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용으로 준비한 것은 죽력으로 빚은 송명섭 명인의 조선 3대 명주, '죽력고(竹瀝膏)
죽력고의 한자를 풀이해보면 대나무 죽(竹), 스밀력(瀝), 기름고(膏) 자 입니다. 대나무 기름이 스며 있는 술, 즉 ‘대나무 수액으로 만들어진 술’이라는 의미. 동의보감에는 죽력은 혈압을 다스리며 피를 맑게 하고, 중풍·뇌졸중 질환 등에 좋다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우선 대나무를 잘게 쪼갠 후에 항아리 속에 빽빽하게 넣은 후 항아리를 거꾸로 세워 황토를 발라주고, 말린 콩대로 덮고 태워 불씨를 만듭니다. 그 불씨 위에 왕겨를 올리고 3, 4일 동안 뭉근한 불 속에서 구워내면 거꾸로 세워 놓은 항아리 뚜껑에 죽력이 모입니다.
항아리 하나에 나오는 죽력은 1.5리터 정도. 이렇게 얻어낸 죽력에 석창포(창포), 계심(계피), 솔잎, 생강을 3, 4일간 넣어 놓으면 약재가 죽력을 머금는데 따로 발효시킨 발효주의 맑은 원액을 소줏고리 아래쪽에 넣고, 죽력을 머금은 약재를 위에 넣으면, 술이 끓는 순간 올라온 기체가 약재의 맛과 향을 머금고 내려옵니다.이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비로소 죽력고가 완성됩니다.알코올 도수 32도의 독주임에도 시원한 박하 향이 느껴지고 마치 대나무밭에 서 있는 느낌이 됩니다.
죽력고는 전봉준 장군이 마시고 서울로 압송되었다는 슬픈 역사 속의 술이지만, 패배자의 술은 절대 아닙니다. 동학혁명이 남긴 자주성과 독립성이 우리 역사 속에 살아있기 때문입니다.
(송명섭 명인.정읍 태인주조장.32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