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漢詩한시

조선조 초기 시인 남명(南冥) 조식(曺植·1501~1572)은 이 절에서 다음과 같이 시를 읊었다.



동쪽 고개 소나무는 나무인데
불당에서 사람이 거기다 절하네
남명 내가 늙어가는구나
구차히 산의 영지나 찾다니

東嶺松爲木(동령송위목)
佛堂人拜之(불당인배지)
南冥吾老矣(남명오노의)
聊以問山芝(료이문산지)


<조식, 제구암사(題龜巖寺) 재김해(在金海)>







#한자공부

 
 
 
* 풀이 


이 시의 첫 구절 '東(동)'이 조식의 문집 <남명집(南冥集)>에는 '冬(동)'으로 되어 있다. 동녘 동(東)자나 겨울 동(冬)자나 같은 평성(平聲)이라 문제는 없으나, 내용으로 보아서는 동녘 동자가 어울린다. 조식은 처가인 김해에 산해정(山海亭)을 짓고 거의 20년을 지냈다. 조식은 산을 통해 수양하는 마음을 기르기 위해 지리산(智異山) 천왕봉(天王峰)을 열두 번이나 올랐다. 산을 그렇게 좋아하던 그였기에 그는 자신이 살고 있던 신어산 자락을 여러 차례 찾았을 것이다. 이 시는 그 당시에 영구암에 들러 지은 것으로 보인다. 당시는 아직 임진왜란이 일어나기 전이었으므로 암자는 옛 모습을 잘 간직하고 있었을 것이다. 시에서의 동쪽 고개 소나무는 사람들이 신령스럽게 여기는 신목(神木)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사람들은 절에 와서 부처에게 절을 해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신목에 절을 하고 있다. 그러하듯 조식 자신도 마음이 늙어가는지 스스로를 수양하려는 태도는 어디에다 버리고 좋은 약이나 찾는 것이 한심스럽다는 표현이다. 실제로 당시 영구암 불당 동쪽에는 신목이라 불릴 만한 큰 소나무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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