縞裙偏許月華涼。
수지유대요인염. 일편미회축마향.
數枝猶對撩人艶。一片微廻逐馬香。
정사청계간소영, 지수도리미성당.
正似淸溪看疏影。只愁桃李末升堂。
봄의 신이 시험삼아 여러 꽃을 그리는데
맨처음 찬 매화에 소박한 장식을 해주었네.
사랑을 머금은 볼에는 봄빛이 엷게 물들었고,
달빛을 받은 흰 치마는 싸늘함을 간직했네.
곱게 핀 두어 가지 사람마음 감동시키고,
은은한 한 줄기 향기 말발자국 따라오네.
꼭 청계에 비친 성긴 그림자 보는 듯하니
도리화 이경지에 못 오를까 걱정될 뿐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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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는 바람처럼, 흐르는 물처럼
어진 산처럼,방랑의 은빛 달처럼

風/流/山/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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