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금도 적대봉▲삶은 문제해결의 연속이다.

 

 

- 언제 : 2008.3.29 (토) 08:00~22:00
- 얼마나: 2008.3.29 13:00~17:00(4시간)
- 날 씨 : 흐림,비
- 몇명: 45명
- 어떻게 : 부산 솔뫼산악회 동행
▷오천리-483.4봉-535봉-529봉-마당목치-적대봉-신평리
- 개인산행횟수ː 2008-13[W산행기록-192 P산행기록-334/T678]
- 테마: 섬산행,사색산행
- 산높이:적대봉592.2
m
-가져간 책:걷기예찬,그러니까 당신도 살아,삶은 문제해결의 연속이다.
- 호감도ː★★★★

 

 

차창 밖으로 비가 약간 내린다.하늘은 구름으로 가득해서 독서하는 분위기가 난다.오늘은 고흥의 거금도 적대봉으로 등산을 간다. 부산에서 멀기 때문에 보통때와 달리 책 세권을 챙겨 간다.(다비드 르 브르통 산문집인 "걷기예찬",오히라 미쓰요의 "그러니까 당신도 살아",칼 포퍼의 "삶은 문제해결의 연속이다.")



걷기는 세계를 느끼는 관능에로의 초대다.걷는다는 것은 세계를 온전하게 경험한다는 것이다.



"걷기예찬"에 나오는 글이다. 걷는만큼 역사가 만들어지고 산맥은 뒤로 흘러간다.시간과 함께...사실 바쇼의 말대로 "시간 그 자체가 쉴 줄 모르는 여행자"이다.오직 한가지 중요한 것은 첫걸음이지만 그 첫걸음이 항상 쉬운 것은 아니다.



여기 한 여자가 있다.1965년 10월 18일생.중학교 1학년 때부터 당한 왕따를 견디지 못하고,중학교 2학년때 할복자살을 기도한다.그후 자포자기 심정으로 비행을 일삼는다.열여섯 살 어린나이에 야쿠자 보스와 결혼하고 등에 문신을 새긴다.이혼하면서 6년동안 몸담았던 야쿠자세계를 떠나 호스티스로 전전하며 폭음을 일삼는 나날을 보내다가,인생의 전환점을 맞는다.그 이후 한자(漢字)도 제대로 못읽는 실력으로 공부에 매진하여 공인중개사,사법서사 자격시험에 연달아 합격하고,마침내 스물아홉 살에 "일본에서 가장 어려운 시험"이라는 사법고시에 합격한다.현재 그는 변호사로 비행청소년 갱생에 온힘을 쏟고 있다는 그의 이름은 "오히라 미쓰요(大平光代)"이다.그의 실화를 쓴 수기가 바로 "그러니까 당신도 살아"이다.



이 책의 역자는 오히라 미쓰요는 - 쉽게 절망하고,자기자신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가를 잊어 버린 채 쉽게 좌절하고,쉽게 방기해 버리는 인간들에게 "이렇게 망가져도 다시 시작 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 신이 보낸 전령이라고 좀 비약해서 말한다.



오히라 미쓰요가 다시 인생을 시작하면서 읽었던 글이 있다.


 


"지금이 바로 출발점

인생이란 하루하루가 훈련이다
우리 자신을 훈련하는 터전이다
실패도 할 수 있는 훈련장이다
살아 있음이 흥겨운 훈련장이다
지금 이 행복을 기뻐하지 않고
언제 어디서 행복해지랴
이 기쁨을 발판 삼아 온 힘으로 나아가자

나의 미래는 이 순간 이곳에 있다
지금 여기서 노력하지 않고,언제 어디서 노력하랴"



국민 대부분이 거의 불교도인 일본인 다운 발상이다.그리고 전적으로 동감한다.죽어서 천국,천당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지금 이 순간이 천국,천당이어야 한다.



일체유심조라...결국 마음이다.마음 갖기에 따라 같은 상황에서도 천국과 지옥으로 나뉜다.증권시세라는 적과 싸우는 나로선 하루에도 몇 번씩이나 느끼는 감정이다.



다시 첫걸음으로 돌리기 위하여 얼마나 많은 시행착오가 따르는가.를 보면 문제의 초기에 좀더 적극적으로 문제의 본질을 꿰뚫고 해결해야 한다.



"열린사회와 그 적들"의 책을 쓴 철학자 칼 포퍼(KARL POPPER)의 "삶은 문제해결의 연속이다(All Life is Problem Solving)."에서 "세상을 조금 더 나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라고 끊임없이 묻는 것이다"라고 촉구하고 있다.



최근 불교를 공부하면서 세상을 보는 시각이 조금씩 질적으로 변하고 있음을 느낀다.그것은 사람 "마음의 질"을 바꾸는 것으로 느껴진다.



그래서 그럴까? 비가 오는 산길을 걸으니 대 자연과 같은 호흡을 좀더 밀접하게 하는 느낌이고,산길을 따라 올라가면서 산길 자체도 근육이 있고,반(反) 근육이 있다는 것을 확인 할 수 있었다.

 

 

 

08:00~12:14
비를 뚫고 달려온 버스는 녹동항에서 배를 타고 들어간다.소록도로 가는 다리가 보인다.
소록도는 살아가면서 간간히 미풍에 실려오는 몇가지 소식들이 생각난다.한센병,인권침해
그리고 푸른눈의 소록도 천사 수녀님...43년간 봉사하다가 “헤어지는 아픔을 드릴 수 없어
말없이 떠납니다.”
하고 홀연히 본국 오스트리아로 떠난 마리안느(71), 마가렛(70) 수녀의
인류애를되새기며거금도신평리로간다.







 

13:10~14:34
비가 오는 도로정체와 공사중인 도로환경 때문에 산행들머리에 선 시각이 오후 1시다.
원래는 적대봉 이후 송광암과 용두봉을 지나 중촌으로 하산하려고 했으나 시간에 쫒겨
바로 신평으로 하산 하는 것으로 계획을 바꾸었다.



1시간 정도는 그리 가파르지도 않고 그리 완만하지도 않은 웅혼한 산길을 오른 후 능선에
다다른다.몇포기의 진달래가 없었다면 가을느낌이 나는 산이다.낙엽과 앙상한 가지의
나무들,그리고 누런 억새풀 때문이다.

 

14:37~14:50
이곳에서 대단한 나무를 만난다.족히 수령이 수백년은 됨직한 나무들이 보이는데 자작나무과의 소사나무이다.
분재로 멋있게 해 놓으면 일본인들이 좋아서 사족을 못쓴다는 후문이다.산 능선의 거센바람에 시달리며 자연적
으로 분재의 모습을 갖춘 소사나무의 행렬에 눈이 즐거워 미칠 지경이다.

 


수령이 오래되어 원래 나무는 죽고 그 옆에서 곁가지가 나와 생명력을 이어가는 불사(不死)의 모습을 보여 경건한
느낌마저 든다.그 외 산세는 고래 한 마리가 몸을 우측으로 휘며 덩거러니 앉은 모습인데 산행을 할수록 가을
느낌이 가득하다.

 

 

 

15:21~15:52
조금씩 내리던 비가 마당목치에 이르자 굵은비로 바뀌었다.위아래 오버트라우저로 무장하고 적대봉
정상으로 향한다.적대봉 정상은 돌로 둥글게 쌓아놓았는대 남한에서 거의 유일한 원형 봉화대라고 한다.
그런데 나는 다른곳에서 본 것 같은데....

 

 

15:55~16:37
하산길은 육산과 암산의 모습을 번갈아가며 능선길을 보여주다 산행날머리에 청옥빛 맑은 저수지가 있다.
가까이서 보니 10여M 바닥이 그대로 보이는 깨끗한 물이다.나는 국내에서는 이렇게 맑은 물을 본적이 없다.

 

 

16:47~17:00
금산정사에 도착하여 둘러보는데 재밌는 글귀가 보인다."너 뭐하노". 거의 "이 뭣꼬"에
버금가는 화두지만 색종이에 쓴 글이라 무게감이 덜 느껴져서 쉽게 머릿속에서 대답이
그려진다.



"저는 이 세상 재미있게 살려고 온 나그네입니다."정도인데 동정 마을로 내려와보니
1000년은 됨직한 나무 한그루가 Yes의 의미인지 Y자 형태로 서 있다.
경상도 식이라면 "니 좋나"의 질문에 "좋다." 정도의 대답일 듯....


 

이곳 동정마을에서 밥을 말은 생태탕을 먹고 금진선창으로 이동하여 다시 녹동항으로 나왔다.
인생살이 오만가지 문제처럼 갈라져 나온 적대봉의 소사나무가 떠오른다.

 


원래 나무는 죽었어도 다시 곁가지로 사는 그들의 대답은 "그러니까 당신도 살아"의
마지막에 두 번이나 언급되는 "포기하면 안돼!"를 보여주었다.

 

인생이라는 것,자연이라는 것 모두 살아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것
불가설 불가설 불가설 [不可說 不可說 不可說]이다.

 


참된 이치는 체득할 수 있을 뿐,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것은 매한가지다.

 

 


 

산행에 관한한 진정한 "호모 루덴스Homo ludens"가 되고 싶다.
등산을 통한 놀이의 달인...

그것은 놀이이면서 배움이고,
배움이면서 깨우침이다.

산행을 통한 우아한 세계로의 몰입.
풍류산행을 지향하는 내가 가야 할 길이다.

제대로 된 호모 루덴스는 공부의 달인,호모 쿵푸스Homo Kungfus,
예술의 달인,호모 아르텍스Homo artex,
언어의 달인,호모 로퀜스Homo loquens를 포함한다.

또한 예지인인 호모사피엔스Homo sapiens,
능력인인 호모하빌리스Home habilis이면 더욱 좋고,
종교인인 호모릴리글로수스Homo religlosus이면 금상첨화다.

-오늘 산행 사색에서 느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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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는 바람처럼, 흐르는 물처럼
어진 산처럼,방랑의 은빛 달처럼

風/流/山/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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