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산 서파 종주 트레킹▲저절로 자연이 되고 나 또한 산이 된다.

- 언제 : 2005.8.1
- 얼마나: 06:50~13:50
- 날 씨 : 비,운무.종주 도중 잠시 하늘이 개임
- 몇명:33명
- 어떻게 :부산산정산악회(http://mysanjung.co.kr) 따라서
▷산장려반점 출발-서파주차장-짚차로 5호경계비 주차장 으로 이동-종주시작-5호경계비-
마천루-청석봉-백운봉

-녹명봉-용문봉-장백폭포-옥벽폭포-소천지
- 개인산행횟수ː 2005-30 [W산행기록-123/P산행기록-265/T611]
- 테마: 트레킹
- 산높이:백운봉 2,691M
- 좋은산행 개인호감도ː★★★★★

 

백두산을 중국에서는 백산 혹은 장백산으로 부른다.중국발음으로는 "창바이샨"이 되는데 세계지도에 백두산 대신 "창바이샨"으로 표기되어 있어 자존심이 무척 상한다.

서파(西波)라는 것은 서쪽의 비탈을 의미한다.波는 영어로 slope(슬로프)로 이번 종주는 서파에서 출발하여 천문봉 아래인 북파로 내려온 셈이다.

백두산 오르는 길은 얼다오바이허(이도백하)에서 북파(북쪽 백두산. 2시간)와 서파(서쪽 백두산. 4시간)로 갈라지며 한국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북파는 산세가 험준하지만 기상대까지 지프로 오른 후 걸어서 5분이면 천문봉에 오를 수 있어 산행이라기보다는 관광에 가깝다.

서파에서 출발하여 북파로 하산한다는 의미는 북한령을 제외하고 중국령의 백두산 천지를 둘러싼 바퀴를 모두 밟는다는 의미이다.

백두산은 우리나라와 중국의 국경지대에 자리잡은 휴화산으로 산 전체의 총 면적은 8,000 평방km 이다. 남북한을 통틀어 가장 높은 산으로 남한에서는 2,744m, 북한에서는 2,749.2m로 표기하여 약 5m의 차이가 난다고 하는데 북한이나 중국의 관점은 실측결과 점차 백두산이 융기하여 높아졌다는 주장을 하는 것 같다.

어쨌던 이번 산행에서는 북한령인 장군봉은 갈수 없으니 중국령에서 가장 높은 백운봉이 최대 높이가 된다.

백두산산행의 압권은 뭐니뭐니해도 천지를 볼 수 있을것인가 아니면 보지 못할 것인가가 가장 큰 화두가 된다.중국의 장쩌민은 4번 올라 모두 천지를 보는 곳에 실패했고 등소평은 겨우 4번째 성공하여 북파에 장백산이라는 환희의 글을 남겨 놓았다.지위가 높은 분이 간다고 쉽사리 보여주는 산은 아닌 모양이다. 백두산에서 지난 9세기와 10세기 약 100년에 걸쳐 기원 이래 전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화산 폭발이 두차례나 있었다고 요미우리신문이 보도한적이 있는데 특히 최근 새로 확인된 9세기 화산 폭발은 발해멸망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이 제기돼 학계의 관심을 모은 적이 있다.

통일신라시대와 고려시대에 발생한 백두산 화산 폭발들은 기원전 8세기 로마제국 도시 폼페이를 매몰시킨 베수비오 화산 폭발의 수십배에 달하는 규모로 화산재와 가벼운 돌덩이가 바다 건너 일본까지 날아왔을 만큼 대규모 분화(噴火)가 100년간 동일한 화산에서 두차례나 일어난 것은 세계적으로 유래를 찾기 힘든 사례라고 주장한바가 있었다.방증으로 당시의 화산재가 훗카이도 등 일본 동북지방에서 확인됐다고 한다.

실제 가보니 생각보다 상당히 큰 규모였다.백두산 서파 입구인 이도백하에서 5호경계비까지 가려면 버스를 타고 3시간,다시 짚차를 타고 40분,그리고 걸어서 1시간여 올라야한다.정상에서 만주벌판으로 내려다보니 그 끝없이 이어지는 길이는 생각보다 훨씬 큰 산이였다.우리민족의 영산인 백두산은 중국에서는 중국 10대명산이라고 소개되어 있다.

7시간 종주 트레킹중에서 단 20분간 천지를 열어주어 다행히 첫 산행에서 백두산 천지를 볼 수 있어서 행운이었다.5번째 백두산 서파 트레킹 경험을 가지는 산행대장의 길 안내가 적중되어 당일 트레킹에 도전한 6팀 중 유일하게 우리팀만 백두산 천지를 볼 수 있었다는 후문이다.

결론적인 정보를 먼저 말한다면 백두산은 날씨가 좋지 않다고 판단되면 천천히 걸어서 오전 11:00~오후 1시 사이에 백두산 천지가 보이는 곳을 통과하면 천지를 볼 가능성이 높아진다.일출 욕심에 아침에 서두르면 일출도 놓치고 천지의 모습도 놓치게 될 확율이 높아진다.







03:00~07:01
새벽 3시에 기상을 하고 밖으로 나와보니 비가 세차게 내린다.물2병과 2개의 도시락을 배낭에
받아넣고 차에 오른다.
비가 내림에도 모두들 천지를 볼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안고 있지만
내심 걱정은 되는 모습이다.


5호경계비 주차장까지 차를 타고 올라오니 오히려 비는 더 거세게 불고, 바람마저 눈을 뜨기
힘들정도로 세차다.
기온마저 뚝 떨어져 한기가 느껴진다.산행대장은 본인의 경험으로 비추어
산행출발을 최대한 늦추고 산행속도도
늦추려고 무척 애를 쓴다.

11시 이후면 날이 개일 확율이 있다고 희망을 주는데,시간이 지날 수록 이번 산행에 참여한
모든이들이 점차
그 희망의 목소리에 전염되어 서로서로 천천히 가자고 독려한다.

아침먹기엔 너무나도 이른 시간이지만 비도 피할 겸 5호경계비 주차장이 있는 잡다한 물건을 파는
대피소 같은
허술한 가설 시설물 속에서 식사를 한다.식사를 마쳐도 비는 여전히 내리고
운무는 가득하여 온통 흐릿하다.

07:22~43
돌로 만든 계단을 따라 비를 맞으며 오르니 몸에서 더운 열이나서 추위는 없어졌지만 5호경계비에
올라
천지를 바라다보니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산행대장은 뒷사람이 올때까지 기다리자고 하면서
시간을 끌고,
후미그룹이 도착해도 단체기념사진을 찍으며 시간을 지체시킨다.

일부 먼저 온 분들은 이미 몸이 식어 추워서 약간의 불만의 목소리도 나오지만 천지를 보여주겠다는
의지가 전달되고 보니 어렵지만 참는 눈치들이다.

청석봉으로 가는 길은 우리가 화산지대를 걷고 있다는 실감이 난다.돌들은 푸석하고
그렇게 부드러운
흙을 뚫고 온갖 야생화들이 지천으로 피어있다.
백두산 야생화가 8,000종 가까이 된다고 하니 종류도 많지만
끝없이 펼쳐지는 군락은
탄성을 자아내기 충분하다.그러나 그렇게 부드럽던 흐름도 분화구쪽은 급격하게
단절되어
예리함 마저 느껴진다.

07:43~08:08
메마른 화산석으로만 이루어진 길도 있고 바위와 꽃이 변화를 주듯이 있는 곳도 있다.

08:32~54
악천후를 뚫고 오르지만 눈을 아래로 내리면 야생화 꽃밭이 이어지니 아쉬움이 덜하다.
하늘도 천지도 짙은
운무때문에 보이지 않으니 야생화에 눈이 가는 것이 당연하다.

09:01~03
청석봉을 지나 이제 아래쪽으로 향하는데 백운봉이 담장 역할을 하여 아래 계곡쪽의 시야가
들어오면서
천지를 본 듯이 모두 기뻐한다.초록빛 융단이 끝없이 이어지는 모습에 감동하며
어쩌면 천지를 볼 수 있다는
희망의 수위를 높인다.녹색지대 중간중간에 눈이 쌓여있는 곳이 있는데
그곳은 냉기가 나오고 있어서
한여름에도 녹지 않는다고 한다.백두산의 또다른 모습이 신기하다.

09:08~09:18
계곡을 향하여 아래로 아래로 내려간다.푸른 초원을 가로질러 계곡으로 내려가보니 빗물로 인한
물줄기가
세차게 흐르고 있다.중간중간 휴식을 하면서 "선두 천천히"를 반복하며 내려왔지만
여기서 간식을 먹으며
또 시간을 죽인다.

09:37~!!;07
휴식을 마치고 이제 다시 길을 오른다.제법 가파르다.잠시 운무가 그치며 백운봉의 모습을
보여주는데
빗물이 흘러내려오는 것이 보인다.천천히 휴식을 거듭하며 오르지만 오늘 산행에 같이
동참한 여든셋 연세의
스님이 무척 힘들어하는 모습이다.후미를 맡은 현지 가이드가 스님의 배낭을
받아 같이 오르는데 그 모든
모습을 초록빛 융단같은 산세의 흐름이 감싸는 듯하고,
어느새 뒤돌아보니 많이 올라와 있고 날씨는 좀더
개여있는 모습이다.

광할한 만주벌판이 눈맛을 돋우지만 일순 일기가 다시 나빠지기 시작한다.비가 그치도록 제(祭)라도
지내고
싶다는 느낌이 든다.

11:54~55
백운봉 아래에서 모두 모여 식사를 한다.비는 간간이 내리고 땀은 식어 추위에 온몸이 와들와들
떨린다.
그 떨림을 주체하지 못 할 정도인데 같이 온 아주머니가 육포와 술로 간단히 산신제를
지내자고 한다.


불과 10여분 전에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이심전심인지 그말이 반갑다.하지만 나는 마음은
절을 하고
싶지만 이미 몸은 추위로 굳어 엉거주춤 반배만 하고 많은 분들이 배낭을 맨체로
추위를 견디며 절을 한다.


내몸의 땀은 빗물과 섞여 이젠 내몸을 냉동시키고 있다.떨리는 몸을 이끌고 비에 젖은 수건을
목에 감고
최대한 열기를 뺏기지 않도록 감싸고 다시 산행에 오른다.

녹명봉에 도착하니 아주 거센 바람이 일어 왼쪽의 운무를 거두어내고 있는데 진즉 필요한
우측의
천지 방향은 운무가 가득하다.

11:55~12:00
그즈음 녹명봉을 통과 한 후 천지를 바라보니 천지가 보인다.기쁨으로 함성의 도가니다.와! 천지다.
정말 보인다.희망사항이 꿈이되고 꿈이 이루어졌다.그러나 잠시 후 천지는 다시 갇힌다.

12:07~10
다시 일진광풍이 몰아치며 운무를 몰아내는 바람이 일고 이젠 천지가 제대로 보인다.하늘은 구름이
가득한데
천지만 또렷하게 보인다.바로 내 눈앞 야생화가 있는 바위규모 만큼은 햇살이 비치어
야생화가 하얗게
빛을 발한다.

거짓말 같은 이 모습은 무슨조화인가?거짓말 같은 사실이다.

12:13~57
우리의 바램이 감천하고 천지를 열어주니 우리모두 저절로 자연이 되고 산객 또한 산이 된다.
그러나 천지는 언제 보여주었다는 듯이 빗방울은 훨씬 굵어지고 바람마저 힘차게 불어대니
얼굴에 닿는
빗방울은 우박을 맞는 느낌이다.

땅만 쳐다보며 한참을 걸어내려오니 멀리 천문봉이 흐릿하게 보인다.

13:01~16
달문이 보일즈음 넓게 형성된 눈얼음이 스키 슬로프처럼 경사지게 펼쳐져 있다.뛰어가서
만져보니
눈이 얼음이 된 것이 확실하고 손이 시렵다.천지를 보았다는 기쁨을 안고 장백폭포 방향
으로 향한다.
비가 거세게 내려 장백폭포는 보기 어려울 것 같다.

13:18~27
그런데 장백폭포가 보인다.이럴수가...천지의 물을 한꺼번에 비워낼듯이 힘차게 쏟아진다.천지주변
좌우
급격한 낭떠러지로 오르는 초록빛과 아래로 내려오는 흙과 돌의 싸움이 볼만하다.
쏱아져 내리는 기세와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르려는 생명력의 한판 대결이 경이롭다.

장백폭포의 위용으로 눈높이가 많이 올랐지만 옥벽폭포는 그 나름대로 운치를 자아내며 시원스럽게
흘러내리고 있다.

13:29~13:36
용머리 바위가 멋지고 옥벽폭포 물줄기가 이어져 흘러드는 계곡 옆 구릉지에 들쭉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
아직 열매는 푸르지만 익으면 검게 되고 이곳을 채취해서 만든 술이 북한에서 유명한 들쭉술이
된다고 한다.

들쭉나무를 찍으려고 하니 빗물에 잠긴 카메라가 의식을 잃었다.그래서 소천지도 눈에만 담고 내려온다.



온몸이 꿉꿉하도록 젖어지만 기분은 그만이다.천상온천 노천탕에서 장백폭포를 바라보며 몸을
담그니
천상의 주인,옥황상제마저 부럽지 않다.

젖은 디카의 밧데리를 빼내고 렌즈가 있는 부분을 왼쪽 가슴쪽 주머니에 넣어 말린다.
4시간이 지나니
뿌옇던 디카가 깨어나고 내일 두만강으로 갈 차비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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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하는 모든 것 속에서 자신을 만난다.
風流山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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