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봉은 시를 짓지 않겠다는 약속을 하고 조원의 첩이 되어 20여년을 행복하게 살던 중에. 하루는 조원 집안 산지기 아내가 찾아와 어려운 처지를 하소연하는지라 그 내용이 남편이 소도둑의 누명을 쓰고 관가에 잡혀갔으니 억울함을 풀어 줄 글 한 편을 써달라고 간청했다고 합니다.
산지기 부인 말을 들으니 향리의 수탈이 분명했기에 옥봉은 대뜸 관할 파주목사에게 시 한편을 써주게 됩니다.
옥봉은 ‘세숫대야 물로 거울을 삼고, 그 물로 기름 삼아 바르면서 어렵게 살아가고 있는 처지인데, 산지기의 부인인 자신이 베틀에 앉아 베를 짜는 직녀가 아닐진데, 어찌 낭군이 소를 끌고 가는 견우이겠습니까?’라는 뜻을 담았던 시문입니다.
한갓 산지기 신세일 뿐인데 언감생신 소를 끌고 갈 리는 없다는 자기 항변이지요. 산지기는 소를 훔치는 도둑이 아니라는 기발한 내용을 담았기에 파주 목사는 탄복하여 산지기를 풀어주게 됩니다.
이로 인해 옥봉의 소문이 자자하여 남편과의 약속을 어겼다 하여 소박을 맞고 쫓겨난 신세가 된 시문으로 이른바 필화사건의 원인인 되었던 일화로 인구에 회자된 작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