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석산,깃대봉▲ 뜨거운 불로도 태워 없애지 못하며 바람으로도 날려 보내지 못한다.


- 언제 : 2009.4.12 (일) 08:00~17:00
- 얼마나: 2009.4.12 09:40~13:40
- 날 씨 : 맑음
- 몇 명: 18명

- 어떻게 : 금강산악회 동행

▷성구사-산불감시초소-371봉-옥수골갈림길-435봉-국수봉-적석산-구름다리-음나무재-선동치-깃대봉-363봉-정류소

- 개인산행횟수ː 2009-12[w산행기록-225/T715]
- 테마: 근교산행
- 산높이:적석산497M,깃대봉528M
- 호감도ː★★★★★

 


경남불교대학을 다니면서 금강산악회를 알게 되었다.회장,산행대장,총무가 모두 함께 공부를 한 도반이었다.그래서 동행을 해볼려고 마음을 먹고 있었지만 왠만하면 내가 한번 갔다 온 산행지는 선택을 하지 않는 나로선 동행의 기회가 없었다.그러다 나의 미답지인 적석산을 가게 된 것이었다.

 

그런데 가는날이 장날이라 오늘 마라톤 일정과 겹쳐서 회원들의 참석률이 저조하여 18명이 단촐하게 가족같은 분위기로 산행을 하게되었다.

 

적석산積石山은 이름 그대로 바위를 쌓아 올렸다는 의미인데 누군가 인위적으로 쌓은 것은 아니고 바위 생김새가 시루떡을 한 겹 한 겹 쌓아 올려 놓은 듯한 수평층리를 간직하고 있어서 붙은 이름이다.

 

우리가 보통 쌓는다는 의미는 "노력"이 수반되어야 한다.노력을 위해선 마음이 움직이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그것이 잔고를 쌓든지 공덕을 쌓든지 쌓아 올린다는 것은 쉬운 것이 아니다.그렇지만 한번 쌓아올리면 그리 쉬 무너지는 것이 아니다.탑도 공을 들였을 땐 쉽게 무너지지 않는 법이다.

 

오늘 가 본 적석산은 숨겨진 명산이었다.부산에서 그리 멀리 있는 산도 아닌데 왜 이제 알았을까하는 의아함까지 들게 만들었다.부산 근교의 고만고만한 산 정도로 선입관을 갖고 갔다가 적석산의 아름다움에 단번에 매료되어 버렸다.

 

우선 조망이 탁월하고 소나무와 키 큰 진달래가 절묘하게 어울린다든지 혹은 진달래와 바위가 함께 있는 모습 등 숨겨진 아름다움도 만만찮았다.나무그늘도 충분해서 여름에 다녀와도 좋을 산이며 무엇보다 정상부분의 암석지대를 제외하면 거의 육산에 가까워서 산행시간 4시간 대비 걷는 양도 의외로 많은 곳이다.육산(肉山)은 걷기가 쉬워서 숨찬다는 표현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부산근교 산행지라서 9시30분 산행을 시작하여 적석산과 깃대봉 두 개의 산을 등산하고도 오후 1시 30분이면 산행이 끝나서 귀가 시간이 빨라서 좋았다.산행을 마친 후 산악회에서 마련한 참치회와 술은 신선놀음에 가까웠다.정자나무 그늘 아래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고, 얼었다 해동되면서 시원하게 넘어가는 술안주와 몸을 뜨겁게 달구는 물의 궁합은 더 이상 찬사가 불가능한 경험이었다.

 

쌓은 공덕은 뜨거운 불로도 태워 없애지 못하며, 바람으로도 날려 보내지 못하는 법이니나에게이것을알려주려고이런인연이기다리고 있었던모양이다.

 

 

 

09:40
산행들머리는 "변씨성구사"가 있는 하마비 앞에서 출발하였다.변씨(卞氏) 성구사(誠久祠)는
고려말 충신으로 조선 왕조를 인정하지 않고 절개를 지킨 '두문동 72현' 가운데 한 명인 변빈,
임진왜란 때 의병장이었던 변연수와 그의 아들 변입 등 이른바 '변씨 3충'을 기리는 사당이다.

 

09:51~10:17
일단 산으로 들면 제법 그늘이 지는 숲이 좋다.숲이 울창해서 그런지 등로주변에 새집이 보인다.
아마도 오목눈이 같은 작은 새의 새집같은데 튼튼한 나무 사이에 집을 지은 것은 칭찬할 만하지만
등로 옆이라서 위치선정에선 실패한 선택이다.

 

능선에 서니 맞은편 깃대봉이 보이는데 제법 많이 걸어야겠다는 느낌이 든다.산불감시초소에서
잠시 휴식을 하고 본격적인 산행에 든다.


 

10:25~10:27
숲으로 들어오는 사광斜光이 찬란하다.빽빽한 소나무와 키 큰 진달래가 점점이 그 사이를 채우고 있다.
가끔씩 보이는 조망터에서 보니 건너편 인성산도 적석산처럼 원점회귀 산행이 가능한 비슷한 형태의
산으로 보인다.

 

10:31~10:52

그늘 숲속으로 들어오는 빛이 너무나 찬란하여 어디 사진집에서나 보았던 풍경같이 황홀하다.
여기의 진달래는 워낙 키가커서 흡사 소나무에 진달래 꽃이 핀 것 같은 착각이 일 정도이다.
이런곳을 만나면 잠시 걸음을 멈추고 자연과 함께 같이 호흡을 느껴야 하는 곳이다.


굽은 진달래와 사이좋게 이곳은 소나무도 굽은 소나무가 많았다.쓰러진 소나무가 시간의 흐름을
알려준다.

 

11:03~11:18

드디어 정상이 보인다.여태까지는 육산이었다면 여기부터 장산(壯山)으로 바뀌어 헐떡이게 만든다.
돌산으로 드라마틱하게 갑자기 변한다.정상에 서서 저 멀리 당항포 바다를 조망하고 바로 하산을
한다.

 

11:19~11:31

구름다리가 나오면서 스릴까지 안겨준다.구름다리 중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니 수직 절벽의 진달래
꽃들이 서커스 단원의 몸짓으로 묘기를 보여준다.구름다리를 지나니 개구멍 코스도 있고 쌓아올린
적석 위에서 성찬을 즐기는 모습도 보인다.이런 곳은 아무곳이나 앉아도 조망이 좋아서 최고의
스카이라운지다.

 

11:31
하산하면서 보니 재미있는 숨은그림찾기도 있다.소나무에너무나 사실적인 남근을 만들어 놓은 해학이
웃음을 준다.저기 내려오는 아기에게는 안보여야 할텐데...

 

12:30~12:39
적석산에서 깃대봉으로 건너는 안부의 시원한 곳에서 점심식사를 한다.정각 12시다.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이 너무 좋다.전일 산행때는 더워서 혼이 나서 모자도 봄 모자에서
여름 모자로 바꾸었더니 오늘은 기분이 한껏 좋다.전일 낮 온도 25도였는데 오늘은 21도
라서 단지 4도 차이에도 시원함의 차이가 난다.

 

깃대봉을 오르며 지나 온 적석산을 바라보기도 하지만 깃대봉 가는 길은 울창한 숲으로
시원함이 배가된다.다만 조망이 별로이고 적석산 대비 드라마틱한 구석이 없다.
깃대봉에서 하산하는 길도 마찬가지다.

 

13:35

정자나무 그늘 아래서 초록빛 보리맥주의 춤을 보며 하산주를 한다.
시원한 참치회,시원하게 물에 담가놓았던 꺼낸 막걸리,소주가 몇순배
돌고, 이곳 특산물인 키위로 마무리 입가심하여 완벽에 가까운 산행이었다.

 


아! 우린 뭘 찾자고 저 꿈같은 곳을 떠나왔을까?

- 산행 후 나의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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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는 바람처럼, 흐르는 물처럼
어진 산처럼,방랑의 은빛 달처럼

風/流/山/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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