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지산)너무나 포근한 산! 민주지산

2003.1.12

민주지산 산행후기

아침부터 부산을 떤 후 한숨자고 일어나니 산행입구에 접어들었다.
1241M 민주지산을 향해 한걸음씩 나아가는데 땀이 비오듯 쏟아진다.
지난주 치악산에 갔을때 영하 20도 아래를 밑도는 날씨 경험때문에
등산용 언더웨어를 입고 온것이 결국 방수처리 안된 이 내몸에서
육수가 그냥 흐른다.

바닥은 얼음과 눈으로 푹푹빠지는데 바람도 별로 없고 날씨가 너무
포근하다.원래 산행을 할때는 가볍게 입고 휴식할땐 보온을 위해 옷을
입는데, 처음엔 두텁게 입고 올라갈수록 옷을 벗는 것이 영락없는
초보자다.

미나미골에서 삼마골재까지 오르는 완만한 구간에서 벌써 땀이 많이
흘려 능선에서 부터는 오히려 날듯 몸이 가볍다.

그런데 미나미골이라니... 미나미(南)는 남쪽을 뜻하는 일본말이다.
차라리 南谷(남곡) 혹은 남풍을 뜻하는 마파람을 차용해서 "마골"
이라고 바꾸어 부르는 것이 좋겠다.그도 아니면 남골이라고 바꾸면
좋을 것 같다.지도상으로 보아도 미나미골은 북쪽 삼도봉에서 남쪽방향
으로 놓여있다.


:::삼마골재에서 삼도봉 가는 길인데 바닥은 눈이 있지만 하늘은 가을
하늘처럼 공활하다.이번 산행에서 딱 한컷 찍어보았다:::

다소 빠르게 출발했지만 땀이 많이나서 옷을 벗고 쉴때마다 산악회원들
이 앞질러간다.몇번 쉰사이 어느새 후미대장 얼굴이 보인다.
얼굴만 보아서는 선하디 선하게 생겼는데 가이드산행에서 깍두기머리에
한덩치 하는 후미대장을 보면 꼭 저승사자가 오는 것 같다.
완전히 뒤쳐질 판인데 삼도봉에 도착해서 식사를 하게 되었다.
오! 살려주는군..

삼도봉에서 식사를 하는데 보온물병과 보온병에 떡을 넣어왔더니 아주
빠르게 식사가 끝났다.가장 늦게 도착했는데 가장 빨리 식사가 끝났다.

직장에서 늦게 출근하면 그날은 제일먼저 퇴근하는 경우가 많다.
술을 먹은 다음날은 늦게 출근하게 되고 속이 쓰리니 일찍 퇴근하는 것
이다.완전히 늦게라도 출근했으니 일찍이라도 퇴근하자인데 삼도봉에
늦게라도 왔으니 일찍이라도 출발하자...

몸은 땀으로 촉촉히 이미 젖어있어 일단 한걸음이라도 저승사자(?)보다
빠르게 진행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 일행을 뒤로 하고 먼저 길을
나섰다.

한달음에 석기봉에 도착했다.석기봉에서 바라보니 아직 일행들은 삼도봉
에서 출발을 안한 것 같다.

석기봉에서 뚜렷이 나있는 길로 내려갈려고 하니, 반대쪽에서 오는 분
이 아래쪽이 석기봉이냐고 물어서 제대로 된 길을 가르쳐주었다.그리고
나보고 어디 가느냐고 물어서 민주지산으로 간다고 했더니 내가 가는
방향이 아닌 자기들이 온길을 가리키며 제대로 알려준다.서로서로 길을
제대로 알려주었다.덕분에 마애불은 구경못했지만...

지난주에 이어 두번째 산행이다 보니 슬슬 탄력을 받는 느낌이다.
민주지산에서 내려오는데 눈때문에 길이 미끄러워서 쭉 미끄러지는데
맞은편 타 산악회 아줌마 한분이 몸을 떨면서 악 소리를 낸다.다행히
부딪치기 바로직전에 브레이크가 걸려 아무일이 없었는데 아줌마 왈
"하마트면 껴 안을 뻔 했네요"라고 말해서 짐짓 미안함을 떨치려고
"좋았다 말았겠네요"라고 응수했더니 한바탕 웃으신다.

랜턴을 안가지고 와서 하산할때 좀더 속도를 냈더니 시간이 넉넉하다.
이번주 월악산 갈때는 언더웨어를 입지 않고 갈 예정인데 이번엔 또
왕창 추워지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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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하는 모든 것 속에서 자신을 만난다.
風流山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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