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남산 칠불암)꽃은 기록하지 않는다.우리는 영원한 것들만 기록한다.

- 언제 : 2011.12.11(일) 10:00~16:00
- 얼마나: 2011.12.11 11:50~14:50
- 날 씨 : 맑음
- 몇 명: 2명(with wife)
- 어떻게 : 자가SUV 이용
▷염불사지-사과농장-칠불암-신선암 마애보살유희좌상-봉화대능선 방향-천동골-사과농장

 

부산에서 경주까지는 1시간 정도 걸린다.해 짧은 겨울,일요일 조금 늦은 시간에 운행을 해도 되는 적당한 코스다.경주 남산을 사랑하여 시간나면 가 보지만 아직 갈 곳이 많다.아마도 거의 다 둘러 보았다고 느낄 즈음, 또 어느 골짜기에서 새로운 유물이 나왔다고 신문에 날지 모를 곳이 경주 남산이다.2007년 5월에 경주 열암곡에서 발견된 마애불만 보더라도 허언이 아니다.내게 있어 문화유산의 화수분貨水盆,河水盆 같은 곳이 경주 남산이다.

 

그동안 경주 남산 칠불암과 신선암 마애불은 산의 고스락에 위치하고 있어서 조금 아껴 놓은 장소였다.문화유산 답사 겸 온전치 못한 발의 상태를 시험해보고 싶은 생각도 있어서 결국 경주행을 실행에 옮겼다.여러 산행지도를 보고 칠불암과 가장 가까운 사과농장까지 차를 몰아 갈려고 했으나 실지 현지에 가보니 어디가 어딘지 갈피를 잡지 못하여 1시간을 허비했다.어차피 좀 더 걷자는 생각에 다다라 걷고 보니 염불사지에서 자동차 차단기를 넘어 10여분 들어가니 어이없게도 사과농장이 나왔다.

 

칠불암까지 가는 길은 그런대로 좋았다.다만 가물어서 미끄러운 마사토가 올라갈때 보다는 내려올때 부담스러워서 볼 맨 소리를 하는 와이프를 배려해서 하산길은 봉화대 능선 방향으로 가다 오른쪽 흐릿한 산길을 따라 내려왔는데 나중엔 거의 개척산행 수준이라서 오히려 후회가 되었다.

 

와이프는 나의 발이 온전치 못함을 알고 있기 때문에 당연히산행은 별로 없을 것이라고 믿고 따라 나섰을 것이다.그런데 생각보다 많은 산행을 하여 후회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싶어 의중을 떠보니 적당하다고 한다.내 발이 빨리 나아지지 않으면 곧 잘 따라 나설 것으로 보여진다.

 

칠불암과 신선암 마애보살유희좌상을 보는 것은 짧은 산행길이 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왕복 3시간이나 걸린 준 등산이 되었다.역시 무리였던지 다시 절뚝거리게 되었지만 아무도 밟아보지 않은 푹신한 낙엽길과 개척산행 특유의 약간의 두려움과 설레임은 산행을 마친 지금 행복한 추억으로 남았다.

 

 

 

염불사지에 주차공간이 없어 남산사지에 멀리 해두고 칠불암으로 향한다.
염불사지의 자동차 차단기를 넘어 10여분 진행하니 내가 찾았던 사과농장이
나왔다.산짐승의 피해를 방지하고자 전기철책을 쳐놓아 이색적이었다.

정오를 지나는 햇살은 나무 숲을 뚫고 들어와 눈이 부시었다.
그래서 겨울 산행이라고 걸쳐 입은 옷가지들을 원망하게 만들었다.
그래도 겨울날 운동으로 땀에 젖으니 기분이 좋다.

 

 

 

 

유순하던 등로가 가파라지면서 칠불암의 암자 지붕이 눈에 들어온다.
대나무 터널을 속 돌계단을 오르니 칠불암이 눈부시게 자리를 하고 있다.
제법 많은 사람들이 보이고 칠불암 암자에서는 웃음 띤 단아한 모습의 스님과
차를 마시며 등산객들이 함께 격의 없이 담소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아마도 칠불 마애불 앞에 있는 플랭카드의 월암스님인지도 모르겠다.

 

 

 

칠불암 위로 신선암 마애불이 있어 참배객들이 보였다.한눈에 보아도 빼어난 걸작이다.
통일신라시대의 불상으로 뒤쪽 병풍 바위에 새겨진 삼존불과 사각 돌기둥의 사면 석불상
이기 때문에 일곱분의 부처님, 즉 칠불암이 된것이다.모두 연꽃 위에 앉았는데
본존불인 여래는 당당하고 풍만하며 오른쪽 협시보살은 보병을 들었고,
왼쪽 협시보살은 왼손으로 연꽃을 들어올리고 있다.

 

1963년 1월21일 보물 제200호로 지정되었다가 2009년 9월2일 국보 제312호로 변경
되었다고 한다.


 

옆에 새롭게 단장된 것으로 보이는 암자는 작은 크기와 요란한 느낌이 들지 않게 지어져
다른 절집보다는 친근한 느낌이 든다.

 

 

 

 

 

 

칠불암 오른쪽 길로 돌아 올라가니 신선암 마애불로 가는 길이 있다.아래를 내려다보니
아찔하기 그지없다.와이프는 한번은 오더라도 두번 오기는 싫다고 한다.발 아래로 칠불암
도량이 보인다.오른쪽에 벽을 끼고 돌아가니 한발을 내린 유희좌 모습의 신선암 마애보살
이 입정에 든 모습이다.


 

화강석재 마애불로 보물 제199호이다.머리는 보관이 있고 얼굴이 길어 남성적인 느낌이
강하다.대부분의 기록은 신선암 마애불상 반가상이다.그러나 반가좌이기 보다는
유희좌遊戱坐로 보는 것이 맞다고 한다.보통 반가상은 의자 위에 앉아 왼발은 내리고,
오른발은 왼쪽 다리 위에 걸치는 모습이다.그런데 유희좌는 왼쪽발을 오른쪽 무릎 옷자락
위에 편안하게 얹어 놓고 오른발은 의자 아래로 내려 걸터 앉듯이 앉아 계시는 자세를
말한다.

 

이곳에서 보면 토함산과 남산사이의 배반평야 보인다.멀리 토함산도 보인다.
깍아지른 바위 벼랑에 별로 공간도 없는데 새겨져 있어 경이롭다.연꽃이 아닌 구름같은
문양 위로 공중부양을 하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다.

 

이 불상은 유희좌를 하고 있는 유일한 불상이라고 한다.머리의 3면 보관과 양 어깨의
둥근 장식물도 있어서 한눈에 보아도 상당히 화려한 모습이다.동짓날 전후 해뜰때 보면
금빛 가사로 갈아 입으시기 때문에 제대로 볼 수 있다고 한다.그런데오늘 내가 찾은
시각은바위의 눈부심이 심해서 제대로 볼 수가 없었다.

 

 

 

 

 

경주 남산에서는 작은 돌탑도 그냥 돌탑이 아니다.정신적 안위를 얻는 징표이며
이상향이 이곳임을 알리는표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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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는 바람처럼, 흐르는 물처럼
어진 산처럼,방랑의 은빛 달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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