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락산)道樂에서 樂道를 찾고 마음의 평정을 찾다.

- 일 자 : 2003.6.22
- 산행시간 : 2003.6.22 12:00 ~ 16:40(4시간 40분)
- 날 씨 : 바람 별로 없는 더운 흐린날.오후에 한차례 소낙비
- 등반인원:44명
- 산행코스
▷상선암-상선상봉-형봉-신선봉-정상-신선봉-검봉-범바위-상선암
- 개인산행횟수ː 2003-22회
- 산높이ː 도락산 964M
- 좋은산 개인호감도ː★★★
- BGM:리쌍(Leessang) - Rush

소델로태풍이 지나자 마자 이틀전 나의 직장동료의 인사발령이 났다.현재의 "나와바리"를 떠나 서울로 보낸 것이다.좋게 말해서 당신은 이 직업이 당신의 적성과 능력과 맞지 않으니 맞는 곳으로 찾아가라는 것이다.

잭 웰치의 경영방식 중에 매년 실적이 좋지 않은 하위 10%는 무자비하게 자른다는 것이다.그는 각 사업부를 대상으로 ‘고쳐라, 매각하라, 아니면 폐쇄하라’라는 전략을 통해 10만 명 이상의 직원을 해고하면서 ‘중성자탄 잭’이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리스트럭처링을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였다.중성자탄은 수소폭탄의 기폭제인 원자폭탄을 보통의 화학폭탄으로 대치하고 주위를 감싸고 있는 238U를 없앤 형태로 방사선의 방출을 극소화하고 단지 투과성이 아주 높은 중성자만을 방출하게 하여 건물을 파괴하지 않고 건물 속에 들어 있는 인명만 살상하도록 만들어진 폭탄이다.GE라는 회사이름은 그대로인데 그속의 노동자는 끊임없이 솎아내는 것이다.

쉽게 말해서 군대에서 많이 해 본 선착순을 경영에 접목시킨것이다.선착순이라는 것이 열심히 뛰지 않을 수 없게 되어있다.그것은 사람을 심리적으로 조종하는 것이다.좋게 말해서 다른 어떤 일보다도 인재 관리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였던 잭 웰치는 20만 명이 넘는 사원을 한 방향으로 달리게 하는 정열과 에너지, 그리고 집중력을 가지고 있었다.사원들에게 목표를 확실하게 알려주기 위한 키워드를 만들어내는 재능이나 의욕을 심어주는 조종술은 타고난 것이라고 할 수 있다.그 핵심에 "선착순"이라는 키워드가 떠오른다.잭 웰치는 이방법으로 20여 년 동안 세계에서 가장 복잡한 조직이었던 GE를 가장 단순하고 민첩한 조직으로 만들었고 시장 가치가 120억 달러에 불과했던 GE를 4,500억 달러 규모의 기업으로 발전시켰는데 세계 어느나라의 CEO가 따라하고 싶지 읺겠는가?

매년 하위 10%를 자르면 자동적으로 실적 좋은 사람만 남게 되고 현재 실적 좋은 사람은 하위 10%가 사라졌으므로 자동적으로 살아남은 강력한 경쟁자들과 또다시 경쟁해야하는 압박감에 시달리면서 한편으론 어제까지 나의 동료였던 직원의 본보기를 거울삼아 한층 더 정신재무장을 하게 되는 것이다.이것은 중성자탄 사용의 후폭풍 영향으로 나를 상당히 긴장하게 만들었다.

세상이 빙빙도는 어지러움을 몸으로 느꼈는데 그 것은 꼭 폭탄주의 일종인 중성자탄을 마신 느낌이다.중성자탄은 250cc 맥주잔에 양주를 넣고 양주잔에 맥주를 넣어 마신다.무지하게 쌘 술이다.보통의 폭탄주와는 반대로 술을 넣으면 된다.

그런 어지러움을 뒤로 하고 청풍명월의 도를 찾아 단양 道樂산으로 간다.낮이 가장 길며, 정오의 태양 높이도 가장 높고, 일사 시간과 일사량도 가장 많은 날-하지(夏至)-에 6월의 산을 찾는다.

08:00
시민회관에 여유있게 가니 김산행대장,박용태대원,최삼호대원,두분의 고문님,이총무님,선생님 일행,박사님,저니,숙희씨,희조씨 등 평소 안면있는 분들이 골고루 참석했다.아침부터 날씨가 찌는 것이 날 긴장시킨다.지난주 한주 산행에 빠졌고 방수처리 안된 이몸이 온몸으로 얼마나 많은 소금생산으로 나의 등이 염전밭이 될것인지 두렵다.

6월,그것도 하지에 하는 등산이라는 것은 사실 더위와의 전쟁이다.태풍이 지난간 뒤 후덥지근한 열기를 안고 오늘 한창 물오른 6월산을 오른다.

6월 산/박해옥

한 사날 후덥덥 하더니
어제 종일
수압 좋은 샤워비가 좍좍 내렸다
오늘 햇살은 아예 신령스럽다
이런 날은 허공에 돌을 던져도 꽃으로 피겠다

그 밤에도 장미는 요절할 듯 피어
오묘한 기염을 톳고
속살 비치는 꽃 분홍 단삼에 야실 대는 영산홍
바람이 살짝 볼을 꼬집고 달아난다

어깨 딱 벌어진
재래종 사내 같은 산이 손짓한다
녹음방초(綠陰芳草)사잇길 들어서니
이름도 성도 모를 풀꽃들은 헤픈데픈 막 피는데
다옥한 덤풀 속 뱀딸기 빨갛게 익어
몇 알 슬쩍 깨물어보니
새큰달짝 눈이 폭 감긴다

하도 푸르고 신비해 오방을 둘러보니
마안한 하늘 언저리 하얀 더미구름
솔숲에 포름한 안개다발

어중이떠중이 몰려다니며
요르레이 요르레이
싱겁떠는 6월 산

11:58

:::오늘의 산행 들머리 상선암

차내에서 MP3로 음악을 들으며 혼자 사색의 시간을 충분히 갖는다.여행 혹은 등산을 오면 생각이 많아지는 골병이 도진다.12시가 다되어 산행들머리에 도착했다.인원점검을 끝내고 상선암 뒤로 오르는데 처음부터 가파른 깔딱고개다.땀이 소낙비 내리듯 주체할수 없을 정도이다.사우나에 들어온건지 나의 몸이 소금생산공장인지 구분이 안간다.

12:31
계단을 오르는데 도마뱀이 한낮의 햇살을 즐기고 있다.


처음부터 너무 많은 땀을 흘리는데 시원한 얼음물을 마시니 땀은 더 기세좋게 흐른다.얼음물로 나의 몸을 식히니 더운 바깥열기와 충돌하며 더욱 땀이 가속화되고 땀이 많이 흐르니 또 얼음물을 찾게 되는 악순환이 산행내내 이어진다.

12:45~57
날씨는 덥지만 기암기석과 원거리 풍광이 볼만하다.



:::형봉방향과 벌천리 방향 실루엣

또한 가끔씩 보이는 백합과의 산나리꽃은 바위곁에 피어 난초처럼 청초함과 고아함을 자랑하고 있다.

13:02


13:34~49
정상방향과 검봉방향 풍광도 자못 빼어나다.



14:00
정상을 800M 남겨 둔 지점에서 식사를 한다.평소에 12시에 식사를 하는 편인데 12시부터 산행을 하여 오후 2시에 먹으니 식사가 맛있을 법한데 올라오면서 얼음물로 배를 채워 맛이 반감된다.그러나 술도 한잔하고 도란도란 웃음꽃을 피우며 함께 먹는 밥맛이 어디 가겠는가?

14:27~28
식사를 마치고 조금 걸으니 신선봉에 도착했다.바람이 거의 없는 산행길에 고생을 했는데 그래도 신선봉에 서니 제트기류도 있고 제법 시원한 바람이 분다.터보냉각,급속통풍으로 땀을 식힌다.



:::신선봉 샘과 신선봉에서 본 상선상봉

신선봉 너른 바위를 보니 도락산의 세가지 설 중에서 두번째설에 수긍이 간다.화투치기 딱 좋은 바위다.

도락산 산이름의 세가지 설은

1.우암 송시열은 '깨달음을 얻는 데는 나름대로 길이 있어야 하고 거기에는 또한 즐거움이 뒤따라야 한다'라는 뜻에서 산이름을 지었다고 전해짐.

2.옛날에 숨어 지내던 사람들이 도박으로 세월을 보냈다하여 도락산이라 함.

3.옛날 민비가 이곳을 피난처로 정하고 집을 짓고 도승한데 기도를 올리게 해 도락산이라 함.

땀을 식히고 사진을 찍은 후 이제 정상으로 간다.

14:35~48



:::정상으로 가는 길과 도락산 정상

정상에 서니 혼자만의 생각에 대한 해답이 나에게 다가온다.이번등산에서 등산이 나에게 주는 즐거움은 무엇일까에 대한 답....

결국 나는 道樂山에서 樂道(즐거움의 길)를 찾았다.등산이 나에게 주는 즐거움을 열거해보면....

1.땀흘리는 즐거움~땀에 흠뻑 젖은 후 하는 샤워는 더운 여름날 맞는 소나기다.
2.배우는 즐거움~산에서 만나는 자연의 이치와 풍광(꽃,신록,낙엽,눈)과 시와 노래는 인생의 종합 가르침이다.
3.친구를 만나는 즐거움~자주 보아도 좋고 가끔 보아도 좋다.
4.술마시는 즐거움~더 이상 이야기 해서 무엇하랴.
5.정신적 즐거움~심리적으로 난 장애물을 극복할수 있다는 든든함과 Walking High.
6.과거를 되돌아보게하는 즐거움~이 부분은 시로 간접표현해보면..
그리움의 잎새는 푸르다 / 정공량

한때 즐거움처럼 바람이 분다
마른 침묵의 고통을 건너
마음의 산맥 새소리 건너
깊은 그 곳에 당도하면
푸르던 날의 기억, 타는 정열이 몸에 밴
시간의 물소리 찬란하다
꽃과 잎새와 하늘과 바람의
외로움을 껴안는 또 다른 날짜,
거기 빛나는 사랑의 산맥을 본다.

무엇보다 나는 살아남았으니 교만할수도 있는데 산에서 배운 가르침-유리하다고 교만하지 말고 불리하다고 비굴하지 말라.-까지 나의 든든한 심리적 후원자이니 온갖 시름이 사라진다.

소오강호-파도에 웃음을 싣다(滄海一聲笑)

滄 海 一 聲 笑
cnag hai yi sheng xiao
푸른파도에 한바탕 웃는다

滔 滔 兩 岸 潮
tao tao liang an chao
도도한 파도는 해안에 물결을 만들고

浮 沈 隨 浪 記 今 朝
fu chen sui lang ji jin zhao
물결따라 떴다 잠기며 아침을 맞네

滄 天 笑 紛 紛 世 上 滔
cang tian xiao fen fen shi shang tao
푸른 하늘을 보고 웃으며 어지러운 세상사 모두 잊는다

誰 負 誰 剩 出 天 知 曉
shei fu shei sheng chu tian zhi xiao
이긴자는 누구이며 진자는 누구인지 새벽 하늘은 알까

江 山 笑 煙 雨 遙
jiang shan xiao yan yu yao
강산에 웃음으로 물안개를 맞는다

濤 浪 濤 盡 紅 塵 俗 事 知 多 少
tao lang tao jin hong chen su shi zhi duo shao
파도와 풍랑이 다하고 인생은 늙어가니 세상사 알려고 않네

淸 風 笑 竟 惹 寂 寥
qing feng xiao jing re ji liao
맑은 바람에 속세의 찌든 먼지를 모두 털어 버리니

豪 情 還 잠 一 襟 晩 照
hao qing hai zan yi jin wan zhao
호걸의 마음에 다시 지는 노을이 머문다

蒼 生 笑 不 再 寂 寥
cang sheng xiao bu zai jji liao
만물은 웃기를 좋아하고 속세의 영예를 싫어하니

豪 情 仍 在 癡 癡 笑 笑
hao qing reng zai chi chi xiao xiao
사나이도 그렇게 어리석고 어리석어 껄껄껄 웃는다

정상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다시 온길로 하산하여 신선봉에서 채운봉 검봉방향으로 하산한다.

여태까지 살아온 것 처럼 흔들림없는 삶을 살아가야겠다.

The Oak (참나무) - A. 테니슨

Live the Life,
Young and old
Like you oak
Bright in spring living gold

Summer - rich
Then, and then
Autumn - changed
Soberer - hued
Gold again

All his leaves
Fall'n at length
Look, he stands
Trunk and bough
Naked strength

참나무

늙거나 젊거나
'참나무' 같은 삶을 가졌으면 좋겠다..
싱싱한 푸른빛으로 봄에 빛나고 ..
여름에 무성하고 ..
가을이 찾아오면 더 고운 금빛이 된다 ..
그리고 .. 겨울이 되어도 끝없이 자란다 ..

15:19

:::범바위 풍광

채운봉에서 범봉까지의 비경에 찬사가 절로 나온다.

큰선바위를 지나자 하늘에 먹구름이 끼며 천둥소리가 들려오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점차 소리가 커지다가 결국 작은선바위를 지나면서 한줄기 소낙비가 내린다.급히 전자제품(디카,mp3,무전기,휴대폰)은 별도의 용기에 포장해서 배낭에 넣고 배낭도 배낭커버로 감싼다.전자제품은 물기가 극약이므로...

16:40
드디어 산행들머리며 하산종료지점인 상선암에 도착했다.박사님,고문님,희조씨와 냉장고에 든 단양얼음 동동주를 한잔하는데 더 없는 행복감이 나의 뱃속에 또아리를 트는 느낌이다.산이 주는 여러가지 중에 대부분은 바로 직설적으로 알려주지는 않아도 산에 들면서 느끼고 배우면 산이 그러하더라는 것은 다들 알게되는 것 같다.

산은 그러하더라/강희창

산은 올려주고 내려주는 일에 익숙하다
삭히고 곱씹어 다진 마음, 거기 서 있기 위해
채워서 충만하고 넘쳐야 했다
때로는 영감을, 때로는 꿈을

산에 들 때는 세상 생각은 두고가자
그것은 택시에 두고온 우산 같아서
있어도 되고 없어도 되는 것이니
산에서 얻은 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은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오르내리는 믿음들
안에 것 다 부려 놓은들 어떠하며
밖에 것 가득 채워간들 어떠하랴
산은 그러하더라

산 것과 죽은 것을 다 받아주고
놓아야 할 것과 취해야 할 것을 가려주니
살아가는 지혜와 힘을 골고루 품고있더라
산은 내 내 그 타령이더라

평소에 자신을 의견을 별로 내세우지 않았던 서울로 발령난 그에게 해줄 위로의 말은?

내일을 향해 사는 거야
지난 달에는
무슨 걱정을 했었지?
작년에는?
그것 봐라.기억조차 못하고 있잖니.
그러니까 오늘 네가 걱정하고 있는 것도
별로 걱정할 일이 아닌거야. 잊어버려라.
내일을 향해 사는 거야.

- [아이아코카 자서전] 중에서 -

쉽게 말해서 Don't Worry Be Happ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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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하는 모든 것 속에서 자신을 만난다.
風流山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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