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성,청도)이론은 모두 잿빛이며,영원한 생명의 나무는 푸르다.

 


- 언제 : 2013.3.31 05:30~ 21:50
- 얼마나: 2013.3.31 09:40~20:10
- 날 씨 : 대체로 맑음
- 몇 명: 40여명
- 어떻게 : 여행 커뮤니티 "풍경" 동행
▷의성 산수유마을-청도역 앞 추어탕 거리 의성식당-소싸움 경기장-웃음건강센터(철가방 극장)-청도 프로방스

 

 

예년보다 보름 일찍 핀 꽃들이 아우성이다.봄이라는 계절의 이름은 필시 "보다"라는 동사의 명사형이 "봄"으로 되었을 것이다.그것은 아마도 수묵화같은 겨울의 잿빛 뒤에 보이는 화려한 꽃의 계절이기 때문일 것이다.꽃구경 여행만으로도 괜찮은 아이템인데 여기에 맛있는 먹거리와 소싸움을 구경하고 철가방극장에서 코미디까지 본 후 밤엔 빛 축제까지 즐길 수 있다는 말에 정착형인간인 와이프까지 따라 나선다.

 

그러나 아침 6시부터 밤 9시반까지 이어지는 강행군은 사실상 힘든 여정이다.풍경의 여행 스타일은 워낙 꼼꼼하게 짜여져 있서 허투루 시간을 보내지 않는다.여행도 용맹정진에 버금가는 일정인 것이다.나의 스타일엔 맞지만 평소에 적응이 되지 않은 사람은 몸이 파김치가 될지 모른다.

 

오늘은 3월 31일,1사분기 마지막 날이다.그리고 일요일이다.그래서 뭔가 하나의 마디를 여행으로서 매듭짓는 느낌이 든다.

 

의성과 청도는 산들이 마치 중첩되어 밀려오는 파도같은 느낌이었다.우리는 그 속을 서핑하듯이 이곳저곳을 오가며 여행을 다녔다.

 

봄을 아무리 예찬한들 이렇게 나와보지 않으면 무슨 소용인가?
"이론은 모두 잿빛이며,영원한 생명의 나무는 푸르다."

 

 

 

 

전날 토요일은 만개한 아파트 벚꽃을 찍고 오전엔 구덕정에서 활을 쏜 후
오후엔 서면 토즈에서 유시민의 "국가란 무엇인가"라는 책을 가지고
독서클럽 모임에 가서 독서토론회를 하였다.
토론은 밥집을 지나 찻집까지 이어져 밤10시에 파하였다.

 

 

 

그리고 바로 일요일 새벽 5시반에 일어났으니 몸 상태가 약간 좋지 않았다.
그래도 의성으로 가는 고속도로를 달리는 버스 내에서 아스텔앤컨의 잔잔한 노래를 선곡하여
리시버로 들으며 유시민의 "어떻게 살것인가"라는 다른 책을 읽었다.

 

나에게 여행은 음악,독서,사진이 동반된 종합여행이다.물론 피곤하면 잔다.
그러나 또 원기가 회복되면 그렇게 종합여행은 이어진다.

 

"어떻게 살 것인가"의 서언에서 보이는 괴테 파우스트의 구절은 문무겸전과
이론과 행동을 중시하는 나에게 눈이 번쩍 뜨이는 글이었다.

 

"이론은 모두 잿빛이며,영원한 생명의 나무는 푸르다."

 

그기에 제목은 "어떻게 살 것인가"인데 내용은 "어떻게 죽을 것인가"였다.

그래서 여행의 여정에서 인생의 여정과 함께 하는 듯한 느낌까지 가세하고 보니
산행이나 여행을 가면 유독 말 수가 적어지는 나를 더욱 입다물게 만들었다.

 

의성 산수유축제/ 경북 의성군 사곡면 화전리 1115

 

노란 산수유가 계곡을 따라 1.5km이어져 있는 곳 이었다.
와이프와 함께 갔지만 나는 사진을 찍다보니 함께 혹은 따로 걸음을 걷게 되었다.
여행이라는 것은 각자 생각할 겨를이 필요하므로 이 또한 좋았다.

 

 

 

 

 

 

 

축제장에서는 남미음악이 흘러나와서 가봤더니 경쾌한 남미의 더블 팬파이프(double panpipe)
를 공연자들이 마치 신들린듯이 불어 색다른 느낌이었다.한때 슬프면서도 경쾌한 남미음악에 매료되어
중남미박물관에서 구입한 CD를 한달동안 들었던적이 있었는데 이번에 그 음악을 다시 듣게 되어
반가웠다.

 

 

 

 

청도역 앞에 있는 청도추어탕으로 점심식사를 하였다.
청도 의성식당에서 청도추어탕을 먹었다.청도추어탕은 미꾸라지 대신 민물잡어를
넣어 시원한 맛이 더 난다.

청도역에도 꽃들이 만개하였고 벤치에서 기차를 기다리는 연인이 보여 더욱 분위기를 화사하게 만들었다.

 

 

 

 

 

 

청도 소싸움 경기장/ 경상북도 청도군 화양읍 삼신리 693-2

 

 

입장은 무료였다.그러나 소싸움도 경마처럼 마권에 해당하는 우권을 구입하여 베팅을 하는 것을 보았다.

연승식,복승식..아마도 거의 마권과 같은 진행 방식인 모양이었다.


나는 우권을 구입하지 않고 경기만 관람하였는데 한번 진적이 있는 김해출신의 "태봉"과
오늘 처음 나온 "계승"이 6라운드 30분이 다할 때까지 힘을 겨루며 비기는 것을 보았다.

어릴적 낙동강변에서 소나무 울타리 얼기설기 엮어 놓고 보았던 그 정취는 이제 보기 힘들게 되었지만,
우직한 소의 단면은 그대로 본 느낌이다.

 

 

 

 

 

웃음건강센터 / 경북 청도군 풍각면 성곡리

 

성곡댐 왼쪽길을 따라 버스가 오르는가 싶더니 잠시 후 철가방 극장이 보인다.

일인당 9,900원 입장권을 들고 들어가 1시간 20분 웃음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마지막으로 찾은 곳은 청도 프로방스 빛축제장이었다.

 

청도 프로방스 빛축제/경북 청도군 화양읍 삼신리 893-1

 

 

온통 하트와 별 그리고 화려한 조명이 황홀하게 만들었지만 내 취향은 아니라서
간단하게 돌아보고 나왔다.입장료는 6,000원인데 단체관람은 5,000원으로 보였다.

 

르네 마그리트의 그림처럼 우산과 함께 내몸도 붕 뜬 것 같은 느낌은 오늘의 일정이
좀 버거웠기 때문일 것이다.

 

 

 

 

 


━━━━━━━━━━━━━━━━━━━━━━━━━━━━━━━━━


달리는 바람처럼, 흐르는 물처럼
어진 산처럼,방랑의 은빛 달처럼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