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산▲현재를 더 잘 알기 위해 옛것을 찾는다.

- 언제 : 2006.1.15
- 얼마나: 2006.1:15 11:00~17:00(6시간)
- 날 씨 :대체로 운무 가득한 흐린날씨
- 몇명: 49명
- 어떻게 :산정산악회(http://mysanjung.co.kr) 따라서
▷원효사집단시설지구-꼬막재-규봉-장불재-입석대-서석대-중봉-중머리재-증심사
- 개인산행횟수ː 2006-2 [W산행기록-131/P산행기록-273/T619]
- 테마:눈꽃산행,문화유산 답사산행
- 산높이:무등산 1187m
- 좋은산행 개인호감도ː★★★★

남도풍

광주는 "빛고을"이며 "예향"이라고 한다.나에게 광주가 빛고을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준것은 오지호화백의 "남향집"이라는 작품이었다.나에게 그림자라는 것은 검은빛이라는 고정관념이 있었는데 오지호 화백의 그림을 보면 그림자 마저 청색빛을 띠고 있다.햇살이얼마나 강하면 청색이겠는가? 역시 광주는 빛고을이 틀림없다는 이미지가 자연스럽게 형성된 것이다.

 

 


광주는 "남도"다.경상남도도 남도이지만 보통 "남도풍"이라고 말하면 이곳 광주를 비롯한 전라도를 의미한다.어떻게 남도풍이 만들어졌을까? 내가 생각하는 남도풍은 이렇다.광주의 상징 무등산을 보면 4계절이 너무나 뚜렷하다.위도로 보면 내가있는 부산이나 광주는 별 차이가 없지만 부산의 금정산과는 달리 무등산의 겨울은 눈이많다.겨울 뿐 아니라 봄,여름,가을 도 아주 뚜렷하게 특징 지워진다.

4계절이 뚜렷하다는 것은"예향"의 필수조건이다.오지호 화백은 가장 한국적인 초가집에서살면서 그림자체는 그당시에는 굉장히 앞선 모습을 보여준다.옛것을 사랑하며 가장 현대적인 그림을 그린 분이다.나는 그분의 그림에서 고호의 강렬한 색상을엿본다.

오지호화백은 한국의 자연을 이렇게 이야기했다.한국의 자연은 참으로 투명하고 아름답다
당초 한국의 자연이 아름다워서 그림을 그린 것이 아니고 아름다워서 그려놓고 보니 그곳이 한국이더라.

그에게는 두명의 아들이 있는데 한분은 내가 좋아하는 산그림을 많이 그린 오승우 화백이며, 다른 한분은 오승윤 화백이다.세분의 그림을 보면 "따로 또 같이"같은 느낌이 든다.굉장히 한국적인 빛깔을 사랑한점에서는 같지만 오승우화백의 그림은 자신의 미네르바를 그림에 투영한 현대적 문인화의 모습이라면 오승윤화백의 그림은 구상성이 특출하다.세분 그림 중에서는 오승윤 화백의 그림이 뚜렷한 "선"이 많이 들어가는 그림이 많다.아마도 오승윤 화백의 성품은 끊고 맺음이 세분 중에서는 가장 뚜렷하지 않았을까?그런면에서 오승윤 화백이 광주의 산과 많이 닮아 있다고 생각한다.

光의 躍動! 色의 歡喜를 가장 잘 표현 할 수 있는 곳이 광주이다.그러나 오늘 빛고을이라는 이름을 무색하게 하루종일 운무자욱한 흐린 날씨속을 걸었다.아마도 오승윤화백의 영결식이 있었기 때문인지모르겠다.오승윤화백의투신자살은 그분의 그림처럼 삶을 뚜렷하게 구분하고 싶었는지 모르겠다.그게 아니면빛고을에 한달여간 눈발이 내리는 우중충한 날씨에 우울함이 더해서 하늘에게 항의시위를 한지 모르겠다.빛고을의 본 모습을 돌려달라는...그의 할아버지 오재영은 한말에 보성군수를 지냈고 1919년 3·1운동이 일어난 뒤 이 땅의 선비로서 일제에 항거하여 목을 매 자결했는데 집안의 내력이 순수성을 잘 표여주는핏줄이다.

빛이 강렬하면 그림자도 뚜렷한 법!.이곳 남도에 대해 내개 느끼는 감정은 "애틋함"과 "옹기종기"로 표현되는 가장 한국적인 느낌이 강한 곳이다.뚜렷함이라는 아이덴티티의 동지로서 나 또한 광주를 좋아한다.




꼿꼿함

11:00~58
산행들머리는 원효사집단시설지구에서 출발하였다.온통적설된 눈들도 슬픔을 감당하기
힘들었던지
손으로 만지면 바로눈물처럼 떨어지는 지독한 습설(濕雪)상태로
미리 스패츠를 했기 망정이지
한마디로 엉망진창길이다.

사계절이 뚜렷한 빛고을 성품 그대로 돌도 서있고 나무도 강직한선비 못지않게 꼿꼿한 모습이다.

 

 

 

 


12:04~22
한시간여 천천히 광주의 의미에 대해 생각하며 걷는다.약수터에서 물한모금 마시고나니
재 같지도 않은 귀여운 꼬막재가 나타나고 이후 "규봉"가는길은 억새길과 가끔 나무계단도 나타나며
눈길이 이어지는데 그흐름이 산으로 오르는 느낌 보다는 산기숡을 횡단하듯이 평지를 걷는 느낌이다.

 

 

 

 

 

주상절리


12:47~13:22
점차 잔설이 깊어지는 가운데 가끔 짙은 운무를 거두며 약간은 숨통이 트일정도로 조망이
열리기도 한다.산행방향이 일순 우측으로 꺽이는데위로 쳐다보니 바위의 생김새가 예사롭지 않다.
바로 이곳이 "규봉"이다.누군가 인위적으로 다듬은 듯한 30여 미터의 돌기둥을 한참 쳐다본다.
이런 바위를 주상절리라고 하는데 칼로 무우를 자르듯 각이 뚜렷하기 때문에 신기롭다.

절 입구에 우뚝 솟은 세개의 돌기둥이 마치 임금 앞에 나갈 때 신하가 들고 있는 홀같이 생겨서
이를 한자로 취하여 규봉(950M)이라 한 것이다.

우측엔 문바위 사이로 기와지붕이 보인다.이곳이 규봉암인데 여기서 보니 규봉의 모양새가
한눈에 들어온다.

 

 

 



13:27~14:05
규봉 좌측으로 난 산길을 따라 일정한 리듬이 반복되는 길을 따르니 너덜지대가 나타난다.
이곳이 지공너덜지대이다.지공너덜은인도의 승려 지공대사가 여기에 석실을 만들고 좌선수도하면서
그 법력으로 억만 개의 돌을 깔아 놓았다는 전설이 있다고 안내판에 적혀있다.그리고 그 옆 천제단
같은 돌이
빙 둘러쳐져 있는 곳이 아마 보조석굴인 모양이다.보조석굴은 보조국사가 송광사에
가기 전에 좌선한 곳으로
넓은 바위가 지붕을 이루어 굴이 되었다고 적혀있다.

너덜지대를 지나니 석불암이 나오는데험상궂은 개가 짖는 통에 그냥 나와버렸다.이곳에서 완만한
가운데
다소 오름길로 접어드니 이곳이 장불재이다.

 

 

 

14:22~52
누런 억새풀의 방불재를 넘어다져진 눈이 녹아 튀는 진탕물을 철벅거리며 오르니 입석대가 나타난다.
육중한 돌기둥은 그리스의 신전을 뽑아다 세워 놓은 듯한데 이렇게 멋진 무등산의주상절리가
천연기념물이
된 것은 당연하다.입석대라는 글자마저조형성이 느껴지며 예향의 글자다움을 느낀다.

입석대 위를 더 오르니서 있는 돌무리가 하나 더 나온다.여기 돌도 서 있으니 "서석대"이다. 입석대
서석대
모두 중생대 백악기에 발생한 화산 활동의 산물로 용암이 냉각·수축하면서 굳어져
만들어졌다고 한다.

 

 

 

 

중봉 가는 길

14:58~15:28
하산길은 무척 미끄러워 여기서 아이젠을 착용한다.성가신 걸음걸이로 내려오니 임도가 나오고
임도를 따라
약간 내려오니 중봉 가는길이 나타난다.중봉에서 내려오니 삼거리가 나타나는데
이곳의 돌들도 볼만하다.




 

 

 

깨닫는다는 것

15:52~16:54
중봉 아래 삼거리 이후부터는 급경사로 하산하는데 눈이 녹아 완전히 진창길이 되어 내려오는데 여간
성가신 것이 아니다.그렇게 중머리재에 내려오니 하늘의 구름이많이 걷힌 모습이다.여기서 우측
아랫길로
다시 진창길을조심스럽게 내려오니 증심사가 나타난다.

무등산 증심사 일주문의 현판을 쳐다 본다.

무등(無等)은 부처님의 명호인 무등등(無等等)에서 나온 말로,부처님의 증득한 법신(法身)은
세간의 중생들과 같지 않으며,견줄 이가 없다는 뜻이다.증심(證心)은 증권하는 마음의 뜻이 아니라,
마음(心)을 증득(證得)한다는뜻으로 "깨닫다"의 의미이다.

증득(證得)의 의미는 업그레이드라는 의미이니 마인드 업그레이드를 의미한다고 보면 된다.
나노,지능형 로봇 등 향후 세상은 물질적인 업그레이드 뿐 아니라 마인드를 업그레이드하는 분야도 크게
발전할 것으로 믿는다.이미 우리나라 불가에서는 그에관한 원천기술을 가지고 있다고 보면 된다.

하지만 뭐 눈에는 뭐만 보인다고 내눈에는 무등산 증심사 현판 글씨 중 에 내 인생과 긴밀한 관계인
증(證)자와 산(山)자만 유독 크게 들어온다.

증심사를 지나니 문빈정사가 나타나는데 이곳에 오지호 화백의 기적비가 있다.
한국 서양화단의 거목 오지호 화백(1905-1982) 의 탄생 100주년을 맞아 그의 예술혼을 기리는
기적비(紀蹟碑)인데 자세히 당신의 모습을 쳐다보니 눈은 슬픔으로 가득한 듯하고 얼굴마저 옆으로 돌려
오늘의 슬픔을 애써 외면하는 모습이다.


 

 

 






무등산-김규동
한몸이되기도전에
두팔벌려어깨를꼈다
흩어졌는가하면
다시모이고
모였다간다시흩어진다
높지도얕지도않게
그러나모두는평등하게
이하늘아래뿌리박고서서
아이것을지키기위해
그처럼오랜세월견디었구나.

익숙함이 호기심을 죽인다

17:30
지독한 고독을 마시는 예술가의 삶을 산 오승윤화백은아마 그 자신 정열을 다해 그렸기 때문에
더 이상 그릴 주제 혹은 소재가 고갈되었는지도 모른다.가장무등산스럽고 가장 예술가적으로
산 고인에게
삼가 명복을 빈다.

출발하기전 무등산에 간다고했더니 광주에 사는 지인이 별로 볼것도 없는 산이라고 폄하했지만
내눈에는
정말 멋진 곳이었다.곰곰히 생각해 보니 누군가 나에게 세계적인 해운대 해수욕장이
어떠냐고물었을때
나는 이렇게 대답했다.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내 눈에는 별로이다.

가깝게 있는 사람에게는 눈에 익어서 별다른 감흥이 없을 수있으나바깥에서 객관적으로 보는 눈으로
보면
익숙한 모습도 새롭게 가치를 느끼는 것이다.새롭게 현대적 의미를 부여하고자 한다면
우리에게 익숙한 것들
에 대해더 사랑해 보자.

나는 오지호,오승우,오승윤 화백으로 부터현재를 더 잘 알기 위해 옛것을 찾으라는 가르침을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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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하는 모든 것 속에서 자신을 만난다.
風流山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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