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오산 금오동천▲ 저 봉우리엔 낮에도 초생달(懸月)이 있다네.


- 언제 : 2009.3.29 (일) 08:00~21:00
- 얼마나: 2009.3.29 10:30~16:00(5시간 30분)
- 날 씨 : 흐림,정상에서는 미미한 눈발날리며체감온도는영하
- 몇 명: 38명

- 어떻게 : 백양산악회 동행

- 지경리 금오동천-범바위-금오산성-금오산 현월봉-도수령 갈림길-미륵부처바위-소림사-굴암사-금곡

- 개인산행횟수ː 2009-9[w산행기록-222/T712]
- 테마: 답사산행
- 산높이:금오산 현월봉 977M
- 가져간 책:몰락의 에티카, 부처를 쏴라
- 호감도ː★★★★

 


보통 금오산하면 구미 금오산을 떠올리지만 이번 산행은 칠곡 방향의 금오동천을 통하여 오른다.금오동천은 구유소와 선녀탕이 있는 계곡으로부터 금오산 정상 서쪽 성안의 분지(습지)까지를 이른다.일반적으로 동천洞天이란 "산천으로 둘러싸인 경치 좋은 곳"을 말한다.

 

금오산은 전국에서 최초로 1970년 도립공원으로 지정된 산이다."태양 안에서 산다는 세 발 달린 상상의 까마귀.삼족오(三足烏) ·준오(烏)라고도 하는 황금 까마귀 금오(金烏)가 노닐었다는 전설을 지닌 금오산의 볼거리는 금오동천을 비롯하여 약사여래의 전설이 담긴 약사봉, 신라 눌지왕 때 창건한 약사암과무엇보다빼어난 산세에 시선을 빼앗긴다.

 

산세의 생김새가 특이했는데 창녕의 화왕산처럼 정상 부근은 평평한 분지형태로 아늑하지만 주변은 깍아지른 절벽이라서 자연요새의 성격을 띤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그래서 정상 부근 가장자리는 지형을 이용하여 성을 쌓아 산성의 흔적이 보였다.


 

 

7:10
오랜만에 선배님들과 함께 산행을 나선다.오늘도 역시 나의 동기는 단 한명도 보이지 않고
나름대로숱한 산행을 다닌 베테랑급이지만 여기서는 산행졸병이다.

 

집을 나서니 담장의 벚꽃은 만개하여 바람의 움직임을 따라 춤을 추는데 몇 마리의 새들이
분주하게 숨바꼭질을 하고 있다.


 

08:00~10:30
산행을 가면서 읽은 책은 현각스님이 엮은 "부처를 쏴라Wanting Enlightenment is a Big Mistake"였다.
"당신은 이미 완전하다.단지 아직 그 걸 모를 뿐!"이라는 문구에 시선이 고정되며 뭔가 뇌리를 스치며
한가지로 연결되는 깨달음이 스쳐감을 느꼈다.

 

책 내용을 보니 최근에 읽은 책 세권이 한줄로 엮은 놓은 듯한 느낌,표현만 달랐지만 같은 내용으로
치환되고 있는 것이었다.



"일본전산이야기"에서는"정열-열의-집념"으로 표현했고, "사진 읽는 CEO"에서는 "열정"으로 표현되었고,
"부처를 쏴라"에서는 "정정진正精進"으로 표현되었다.


 

같은 방식으로 책 세권은 각각 "기본소양"은 "기본"과 "여일如一"로 표현되었으며,
"즉시,반드시,될 때 까지한다"는 "지하의 큰 물줄기와 만날때 까지"와
"어떤 조건에서도 여일如一하게 노력하는 마음으로" 표현되었다.

 

결국 "인생에 대한 깊은 통찰의 결과"는 "탁월한 실적-걸작의 작품-스스로의 깨달음"으로 이어지는 것
이다.

 

금오동천 산행들머리의 산장이 귀곡산장을 닮아 을씨년스럽다.박정희 대통령이 금오산에 와서 먼저
청소부터 하자고 하여 우리나라 자연보호 운동의 발상지라는 평가를 받고 있건만 금오동천 입구의
모습은 내 눈엔 쓰레기로 비쳐진다.

 

역시 계곡은 물이많아야 제격이지만 가물고 가물어 물보기가 쉽지않다.바위에 새겨진 금오동천
글자가 보이지만 다른 곳의 글과 작품성을 대비해보면 써 넣지 않음만 못하다.

 

4폭의 벅시소와 3폭의 용시소는 물이 없어서 구별도 못하겠고 그나마 2폭의 구유소와 1폭의 선녀탕은
적으나마 물이 있어서 분위기가 흘러나온다.


 

선녀탕인 일명 눈물폭포를 지나면서 계곡의 경사진 면을 오르며 계곡의 중간은 벗어난다.
이후 점차 고도가 가파라지며 땀깨나 흘리게 만든다.

 


12:30
그런데 정상 주변에 다다르자 분지로 바뀌며 실제 물웅덩이 같은 습지까지 있는 펑퍼짐한 곳이
나온다.우측 완만한 능선을 따라 오르니 숱한 낙엽 우측 가장자리에 돌무더기 산성의 형체가
이어지다가 일순 방향을 좌측으로 돌면서 산 정상이 보인다.

 

갑자기 천길 낭떠러지같은 절벽이 보이면서 이곳에 산성을 만든 연유를 알 것 같다.천연의
요새다.위는 펑퍼짐하고 물까지 있으며 사방은 낭떠러지이니 이처럼 좋은 입지적 조건이
어디 있겠는가?

 

경치 좋은 이곳에 눌러 앉아서 점식식사를 한다.


 

13:00~13:30
헬기장이 나오고 우측으로 돌아나가니 금오산 정상 현월봉이 보이고 그 아래에 또 헬기장이 있다.
현월봉의 현월懸月이란 초생달을 의미한다.상현달,하현달 할 때의 현懸이다.

 

미미하지만 눈발이 약간 비친다.땀이 식으니 몸이 으실으실 한기가 느껴진다.
발 아래는 진달래와 생강꽃이 피어 봄이었는데 이곳은 아직 겨울이다.

 

선배님들 틈에 끼여 간단하게 막걸리 한잔을 마시고 다시 헬기장으로 나오는데
고령의 선배 한분이 비복근경련(腓腹筋痙攣)증세로 주저앉는다.30여분 침으로 피를 내며
응급처치하여 다시 하산을 하는데 아무래도 추운날씨에 경사도가 있는 산길을 빠르게 걸어서
근육에 피로가 쌓인 것 같다.얼굴의 인상을 보아서 비복근(장딴지)에 통증이 상당한 것으로
느껴져 안스럽기만하다.


 

14:30
하산하면서 되돌아보니 약사암이 보인다.막거리 한잔과 수다에 정신이 팔려 약사암을 놓쳤다.
신라의 고승 의상대사(625~702년)가 득도하였다는 전설이 있는 암자이다.

 


그러나 멀리서 바라보니 약사암이 더 잘 보인다.산의 정상은 정상에서보면 볼 수 없듯이
약간 떨어져서 보아야 제대로 보이는 이치다.내려가는 길은 조망이 좋아서 쉽게
내려 갈 수 있다.내려가다가 도수령갈림길에서 우측으로 돌면 약사암이 보이질 않을 자리에서 다시 한번
쳐다보고 갈길을 제촉한다.


 

15:00~16:00
전망대에서 바라보니 발 아래 고속철도가 보인다.조금 더 내려오니 미륵부처바위가 있고
이후 급경사를 조심스럽게 내려오니 거의 다 내려온 곳에 소림사가 있는데 굴법당이 인상깊다.

 


마을로 내려오니 감나무 과수원 한켠에 핀 과실수 꽃이 도로 봄春임을 알려준다.


하산하고 보니 진종 백용성 대선사의 "낙동강을 지나며"라는 증도가가 떠오른다.

 

백용성스님의 재미있는 일화가 있다.백용성스님이 중국에 있을 때의이야기다.

 

“선불교야 중국이 본산이거늘 어찌 조선에서 큰 계를 내릴 수 있단 말이요. 중국에 왔으니
제대로 계를 받고 가는 게 좋을 거요.” 통도사에서 비구계를 받았다는 용성의 말에 중국
화엄사의 한 선사는 비아냥거렸다. 용성이 웃으며 질문을 던졌다.



“하늘에 떠 있는 해와 달은 어느 나라 것입니까.”

“중국 것도 아니고 조선 것도 아닌, 이 세상 모두의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럼 해와 달이 중국에 있을 때는 더 커지고 조선에 가면 더 작아지겠습니까.”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중국선사는 당황해 더듬거리기 시작했다.



“부처님 법도 해와 달과 같은 것. 중국사람의 것도 아니오, 조선사람의것도 아니오,
천하만민이 다 갖게 되는 것이요. 중국에서는 더 커지고 조선에 가면 더 작아지는 게 아니거늘
대사는 어찌하여 조선불교는 작고 중국불교는 크다고 생각하는지요.”


중국선사는 실수를 깨닫고 용서를 빌었다. 백용성 스님의 행장에 적힌 일화다.


 

金烏千秋月(금오천추월) / 금오산 천년의 달이요.
洛東萬里波(낙동만리파) / 낙동강 만리의 파도로다.
漁舟何處去(어주하처거) / 고기잡이 배는 어느 곳으로 갔는고,
依舊宿蘆花(의구숙로화) / 옛과 같이 갈대꽃에서 자도다

-‘낙동강을 지나며(過落東江ㆍ과낙동강)’
震鐘(진종) 백용성(1864~1940)의 증도가(證道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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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는 바람처럼, 흐르는 물처럼
어진 산처럼,방랑의 은빛 달처럼

風/流/山/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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