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악산)빼어난 형제봉 아래엔 삼남제일의 암반계류가 흐르고..

- 언제 : 2003.7.12(토요일)
- 얼마나 : 2003.7.12 11:10 ~ 16:10(5시간)
- 날 씨 : 이슬비와 보슬비가 교차하는 가운데 가끔 비멈춤
- 몇명:16명
- 어떻게
▷도림사-길상암터-동봉-서봉-배넘어재-동악산-도림사
- 개인산행횟수ː 2003-25회
- 산높이ː형제봉 759M 동악산 745M
- 좋은산 개인호감도ː★★★☆
- BGM:Aphrodite's Child - Rain And Tears

일요일 지리산 백무동 계곡등반을 포기하고 뭔가 아기자기한 산행코스를 뒤져본다.숱한 산행길에 지리산은 개인적으로 여름에 많이 찾았던 것 같다.그래서 지리산에 대한 기억이란 비로 인해 카메라등 전자제품이 젖어 돈만 날린 기억과 지리산 바래봉에서 발목을 접질렀던 안 좋은 기억들이 징크스로 남아있다.기억에 남는 비속의 지리산은 벌써 10년도 더 되었지만 일주일 휴가를 받아 텐트까지 넣어 지리산 구석구석을 볼 예정으로 지리산을 찾았는데 올라갈때 오던비가 내려올때까지 내려서 비닐속에 있던 카메라,휴대용 TV까지 모두 젖어서 못쓰게 된 기억도 있다.산에서 내려와보니 씨름선수들이 섬진강에서 변을 당했다고 했는데 그때가 아마 셀마태풍이 불었던 기간이었던 모양이다.지난주 주왕산 절골 계곡산행으로 적셔 놓아던 등산화가 일주일이 지났건만 아직 마르지 않았다.계속 장마철이 이어지면서 가끔 햇볕이 날때도 있지만 그것은 잠시 또 비가 오는 것이다.과거에 신었던 하이킹용 낡은 등산화를 신고 샌달까지 하나 준비하고 산행을 떠난다.삼남제일의 암반계류라는 문구에 이끌려 토요일 산행일때는 이용하는 푸른산악회를 따라 심청이로 유명한 곡성의 동악산으로 간다.

08:30
평소 일요일 시민회관 대신 오늘은 토요일 교대 앞으로 간다.이번에 동악산으로 가는 푸른산악회는 발목을 접질렀던 바래봉 이후로 2번째다.산행대장인 안총무님에게 인사를 하고 버스에 오르니 안면있는분이 2분정도 계시고 토요일에 비까지 오니 버스안이 헐빈하다.커피를 한잔하고 MP3로 음악을 들으며 동악산으로 간다.빗속을 뚫고 음악을 들으며 커피까지 한잔하니 뮤직비디오를 찍기위해 연출한 장면처럼 평온하다.

08:43~11:03
낙동대교를 지나는데 빗물로 강이 온통 흙탕물이고 강폭이 넓으져있다.섬진강 휴게소에서 쉬고 남도로 왔지만 비는 계속 이어진다.산위로 운무가 끼어있고 산들은 비때문에 실루엣이 살아난다.



11:10~12:08
산행들머리는 도림사인데 660년에 지어졌으니 무려 1,400여년 존재하고 있다고 생각하니 세월의 무게감에 압도된다.일반 기업의 경우 30년만 존속해도 대단한 일인데 기업은 아니지만 1,400여년된 도림사는 하산길에 보기로 하고 계곡 옆으로 접어든다.비가 계속와서 바위와 돌로 이어진 길이 다소 미끄럽고 조금 오르니 몸에서 훈기가나면서 후덥지근하다.머리에 김이 나면서 안경까지 뿌옇게 성에가 끼니 등산하는데 좋은 조건은 아니다.그런데도 같이 온 분들은 비호처럼 치고 올라간다.1시간여 오르니 길상암터가 보이는데 절집 흔적은 없고 마당만 덩그러니 있고 표지석만 길상암터라고 알려주고 있다.폐사지인 모양이다.한방울씩 이어지는 약수가 맛있다.조금 더 올라가니 성벽같은 축대가 보이지만 역시 절집은 보이지 않는다.온통 수풀로 우거져있고 아름드리 나무들도 자주보여 깊은 심산에 들어 온 느낌이 들 정도다.



12:26~31
12시 17분에 드디어 능선에 올라섰다.능선길에 오르니 빗방울이 굵으지면서 10여M앞도 잘 보이지 않고 온통 뿌옇다.10여명 선두그룹은 저만치 앞질러 가버렸고 내 뒤의 대여섯분의 후미그룹은 완전히 뒤쳐졌는지 보이지 않는다.완전히 단독 산행이다.이제부터는 능선길인데 능선길을 따라 지리하게 걸어가면 된다.부처바위를 지나 동봉(성출봉)과 서봉(대방봉)을 합쳐 형제봉으로 알고 있었는데 "수고하셨습니다.형제봉(제1봉)에 올라왔습니다"라는 표지간판이 있어 도대체 어디가 어디인지 잘 모르겠다.



12:49
형제봉에 올라왔다는 표지간판을 지나니 뿌연 운무 속에 나무들이 실루엣을 자랑하며 파도에 일렁이는 수초처럼 운무속을 유영하는 듯하다.



上善若水
- 老子-
上善은 若水라. 水善利萬物而不爭하고 處衆人之所惡라. 故로 幾於道니라. 居善地하고 心善淵하고. 與善仁하고, 言善信하고, 正善治하고, 事善能하고, 動善時라. 夫唯不爭이라, 故로 無尤니라.

최상의 선은 물과 같다. 물은 만물을 잘 이롭게 하고도 그 공을 다투지 않고, 모든 사람이 싫어하는 곳에 있으므로 거의 도에 가깝다.
몸은 낮은 곳에 두고, 마음은 깊은 곳에 두며, 베풂은 인( 仁 )에 맞게 하고, 말은 신의가 있게 하며, 정사( 政事)는 다스림에 맞게 하고, 일은 능률적으로 하며, 행동은 때에 맞게 한다.
대저 오직 그 공을 다투지 않으므로 허물이 없느니라.

13:01~02
지루하게 혼자서 빗속 능선길을 걸어가는데 짙은 수림때문에 다소 컴컴하다.그속을 걸어가다 수풀을 빠져나오자 밝은 산상분지가 나타나고 산수국이 무더기로 피어있다.빗속의 산수국은 비 맞은 병아리꼴로 다소 쳐진 느낌이다.



13:41
이제 선두그룹의 4분을 만났지만 이미 식사를 끝내고 있다.뒤쪽 후미가 올때까지 기다려서 식사를 하기엔 언제 올라올지 모르겠고 부득불 혼자서 식사를 끝내고 커피까지 한잔하니 후미그룹 중 한분이 온다.다시 일어서서 지루한 능선길을 걷는다.컴컴한 수풀속에서 다소 트여진 밝은 곳이 나타나면 반갑다.


14:43~14:55
정말 지루하다.혼자서 걷다보니 능선길이 더 길게 느껴진다.천국으로 가는 비행선이 이곳을 지나갔는지 배가 넘어갔다는 의미의 배넘어재가 있다.배넘어재를 지나 밋밋한 능선길을 1시간을 더 걸으니 삼각점이 나타나는데 이곳이 정상인것 같다.이제 하산길이라고 생각하고 걷는데 점점 더 가파라지며 동악산가는 길이라는 표지간판이 나오는데 이후 12분을 더 걸어 14시55분에 정상에 도착했다.혼자다 보니 누가 찍어 줄 사람도 없고 빗방울은 더 굵어져서 바로 하산한다.이것..참!



386세대-최성민

오존층 너머 인공위성이
눈 깜짝 할 사이도 감시하는 사이버시대
컴퓨터로 친다면 386은 구식이지요
폐기처분 혹은 폐업정리를 위한
폭탄세일의 대상입니다요

혼돈의 스무 살, 늘 맵고 날카롭던 좁은 길 지나서
눈치보며 간신히 컴맹은 면피하였고
테크노피아 시민답게 전문용어 몇 개를 주절거리지만
IMF 난간 위에서 쓰리고에 피박 쓴 세대입니다요

사분의 사박자 '새마을노래' 발 맞추어
등교하던 그 시절
'국기에 대한 맹세'에 감격하여 '짱가'와 함께
지붕 낮은 마을로 돌아가곤 하였지요

어느새 작은 섬 서너개 내 주변에 들어앉아
빤히 나만 쳐다보고 있구요
짬짬이 인터넷에 숨어들어
아랫도리 뻐근하도록 밤샘도 하지요
하지만 화염병처럼, 거대한 세상에 부딪쳐
산산이 폭발하고 싶은 나이가
바로 386세대입니다요

15:19~37
동악산에 오르는 지리한 능선길에 비교해보면 하산길은 진행이 굉장히 빠른 느낌이다.그도 그럴것이 이미 형제봉이 동악산 정상보다 높기 때문에 형제봉이 동악산의 주산의 개념에 해당되고 하산길은 능선길에서 바로 급하게 내려오기 때문이다.20여분 지나자 바로 운무 아래쪽으로 내려오면서 다소 시야가 넓어진다.청류동계곡이 시원스럽게 아래로 뻗어있고 원추리꽃이 하산을 반긴다.



15:53~16:08
도림사 도착하기전 100여M 앞에서 있는 넓다란 바위위를 흐르는 계곡물에 탁족을 하고 땀을 씻는다.도림사를 지나 절 입구에 도착하니 삼남제일의 암반계류가 흐르고 있다.오늘은 만행하는 스님처럼 혼자 다니다 보니 인물사진도 별로 없고 내 사진도 한장 못찍었다.



하산해 보니 후미그룹은 정상을 밟지않고 중간에서 내려온 모양이다.컵라면으로 속을 덥히고 있다.부산으로 오는 길에 비는 더욱 세차게 버스차창을 때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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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하는 모든 것 속에서 자신을 만난다.
風流山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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