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배산▲보배는 덮개를 덮든 열든,처음부터 우리 마음 속에 있었다.

- 언제 : 2006.1.30
- 얼마나: 11:30~14:50(3시간 20분)
- 날 씨 : 운무 가득한 흐린날씨
- 몇명: 3명
- 어떻게 : 자가용 이용하여 두 자녀와 함께
▷주포 버스 종점~정상등로~너덜~삼거리(I)~바위전망대~삼거리(II)~보배산(478.9m)~삼거리(II)~바위전망대~주포 버스 종점

- 개인산행횟수ː 2006-4 [W산행기록-133/P산행기록-275/T621]
- 테마: 근교산행,문화유산 답사산행
- 산높이:보배산 478.9m
- 좋은산행 개인호감도ː★★★

보배를 찾아서

설연휴 3일이 짧다고 하지만 먹고 마시고 하다보면 그것도 짧은 것 만은 아니다.빈둥빈둥으로 3일을 모두 채운다는 것은 생각만해도 나를 팽개치는 모습 같아 짧은 코스라도 다녀와야겠다는 생각이 든다.설연휴 교통체증을 감안하여 근교산을 뒤져보니 보배산이 눈에 들어온다.

원래 이산의 명칭은 보개산(寶蓋山)이었다.말 그대로 보물을 덮어 놓은 산이다.그런데 최근엔 보배산이라는 이름으로 더 알려졌다.현지 마을인 부산 강서구 가주동에서도 간판들을 유심히 보면 모두 보배산으로 통일 되어 있었다.

보배산은 진해와 부산의 경계를 이루는 산으로 해발 478.9m로 강서지역에서 제일 높은 산으로 굴암산에서 줄기가 내려 동남으로 향하던 신어산맥이 남해바다를 보고 우뚝 멈추어 선 자리에 있다. 한줄기는 이어져 바다를 건너 가덕도가 되고 동으로 이어진 산세는 봉화산이 되어 마주하고 다시 내려 장락에서 서낙동강을 만나게 된다.

서로는 진해시와 경계하고 안으로 지사, 신명, 명동을 안으며 명월산에는 가락국 허왕후의 도래 전설로 유명한 명월사지가 있고 동으로 내린 종산에는 예부터 팔도명지가 있다는 어산이 있으며 그 기슭에 대압, 소압, 잠뫼, 송곡의 4개 마을로 구성되는 압곡이 있다.

금정산 북문보다 100m정도 낮지만 정상에 서면 강과 바다 도시와 섬 들판과 해안선이 잘 어우러져 가슴이 확트이는 볼거리를 만들어준다.

보배산 기슭의 점골에 위치하고 있는 웅천 도요지는 조선시대 분청사기를 생산하던 곳으로, 두동요지, 금곡요지 등으로 알려져 있으며, 엄밀히 따져 두동요지 라고 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한다.가마터에서 발굴된 유물은 귀얄문과 덤벙문 분청사기이며,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덤벙문 분청사기는 표면이 차분하여 언뜻 보면 청자와도 같은 분위기를 연출한다.옛 조상들의 소박한 감정과 정서를 느낄 수 있는데 현재도 웅천도요의 맥을 잇는 현장이 용원C.C를 지나 주포마을 들어가기전에 산재되어 색다른 느낌이 든다.

아래에서 보면 소박한 정서가 드러나는 보배산은 주능선에 서면 가덕광산이 보인다.산의 주능선까지 침범되어 광산이 아니라 거의 토취장으로 산을 깍아내버렸다.광산을 통해서 보물을 모두 빼내버린 듯한 인상이다.그래서 보물을 덮어 놓은 보개산에서 덮개를 없애버려 이름이 보배산으로 남았는지 모르겠다.

보배산 정상은 주능에서 5분정도 더 걸어들어가야 하는데 그기서 보면 지사동 부산과학산업 지방공업단지가 보인다.이제 새로운 보배는 부산과학산업단지가 될 것인가?




청룡대 치원서

11:18~21
근교산행의 장점은 늦은 시간에 기동해도 된다는 점이다.차를 몰아 송정마을에서 용원C.C방향으로 가는 도중에
예상치 못한 유적을 만났다.청룡대각석(靑龍臺刻石)이라는 것인데 안내문을 읽어보니 최치원 선생의 낚시터였던 모양이다.


청룡대는 신라말의 대학자인 고운 최치원선생(孤雲 崔致遠先生)이 지리산에 은거(隱居)하기 전 낚시를 즐기던 곳이라
전해져 오고 있으며 당시에는 조수(潮水)가 드나들었다고 하나 지금은 뭍으로 변했다.


2.4m×1.4m 정도의 화강암(花崗巖) 계통의 자연암석(自然岩石) 동남부에 60㎝×35㎝ 정도의 각자부(刻字部)를 마련하고
「청룡대 치원서(靑龍臺 致遠書)」라 음각(陰刻)하였는데 일필휘지로 쓴 필체로 보아 선생의 친필로 여겨지며,
최근 후손들에 의해서 이를 기리는 청룡대비(靑龍臺碑)가 건립되어 있다.


순결함 과 호젓함

11:32~41
주포마을 버스 종점 공터에 차를 대고보니 산불경방원이 4명이나 있다.산불때문에 입산금지기간이라고 하기에
산행을 포기하려고 하는데 화기만 두고 다녀오라고 한다.나는 담배도 피지 않으므로 라이터 혹은 성냥이 없는 상태이고
산행시간을 고려하여 간단하게 물과 사과 세개만 들고 왔다고 했더니 무사통과이다.


산세를 보니 우측에서 좌측으로 한바퀴 돌아있어 갖출것은 다 갖춘 명당자리다.따라서 좌청룡에 해당되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긴다.제실의 담벼락을 통과하니 바로 계단식 논두렁이 나온다.논두렁을 통과하고 보니 아래에서는
보이지 않던 저수지가 보이고 그 길을 따라 무작정 산으로 드니 처음엔 보일듯 말듯한 야릇한 길을 따라 오른다.



11:59~12:13
지능선에 오르고 보니 산악회 리본이 보이면서 정상등로에 올라섰음을 느낀다.마을 뒷산 같은 산이다보니 정상등로가
아니더라도 그리 힘들지는 않지만 잡목의 성가심을 피하고 보니 기분이 좋다.하지만 정상등로도 낙엽으로 쌓여있어
부산 근교의 산치고는 맛볼 수 없는 순결함과 호젓함을 느끼는 산길이다.


그러나 곧 힘든 된비알이 시작된다.멧돼지들의 파헤친 흔적을 뒤로하며 오르는데 경사도도 가파르지만 멧돼지들이
미끄럼틀이라도 타는지 상당히 미끄러워 발목에 힘을 쓰며 용을 쓰게 만든다.



도굴 당한 묘처럼

13:07~30
일순 주능선에 올랐다고 느낄 즈음 가파른 절벽과 만나게 되는데 정말 상상치 못한 광경과 맞서게 된다.
지도상으로 이미 가덕 광산이라고 알고 있었지만 광산의 흔적이라고 보기엔 토취장의 모습으로 다가온다.


보개산의 보물 덮개가 열린 것 같은 느낌이다.뭔가 옆구리가 뻥 뚫린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참혹하다.
겨울 치고는 따뜻하지만 이곳에 서니 산아래에서 올라오는 골바람때문에 더욱 을씨년스럽게 만든다.
여하튼 이제 조망이 열리고 우측으로 머리를 내미니 정상이 또렷이 보인다.


자연을 바르게 보는 눈이 보배일진대 무얼 그리 훔쳐 갈것이 있어서 도굴당한 묘처럼 저렇게 내팽겨쳤을까?
근처 봉화산 너머 살아있는 계곡,생곡(生谷)은 쓰레기 매립장으로 이미 사곡(死谷)이 되었는데 보배산의
이 골짜기도 운명치고는 기가막힌다.



새로운 미래는

13:30~48
우리가 지나온 길을 뒤돌아보니 몇개의 작은 봉우리 너머로 전에 갔었던 봉화산이 흐릿하게 보이고,정상에서 보니
진해 시루봉과 불암산 마루금이 흐릿한 운무 속에서도 또렷하다.아래쪽을 내려다 보니
부산시 강서구 지사동 부산과학산업단지의 부지가 조성되고 있다.


부산 강서구 지사동 과학산업단지는 27만9천평 부지에 메카트로닉스와 신소재, 정보.통신, 정밀화학 업종 등이
입주할 예정이며 현재 70% 공정률을 기록하고 있으며 완공되면 118개 업체가 입주하게 된다.


정상엔 삼각표지석이 있고 정상석은 반쯤 날아간채 용도를 알수 없는 간이 철탑에 보배산이라는
하얀색의 둥근 조그만 표시기가 있다.



14:03~12
정상에서 충분한 휴식을 취한 후 내려오는데 하산길에서 예사롭지 않은 바위군들이 있어 그곳을 오르니
여기가 전망대이다.전망대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니 우리가 출발했던 주포마을이 새가 날개 죽지를 펼쳐
보호하듯이 그속에 포근하게 놓여있다.


하산길의 경사도 만만찮다.미끄러지기 쉽상일 정도로 가파르게 내려오기 때문에 그만큼 하산속도도 빠를 수 밖에 없다.
원점회귀 산행이므로 좌측으로 내려가는 산길이 뚜렷한 곳에서 방향을 좌회전한다.




14:32~40
거의 다 내려와서 보배산의 마루금이 보인다.그만큼 산속에서는 조망이 쉽지 않을 정도로 소나무들로
울창한 산길이다.순박함과 호젓함을 머금고 있으면서도 심상으로는 마을 뒤산같이 편안한 길이다.


그러나 산길의 순결함은 고산의 심산유곡에 전혀 뒤떨어지지 않을정도로 가파른 경사도와 키 큰 소나무와
잡목으로 이루어져 원시의 아름다움까지 느껴지는곳으로 주포마을에 도착하면서 시야가 확 트이면서
울창한 숲속에 있었다는 느낌이 더 증명되며 확연해진다.





사흘의 마음 공부는 천년의 보배요,
백년의 탐낸 물건은 하루 아침 티끌이라.

- 원불교전서 대종경 불지품(佛地品)]


깨어있는 눈은 바른 마음에서

우리에게 보배는 무얼까? 금강석이 아무리 보배라 할지라도 모르는 사람에게는 아무 소용이 없는 것이다.
마치 어린아이에게 금덩어리와 과자를 주면 금덩어리를 내어버리고 달콤한 과자를 먹는 것과 같다.
이는 금덩어리를 모르는 까닭이다.우리에겐 금덩어리와 과자를 분별하는 바른 눈,깨어있는 눈이 보배다.


어떤 의미에서는 나와 동행한 나의 자녀들이 나에겐 보배가 되겠지만, 나는 나의 자녀들이 귀한 것을
알아보는 바른 눈을 가진 진정한 보배로 성장하는데 있어 조언 할 수 있는 보호자가 되기를 소망한다.


바른 눈은 바른 마음에서 나오니,팔만대장경과 성경과 코란을 모두 압축해서 한글자로 짜내면 그것은
바로 마음(心)일 것이므로 바른 눈의 근원은 바로 바른 마음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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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하는 모든 것 속에서 자신을 만난다.
風/流/山/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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