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흘산▲산에 오르면 신선이요. 내려오면 속세인이지만...

- 언제 : 2005.3.20
- 얼마나: 11:20~14:50(3시간 30분)
- 날 씨 :쾌청
- 몇명:45
- 어떻게 :부산 산정산악회 따라서(http://mysanjung.co.kr)
▷선구↗응봉산↘↗설흘산↘망산↘가천
- 개인산행횟수ː 2005-12
- 테마:암릉릿지산행
- 산높이ː설흘산488M
- 좋은산행 개인호감도ː★★★★★




오늘은 춘분이다.일본은 춘분절이라고 해서 익일까지 공휴일이다.춘분은 해와 달이 입맞추는 날로서
오늘부터 낮이 점점 길어지기 시작하는 날이다.이렇게 절기가 바뀐다는 것은 철이 바뀐다는 것이다.

풍류산행을 주창하며 일전에도 밝혔듯이 화랑의 풍류도를 체감 하는 것은 등산이 최적으로 보인다.
풍류도는 자연산천을 유람하는 것이 핵심이며 산천을 유람한다고 하는 것은 바로 변화를 받아들이게
된다는 점이다.

한국에서는 계절을 '철'이라고 하고 그 변화를 깨닫고 행동하는 사람을 '철든 사람'이라고 한다.
철든 사람이 되어가는 과정이 바로 도를 닦는 과정이다.

철이 들면 세상은 이미 속계를 벗어나기 마련이며 그것은 바로 선계에 든 사람이 된다.

신선이 사는 세상인 선계(仙界)와 속세인이 사는 속계(俗界)의 차이는 무엇인가?

사람 인(人)에 뫼산(山)이 붙으면 신선(仙)이요? 사람인(人)에 골짜기(谷)가 붙으면 세속인(俗)이 된다.
사람이 산으로 오르면 理判의 세계인 신선의 경지에 가깝게 되고 골짜기로 내려오면 事判의 세계인
사바세계에 가깝게 된다는 의미다.

그런데 이곳 남해의 산은 산에서 내려와도 골짜기가 없었다.바로 바다이다.산에서는 신선이요.
바다로 내려오니 더 넓은 세계가 펼쳐지니 이곳 출신 남해사람들이 멋있는 모양이다.
이곳은 이미 속인을 넘어 선 사람들이다.

산행을 마치고 돌쇠아범이 준비해준 50여명 분의 회를 안주로 한 하산주를 대접받아 하는 아부성 소리가
아니다.그동안 살면서 남해출신 사람들과 접하며 얻은 결론이다.남해사람들은 독할 정도로 생활력이
강한사람들이다.이는 사람의 한계를 넘어섰으니 우리같은 俗人은 아닌 사람들이다.

나는 오늘 남해에 있는 설흘산을 다녀왔다.남쪽바다를 뜻하는 남해는 바로 지명이름이기도 하다.
"동해"는 동해바다지만 "동해시"는 지명 이름이기도 하듯이...

이곳 "남해"에서 바라볼때 바다는 진정한 "남해"(남쪽바다)가 된다.그 쪽빛 푸른빛을 닮은 남해 사람을
제대로 본다는 것은 나의 경쟁력을 올리는 타산지석이 된다고 생각한다.주위에 남해 사람이 있다면
다시 한번 그 사람들을 유심히 볼 필요가 있다.



11:18~30
산행들머리에 도착하기전 벌써 버스안에서 맥주로 목을 축였다.오랫만에 산행에 동참하게 된
이쁜님이
예쁜 비닐 포장에 담긴 맥주를 건네주니 땡초에겐 술이 따르고 나도 술을 마다하지 않으니
산에 다녀도
몸무게는 잘도 늘어난다.내가 가는길이 무릉도원이기도 하고..

산행들머리 선구마을에 도착해보니 아담한 어촌에 푸른바다와 다랭이 논이 그림같은 곳이다.
오름길에
접어드니 장딴지로 전해주는 강한 압박감은 행복한 전주곡이다.




11:32~34
산수유같은 생강나무가 연초록 노랑 빛을 띠고 수줍게 피어있고 되돌아 본 선구마을은 작은 규모의
어촌을
더 작게 만들어 보여준다.조금 더 진행하니 언제 그랬냐는 듯 조망은 닫히고 키 큰 해송사이
오솔길로 사색의
산책길로 안내한다.




11:45~52
기분 상쾌한 사색의 걸음걸이는 바로 긴장감으로 바뀌니 암릉의 불규칙한 오르내림은
정체구간을
만들어내고 변화하는 산의 모습을 보여준다.정체구간을 지나니 다시 조망이 열리며
좌측은 다랭이논이
보이는데 조그마한 가능성이 보이면 이루어내는 남해사람들의 밑바탕을 훔쳐보는 느낌이다.




12:12~21
된비알 급사면과 능선을 오르내리며 아기자기한 릿지등반을 즐긴다.설악산 석주길을 축소한 듯한
 
릿지등반에 기분이 한껏 고조된다.좌우측 푸른바다가 천길 낭떠러지로 입을 벌리고 있는데 중간
실 하나가
위아래로 리드미컬하게 꿈틀거리 듯 놓여있다.두발이 세발 되고 다시 네발도 되니
자동으로 뱃살은 줄겠다.





12:22
급사면 우측 앞쪽 저멀리 정말 그림같은 작은섬이 운치를 더하고 엷게 드리운 구름과 푸른바다는
시원하기
짝이 없다.오늘 저 바다가 모두 맑은 청주같다.어디가 바다며 어디가 하늘인가?





12:44~13:31
그렇게 몇번을 사면과 릿지를 하고나니 응봉산에 올랐다.응봉산의 鷹은 매(솔개)응자이니 바로 매봉이다.
육조문능선방향을 바라보는 바위위에 앉아 바다 방석을 아래에 깔았으니 신선이 따로 있는가? 이곳에서
식사를 하며 정상주를 마시니 어느 고급 호텔의 스카이라운지가 이만 하겠는가?



13:31
육조문능선을 따라 가천으로 바로 하산하고 싶었으나 설흘산에 와서 설흘산 정상을 밟지 않는다는것은 말이
되지 않으니 매봉 정상으로 되돌아 뒤로 난 설흘산 가는 능선길로 접어든다.



13:55
암산에서 육산으로 바뀐 설흘산 가는 능선길은 부드럽기 그지 없었으나 곧 오름길에 접어들자 다시 암릉길로
바뀌며 한번 더 된비알을 오르게 된다.



14:15~20
설흘산 정상에 오르니 봉수대가 있고 다시 한번 푸른바다가 쪽빛을 자랑한다.봉수대 옆 정상석은 뵐 듯 말듯
자그만하고 한걸음에 달리니 바로 망산이다.망산에서 보는 설흘산 정상은 "청주"바다를 따라 마시는
술잔모양이다.





14:23~53
망산을 지나니 발 아래 가천마을이 보인다.다랭이 논이 등고선을 맞추어 휘어져있고 초록 남새 아래로 바다가
오늘 산행의 끝을 알린다.






봄바다 - 김춘수

毛髮을 날리며 오랜만에
바다를 바라고 섰다.
눈보라도 걷히고
저 멀리 물거품 속에서
제일 아름다운 人間의 女子가
誕生하는 것을 본다



몽돌이 아름다운 월포해수욕장의 드문드문 심어져 있는 해송아래에서 시원한 바람으로 얼굴의 열을 식히며
술병은 대병이요 술잔은 일회용 커피잔이니 장진주(將進酒)가 따로 있을까? 그래 나 오늘 기분 좋다.
다른 말이 무엇 필요할까? 딱 한마디면 되는 것을..

但願長醉不願醒(단원장취불원성)~.그저 마냥 취해 깨고 싶지 않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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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흐르듯 자연과 만나는 산행
風流山行
Posted by 세벗 트랙백 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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