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산 능걸산▲약한불로 장시간 다려 약기운을 빼내듯 웅혼한 멋이 있는 곳
- 언제 : 2008.1.27(일) 09:30~21:30
- 얼마나: 2008.1.19 11:00~15:30(4시간30분)
- 날 씨 : 대체로 맑은 편
- 몇명: 49명
- 어떻게 : 백양산악회 동행
▷태창기업-성불암-용고개-천마산 안부-능걸산-628봉-무덤-혜월사-좌삼리 마을회관
- 개인산행횟수ː 2008-4[W산행기록-183 P산행기록-325/T669]
- 테마: 근교산행
- 산높이:능걸산 783m
- 호감도ː★★★★
지난 금요일 고등학교 동창회 정기모임에서 한턱 쏘겠다는 동기동창인 K고문의 주최로 오랜만에 17년산 미성년(?) 위스키를 과음한 대가로 토요일은 고스란히 자리보전하며 반납했다.
아마도 나는 술자리에서도 경제원리에 충실히 따랐던 모양이다.상당히 효율적인-짧은 시간에 스트레이트로 급히,그리고 많이-음주를 한 덕분에 일요일 고교동문회 산악회인 백양산악회의 산행에 동행한 이후에도 컨디션은 별로 좋지 못하였다.
근교산이라고 안심하고 참여했건만 양산 능걸산은 그다지 만만한 산이 아니었다.들머리에서 천마산 안부까지는 급경사도 아니고,완만하지도 않은 육산이었는데 이것은 마치 중탕기에 든 약초의 신세처럼 약한불로 장시간 우려내 듯 땀과 진을 서서히 빼내는 느낌이었다.
흡사 양산박의 능수능란한 호걸의 이름같은 능걸산은 천마산 안부를 지나면서 열을 식히는 하산길이 진행되는가 싶더니 갑자기 마음이 변했는지 막판 정상부에서는 뫼산자의 삼산(三山)모습의 헤드앤쇼울드(head and shoulder)형 패턴의 주가차트 같은 모습으로 기차바위 암릉으로 안내하며 본색을 드러낸다.능글맞은 산중호걸에게 당한 느낌이 들 정도로....
능걸산은 간접적으로 킹덤 17년산의 맛이라도 볼려고 그러는지 나의 진땀까지 능선에 적시도록 만들었다.능걸산은 자신의 아름다움을 훔쳐보려는 나에게 그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대가로 고통을 원했고,고통이 있었기에 이번 산행은 더욱 즐거웠다. |
11:01
명륜동전철역 만남의 광장에서 만나 언양가는 버스를 타고 내린 곳은 태창기업이 있는
버스정류소였다.버스 정류소에서 내려 성불암으로 향하면 되는데 되돌아보니 천성산은
햇볕을 받으며 흰눈을 머리에 이고 있어 마치 유혹하는 듯하다.
일단 성불암에 도착하고 보니 뒤로 산행들머리가 놓여있다.극락전이 보이는 것을 보니
아미타부처님을 모시는 것 같은데 암자의 생김이 날림같아서 문화재적 가치는 없어 보여
둘러보지 않고 바로 산행을 시작한다.
동문으로 이루어진 산악회라는 것은 같은 학교를 졸업한 데서부터 비롯되지만 길이 끝난
데서부터 산행은 시작되는 것은 마찬가지다.,
산길은 일정한 리듬과 일정한 간격을 유지하며 서서히 고도를 높이는데 천마산 안부
까지는 어느 곳에서 사진을 찍는다고 해도 같은 사진이 나올 것 같은 느낌이다.
은근히 땀이흐르며 안경에 성에가 맺혀 반쯤은 시야가 뿌옇게 가린다.
11:49
천마산 안부이후 545고지 근처에서 시야가 트이는데 멀리 눈을 머리에 인 천성산이 기품이 있어보여 좋은데
바로 아래 골프장 공사 때문인지 산을 마구 파헤치는 모습은 눈살을 지푸리게 한다.
머리를 들어 위로보니 능걸산 정상이 보이는데 봉우리가 3개가 뚜렷하고 바로 발아래는 산을 덮고 있는
이름모를 하얀나무의 잔가지들이 햇살에 반짝이며 멈춰 쉬어가라고 알려준다.햇살 좋은 안부에서
이술 저술 돌려마시며 식사를 하고 정상으로 향한다.
기차바위 암릉지대는 제법 하이라이트 다운 맛이 난다.그 옆 산길을 횡단하니 여기엔 잔설도 보인다.
나무에 매여진 줄을 잡고 내린 후 다시 암릉으로 올라오니 매의 형상을 한 바위도 보이고 흰눈이 쌓인
능선도 보인다.
14:21
능걸산 정상에 오르고 보니 시야가 확트이는데 오늘은 날씨가 좋아 저멀리 염수봉,가지산,영취산,신불산
등이 조망된다.정상의 바위엔 페인트로 천마산이라고 적힌 글씨가 보이는데 막상 783M 능걸산 정상이라고
알려주는 것은 시그널 사이 수줍게 걸려있다.
하산은 좌삼리로 방향을 잡았다.하산길은 응달이여서 제법 잔설이 있고 하산하면서
뒤를 돌아보니 능걸산 정상엔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조망을 즐기고 있다.
14:28
올라온 능선길과 내려갈 능선길 사이 계곡은 길게도 뻗어있는데 올라오면서 왜그리
알게 모르게 힘이 들었는지 알 것 같다.
15:32
628봉과 무덤을 지나고 혜월사에 도착하고 보니 능걸산이라고 되어 있지 않고 매봉산으로 되어 있다.
능걸산 정상 바로 옆의 봉우리의 바위형상이 매처럼 생겼든 모습이 떠오른다.
16:57
석계 빅마트 지하 벽천탕 목욕탕에서 씻고 일몰을 감상하며 뒤풀이 장소인 오리사냥에서
오리고기를 안주로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바로 1년 위나 2년 위의 선배라면 겁이 날텐데
10년 이상의 선배라면 오히려 포근해서 좋다.자주 참여해야하는데 긴 술자리가
반갑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다소 부담이다.버스를 타고 입산해서 전철을 타고 집으로 가는
근교산행은 충분한 산행시간과 충분한 뒤풀이 시간이 보장되어 좋다.
“산에 올라 그 높이를 배우고 물가에 다다라서 그 맑음을 배우고 돌에 앉아 그 강건함을 배우고 소나무를 바라보고 그 곧음을 배우며 또 달을 쳐다보고는 그 밝음을 배운다. 새소리를 들으며 그 철을 배우고 부드럽고 뾰족한 산세를 오르며 그 기상과 덕을 기르니 산 속에 내가 있고 내 속에 또한 산이 있더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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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는 바람처럼, 흐르는 물처럼
어진 산처럼,방랑의 은빛 달처럼
風/流/山/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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