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광산▲청자빛 하늘 속에학 구름이해설푸게 웃는다.


- 언제 : 2006.9.3 (일) 09:50~14:00
- 얼마나:9.3 10:00~13:30(3시간)
- 날 씨 :맑음,깃털구름 약간
- 몇명:3명
- 어떻게 :백사회(白沙會)

▷세원4거리-약수터 갈림길-꽃마을-내원정사-꽃마을-구덕체육관

-개인산행횟수ː 2006-28[W산행기록-157 P산행기록-299/T644]
- 테마:근교산행,산책산행

-산높이:엄광산(503.9M)
- 좋은산행 개인호감도ː★★★★



단 몇일 사이에 가을이 된 것 같다.아침 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불고, 하늘의 푸른빛은좀 더 깊어졌다.이미 입추는 지난지 오래이고 처서를 지나백로로 향하는 철이고 보면,상대적으로 이번여름은 무척이나길어서 오히려 가을이 늦게 온 것이다.

철이 바뀌는 것을 아는 사람이 "철든 사람"이면 그것을 모르는 사람은 "철부지(철不知)"라고 했는데 이젠 세상의 흐름 만큼이나 종잡기 어려워서 계절마저변화를 알아보기 어려워졌다.
오지 않을 듯한 가을이 성큼 우리 주위에 다가왔고, 바람이 지나는지 나뭇잎 부딪히는 소리가 어제와 다르지만 시간이 멈추어 시간을 잃어버린 듯한 발걸음으로 산책을 다녀왔다. 때때로 하늘을 쳐다보니 여인의 포근한 가슴의 형상을 한 구름도 있고 보니, 유난히도 변덕스러웠던지난 여름은 우리에게 좋은 추억과 나쁜 기억을남기고 이젠 정말 물러나나 보다.


10:52
태양이 하늘 위로 오를대로 올라서 슬슬 대지도 졸리기 시작하는 시간에 큰 나무 숲속을 걸을때는 몰랐지만 그늘이 사라지는 길에서는 연신 땀을 훔치며 오른다.이미햇빛에 바랜 옷은 땀에 젖어 철썩 붙어 버린지 오래인데 등에는배낭이 땀을 더 흘리라고 재촉하는 듯하다.




10:57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는 그늘에 방석없이 그냥 털썩 주저 앉아 시원한 막걸리를 마시며 살아 온, 그리고 살아갈 인생사에 대해 담소를 나누며 시간을 잃어버린다.하늘은 한번이라고 더 보아달라고 온갖 묘기를 부려가며 희한한 형상을 만들지만 어떤 모양을 만들어도 이젠 구름의 빛깔이 흰색이어서 여름날 먹구름과 대비되어 평온한 모습이다.

12:10
사람이 만든 콘크리트길 주위에 푸른 신록이 남아아직 여름이 건재하다고 시위하면,맑은 하늘은 더욱 찬란하게 말없이 웃으면 그렇게 여름이 가는 것이다.

12:19
맑은 하늘이 도솔산 내원정사를 더욱 화사스럽게 부자 절집으로 보이게 하고 불이문에 있어야 할대나무숲은 대적광전 뒤로 물러나 깨달음도 잠시 쉬고 있다.
대적광전 안에 있어야 할 부처님은 영가천도 염불소리에 고단했던지 대적광전 마주보이는 산능선에 바위로 변하여 줄지어 피해 있는 것 같다.






13:55
시원하게 마당에서 세수하고 막걸리에 사이다를타서마시는데 조촐하게 앉은 백사회회원이 단출해서고단한 여정 속을 떠나, 편안한 미로 속으로 무작정 떠나는 이번 여름과 닮았다.
흰이슬 내리면가지 끝에 매달려 절규할푸르름이지만그 누가 뭐라고 해도 제 할일을 다하고 간는 것이니 무엇이 아쉬우랴?

슬슬 소슬바람 불어오니 "알고 싶은 그 무엇"을 위해 철저히 고독의 시간을 가지며 추남(秋男)이되어보련다.


爲學之要莫先於窮理窮理之要必在於讀書

학문을 하는 도는 궁리보다 앞서는 것이 없고

궁리의 요체는 모름지기 독서에 있다.


긴 그림자를 만들어주는 석양을 바라보며 지나간 과거를 되새기는 날보다,늘 푸른 빛 감도는 백사회의 모습을 그려보며 개인적으로 흰눈이 깊어지는 올해말까지 칩거를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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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낭만을 찾아가는 山中問答
風/流/山/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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