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남부능선▲솔직하면 들키지 않고, 들키지 않으려면 솔직해야 한다

- 언제 : 2005.6.4(토) 04:30~6.5(일) 15:00 1박2일 지리산 산행 중 첫째날
- 얼마나: 6.4 07:40~15:00(7시간 20분)
- 날 씨 : 흐림 후 빗방울 약간
- 몇명:3명
- 어떻게 :대우증권 경남지역본부 백두대간산악회 따라서
▷거림매표소↗거림골↗세석대피소 직전 의신 방향 갈림길 이정표↘음양수↘석문↘헬기장↘↗삼신봉↘청학동 매표소
- 개인산행횟수ː 2005-21 [W산행기록-114/P산행기록-256/T604]
- 테마: 계곡산행,피서산행,역사탐방
- 산높이ː삼신봉 1,289M
- 좋은산행 개인호감도ː★★★★★




지리산 남부능선은 지리산 주릉에서 T자를 이루며 남쪽으로 뻗어있다.영신봉에서 출발하여 삼신봉과 내삼신봉을 지나 형제봉 신선봉을 거쳐 하동의 악양 평사리에서 끝을 맺는다.

오를때는 거림에서 출발하여 세석대피소 직전 의신방향 갈림길에서 본격적인 지리산 남부능선을 타고 삼신봉을 거쳐 청학동으로 하산했다.삼신봉에서 보는 지리산 주능의 모습은 날씨가 흐려 아쉬웠지만 석문을 지나 삼신봉까지 지천으로 깔린 금낭화 군락은 피로를 잊게 해 주었다.

거림골은 자연냉장실처럼 시원한 트렉킹을 하게 최적의 산행조건을 선사해주었다.키 큰 나무로 인해서 산행 내내 그늘을 주었고,산행로 옆으로 흐르는 계곡물이 흘러서 시원한 냉기가 지속적으로 올라오고,등로 바로 옆에서 자라고 있는 산죽(조릿대)은 그 청신한 기운을 유지시켜주는 것 같았다.

여기에 계곡물이 바위에 부딪치는 소리는 청각까지 시원하게 만들어 주었는데 계곡물이 흐르고,구르고,머물때 나타나는 소리의 운율은 자연의 노래소리 그 자체였다.

특히 지리산 남부능선은 빨치산의 비극이 최고조로 달한 지점이 아닌가? 남부군의 이영회부대,이현상,정순덕 등 근대사의 아픔까지 안고 가슴으로 걷는다면 납량특집으로 등줄기에 소름이 쏟는 산행길이 될 것이다. 여름산행의 시원한 산행을 원한다면 이 만한 곳도 없는 곳이다.



6월 4일 04:00~07:50
새벽 4시에 일어나 산행준비를 하고 차를 몰고 창원으로 가니 5시 10분이다.여기서 윤부장님과 만나고,지리산으로
가는 도중 회장님까지 동승하니 이번 산행의 인원은 세사람이다.지리산 거림에 도착하니 7시 40분인데 이렇게
이른 아침에도 국립공원관리공단의 매표소 직원이 나와있다.


도장골과 거림골 갈림길에서 거림골으로 접어드니 세석가는길이란 이정표가 몇개 눈에 띈다.산길로 접어들자
마자 깊은 산중에 들어 온 느낌이고,뒤돌아보니 차량과 지붕들이 키 큰 소나무의 팔안에 들어있다.





08:58~09:52
숲이 우거져서 바 로 옆 계곡의 모습도 잘 보이지 않을 정도이고 계곡의 물소리는 커졌다,잦아들었다 하며
리듬있게 들린다.세석 가는 길 절반 정도 오르니 목계단과 포장된 등로가 자주 나타나며 무너지기 쉬운
육산의 허약함을 보충하고 있고,가끔 보이는 먼 곳 산들의 모습이 큰 산에 들었음을 인지시킨다.






09:53~10:18
점차 경사도가 높아지며 철제 로프와 목계단이 나타나고,분홍빛 철쭉이 잦게 나타날 즈음 의신방향과
세석대피소 방향 갈림길 이정표에 도착했다.여기서 의신방향으로 방향으로 좌측으로 돌리면서
오늘의 하일라이트 남부능선으로 접어들게 된다.






10:27~32
초록빛 산길을 따라 하산하며 남부능선을 걷게 되는데 여태까지는 키 큰 나무때문에 잘 보이지 않았던
조망이 종종 트인다.오를때 보다는 내려갈때 더 조망이 시원하기도 하지만...




10:34~50
커다란 바위 양 옆으로 물이 나와 모이는 음양수가 있는데 뭔가 색다른 물맛이 나올까 기대되어 한모금
마셔보지만 혀끝으로 느끼는 감촉은 별다른 것이 없다.조금 더 하산하여 경치가 잘 보이는 바위위에서
뒤돌아보니 멀리 촛대봉 아래 철쭉들이 마지막 연분홍빛을 보여주고 있다.




11:11~15
청학동으로 들어가는 관문인 석문의 모습이 그럴 듯하고 삼신봉 보다 더 높은 1329M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삼신봉(1289M) 방향 조망은 보는 장소에서 멀어질 수록 연초록에서 진한 남색으로 그 빛이 짙어진다.




13:18
회장님이 준비해 온 흑미와 찹쌀로 만든 밥이 꿀맛이고,이정표는 점차 청학동 방향 삼신봉이 가까워짐을 알린다.



13:25~32
삼신봉 가는 길은 불에 탄 키 큰 나무들 아래로 새로 우거진 숲들이 자라고 있고,등로 주변엔 온통 금낭화 군락이다.
일부러 심은 듯한 금낭화가 지천으로 피어있는데 곧 나타 날 듯한 삼신봉이 쉽게 그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
그러나 삼신봉 날개처럼 펼쳐진 내삼신봉(1354.8M)이 우측에 보이고 좌측엔 외삼신봉(1288.4M)이 보인다.



13:42
삼신봉 정상(1289M)에 도착하니 경상대 학생들이 100여명 정상을 차지하고 있다.발 아래 청학동 방향 산세가
시원하고 여기서 보는 지리산 주능은 아쉽게도 구름에 가려 잘 보이지 않는 곳이 많다.



13:43
하산길 풍경은 포근함을 느낄 정도로 산세의 흐름이 부드럽다.안부(갓걸이재)에 도착하니 직진방향은 사법권을
가지고 있는 지리산지킴이 아저씨가 거림방향은 "등로아님(no trail)" 표지판을 걸고 있다.이분에게 금지지역에서
붙잡히면 벌금 50만원을 부과받게 되는 것이다.


우리는 정상 등로인 우측 청학동방향으로 내려왔는데,청학동에 도착해보니 제법 넓은 주차장과 그 주변에 산개되어
있는 서당들이 즐비하다.거림의 택시를 부르고 기다리는 동안 회장님과 나는 시원한 맥주를 마시며 기다리니,
삼신봉터널을 통해 청학동까지 택시가 왔다.(거림까지의 택시비는 25,000원이었다.)


가까이 있는 도인촌과 삼성궁은 둘러보지 않고 거림으로 되돌아 왔으며 내일의 산행을 위해 뱀사골 근처 민박집으로
향한다.






원래 지리산 동부능선을 가려고 했었다.그런데 뒤에 안 사실이지만 자연휴식년제로 출입금지 지역이었다.자연휴식년제는 탐방객의 집중이용으로 훼손이 심한 등산로, 산정상부, 계곡 또는 보호필요성이 있는 희귀 동·식물 서식지에 대하여 일정기간 사람의 출입을 통제함으로써 자연보호 및 훼손된` 자연의 회복을 유도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고민할 것 없이 바로 산행지를 남부능선으로 바꾸었다.

나는 등산인 축에도 들지 않는 산행인 정도이지만 禁止 취지에 비추어 꼭 지켜졌으면 하는 바램이다.대한민국에서 등산한다는 사실만으로 우리는 등산문화를 선도하는 선진국이다.8,000M 거봉을 모두 완등한 등산인만 무려 세분이나 있는 유일한 국가이며 그 저변에 깔린 숭고한 정신을 훼손시킬 수 없기 때문이다.

한분은 산악그랜드슬램으로 놀라게 했고 , 한분은 우리나라도 아닌 에베레스트에 청소를 하러 갔고 ,한분은 산악역사에 유례가 없는 죽은 동료의 시신을 수습하러 갔었다.이런 숭고한 정신은 알피니즘의 차원을 넘어 백두대가니즘으로 불려야 할 한차원 높은 정신세계다.

산이 없으면 등산인은 존재하지 않는다.그러므로 당연히 등산인이 지켜줘야 한다.그런데 앞장서서 이 RULE을 깨는 사람이 한국의 산꾼이라면 지탄받아 마땅하다.노블리스 오블리제와 비슷한 개념으로 접근하더라도 보통의 사람보다 등산인이라면 더 욕을 먹어야 하는 것이다.

원래 금지시키면 더 하고 싶은 것이 인간의 심리이다.사실 너무 오랜기간 묶어두어 개인적으로 불만도 있다.남설악 흘림골은 20년만에 개방했으며 지리산 어떤구간은 좀처럼 풀리지 않아 애를 태우기도 한다.

그렇다고 금지 RULE을 깬다면 그것은 더 이상 한국의 산꾼은 아니다.산꾼 이전에 먼저 사람이 되어야 하는 이치와 비슷하다.내가 아는 분중에 정말 존경하는 산꾼이 많이 있었는데 점차 그 숫자가 줄어들고 있어 너무 안타깝다.정말 화가 난다.믿었기 때문에 더 큰 충격을 받는 것이다.

산행을 마치고 계곡에서 비누로 머리를 감는 행위를 보고 나의 등산인 존경명단에서 사라진 사람이 있고,산행금지지역에 들어가서 삭제된 분도 있으며 버젓이 취사금지지역에서 취사행위를 하는 모습을 보고 너무나 실망한 적이 있다.

더 이상 나의 등산인 존경명단에서 사라지지 않았으면 하는 간절한 바램이다.




산악인이라면 자기 자신에게 솔직해야 한다.동부능선을 가지 못해 아쉬웠지만 유혹을 뿌리치고 자긍심을
지켰으니 그 보다 더 값진 것이 있을까?


솔직하면 들키지 않고, 들키지 않으려면 솔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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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하는 모든 것 속에서 자신을 만난다.
風流山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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