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포항~삼척)사진출사,고적답사를 하며 발 닿는대로 걸으니 풍류휴가여행은 이런 것...

 

 

- 언제 : 2012.8.6(월) 05:00~2012.8.9(목) 09:00
- 몇 명:  홀로
- 어떻게 : 자가SUV 이용

 

올해 군에 입대하는 아들과 고3 딸이 있어 가족과 함께 휴가를 가기 어렵게 되었다.결국 나 홀로 발 닿는대로 풍류여행을 다녀오고자 길을 나선다.특별히 어디를 간다는 계획은 없다.그러나 대략의 계획은 사진을 찍는 출사,문화유적을 찾는 고적답사에 풍광이 좋다면 간이등산도 하는 방식으로 선조들이 한번은 가봄직한 길과 요즘 각광받는 새로운 명소를 아우러는 여행길이 합쳐지니 말 그대로 풍류여행이 될 것이다.한가지가 아닌 서너가지를 한꺼번에 한국식 비빔밥처럼 섞어 놓은 여행이 바로 풍류휴가여행인 셈이다.

 

사내는 집이 세채는 있어야 하는데 첫째는 머무는 공간인 집이고 둘째는 이동하는 집인 자동차,그리고 사이버공간의 집인 홈페이지다.그 중 머무는 공간인 집과 홈페이지까지 쉬게 하니 휴가休暇는 휴가休家가 된 것이다.다만 현대판 말에 해당되는 이동수단인 자동차는 나의 여행길에 특별한 집이 될 것이다.

 

여행을 하다 해가지면 바로 그곳이 하룻밤 유숙할 장소가 될 것이니...3박을 하며 길을 따라 운전하다보니 1,200km를 달렸다.

 

 

 

2012.8.6(월) / 휴가 첫째날 / 아침은 흐리고 정오는 맑은 후 저녁에 약간의 비

 

왕룡사원/경북 경주시 강동면 국당리 149-1

 

충분하게 잠을 자고 휴식을 취한 후 고속도로가 붐비기 전인 5시에 포항의 전경을
담을 수 있는 경주시 강동으로 향했다.

 

먹빛을 칠한 듯 두터운 구름 아래로 여명이 밝다.형산강 물과 동해바다가 만나는
영일만이 보인다.두터운 먹장 구름이 아쉽기는 하지만 그런데로 좋은 풍광을
감상할 수 있었다.

 

 

 

 

 

협곡의 남쪽을 형산(兄山), 북쪽을 제산(弟山), 합쳐서 형제산이라 하고,
잘려 나간 듯한 부분을 ‘형산맥이’라 한다. 형제산이 갈라진 셈이다.

 

자료를 뒤져보니 형제산이 갈라진 이유는 안강일대의 물이 범람하여
경주에 피해를 끼쳐 안강의 치수문제 때문에 형제산이 단맥된 것으로 보인다.

 

왕룡사원엔 무량수전이 보이고 특이하게 "왕장군용왕전王將軍龍王殿"이라는
전각이 보인다.이 속에는 부처님이 아닌 신화의 두 주인공인 김부대왕 부자의
목상(木像)을 모셔 두고 있다.

 

조선무속고(朝鮮巫俗考)>에 “김부대왕은 신라의 끝 왕인 경순왕이다. "라고 했으니
경순왕을 무속의 신으로 삼은 것으로 보인다.

 

 

 

 

영덕 신돌석장군 생가 / 경상북도 축산면 도곡리 528-1

 

신돌석 장군은 의병으로 1896영덕,영양,울진  등 경상도와 강원도 일대의 여러전투에서
일본군을 전멸시켰다고 한다.도로 입구의 유물관(기념관)과 별도로 생가지가 있다.

무궁화와 목백일홍이 인상적이다.

 

 

 


 

 

장군이 27세 당시 월송정에서 쓴 나라를 근심한다는 "우국"에 관한 시가 전해진다.

 

 

"누(樓)에 오른 길손은 갈 길을 잊고
단군의 터전에 낙목(落木)이 가로놓여 있음을 탄식하네.
남아 二七에 이룬 일이 무엇인고.
잠시 가을 바람에 의지하니 감개가 새롭구나.

登樓遊子却行路 可難檀墟落木橫
男子二七成何事 暫倚秋風感慨生"

 

그래서 월송정을 방향을 잡는다.

 

월송정/경상북도 울진군 평해읍 월송리 362-2

 

광동팔경의 하나다.입구엔 황만영선생기념비 소나무 숲을 지난다.
월송정을 가는 도중 만나는 월송리 소나무 숲이 눈을 시원하게 만든다.

상당히 빼어난 소나무 숲길이다.

 

 

 

 

 

 

 

대풍헌/경상북도 울진군 기성면 구산리 202번지

 

바닷가 살사리꽃(코스모스) 핀 길 약간 안쪽에 조선시대 목조건물로
조선시대 구산포(邱山浦)에서 울릉도로 가던 수토사(搜討使)들이 순풍(順風)을 기다리며
머물렀던 곳이다.그래서 순풍을 기다린다는 뜻의 대풍헌待風軒이다.

 

 

 

 

울진을 지나니 7번국도와 바다가 더 가깝다.역시 바다는 동해의 바다가 바다의 맛이 난다.
그 어느 곳보다 망망대해로 바다라는 뜻에 어울리는 크기와 전망을 보여준다.

 

동해척주비 내용 그대로다.

 

 

 

 

강원도 삼척으로 넘어오면서 한국에도 이런 곳이 있나 싶을정도로 앙증맞게 아름다운
해변이 보인다.작지만 예쁜 그모습과 비취빛 물빛에서 파라다이스 느낌이 난다.

갈남해변이다.바다엔 작은 섬 몇 개 떠 있고 작은 모래사장과
얕은 깊이는 아이들에게도 좋은 장소다.다만 많은 사람이 이용하기엔 어려움이 있겠다.

 

 

 

 

해신당공원/강원도 삼척시 원덕읍 갈남리

 

19세 이상만 갈 곳이다.적나라한 장면도 보인다.나의 관심은 해신당 바로 옆에 있는
바닷가의 바위였다.장노출로 멋진 장면의 사진을 보았기 때문이다.

 

푹푹 찌는 더위에 눈부신 날이라 장노출 사진은 어렵지만 장소라도 눈으로 확인하고 싶었다.

 

 

 

 

 

해신당엔 애랑의 영정이 있다.덕배와의 슬픈 사랑이야기가 이렇게 노골적인 표현으로
공원 전체를 덮어놓은 것은 표현의 낭비라는 느낌이 든다.버젓이 어린이도 많은 것을 보고
어떻게 이렇게 관리될 수 있는지 의심스럽다.장사 속 치고는 너무 심하다.

 

해신당 뒤의 나무에 걸려있는 원색 한복과 천들이 한국판 타루초나 룽다 같다.

 

 

 

원천리 속섬을 찍을 시간까지 아직 남아서 우선 죽서루로 향한다.

 

죽서루/강원도 삼척시 성내동 9-3

 

광동팔경 중 제1경이 이곳이다.유일하게 해변이 아닌 강변에 위치하고 있다.주위의 바위가
인상적이다.누각 아래 오십천이 흐르고 대 위에 지어져있어 차분히 앉아 있으면
바람이 달리는 느낌이 전해진다.

 

죽서루는 동쪽에 죽장사라는 절과 죽죽선녀라는 명기가 있었다고 한다.

 

 

 

 

 

 

 

동해척주비 / 강원도 삼척시 정산동 82-1

 

 

육향산이라는 작은 산 위에 있다.동해 척주비를 세운 이는 미수 허목이다.
허미수는 60세가 넘도록 학문에만 전념하다가 뒤늦게 관직에 오른 분이다.

송시열과 예송논쟁을 벌였던 인물이다.미수 허목은 서인 송시열에게 밀린
남인의 한사람으로 삼척부사로 좌천된다.


 

백성을 사랑하는 마음에서 퇴조退潮비를 세운 것이 척주비다.허미수는 평생 연구하고
깨달은 철학의 극치를 담은 오묘한 문장인 동해송을 짓고 그가 개발한
독특한 전서체에 담아 비를 세운것이다.


 

웅혼한 아름다움이 있는 허미수의 전서체를 보는 순간 나는 얼어붙은 듯
매료되고 말았다.

 

 

 

척주동해비 비문풀이를 일부 소개하면...

 

 

"큰 바다 끝없이 넓어 /온갖 냇물 모여드니 / 그 큼이 무궁하여라
동북쪽 사해여서 /밀물 썰물이 없으므로 /대택이라 이름했네
바닷물이 하늘에 닿아 /출렁댐이 넓고도 아득하니 /바다 동쪽에 구름이 끼었네
밝고 밝은 양곡으로 태양의 문이라서 /희백이 공손히 /해를 맞이하네"

글이 길어서 여기에서 생략한다.

 

바로 위에 육향정이 있다.육향정 글씨 옆의 글쓴이를 보니 오세창이다.
위창 오세창은 독립운동가로 변절과 친일의 시대를 견디어 내고
추앙받는 민족지도자가 되었다.개화파의 적자,동학지도자가 되었고
민족과 역사를 위해 3.1 독립선언에 뛰어들었던 분이다.

 

육향정 글씨는 군더더기 없는 단아한 글씨가 돋보인다.

 

 

 

월천리 속섬(솔섬)으로 향한다.


속섬은 마이클케냐의 「Pine Trees」사진 덕분에 사진가들에겐 유명세를 톡톡히 치르고 있는 곳이다.
바로 옆에 LNG생산기지 공사가 한창이어서 예전 그 분위기가 나지 않는다.

하늘빛이 어두워진다.

 

물결이 일렁이지만 점점 소나무의 반영이 서서히 드리워지고 있다.
물결이 잦아들도록 기다리는데 빗발울이 굵어져 철수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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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는 바람처럼, 흐르는 물처럼
어진 산처럼,방랑의 은빛 달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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