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륜산)만세토록 불훼(不毁)의 땅에 스며든 상사화가 가엽구나.
- 일 자 : 2003.3.23
- 산행시간 : 2003.3.23 12:40 ~ 16:40 (4시간)
- 날 씨 : 대체로 맑음
- 등반인원:48명
- 산행코스
▷ 약수터-오심재-능허대-가련봉-만일재-일지암-대둔사
- 개인산행횟수ː 2003-11회
- 산높이ː 가련봉 703M
- 좋은산 개인호감도ː★★★
08:00
지난주 가족등반을 가려다 비가 와서 올해 들어 주말등산을 하루 쉬었다.비가 오더라도 갈려고 했는데 딸의
애교 - (이것 정말 막강한 무기다.100전 100패다.) - 를 비롯한 벼랑끝전술에 말려 외식까지 사주고 다음을
기약했다.게다가 어제 본가에 형제들이 모두 모이는 일이 있어 산사춘 1박스를 늦게까지 마셨더니
은근히 걱정도 된다.
조금 있으니 반가운 얼굴들이 한둘 보이고 이번산행에 같이 가기로 한 오차장도 시간 맞추어 나타났다.
커피를 마시며 내가 좋아하는 저니,강성구회원님을 비롯한 여러분들과 인사하며 시간을 보낸 후 드디어
해남으로 08:10분에 출발한다.달마산에 갔다 온후 해남방향은 두번째다.남강휴게소를 들른 후
(땡초2분이 차에 탔지!) 한참을 달려 순천톨게이트를 빠져나가는데 요즘 유행중인 돼지콜레라 방역을 위해
우리가 타고 가는 차 전면에 방역액을 스프링쿨러식으로 뿌린다.
오늘 우리차에도 나를 포함해서 돼지 2분(?)정도는 있는 것 같아 불만이 없다.버스에서 지루한 시간을 보낸후
산행들머리에 들어선 시간이 12:40분이었다.4시간 30분이나 버스를 탔더니 차 멀미끼도 조금 느껴진다.
12:40
인원점검을 끝내고 드디어 산행시작이다.완만한 경사에 어렵지 않은 구간임에도 불구하고 혼자서만
땀범벅이다.한주 쉰 여파가 이리도 큰가.아니면 어제먹은 술이 피부를 뚫고 나오고 있는 것인가.임산부보다
더한 호흡으로 숨을 몰아쉰다.어느듯 거의 후미에 얹혀 가는 느낌이다.
오늘 처음 온 오차장도 잘 올라가는데 산에 가자고 꼬시고 온 마당에 체면이 말이 아니다.산을 올라가는데
꼬마가 땀도 한방울 안흘리고 내려온다.꼬마보고 "꼬마야 너 대신 내가 내려갈테니,넌 내대신
다시 올라 갈래?"했더니 빙긋 웃는다.
오심재에 다다를즈음 장딴지의 펌핑은 풀리는 것 같은데 허리가 아프다.허리가 아프다는 것은 2주동안 다시
배둘레햄이 늘었다는 증거다.지난 2주동안 얼마나 엄청난 스트레스에 살았는가?미국의 이라크침략전쟁이
있었고 株價는 지옥과 천당을 오가는 번지점프가 있었는데 그 모든 리스크를 온몸으로 껴안을 수밖에 없는
나의 일이 안타깝다...
13:19
:::오심재에서 올려 본 능허대:::
오심재에서 잠시 숨을 돌린후 능허대를 바라본다.능허대를 바라보며 올라가는데 점차 가파라지는 듯 하더니
쇠줄이 나오고 통천문같은 개구멍을 오르는데 각도가 거의 80도를 넘는것 같다.좀더 올라가니 능허대가 나오는데
10평정도의 식탁바위가 정겹다.모두 맛있게 식사를 하고있다.땀이 식을 것 같아 오버트라우저를 꺼내입고 같이
식사도 하고 사진도 찍는다.
13:50
:::능허대에서 본 오심재:::
13:51
:::능허대에서 본 다도해:::
13:55
:::다도해원경:::
14:15
:::능허대:::
바로 앞 가련봉이 보인다.
14:17
:::가련봉 원경:::
지금부터는 암릉을 따라 쉽게 갈수있는 코스다.그런데 그렇게 만만찮다.이곳도 달마산과 마찬가지로
약간의 릿지등반의 맛을 느낄수 있는 곳이다.올라가고 내려가고 아기자기한 암릉의 묘미를 느끼며 가련봉에
도착했다.
14:30
:::가련봉에서 한컷(저니 作):::
계속 오르내림을 연속하며 암릉을 지나다가 내리막길을 내려가며 너덜지대를 지나니 바로 만일재가 나타난다.
14:52
만일재에는 미리 와있던 산행대장이 두륜봉으로 갈것인지 일지암으로 갈것인지 고민하는데 결국 방향을
일지암으로 잡았다.일지암은 차의 교과서인 동다송을 지은 초의선사가 기거한 곳이고 일지암은 우리나라의
차문화의 성지다.
몸이 풀리는지 가볍게 성큼성큼 걸어 내려가는데 측백나무과의 삼나무,찦방나무 및 황칠나무,동백나무 등
온대성 나무들의 군락이 보기 좋다.이렇게 호젓한 길은 연인끼리 걷기에 안성마춤이다.
어느듯 일지암 표지판이 눈에 들어온다.조금 올라가니 이렇게 아담한 대문이 있단 말인가.
15:12
:::출입문이 정겹다.양옆으로 담벼락이 갈라서있고 그위에 달랑 치미 기와만 두개 얹혀있다.:::
일지암 안으로 들어서니 차밭이 꾸며져있고 동백과 매화가 호젓하게 반긴다.
15:19
:::일지암 앞 매화가 싱그럽다.:::
15:22
:::일지암에서 바라본 앞 전경,초의선사는 일지암에서 이곳을 보며 차를 음미했을 것이다.:::
여기서 동다송(東茶頌)의 몇구절만 음미해보자.
...
...
天仙人鬼俱愛重 / 知爾爲物誠奇絶
하늘, 신선, 사람, 귀신이 모두 아끼고 사랑하니
너의 타고난 됨됨이 참으로 기이하고 절묘하다
...
...
竹賴松濤俱蕭凉 / 淸寒瑩骨心肝惺
惟許白雲明月 爲二客 / 道人座上此爲勝
대숲 소리 솔바람 모두 서늘도 해라
맑고 찬 기운 뼈에 스며 마음을 일깨우네
흰 구름 밝은 달 두 손님 모시고
홀로 차 마시니 이것이 도인의 자리구나
...
...
일지암의 동백은 차나무보다는 돋보여야 된다고 생각했을까?다른곳 보다 크고 붉은 것 같다.
15:26
차맛이 절로 날것 같은 깨끗한 물을 마시고 다시 하산하여 대둔사로 향한다.대둔사로 향하는데 머릿속은
온통 동다송을 음미하며 詩 삼매경에 빠져있는데 저니가 질문이 있단다.
저니:전쟁이 나면 주가가 내릴 것으로 생각했는데 오르는 이유가 무엇인가요?
Roger:(갑작스런 질문이다.)주식이란 귀신도 모른다지만 귀신이 주식을 하는 것은 아니고 사람이 합니다.
사람은 심리가 있는데 모든사람이 그럴것이다라는 예측만으로도 경제는 움직입니다.모레부터 기름값이
올라갈것이라는 정보가 있다면 오늘 당장 차에 기름을 만땅 넣듯이...전쟁이 일어날것이다라는 불확실성에서
주가는 내리고,막상 전쟁이 나면 확실성으로 바뀌기 때문에 주가가 오릅니다.이미 전쟁이 날것이라는
예측에 주가는 내렸고 막상 전쟁이 나면 더 이상의 악재는 없으므로 올라가는 것입니다.
좀더 예를 들어 눈높이에 맞도록 낑낑대며 설명을 해주었더니 이해가 되는 모양이다.다행이다.그런데 갑자기
왜 이런 질문을 해서 감성으로 충만해진 머릿속을 논리적 이성으로 돌려놓는지... 술이 깨듯 동다송도 저멀리
달아났다.다소 엉뚱한 구석이 있어 좋은 저니...이런 곳에선 잠시 이성(理性)을 꺼두면(?) 더 좋지 않을까?
15:43
대둔사에 도착하는데 절 규모가 많이 커졌다.화려한 단청이 눈에 제일 먼저 들어오는데 술집아가씨
짙은 화장한것같은 모습이라 눈에 거슬린다.이젠 무엇이든지 커야 경쟁력이 있는 것인지?..먼저 표충사에 들르는데
이곳은 그래도 고느적하면서 엄숙한 기운이 든다.단청도 별로 없고 축대와 정감어린 담벼락...
기적비를 비롯한 휴정(서산대사)의 추모공간..표충사를 나와 왼쪽을 보니 장군수가 있는데 정말 정겹다.
15:47
:::장군수:::
대둔사 이곳 저것을 보며 시간을 보낸다.
15:49
:::초의선사 동상너머로 가련봉이 보인다.:::
15:54
:::대둔사 전경:::
대둔사를 빠져나오는데 대둔사 부도전이 씩씩하게 한켠에 자리잡고 있다.
15:56
:::대둔사 부도전:::
15:58
:::서산대사 부도:::
이제 대둔사집단시설지구로 가서 차를 타면 된다.가는길에 유선여관을 들렀지만 시간이 맞지 않아 아쉬움을
뒤로하고 걷는데 오솔길로된 산책길이 있다.말그대로 산책하기엔 너무 좋은 곳이다.계곡물을 끼고 각종 울울창창한
숲속을 따라 걸으니 상사화가 지천이다.
16:28
:::상사화.지금은 꽃이 안피어 드러누운 정구지(=부추)꼴이다.:::
상사화란 꽃이 필 때는 잎이 없고 잎이 있을 때는 꽃이 피지 않으므로 꽃과 잎이 서로를 그리워 한다하여
붙여진 이름이다.그러나 더 전설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처녀가 스님을 좋아하여 일주문앞에 기다리다가
죽은 자리에 핀꽃이 상사화다.동백꽃과 차나무가 있는 이런 운치있는 곳에 약간만 무드를 띄우면 성공(?)할 수 있는데
왜 처녀는 바보같이 죽었을까?결국 처녀가 죽어 꽃이 된것인데,차라리 꽃이 좋거든 꽃하고 자라고 튕긴 결혼한 여자
였으면 능수능란하게 스님을 요리(?)했을텐데...?
......
꽃가지를 들고서(折花行)>
牡丹含露眞珠顆: 모란꽃에 이슬내려 진주가 가득한데
(모란함로진주과)
美人折得窓前過: 신부가 꽃을 꺾어 창가를 지나다,
(미인절득창전과)
含笑問檀郞: 살짜기 웃으며 신랑에게 묻는다.
(함소문단랑)
花强妾貌强: "꽃이 예쁜가요 제가 예쁜가요"
(화강첩모강)
檀郞故相戱: 신랑은 은근슬쩍 장난치느라
(단랑고상희)
强道花技好: "꽃이 당신보다 더 예쁘구려"
(강도화지호)
美人妬花勝: 신부는 꽃이 예쁘단 말에 뾰로통해져,
(미인투화승)
踏破花枝道: 꽃가지를 떨어뜨리며 한마디 하네.
(답파화지도)
花若勝於妾: "꽃이 저보다 더 예쁘시거든"
(화약승어첩)
今宵花同宿: 오늘밤은 꽃하고 함께 지내세요"
(금소화동숙)
......
이 정도면 스님이 아니라 부처님도 넘어갈 걸~...결혼한 규수가 나오면 사실 전설이 안되지..
처녀가 나와야 애틋하지 않겠는가?
:::상사화가 핀다면 이런 모습이다.:::
16:44
드디어 차가 있는 곳에 도착했다.17:00시에 차가 출발한다고 한다.그래서 일단 술과 안주를 사서 차에서 먹으려고
가게에 갔더니 막걸리와 도토리묵이 눈에 들어온다.아주머니에게 묵을 무쳐달라고했더니 겨우 7분정도 남기고
주는데 일단 먹다가 17:00시에 차에 올라타자는 맘으로 하산주를 급하게 마시는데 정말 너무 맛있다.탁주는 삼산
두륜탁주(무방부제)라는 술인데 크기가 부산의 여느 탁주보다 훨씬 크다.무려 2리터다.술맛은 한약재와 칡맛도
조금 느껴지는데 전혀 취기가 느껴지지 않고 너무나 술술 잘넘어간다.오차장과 둘이서 단 7분만에 거의 탁주 2리터
한통을 비웠다.17:00시가 되어 남은 도토리묵과 탁주를 챙기고 차에 오르려니 산에 올라갈때 낑낑대던 내가
빨리하산해서 결국 하산주까지 챙기는 걸 보고 재미있었던 모양이다.단 7분 남겨두고 챙겨 먹은 오늘의 하산주는
너무 맛이 끝내주었다.그런데 이거 아무나 못허쥐!
차에 타려는데 들리는말..
올라올때 낑낑대더니 언제 하산주까지 챙겨먹었는지?
그렇게 쉬운 질문에 대한 답은?
"흐흐 등산을 못하면 하산이라도 잘해야 민폐를 안끼치지?""
(등산주가 있으면 사실 등산도 잘할 자신이 있는데...땡초가 어디 가것수!)
━━━━━━━━━━━━━━━━━━━━━━━━━━━━━━━━━
변화하는 모든 것 속에서 자신을 만난다.
風流山行
'산행후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내변산)잔인한 4월,산하는 꽃폭탄을 터트리고 (0) | 2008.01.30 |
---|---|
(화왕산)진달래,진달래,진달래 그리고 진달래 (0) | 2008.01.30 |
(지이망산) 지상에서 마저 버림받은 옥녀를 위하여 (0) | 2008.01.30 |
(백운산)흰구름처럼 허망한 매화꽃놀이에 가슴저리고 (0) | 2008.01.30 |
△(장산)해운대 앞바다를 등지고 三味香을 맡으며... (0) | 2008.01.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