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지봉▲페달을 밟아주지 않으면 자전거는 굴러가지 않는다.

 




- 언제 : 2006.12.23 (토) 10:00~15:30
- 얼마나:12.2310:15~15:15(아주 천천히 걸어서 5시간)
- 날 씨 :맑음.먼곳은 박무
- 몇명:홀로
- 어떻게 :집에서 도보로 출발
▷용문사-삼각봉-백양산-주지봉-삼경장미APT

-개인산행횟수ː 2006-30[W산행기록-159 P산행기록-301/T646]
- 테마:근교산행,사색산행

-산높이:백양산(642M)
- 좋은산행 개인호감도ː★★★★




욕심을 버릴 것인가? 아니면 욕심을 키워서 소원을 만들어 그 소원이 이루어지면 작은 욕심들은 저절로 모두 없어지게 할 것인가?

 

가끔 원불교에서 주장하는 설법은 자본주의 사회 논리에 딱 들어 맞는 구석이 있다.대부분의 불교는 욕심을 버리라고 하는데 원불교는 욕심을 키워서 소원을 만들라고 했다.아마도 원불교 창시자인 박중빈 대종사가 평범한 농민의 아들로 태어났다고 하는데교리만큼은 만석꾼의 논리같다.

 



여하튼 생뚱맞게 왜 이런 질문을 던지느냐하면 내가 하는일이 아무리 열심히 노력해도 2% 부족한 상황이 연속되어 이제는 내가 바라는 그 무엇인가가 나의 욕심은 아닐까하는 생각이 미쳤기 때문이다.
나는 지금 욕심을 버릴 것인가? 아니면 욕심을 키워서 소원을 만들어한번 더 정면승부로 나설것인가하는 갈림길에서 방황하기 때문이다.

 

이럴땐 나의 스승에게 물어 볼 수 밖에...그래서 배낭을 메고 아주 가까운 산행출발지에서 산행을 시작한다.걷다보면 뭔가 떠오르는 것이 있겠지 하는 믿음을 안고...아마도 의욕이 있었다면 새벽에 출발하여 일출이라도 맞이 하고 싶지만 온몸에 기운이 빠져버린 지금 해가 중천에 떠오른 10시에 집에서 출발한다.

 



가장 가까운 산행들머리인 백양산 용문사까지는 어떻든 발을 들여놓으면두뇌의 명령없이도 내 발은 저절로 길을 걷게 될 것으로 믿기 때문이다.발길 닿는대로 가기로 마음먹었는데 나의 발은 오늘 백양산을 넘어서 주지봉으로 길을 안내했다.

 

 

10:15
산행출발지인 용문사에 와서야 신발끈을 조인다.눈에 익은 용문사이건만
오늘은 기분이 심드렁한 탓일까 별로 반갑지가 않다.

 

날씨는 무척 맑은데 먼곳일수록 박무가 뚜렷하여 산세의 실루엣만 보이니
베일로 속을 가린 신비로움을 보인다.아마도 수증기가 공기에 많이 포함되어있고
이 시간까지 박무가 뚜렷하다면 기압골도 안정되어 있는 모양이다.

 



앞산 엄광산 마저 신비전략 마케팅에재미를 보고 있다.그래 오늘만큼은
너도 저자거리에 내 놓은 진한 화장의 노류장화는 아니다.

 

 

 

 



건강공원을 넘어서고 능선에 올라서니 포개지는 산이 원근에 따른 명암이 뚜렷하게 차이가 나며
무릉도원을 연상시킨다.내 뻔히 알고 있지만 오늘은 짐짓 모른척 다소곳한 산의 자태에 관심을 보인다.

 


가까운 거리는 이렇게 눈부시게 환하다.삼각봉의 바위는 오늘따라 낙동강 방향으로
머리를 조아리는 독수리의 모습을 닮았다.낙동강 너머 낙동강 삼각주가 한눈에 들어오는데 저 멀리 지난번에
다녀온 부산에서 가장작으면서 삼각주에서는 가장 높은 산인 덕도산이 희미하나마 좌측으로 눈에 들어온다.
가야할 길을 쳐다보니 백양산 너머 주지봉이 왼쪽으로 놓여있다.

 

 

중간중간 쉬엄쉬엄 쉬면서 올랐는데도 사람의 한걸음 한걸음이 무서운가 보다.어느듯 백양산 정상이다.
응달진 곳은 서리가 아직 녹지 않아 흰빛을 드러내지만 햇볕이 닿는 곳은 다소 질척해지려는 분위기다.

 



운동장 방향은 지난번에 가 보았으니 오늘은 불웅령 좌측 주지봉으로발이 먼저내 딛게 된다.

 

 

 

 

 

 

 

주지봉 방향은 처음 가는 길인데 제법 날카로운 구간이 있어 좋지만 다소 거리가 짧아서 재미있어지려는
순간에 바로 싱거워진다.다소 가파른 구간을 통과하고 보니 바로 유순한 등로이지만 가파르게 내려오게 되고
곧 낙동강과 다리와 눈이 마주치게 된다.

 



가파른 경사가 완만해지는 것을 보니 거의 다 내려 온 모양이다. 오솔길로걷는데 보이는 나무
사이사이로빽빽한 집들이 보이는데, 내려오고 보니 삼경장미아파트가 있는 곳이다.

 

 


인지부조화 현상을 이야기한 레온 페스팅거는 "인간은 합리적인 존재가 아니라 합리화하는 존재이다"라고 했는데
나 또한 합리화하고 싶은 마음은 크지만 여기서 뒤로 숨고 싶지는 않다.
오늘 산행의 끝에서 느낀 것은 "반야의 지혜를 얻을 때까지 물러서지 않겠다"는 보우만큼은 감히 흉내내지 못한다
하더라도 최소한 내 인생의 페달을 남의 발에 맡기고 싶지는 않다는 것이 솔직한 나의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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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는 바람처럼, 흐르는 물처럼
어진 산처럼
,방랑의 은빛 달처럼

風/流/山/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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