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산▲時間과 空間의 맞부딪힘이 相生으로 승화되고...

- 언제 : 2004.3.14
- 얼마나:2004.3.14 10:40 ~ 15:10(4시간 30분)
- 날 씨 : 맑음.따뜻한 봄날
- 몇명:56
- 어떻게 :산정산악회(http://mysanjung.co.kr) 따라서
▷선암사 매표소↗부도밭↗선암사↗장군봉 ↘↗연산봉↘송광굴목재↘송광사
- 개인산행횟수ː 2004-10
- 산높이ː장군봉 884.3M,
- 좋은산행 개인호감도ː★★★★




선암사(仙巖寺)는 조계산에 있는 대찰이다.조계종 다음으로 국내에서 큰 불교 종단인 태고종의 본산이며 송광사(松廣寺)는 조계산 연산봉을 중심으로 병품처럼 둘러선 서쪽 언덕을 차지하고 있다

선암사 해우소는 ‘볼일’ 없어도 한번쯤 들르는 곳인데 건축물의 아름다움 뿐 아니라 깊이(?)에 있어서도 무척 유명하다.옛날 산 너머 송광사 스님이 솥이 크다며 사세를 자랑하자 선암사 스님이 했다는 대꾸 한 마디. “우리절 뒷간은 얼마나 깊은지 어제 눈 똥이 아직도 떨어지는 중이라네. 아마 내일 아침녘에야 소리가 들릴 거라네.”

송광사의 중간글자 광(廣)에서도 알수 있듯이 넓다는 의미다.즉 공간적으로 넓은 것이다.그래서 솥이 크다며 많은 사람들이 드나드는 곳을 강조했다.솥은 우리몸으로 들어가는 음식,즉 "입"을 강조했다.

선암사는 태고종의 본산이듯 태고라는 것에서도 알수있듯이 오래됨을 강조했다.즉,공간보다는 시간을 강조한 것인데 똥떨어지는 것이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는 시간을 강조한 것이다.그리고 해우소는 화장실인데 우리몸에서 빠져나오는 배설물,즉 "門"을 강조한 것이다.

이 얼마나 절묘한 시비의 해결인가? 송광사 스님은 공간의 "가로"를 강조했다면 선암사 스님은 시간의 "세로"를 강조한 것이다.

조계산 반대방향에서 서로의 장점을 강조하는데 극단적으로 맞딱뜨리지 않고 시간과 공간의 다른점을 강조하면서 서로가 죽지않고 살아나는 상생(相生)을 보였으니 이것이 바로 WIN-WIN이다.

우리의 정치도 보수는 보수의 강점을 살리고 진보는 진보의 강점을 살려 홍보하여 유권자로부터 정책적으로 지지받는 상생의 정치가 요구된다.그래서 서로 죽이려는 극단보다는 서로 사는 상생이 필요한 것이다.


08:00
오랫만에 산정산악회를 찾았다.올해는 산악회보다는 새로운 산에 가려고 마음먹어서 나 혼자라도 실천하기 위해 별수 없이 알라인게인이 되었다.아침일찍 내가 사는 아파트 입구에서 택시를 타고 시민회관으로 가서 아침식사를 해결하고 도시락을 준비해서 버스에 앉았는데 나의 아마추어무선용 무전기가 떨어져나간 모양이다.아마 택시 안에 있을 것이다.그래서 아침부터 별로 기분이 나지 않는다.혹시 택시기사 아저씨가 아파트 경비실에 맡겨 놓을지도 모르겠다는 희망을 안고 선암사로 향한다.

10:47
선암사 산행들머리 매표소에 왔는데 분위기가 너무 좋다.괴목들이 있고 흙산의 진입길답게 발에 느껴지는 감촉이 부드럽다.



11:03
아주 많은 등산객때문에 밀려서 길을 올라가니 부도밭이 보인다.



11:13
삼인당을 지나니 선암사이다.선암사에서 제일 먼저 찾은 곳은 뒷간(화장실)이다.
3백년이 넘은 건축물 안으로 들어가니 남자칸과 여자칸이 좌우로 나뉘고 좌측 남자칸으로 들어가니 문 없이 칸막이만 있고 자리를 잡으면 나무 창살 사이로 바깥 풍경이 보인다.어제 눈 똥이 내일 아침에 떨어질 정도(?)로 깊이가 만만찮다.어질 할 정도다.


:::뒷간 전면

11:16
무량수각,추사의 글씨를 확인한다. 추사 김정희가 회갑이 되던 해인 1846년 제주도 귀양 중 예산 화암사에 써 보낸 ‘무량수각(无量壽閣) 글씨를 보니 조형적으로 너무나 아름다운 글씨에 매료되어 한참을 쳐다본다.



12:35
절집다운 절,선암사의 매력에 흠뻑 취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곳저곳을 둘러보다가 문득 일행들이 제법 등산을 했을 거라는 생각이 뇌리를 스치자 마음이 급해진다.정상가는길은 키 작은 조릿대(산죽)와 키 큰 활엽수림(서어나무,신갈나무,참나무)이 상생하며 안그래도 土山의 부드러움을 더욱 부드럽게 연출한다.



12:50
제법 가파른 산길을 쉼없이 올랐더니 땀이 많이 흐르는데 바람 한점 없을 정도로 포근한 날씨때문에 땀이 눈을 가린다.윗옷을 두겹이나 벗고 줄기차게 오르니 장군봉 정상이 나타난다.



13:08
조릿대치고는 키 큰 죽림사이로 길을 걷는데 토산의 부드러움이 온몸을 감싸며 산책하는 듯하다.



13:59
조릿대와 활엽수림이 상생하는 산길을 따라 능선을 한바퀴 도니 연산봉에 다다른다.연산봉에서 보는 장군봉이 지척이고,발아래 가보고 싶었지만 못가본 보리밥집도 한눈에 들어온다.




15:06
한참을 내려오니 드디어 송광사다.보수를 한다고 절집의 분위기가 많이 퇴색되었다.선암사 보다는 재력이 풍부해서인지 좀더 현대적이다.



15:08
역시 송광사의 사세는 대단하다.수조와 뒤에 있는 쌀 씻은 통을 보라.송광사 스님의 솥자랑이 허언이 아니다.



송광사 해우소에 들렀다.직장을 옮길때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던 중 송광사 해우소에서 본 이 문구가 나의 결심을 굳히게 했다.5개의 문구 중 제일 위에 있는 글이다.



入厠眞言

버리고 또 버리니 큰 기쁨 있네.
탐진치 삼독도 이같이 버려
한 순간의 죄악도 없게 하리라.
옴 하로다야 사바하(세번)



버리고 또 버리면 더 큰 기쁨이 있다는 말, 그것은 나에게 명령 같은 말이었다.
탐진치 세 가지 독을 똥덩어리 버리듯이 내던지라는 뜻이렷다! 기막히게 잘 된 글이다.속으로 몇 번이나 감탄을 한다.다시 한 번 마음가짐을 다잡아 본다.해우소에 갈 때마다 탐진치에서 벗어날 것을 새기고 또 새기라는 뜻에서 써 붙인 것이다.해우소에 이 글보다 더 어울리는 글이 있던가.해우소 앞 연꽃이 방긋 웃는 듯 나를 지켜보는 것 같아 더 없이 기쁘다.진흙 속의 연꽃이 아니라 화장실 앞의 연꽃,더욱 빛난다.

하산주를 하고 집으로 돌아오니 아파트 경비 아저씨가 무전기를 들이대며 "택시 기사아저씨가 맡겨 놓고 갔다고 하며 오늘 잃어버려서 하루종일 기분이 상하지는 않았는지..." 묻는다.애착이 있는 이 물건은 버리고 싶지 않았는데 이 녀석이 주인을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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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하는 모든 것 속에서 자신을 만난다.
風流山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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