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광산▲산이 구름 이불을 당겨 올리며 해의 머리를 감추고..

- 언제 : 2005.9.15
- 얼마나: 17:56~20:00(2시간)
- 날 씨 : 대체로 맑음.선선한 가을날씨
- 몇명:1명
- 어떻게 :홀로 야간산행
▷(주)세원 맞은편-개울-산행들머리-298M 돌탑 -전망대-쉼터바위-안테나-전망대-
되돌아 나와 산불초소-삼운정 약수터-동서대학교-케네디로저 호프집

- 개인산행횟수ː 2005-31 [W산행기록-124/P산행기록-266/T612]
- 테마: 근교산행
- 산높이:엄광산504M
- 좋은산행 개인호감도ː★★★★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세월은 빠르다.세월이 빠른지, 빠르지 않은지도 모를만큼 평상시에는 못느끼지만, 정신없이 생활의 쳇바퀴를 돌리는 도중에 세월이 빠른다고 느끼는 계기를 마련해주는 경우는 대개 설날이라는 신년의 경우겠지만 추수감사절의 의미를 담고 있는 추석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다.

모두가 바쁘게 생활하는 가운데 올해의 수확물을 셈하며 만족스러우면 문제가 없겠지만 뭔가 부족하면 올해도 망쳤다는 느낌이 들것이고 자본주의 체제의 가장 악날한 정신적 피폐를 가져오는 ""상대적 박탈감"이 몰려 올것이다.

그러나 추석이라는 것의 상투적인 의미 - 민족대이동,선물돌리기,제사,부산스럽게 인사하기 등 - 를 넘어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올 한해 감사해야 할 분들을 찾아가는 길은 더 없이 행복한 일이다.

선물 보따리를 챙겨서 한집 한집 찾아가다보면 모두 바쁜 생활을 하고 있음을 알수 있다.선물을 받을 당사자는 없고,전혀 일면식이 없는 분들에게 전달해 달라는 인사만 남길 뿐이니...

그렇게 부산을 일주하고 집에 도착하니 오후 5시 45분이다.아직 태양은 빛나고 앞산의 푸르름은 마다할 수 없는 유혹이다.작은 배낭에 스틱,물통,헤드랜턴만을 챙겨 택시를 타고 (주)세원 맞은편으로 간다.

실로 한달 반만에 산을 찾는다.8월초 백두산을 다녀 온후 나름의 스터디를 하느라 짬이 없었다.동네뒷산 같은 엄광산 - 사실은 앞산이다 - 을 지나 수정산까지 가기로 마음먹고 출발한다.헤드랜턴까지 챙겼으니 밤 10시면 도착 가능할 것이다.

다녀와서 하는 말인데 엄광산 정상이 바라보이는 전망대에서 헤드랜턴의 건전지가 힘을 잃어 부득불 가던길을 되돌아 나와 삼운정에서 동서대학교로 하산하였다.오랫만에 나선 길이었지만 별로 준비없는 즉흥적인 산행의 결과이다.






17:56~18:03
구덕터널 방향의 (주)세원에서 택시를 내려 육교를 건너 골목으로 접어드니 개울이 나온다.
네모 반듯한 징검다리를 지나 산으로 난 길을 드니 바로 키 큰 나무들에 포위당한다.해그름이
지난 시간이니 모든 나무들의 그림자가 길게 드리워져 있지만 오랫만에 느끼는 선선한 기운은
무엇보다 나를 행복하게 만든다.





18:13~4
계곡쪽을 바라보니 좌측엔 안창마을이 바라보이고 그 아래 끝나는 지점엔 구덕터널이 보인다.




18:18
일몰을 감상하려고 전망 좋은 바위에 앉았다.혼자오니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아 좋다.산이 구름
이불을 끌어올리며 해의 머리를 감싸않아 오늘의 일몰구경은 별로이다.다시 오름길로 접어든다.
제법 경사는 있지만 땀이 흐르는 만큼 시원한 가을의 저녁 바람이 식혀주니 오랫만에 나서는
산행길이지만 별로 힘들지 않다.


조금 더 오르니 쉼터바위 역할을 하는 너럭바위가 정겹다.




18:30~31
동서고가도로가 산행방향과 같은 방향으로 달리는데 그 뒤로 백양산이 바라보이고 그 아래 내가
자주 들머리로 이용하는 용문사가 계곡속에 보인다.산 등성이를 넘어서니 298봉의 대형돌탑이 보인다.사상구민들이 사상구의 번영을 기원하며 세웠다고 하는데 케른치고는 규모가 제법 큰 편이다.




18:36~40
점점 숲속은 컴컴해지고 길은 좁아졌다 넓어졌다를 반복하다 광장 같이 넓은 곳도 나온다.나무에
매달려 있는 삼운정 약수터 방향이 눈에 들어온다.좌측으로 하산하지 않고 곧장 직진방향으로 나아간다.





18:42
숲은 점점 컴컴해지고 낙동강 방향과 시내방향 모두 야경이 멋지다.둥근 달이 떠 있어 운치는
그만이다.이제 헤드랜턴을 켜야만 길이 보인다.





19:12
얼마 지나지 않아 헤드랜턴의 불빛이 약해진다.여분의 건전지를 가져오지 못해 더 이상 진행이
불가능하다.숲이 없는 곳은 달빛때문에 진행이 가능하지만 숲속의 길은 가늠하기 힘들다.

하는 수 없이 더 이상 진행하지 못하고 오던길로 되돌아 가기로 결정한다.내려오는 중간중간 더욱
밝아진 달빛이 숲을 벗어나면 갑자기 나의 등뒤를 비추어 주어 순간적으로 놀란다.꼭 누군가 랜턴을
뒤에서 비추어 주는 것 같다.


게다가 갑자기 앞에서도 번쩍하며 빛이 나는 반딧불이 때문에 또 놀란다.

삼운정 팻말이 있는 곳까지 되돌아 나와 삼운정 방향으로 하산한다.삼운정 약수터에서 물을 한모금
마시고 제법 넓은 길을 따라 내려오니 동서대학교로 하산하게 된다.동서대학교 입구 "케네디 로저'
라는 친구가 운영하는 호프집에서 핏쳐 한병을 시키고 닭요리를 시켜 출출한 속을 채운다.






가을밤 - 손인식


젖빛 달바람
발걸음 거들고

가슴 속
비 맞은 물외 크듯
웃자란 그리움 하나

젖빛 달 바람에 옛일 비춰보면
다만 허드렛 것
돌려주어야지
가을밤에는 모두 되돌려 주어야지

지금쯤 고향 동네 점방집 개
안산 소나무에 학처럼 걸터앉은 달 걸어
컹컹 마른 목으로 짖고
멋쩍게 돌아서겠지



단 한명이 핏쳐와 푸짐한 닭요리를 시키니 누군가 뒤따라 올것으로 생각한 모양이다.
오늘 "케네디 로저"는 술고래 한명을 받은 것이고, 내 뒤를 따라 줄줄이 사탕 처럼 뒤 따라 들어온
대학생들은 나와 상관 없지만 가게 안이 왁자지끌하니 젊은 분위기가 좋다.


예정에 없던 환상적인 2시간짜리 단기코스 산행구간이 만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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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하는 모든 것 속에서 자신을 만난다.
風流山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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